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과 인식 과정
|
1. 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
가. 부족한 거리 조정 - 대상이 욕망에 가리워지고 감정에 휩싸인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나. 초과한 거리 조정 *.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려는 인식 태도와, 대상에 대한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관찰과는 전혀 다르다. 사실적 인식 태도는 배제를 통한, 선택을 통한 대상을 지각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이지만, 형식적 관찰은 정서의 결핍에 의한 대상과 작가 사이의 이완 현상이다.
*. 이런 시적 내용을 읽고 있으면, 마치 문학취를 풍기는 서툰 논설문을 대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현학적 장식적인 논리는 "오늘"을 추상적으로 개괄하고 있으므로, 오늘의 실체가 논리 뒤로 밀려나고, 논리 뒤에 숨겨지고 가려져 오히려 모호해진다. 이 논리적 사고가 대상을 너무 멀리 두게 하고 개괄하는 위치까지 밀어내어 초과한 거리 조정이 되도록 하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시는 감지한 사실의 형상화이지 감지한 사실을 논리화하는 공간은 아니다.
2. 국면과 관점
*. 시적 대상을 개념상으로 볼 때는 하나이지만 하나의 세계로 볼 때는 많은 것을 포함한다.
*. 어떤 세계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그 세계는 우리가 지각(미적 지각)해야 할 국면으로 다가온다. 그 국면 앞에 선 인식 주체는 관념적 관점과 실재적 관점으로 양분된다. 관념적 관점은 구체적 현상을 사상시키고 개괄적인 입장에서 대상을 나름대로 인식(어떤 의미의 존재인가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이고, 실재적 관점은 구체적 현상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특정한 대상의 현상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가시화)이다.
3. 관점과 미적 지각의 유형
가. 피상적 지각과 기계적 지각
*. 상식의 나열이나 그에 대한 설명이 되면 피상적 지각이 된다. 작품 속의 상식은 작품 밖에 있을 때와 다름없는 거죽 지식이지만, 사실은 느낌을 구체화하는 존재이다. 때문에 작품 속의 사실적 존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의 미적 지각의 등가물이다.
*. 작품 속의 사실적 존재나 현상은, 그것들이 이미 허구인 예술 작품 속으로 공간 이동을 한 만큼,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형상적 존재들이다. 작가는 이런 형상, 이런 형상화를 통해 말한다.
*. 기계적 지각 - 대상을 관찰하고 탐구하려는 흔적을 보여주지 않는다. 즉 사고의 흔적이 없다. 실재하는 풍경을 작품에 표현해놓기는 해도 그것은 탐구나 의도적 선택이 아닌 기계적인 옮겨놓기가 된다. 나. 추상적 지각과 장식적 지각
*. 구체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추상화시킨다고 해서 결코 깊이 있는 작품이 될 수가 없다. 말 바꾸기에 불과한 추상화는 일종의 현학적 말놀이로 전락할 따름이다.
*. 시적 언술, 즉 시적 표현은 장식하는 데 있지 않고, 가려져 있거나 벗어나 있거나 왜곡되어 있는 사물의 본질과 현상을 드러내는 데 있다.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이 말하는 '낯설게 하기'란 바로 관습과 왜곡을 벗겨내기 위한 시각 확보와 다르지 않다. 장식적 지각이란 대상에 대한 또 하나의 외피를 덧씌우거나 화장을 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다. 감각적 지각과 사실적 지각
*. 감각적 지각 - 지배적인 인상을 통한 대상의 파악
*. 형식화된 감정이란 무의식적 충동과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예술적 표현 속에 살아있는 객관화된 사고의 구체적 모습이다.
라. 풍자적 지각과 해석적 지각
4. 통합적 관점
*. 피상적 추상적 기계적 장식적 지각의 작품은 인식 부족의 소산이고, 또 그만큼 덜 형상화된 작품의 형태를 보여준다. *. 사실적 감각적 풍자적 해석적 유형은 각각 그 나름의 아름다운 미적 인식을 보여준다. |
시적 묘사
|
1. 묘사의 특성
*. 언술의 형식 - 설명 논증 묘사 서사
*. 묘사 : 사물이나 현상이 지닌 성질, 인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언술 형식
*. 서사 : 사건의 의미있는 시간적 과정을 제시하는 형식
*. 설명 설득 논증이 이론적 성향의 언술인 데 비해, 묘사와 서사는 감각적 암시적 성향이다.
*. 시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느낌을 직접 제시하는 언술 양식
*. 시는 필연적으로 지배적인 인상(dominant impression)을 표현하는 데 적절한 묘사를 적극 수용한다.
*. 시가 힘을 가지게 되는 근원은 "추상적인 상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려진 본질"에 있다.
