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2

[씨알]

오늘은 제1조 칙궁(飭躬몸가짐을 바르게)의 두 번째 꼭지 ‘공사(公事)에 틈이 있으면, 반드시 정신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며 백성을 편안히 할 방책을 헤아려내어 지성으로 잘 되기를 강구해야 한다.’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가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요,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다. "

목민심서 율기(律己) 제1조 칙궁(飭躬)

2. 공사(公事)에 틈이 있으면, 반드시 정신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며 백성을 편안히 할 방책을 헤아려내어 지성으로 잘 되기를 강구해야 한다.

주자(朱子)는 이렇게 말했다.

“오공제(吳公濟)주1)​는 ‘날마다 사물을 응접하는 중에서도 모름지기 한때의 시간을 내어 조용히 혈기(血氣)와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요컨대 일이 번잡할수록 마음을 더욱 느긋하게 가지고, 시간은 부족하나 나는 여유있게 지내야 한다.’ 하였다. - 그 말이 비록 이설(異說)에서 나왔지만, 시험해 보매 효험이 있으니 주자(周子)주2)의 이른바, 정(靜)을 주로 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주3). - ”

정백자(程伯子)주4)가 현령이 되었을 적에 일찍이 자리의 오른편에 ‘시민여상(視民如傷)주5)’ 넉 자를 써 놓고, “나는 매일 이 문구에 부끄러움이 있다.” 하였다. - 양귀산(楊龜山)주6)이 “그 마음 쓰는 것을 보면 잘못된 판결로 사람을 매질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였다. -

장구성(張九成)주7) - 자(字)는 자소(子韶)이다. - 이 진동 판관(鎭東判官)이 되어 정사에 마음을 다하니 사람들이 속이지 못하였다. 한번은 벽에 크게 써붙이기를, “이 몸이 구차히 하루를 한가하면 백성은 한없는 괴로움을 당한다.” 하였다.

《치현결(治縣訣)주8)》에,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 한 자뿐이다. 의(義)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여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됨이 없을 것이니, 이는 허물을 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정요(政要)주9)​》에, “벼슬살이하는 데에 석 자의 오묘한 비결이 있으니, 첫째는 맑음〔淸〕이고, 둘째는 삼감〔愼〕이고, 셋째는 부지런함〔勤〕이다.” 하였다.

여씨(呂氏)의 《동몽훈(童蒙訓)주10)》에, “임금 섬기기를 나의 어버이 섬기듯 하고, 아전들 대하기를 나의 노복(奴僕)처럼 하며, 백성 사랑하기를 나의 처자(妻子)처럼 하며, 공무 처리하기를 집안일처럼 한 뒤에야 내 마음을 다한 것이니, 만약 조금이라도 미진한 일이 있다면 이는 다 내 마음을 다하지 않은 바가 있는 것이다.” 하였다.

매양 한 가지 일을 당할 때마다 선례만 좇아서 시행할 것이 아니요, 반드시 법도의 범위 안에서 편의하게 변통할 것을 생각하여 백성을 편안히 하고 이롭게 하기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법도가 국가의 전장(典章)이 아니면서 현저히 사리에 맞지 않는 것은 고치지 않을 수 없다.

한 위공(韓魏公)주11)이 개봉부(開封府)의 추관(推官)주12)​이 되어, 일을 처리함에 게으르지 아니해서 더운 철에는 땀이 흘러 등을 적셨다. 부윤(府尹) 왕박문(王博文)주13)이 중히 여겨 말하기를, “이 사람은 요로(要路)가 앞으로 보장되어 있는데도 백성 다스리기를 이와 같이 하니 참으로 재상의 그릇이다.” 하였다.

오늘날 사람들로서 옥당(玉堂)주14)​ㆍ은대(銀臺)주15)를 거쳐 지방관이 된 이는 망령되이 스스로 교만해져서 자잘한 일은 직접 돌보지 않고 말하기를, “문신(文臣)의 정사하는 체모는 음관(蔭官)주16)과 다르다.” 하여, 바둑이나 시로써 스스로 즐기며, 정사는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서 생민들을 괴롭히니, 이와 같은 자는 위의 이 조문(條文)을 읽어야 할 것이다.

