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보다 값진 70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생계비로 생활하는 어려운 처지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한 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생활하다 2월 14일 84세의 나이로 숨진 박순례(아녜스.광주대교구 함평본당) 할머니는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고 떠났다. 전남 함평군 대동면사무소에 따르면 박할머니가 2월초 면사무소를 찾아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쌀을 사줘라”는 부탁과 함께 700여만원이 입금된 통장과 목도장을 맡겼다는 것이다. 박할머니는 매월 정부에서 지원받는 생활비 26만9000원을 아끼고 평소 폐품 수집 등 잡일을 해서 이 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에도 난방비를 아끼려고 보일러를 약하게 틀면서 한푼두푼 모았다.
박할머니는 지난 해에도 20년 전 세상을 뜬 남편이 남겨준 논 600평(시가 1800만원)을 “불우 이웃에 써달라”며 함평본당에 맡겼다. 또 이전에도 마을회관과 정자 건립비로 8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홀로사는 노인들에게 요구르트를 전달해온 공무원 김종학씨는 “할머니는 아끼는 것이 몸에 밴 분이셨다”며 “건강검진을 위해 집에 방문하면 감이라도 따서 손에 쥐어주실 정도로 정이 많은 분이셨다”고 기억했다.
마을 이장 이남오(베네딕토)씨는 “할머니는 지역과 어려운 사람을 위해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평생 외롭게 사셨지만 고인의 사랑과 봉사 정신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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