2. 설명적 묘사와 암시적 묘사
3.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
*. 암시적 묘사 -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로 나눌 수 있다.
-- A) 전당포에 고물상이 지저분하게 늘어슨 골목에는 가로등도 켜지는 않었다. 죄금 높드란 포도鋪道도 깔리우지 않었다. 죄금 말쑥한 집과 죄금 허름한 집은 모조리 충충하여서 바짝바짝 친밀하게는 늘어서 있다. 구멍 뚫린 속내의를 팔러 온 사람, 구멍 뚫린 속내의를 사러 온 사람. 충충한 길목으로는 검은 망또를 두른 주정꾼이 비틀거리고, 인력거 위에선 차와 함께 이미 하반신이 썩어가는 기녀들이 비단 내음새를 풍기어가며 가느른 어깨를 흔들거렸다. ---- 오장환, <古典>
-- B) 毛髮을 날리며 오랜만에 바다를 바라보고 섰다. 눈보라도 걷히고 저 멀리 물거품 속에서 제일 아름다운 人間의 女子가 誕生탄생하는 것을 본다. ---- 김춘수, <봄바다>
*. A)는 "전당포에 고물상이 지저분하게 늘어슨 골목"의 풍경이다. 이 풍경을 시인은 사실적인 정황들만을 의도적으로 드러내려 한다. 그러니까 객관적 묘사이다. 위의 작품에서 그 풍경은 켜지지 않은 가로등, 조금 높다란 鋪道, 조금 말쑥하거나 허름한 집, 구멍 뚫린 속내의를 팔러 온 사람과 사러 온 사람, 검은 망토를 두른 주정꾼, 썩어가는 하반신 위에 걸친 비단 냄새를 풍기며 인력거를 타고 가는 기녀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황폐한 삶의 한 현장인 골목 풍경이다. 시인은 선택한 한 국면(이 국면 선택 자체가 바로 세계에 대한 시인의 해석이다)의 객관적 묘사를 통해 현장성 또는 사실성으로 말하고자 하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 A)가 객관적 묘사라면 B)는 주관적 묘사이다. 표면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숨은 시적 화자인 '나'는 오랜만에 모발을 날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다. 그 바다는 "눈보라가 걷히고," 그러니까 시야가 트이고 '저 멀리' 하얗게 부서지는 '물거품'이 보인다. 여기까지는 시적 화자인 또는 시인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지 않은 객관적 정경이다. 그러나, 그 '물거품' 속에서 "제일 아름다운 인간의 여자가/탄생하는 것"을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인의 심리적 세계에서이다. 뿐만 아니라 "제일 아름다운 인간의 여자"는 시인만이 본 심리적 영상이므로 이른바 개인적 상징이기도 하다.
*. B)에서 본 바처럼 모든 작품이 전적으로 객관적이거나 전적으로 주관적인 형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체적으로 B)와 같이 복합적이라고 해야 옳다. 주관적 묘사든 객관적 묘사든 그 묘사의 정신은 감정과 설명을 배제하고 대상의 지배적 인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작가가 현장과 사실을 그 바탕으로 하여 표현한다고 할 때는 객관적 묘사가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심리적 또는 감각적 대상 파악이 그 기조를 이룰 때는 주관적 묘사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 객관적 묘사로 된 작품들은 그 작품이 수용하고 있는 한 국면을 구성하고 있는 정황들이 얼마나 깊이를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 정황들로 이루어져 있는가가 중요하다.
4. 묘사의 어울림
5. 묘사와 언어의 절제
6. 묘사 속의 설명
7. 묘사와 장식적 수사
*. 이 행은 시적 화자의 시점 혼돈이 가져온 부분이다. 이 작품은 전체가 유년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작품 가운데 다시 '기억'이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기억의 기억이라는 다른 시점을 첨가하여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주관적 체험의 내용이 객관화되어야 한다.
*. 작자와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 공유한 경험, 또는 공유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다. 이런 인식이 없이 시를 쓸 때, 그 작품은 주관적 폐쇄성에 빠지기 쉽다. 우리가 비유를 사용할 때, 차이성 속의 유사성을 근거로 하여 비유를 사용하듯, 경험 사실을 작품 속에 삽입할 때는 최소한 공유할 수 있게 구체화시켜 표현하든지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사실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묘사의 구조와 시점
|
시적 묘사는 대상의 지배적인 인상을 형상화하는 언술 행위. 묘사가 해석보다 현시(顯示)를 축으로 하는 언술 형식이므로 형상화된 모든 대상의 세계는 언제나 회화성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그 회화성을 대상의 특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대체로 서경 서사 심상의 구조로 드러난다.
1. 서경적 구조와 시점
*. 서경적 구조의 작품 - 언어로 그려진 풍경화의 형태
*. 풍경화적인 공간은 일반적으로 고정 시점, 이동 시점, 회전 시점, 영상 조립 시점 등으로 구축된다.