진서산(眞西山)주17)이 장사(長沙) 지방을 다스릴 때에주18) 12고을의 수령을 모아 상강정(湘江亭)에서 잔치를 베풀고 시를 짓기를,

종래 관리와 백성들은 / 從來官吏與斯民

본디 한 몸 같은 동포였는데 / 本是同胞一體親

백성들이 고혈을 짜내어 너희들 녹봉에 이바지하니 / 旣以膏脂供爾祿

모름지기 아픔이 내 몸 베인 듯하라 / 須知痛癢切吾身

이 고을은 당조(唐朝)의 옛고을이라 이르는데 / 此邦素號唐朝古

우리들은 한(漢)나라 순리(循吏)주19)​처럼 되어야 하리 / 我輩當如漢吏循

오늘 상정(湘亭)의 한 잔 술로 / 今日湘亭一杯酒

무르녹은 봄기운을 사방으로 번지게 하리 / 更煩散作十分春 하였다.

정선(鄭瑄)주20)​이,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가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요,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다. 빈천한 사람은 제힘으로 먹고살면서 제 일을 경영하여 제 피땀으로 제가 먹으니 하늘이 살펴봄에도 오히려 너그러울 것이요, 부귀한 사람은 벼슬을 가지고 녹을 먹되 만민의 피땀을 한 사람이 먹으니 하늘이 그 허물을 감독함이 더욱 엄중할 것이다.” 하였다.

한지(韓祉)가 감사로 있을 적에 매양 막료(幕僚)들이 조알(朝謁)을 오면, 부반(副盤)을 내려 주고 술을 돌린 다음에는, “내가 어제 한 일 가운데 무슨 허물이 있었는가?” 하고 물었다.

막료들이, “없었습니다.” 대답하면,

정색하고 말하기를, “ ‘세 사람이 길을 가는 데에도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주21)​ 하였는데, 10여 명의 의견이 어찌 내 의견과 똑같을 것인가. 제군(諸君)은 우선 말하라. 말해서 옳으면 좇을 것이요, 그르다면 서로 논란을 다시 하면 또한 깨우치는 바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이와 같이 날마다 묻기를 상례(常例)로 하니, 여러 막료들이 미리 강구해 가지고 들어가서 고하였다. 그 말이 과연 옳다고 생각하면 비록 매우 중대하여 고치기 어려운 일이라도 선뜻 자기 의견을 버리고 그에 따랐으며, 언제나 말하기를, “천하의 일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

[역주]

[주-D001] 오공제(吳公濟) : 이름은 즙(楫), 자(字)가 공제(公濟)이다. 송 고종(宋高宗) 때의 학자로 주희(朱熹)와 성리학(性理學) 및 유ㆍ불(儒佛)의 변(辨)을 강론하였다. 주희가 그의 서실(書室)을 열재(悅齋)라 명명하고, 자기 아들을 보내어 사사(師事)시켰다. 《尙友錄 卷3》

[주-D002] 주자(周子) : 송(宋)나라 신종(神宗) 때의 학자 주돈이(周敦頤)로 자는 무숙(茂叔), 시호는 원공(元公)이다. 염계(濂溪)에 살았으므로 세상에서 염계선생(濂溪先生)이라 불렀다. 벼슬은 계양령(桂陽令)ㆍ남강지군(南江知軍)을 지냈는데, 치적이 있었다. 송학(宋學)의 개조(開祖)로 《태극도설(太極圖說)》ㆍ《통서(通書)》를 지었다. 《宋史 卷427 道學列傳 周敦頤》 《宋元學案 卷11ㆍ12 濂溪學案 周敦頤》

[주-D003] 오공제(吳公濟)는 …… 아니겠는가 : 이 말은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2 지수(持守)조에 보이는데 거기에 의하여 원문의 잘못을 모두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주-D004] 정백자(程伯子) : 송(宋)나라 신종(神宗) 때의 학자 정호(程顥)이다. 자는 백순(伯淳), 호는 명도(明道), 시호는 순공(純公)이다. 아우 이(頤)와 함께 성리학(性理學)을 확립하였다. 진성령(晉城令)ㆍ부구지현(扶構知縣)으로 나가서 치적이 있었다. 《宋史 卷427 道學列傳 程顥》 《宋元學案 卷13ㆍ14 明道學案》

[주-D005] 시민여상(視民如傷) : 백성 보살피기를 상한 데가 있듯 한다는 뜻이다.

