안녕하세요 가을청년입니다.
여기 Q&A에는 처음 들어와 보네요. 통리인이 된 지 어언 넉 달이 지나는데... 쩝.
이 곳을 보니 기타의 종류를 구분하는 데에 있어 많은 질문이 들어오더군요. 사실 그 용어 문제는 충분히 논란의 소지도 있거니와 '이거다' 하고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모든 기타 종류의 명칭이 한 시대에 한 사람에 의해 정해지지 않았고, 그 용어의 생성 자체가 각각 다른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포크기타'라는 명칭은 '클래식기타'에 구별되는 개념으로 쓰였고, '통기타'란 '전기기타'에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다 보니 원래의 개념은 그다지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됐죠.
이 때문에 '클래식기타와 통기타'와 같이 다른 개념의 용어가 혼동되어 쓰이기도 합니다. '클래식기타'와 구별되는 정확한 용어는 '포크기타'입니다.
지금부터 간략히 개념을 정리하겠습니다.
1. '클래식기타'와 '포크기타'
클래식이란 용어의 뜻은 아시다시피 '고전'입니다. 그렇 다면 '포크'는? '민속'이라는 뜻이랍니다. 조금 이상한가요? 어째서 고전과 민속이 상반되는 개념인가요?
여기서의 '포크'는 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민중의식의 대중화에 기원합니다. '포크송' 아시죠? 고전의 성악 스타일의 노래에서 탈피해 민중들의 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편안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한 게 포크송의 시작입니다.
'포크기타'는 고전적인 아름다운 멜로디와 정형적인 연주에서 탈피해 반주까지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기타였던 것이죠.
2. '통기타'와 '전기기타'
그렇다면 통기타는 뭘까요? 많은 사람들이 포크기타와 통기타를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
'통기타'란, '일렉기타', 즉, 전기를 연결해야만 소리를 낼 수 있는 전기전용기타에 상반되는 개념입니다. 당연히 이 용어에는 '클래식'기타와의 관계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지요.
만일 누군가가 '클래식기타도 통기타이다'라고 한다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단지 정확히 옳지는 않다 뿐이죠. 앞서 말씀드렸거니와 '통기타'라는 명칭에는 전기기타와의 관계만 내포되어 있습니다. 즉, 대중음악의 면에서만 생각한 용어라는 뜻이지요.
언젠가 가수 안치환씨가 공연에서 클래식기타를 가지고 반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사람이 그러더군요. "대중음악 가수가 왜 클래식기타로 치지?"
안치환씨는 그 기타를 클래식기타로서가 아닌 '통기타'로 사용한 겁니다. 괜한 예를 들었나요? 쩝.
3. '어쿠스틱기타'과 '일렉트릭기타'
사전적인 의미의 어쿠스틱기타(acoustic guitar, acoustical guitar)란 '소리가 나는 보통 기타'라는 뜻입니다. 즉, 울림통을 가진 기타라는 뜻이죠. 다시 말해 이 용어는 '통기타'의 개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렉트릭기타(electric guitar)는 말 그대로 전기를 이용하여 소리를 내는 기타입니다.
그런데 잠깐, 보통 많은 분들이 잘못 파악하고 계신 점이 이 점입니다. '어쿠스틱이란 울림통도 있고 전기도 연결되는 그런 기타이다'라는 생각.
물론 그런 기타(전기겸용기타)는 어쿠스틱기타입니다. 그러나 전기연결이 되지 않는 그냥 기타도 분명히 어쿠스틱기타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류가 널리 퍼졌을까요? 그 이유는 약간의 콩글리쉬가 가미된 언어의 오류입니다.
보통 어쿠스틱이라 알려진 '전기겸용기타'는 그 대표적인 등급명이 있습니다.(회사 이름에서 유래) '오베이션', '어플라우스', '셀러브레티' 이렇게 세 등급이죠.
요즈음은 이런 등급 분류가 없어진 것으로 압니다. 벌써 20년 가까이 된 분류법입니다. (이 역시 누가 만든 분류법이 아니고 그 바닥(?)에서 통용되던...)
이 중 '오베이션'을 최상급으로 쳤었습니다. '어플라우스'가 중간 등급이었고 가장 많이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영어에 익숙치 못하던 대중음악 애호가들이 '통이 있는 기타'의 개념인 '어쿠스틱'이라는 용어를 이 세 가지 영어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했습니다.(같은 영어니까...라고 말하면 너무 비하하는 건가요?) 뭐 어차피 대중음악을 하던 사람들이었으므로 기타를 사러 가더라도 일렉 아니면 전기겸용이라는 개념이 통용했었죠. 전기연결이 안 되는 기타를 살 이유가 없었거든요.
여느 인터넷 사이트나 기타 광고 등을 볼 때도 버젓이 '어쿠스틱'이라 해 놓고 전기겸용기타에 관한 것들만 있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미국에 가서 '어쿠스틱기타'를 달라 하면 전기겸용기타를 내어 줍니다. 이로써 '아, 어쿠스틱은 전기겸용을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기연결이 안되는 그냥 통기타를 내어줄 때 당황합니다. ^^ 심지어 클래식기타를 취급하는 곳에서 '어쿠스틱 기타'라고 얘기하면 '클래식 오어 으흠(얼버무리는 소리)?" 하고 묻기도 합니다.
보통 일렉과 어쿠스틱이라는 이분법은 전기가 연결된다는 전제가 있는 경우(언더그라운드 가수같은)에만 사용되지만, 실제로 전기연결의 여부를 떠나 성립된답니다.
통기타와 전기기타의 영어식 표기인 셈이죠.
제가 말을 쉽게 하는 재주가 없어서리...
여러분들께 괜한 혼동만 드린 게 아닌 지 모르겠네요.
그냥.. 조금이나마 적확한 용어를 사용하자는 취지 아래서.
가을청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