*. 회전 시점 : 한 곳에서 일정한 공간을 보고 있으나, 집중되어 있지 않고 눈에 닿는 대로 한 바퀴 둘러보며 언어화한 형태
*. 영상 조립 시점 :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본 것이 아니라 마음에 떠오르고 있는 그 어떤 장면이며, 그러므로 작품 속의 풍경은 사실적이라고 하더라도 관찰에 의한 묘사가 아니라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영상을 현재 시점에서 재구성한 풍경이다. 서경화된 심상이다.
*. "석양에 단근질한 하늘"이라는 표현은, 새벽 1시와 2시 사이의 풍경을 점묘하는 이 작품의 국면과는 시간상의 거리가 너무 먼 사물 현상(석양)이라는 점이다.
*. 까마귀가 "깍 깍 까악" 주검을 쪼아댄다는 표현도 무리가 있다. 통상적으로 까마귀도 그 시간에는 잠들어 울지 않기 때문이다.
*. 다른 시구의 정황과 어울리기 어려운 이 시구가 전체의 구조를 파괴한다. 다른 시구가 서경적 요소인 데 비해, 그 구절만은 관념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2. 심상적 구조와 시점
*. 심상적 구조의 작품 세계는 그 성격상 주관적 묘사의 형태를 가진다.
*. 사실적인 국면으로부터 심리적인 국면으로의 점진적인 이동은 작품 속의 연상 세계를 마치 사실적인 세계처럼 감각하게 하는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 주관적이고 무리한 연상 구조는 작품을 생경하게 한다. '내 얼굴에 자꾸 돋아나는' 그것은 내가 숨기고 싶은 치부이지만, 작품에서는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하다. 그런 의도일 경우에, 고통 세균 배반 화려 참혹과 같은 막연한 관념보다는 치부다운 관념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고 하는 행위조차도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야 그 치부가 극적으로 드러난다.
*. 연상이 이룩하는 시적 공간, 즉 묘파된 정황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少年>(윤동주)에서는 그 감각적 인식이 놀아울 정도로 신선하다. 그 신선함은 사물과 현상을 깊고 날카롭게 감지하는 인식의 깊이로부터 나온다. 그런 인식, 즉 "가만히 하늘을 드려다보려면 눈섭에 파란 물감이 든다"라든지,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든다"라든지, "손금에는 파란 강물이 흐르고" 그 강물 위에 "순이의 얼골이 어린다"든지 하는, 우리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연상 구조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 어려운 말로 장식되고 추상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무지와 무능 때문에 죽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극히 사적인 고백이다.
*. 특히 습작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사로운 일을 장식적이고 현학적인 말로 미화하는 형태로 시를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읽고 싶어하고 또 언어 예술인 시가 요구하는 것은 사담(私談)도 사담적인 내용을 어려운 말로 미화하는 솜씨도 아닌 시적 인식이다. 시적 인식이란 그 양상이 어떻든 누구나 듣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고 깨닫고 싶어하는 세계에 대한 새롭고도 구체적인 깨달음이다. 언어로 표현하기 이전에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그렇기 때문에 시인의 표현 행위의 결과로 현실적으로 비로소 존재하게 된 그리고 형상화된 세계이다.
*. 관념 용어의 남발, 무분별한 과장법의 사용은 자신의 의식 세계를 바라볼 정신적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3. 서사적 구주와 시점
서사물(敍事物)이란 그 어느 쪽도 다른 한쪽의 필수 전제이거나 당연한 귀결이 아닌 최소한 두 개의 현실 또는 허구의 사건 및 상황들을, 하나의 시간 연속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 서사적 구조의 시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 속의 서사는 어디까지나 서사 구조의 시적 수용이라는 형태이다. 즉 사실적인 또는 극적인 인식을 강조하기 위한, 사건 및 상황이 있는 국면(aspect)의 기술적인 수용이다.
4. 시점의 가치
작품 속의 시점은 한 사람의 시인이 대상을 구조화하는 일정한 체계이고, 그 체계는 시적 구조의 일관성 유기성 통일성을 유지해주는 역동적인 틀이므로, 시점의 혼란은 시적 대상, 시적 국면을 흐리게 하고 이해의 통로를 가로막는다. 그러므로 시를 창작하는 사람은 유의해두어야 할 문제이다. |
|
시적 진술
|
1. 시적 진술과 설명
*. 시적 진술 - 시적 묘사와 더불어 시적 언술의 특징을 드러내는 큰 두 갈래 중의 하나로 구분하는 것인데, 외형상 드러난 모양으로는 독백이다. 그러나 이 독백은 의미있는 깨달음을 바닥에 깔고 있어 정서적 호소력이 큰 표현이다.