[주-D006] 양귀산(楊龜山) : 송(宋)나라 신종(神宗)ㆍ고종(高宗) 때의 학자로 정호(程顥)ㆍ정이(程頤)의 제자이다. 자는 중립(中立), 시호는 문정(文靖)이다. 학자들이 귀산선생(龜山先生)이라 불렀다. 저서에 《이정수언(二程粹言)》ㆍ《귀산집(龜山集)》이 있다. 《宋史 卷428 道學列傳 楊時》 《宋元學案 卷25 龜山學案》

[주-D007] 장구성(張九成) : 송(宋)나라 고종(高宗) 때 문신으로 호는 횡포거사(横浦居士) 또는 무구거사(無垢居士),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벼슬은 진동군 첨판(鎭東軍簽判)ㆍ온주지주(溫州知州)를 지냈다. 저서에는 《상서(尙書)》ㆍ《중용(中庸)》ㆍ《효경(孝經)》 등의 설(說) 및 《맹자전(孟子傳)》ㆍ《횡포집(横浦集)》이 있다. 《宋史 卷374 張九成列傳》 《宋元學案 卷40 横浦學案》

[주-D008] 치현결(治縣訣) : 미상이다.

[주-D009] 정요(政要) :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이 지은 《임관정요(臨官政要)》를 말한다.

[주-D010] 여씨(呂氏)의 동몽훈(童蒙訓) : 송(宋)나라 고종(高宗) 때의 문신 여본중(呂本中)이 지은 책이다. 가숙(家孰)에서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정론(正論)과 격언(格言)이 많다.

[주-D011] 한 위공(韓魏公) : 송(宋)나라 신종 때 명신 한기(韓琦)이다. 자는 치규(稚圭), 호는 공수(贛叟), 시호는 충헌(忠獻)이고, 위국공(魏國公)에 봉해졌다. 벼슬은 사도(司徒)ㆍ시중(侍中)을 지냈다. 《宋史 卷312 韓琦列傳》

[주-D012] 추관(推官) : 관명. 절도사(節度使)ㆍ관찰사(觀察使)의 속관으로 형명(刑名) 관계의 일을 맡았다.

[주-D013] 왕박문(王博文) : 송(宋)나라 진종(眞宗) 때 사람으로 자는 중명(中明)이다. 벼슬은 동지추밀원사(同知樞密院事)에 이르렀다. 《宋史 卷291 王博文列傳》

[주-D014] 옥당(玉堂) : 홍문관(弘文館)의 별칭.

[주-D015] 은대(銀臺) : 승정원(承政院)의 별칭.

[주-D016] 음관(蔭官) : 부조(父祖)의 공덕(功德)으로 얻은 벼슬이다. 공신 또는 당상관(堂上官)의 자손을 과거에 의하지 않고 관리로 임용하였다. 음직(蔭職)ㆍ음사(蔭仕)라고도 한다.

[주-D017] 진서산(眞西山) : 송(宋)나라의 문신 진덕수(眞德秀)이다. 자는 경원(景元), 시호는 문충(文忠), 호가 서산(西山)이다. 강동전운부사(江東轉運副使)ㆍ호남안무사(湖南按撫使)ㆍ담주지주(潭州知州)를 지내고 참지정사(參知政事)에 이르렀다. 저서에는 《대학연의(大學衍義)》ㆍ《당서고의(唐書考疑)》ㆍ《문장정종(文章正宗)》ㆍ《서산문집(西山文集)》 등이 있다. 《宋史 卷437 儒林列傳 眞德秀》 《宋元學案 卷81 西山眞氏學案 眞德秀》

[주-D018] 장사(長沙) …… 때에 : 장사(長沙)는 송(宋)의 형호남로(荊湖南路) 담주(潭州)에 속한 군명이다. 여기서는 진덕수가 송 영종(宋寧宗) 가정(嘉定) 15년(1222)에 보모각대제(寶謨閣待制)로서 호남안무사 지담주(湖南按撫使知潭州)로 있을 때를 말한다.

[주-D019] 한(漢)나라 순리(循吏) : 순리는 규정을 잘 지키며 열심히 근무하는 관리. 전한(前漢)ㆍ후한(後漢) 때 특히 순리(循吏)가 많았다.