*. 시적 묘사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회화적인 방향으로 가시화하고, 시적 진술은 독백의 양상으로 가청화한다. 시적 진술은 시각적 인식과 맞닿아 있는 묘사와는 달리 청각을 통한 설득과 깊은 관련을 지니고 있다.
2. 진술의 특성
A) 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 이상, <家庭>
B)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 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 김수영, <꽃잎>
*. A), B)의 인용에서 B)의 마지막 두 행을 제외하면 두 인용구들 속에는 묘사성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에서는 이와 같은 표현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까, 시적 묘사가 가시적 제시적 감각적이라면 시적 진술은 가청적 고백적 해석적 성향이다.
*. A)를 얼핏 보면 설명 같다. 그러나 "문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 안쪽에 문고리가 잠겨서가 아니라 '생활' 때문이다. 이때의 안(가정)의 '생활'은 귀가를 망설이게 하고, 함부로 얼굴을 안에 내놓기가 두려운 어떤 결핍(그리고 그 결핍으로 형성된 '문' 안의 결핍까지 합친)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므로 그곳에는 이미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활은 없는 상태이다. 이런 '생활'을 안에 가지고 있는 문을 열려고 하는 것도, 문을 잠근(잠기지 않은 문을 의식상으로 잠겨 있다고 느끼는) 것도 화자인 나이다. 이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암만잡아다녀도"는 '잡아당기기조차 두려운'의 반어적 표현이다.
*. 가청적 고백적 해석적인 시적 진술은 관찰을 통한 감지라기보다 관조를 통한 감지 쪽이다.
3. 진술의 종류
시적 진술 - 독백적 진술, 권유적 진술, 해석적 진술. *. 독백적 진술 : 스스로가 시적 대상이 되어 반성하고 기원하는 형태 *. 권유적 진술 : 자기의 주장을 불특정 개인 또는 다수에게 적극 동조를 요청하는 형태 *. 해석적 진술 :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해석과 비판의 형태
가. 독백적 진술
*. 진술형의 시에서는 주관적 심리학에 속하는 해석적 오류를 범할 소지가 많다. 뿐만 아니라 이런 해석적 오류 혹은 주관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씌어진 좋지 못한 시가 또한 많다. 시적 진술은, 그러므로 묘사 못지않게, 우리들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상투적인 의미 체계에 새로운 충격을 줄 수 있는 깨달음을 동반하는 표현이어야 한다. 나. 권유적 진술
*. 권유적 진술 : 자기 반성이 있은 다음, 그 반성의 기초 위에서 행해지기 마련이지만 자기 반성적 지향보다는 제3자의 각성을 요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다. 해석적 진술
-- 일정한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의미 탐구이다. 그러니까 대상에 대한 해석 형태의 진술이다.
- - 일정한 대상에 대한 시인 나름의 깨달음을 명시적으로 들려주는 형태를 띠고 있다. 명시적으로 드러난 깨달음 하나하나는 "눈물"에 대한 새로운 의미로 나타나고, 그 새로운 의미 하나하나는 시인의 세계(사물과 관념으로 어우러진)에 대한 해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라. 넋두리와 독백적 진술
진술형의 작품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유형 중의 하나는 넋두리 형태의 표현이다. 독백적 진술을 잘못 이해한, 자기 심정의 적나라한 표현이 그것이다.
*. 엘리어트 曰, "시는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도피" *. 자각과 반성으로 점철된 새로운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마. 피상적 주장과 권유적 진술
*. 난삽한 표현 -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의 주장을 성급하게 남 앞에 내보이고 싶은 과시욕에 있다. 주어진 문제를 탐구하기보다 주어진 문제를 이용하여 자기를 앞세우고 싶은 욕망의 결과이다. 치열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세계를 단순한 주장이 아닌 깨달음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 진술형의 시는 장식적 수사를 많이 동원하여 청중을 설득하려는 연설문이나, 자극적 수사를 펼쳐 청중을 유인하려는 선전문과는 다르다. 시는 어디까지나 절제된 언어로 된 세계이다. 시가 비유와 상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도 절제된 언어로 세계를 인식하려는 양식상의 미덕을 기초로 하고 있는 탓이다.
바. 자기 중심적 사고와 해석적 진술
*. 이 "공허한 상념의 줄다리기" 상태를 시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작품을 쓰는 사람 스스로가 "지금 나는 시를 쓰고 있다"라는 바른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시를 쓰고 있다"는 의식은 공허한 상념의 줄다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는 깊은 반성 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사. 진술과 묘사의 어울림
*. 진술형의 시에도 묘사가 사용된다. 시적 진술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에 서경적 요소나 서사적 요소가 필요할 때나 또는 대상을 구체화하여 들려주고 싶을 때는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