[주-D020] 정선(鄭瑄) : 명(明)나라 의종(毅宗) 때 민현(閩縣) 사람이다. 자는 한봉(漢奉), 호는 작비거사(昨非居士)이다. 숭정(崇禎) 신미년(1631)에 진사(進士)를 하여 벼슬이 응천순무(應天巡撫)에 이르렀다. 편서(編書)에 《작비암일찬(昨非菴日纂)》이 있다. 《작비암일찬》은 20류(類)로 나뉘었고, 옛사람의 격언(格言)과 의행(懿行)을 기록하고 있다. 《四庫全書 總目提要 卷132 子部 42 雜家類存目 9 昨非菴日纂》 이 《작비암일찬》을 정약용(丁若鏞)은 《목민심서》에서, ‘鄭瑄曰’ 또는 ‘鄭漢奉曰’ 등 그의 이름이나 자를 밝혀서 인용하기도 하고, 또는 《작비암일찬》에서 인용한 사람의 고사를 그대로 혹은 중략(中略) 또는 하략(下略)하여 인용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주-D021] 세 …… 있다 : 공자(孔子)의 말로, 《논어(論語)》 〈술이(述而)〉에서 인용한 것이다.

公事有暇。必凝神靜慮。思量安民之策。至誠求善。

朱子曰。吳濟公云。逐日應接事物之中。須得一時辰寧靜。以養榮衛精神。要使事愈繁而心愈暇。彼不足而我有餘。其言雖出於異說。然試之略有驗。豈周子所謂主神者耶。

程伯子作縣。嘗於座右。書視民如傷四字云。某每日常有愧於此。楊龜山云。觀其用心。應是不錯。決了撻人。

張九成 字子韶 爲鎭東判官。究心吏事。人不能欺。嘗大書于壁曰。此身苟一日之閒。百姓罹無涯之苦。

治縣訣云。居官之要。畏一字而已。畏義。畏法。畏上官。畏小民。心常存畏。無或恣肆。斯可以寡過矣。

政要云。居官有三字玄訣。一曰淸。二曰愼。三曰勤。

呂氏童蒙訓曰。事君如事親。待群吏如奴僕。愛百姓如妻子。處官事如家事。然後能盡吾之心。如有毫末不至。皆吾心有所未盡也。

〇每遇一事。毋得循例施行。必於法度之內。思其便宜變通。以圖安民利民。或其法度非國家典章。而顯不合理者。不可不釐革。

韓魏公爲開府推官。理事不倦。暑月汗流浹背。府尹王博文重之曰。此人要路在前。而治民如此。眞宰相器也。

〇今人以玉堂銀臺出者。妄自驕重。不親細事。乃曰。文臣治體。與蔭官不同。唯棋局詩篇。以自娛樂。委政丞佐。以病生民。凡如是者。宜觀此條。

眞西山帥長沙。宴十二邑宰於湘江亭。作詩曰。

從來官吏與斯民。本是同胞一體親。旣以膏脂供爾祿。須知痛癢切吾身。此邦素號唐朝古。我輩當如漢吏循。今日湘亭一杯酒。更煩散作十分春。

鄭瑄云。天非私富一人。蓋託以衆貧者。天非私貴一人。蓋託以衆賤者。貧賤人食力營業。自家血汗。自家消受。天之鑑察。反寬富貴人。擔爵食祿。萬民血汗。一人消受。天之督過更重。

韓祉爲監司。每幕賓入朝。推副盤賜之。酒旣行。問吾昨日所爲。有何過差。對曰無有。則正色曰。三人同行。必有我師。十數人意見。豈必一如吾見。諸君第言之。言之而是則當從之。非則互相覆難。亦不無所悟矣。日問以爲常。諸裨預講入告。所言果是則雖至重難改之事。翻然舍己而從之。常曰。天下事。非一人所可爲也。

[씨알]

오늘은 제1조 칙궁(飭躬몸가짐을 바르게)의 두 번째 꼭지 ‘공사(公事)에 틈이 있으면, 반드시 정신을 집중하여 고요히 생각하며 백성을 편안히 할 방책을 헤아려내어 지성으로 잘 되기를 강구해야 한다.’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부유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가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요, 하늘은 한 사람을 사사로이 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개 뭇 천한 자들을 그에게 부탁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