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유산 답사기] 통도사 ②
▲성보박물관
부도원을 지나면 성보박물관이다. 문화유산 답사기행의 첫머리는 항상 박물관이어야 한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크게 4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1층에 통도사 역사실과 기증 유물실이 있고, 2층에는 불교 회화실과 기획 전시실이 있다.
<통도사영산전>
지난해 답사 회원들과 통도사를 찾았을 때 박물관 안내를 맡아준 분이 한정호 학예연구원이다. 불교 회화실에서 여러 종류의 탱화에 대한 해설을 들은 인연으로 통도사를 방문할 때마다 찾아간다. 성보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귀중한 전시회가 있었다.
하늘과 맞닿은 불교 왕국 티벳의 불상과 경전, 불구, 민속, 다양한 복식 등이 전시되어, 오랜만에 우리나라 불교 문화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박물관 현관에 들어서면 중앙 현관에 온화한 미소의 큰 괘불탱(掛佛幀) 이 걸려있다. 석가모니불을 보신(報身)으로 표현한 불화로서 좌우 성중(聖衆: 극락세계에 있는 모든 보살)들을 생략하고 보살형의 단독상을 화면중심에 크게 배치한 가장 간략한 구도를 취하고 있다.
<영산전 내부의 다보탑 벽화>
한정호 학예연구원은 『상호는 자비원만하며, 보관에는 화불(化佛)을 모시고 손은 두손을 들어올려 설법인을 취하면서 연화가지를 들어 삼처전심(三處傳心:마음을 가르쳐 대번에 부처가 되게하는 禪法) 가운데 염화미소(拈化微笑: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함 )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괘불탱 앞 중앙에 큰원으로 되어있는 만다라(우주의 본질 또는 생명의 진수가 가득한 원형의 바퀴를 뜻함)를 가리켰다. 『티벳에서 온 스님 다섯분이 다섯달 동안 꼬박 모래를 채색해서 제작했는데 지극한 불심과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 작품』이라고도 했다.
성보박물관을 나오니 해는 중천에 떠있고 통도사로 들어가는 삼성 반월교 와 일주문에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전나무 아래 쉼터 한송정에 앉아 차림표에 없는 커피를 마음씨 좋아 보이는 보살에게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한잔 부탁했다. 산중 절집에서 즐기는 커피맛 또한 호젓한 답사길에 느낄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통도사 일주문>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향 너머로 창문이 비켜선 자리에 분홍빛 꽃봉오리를 소담스럽게 내린 듬직한 배롱나무와 일주문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자연석 돌판을 깔아놓은 길 바닥의 돌색깔들이 이슬비로 인해 뚜렷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일주문(一柱門)
사찰로 들어서는 산문(山門)중 첫번째 문에 해당하는 일주문은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데서 유래된 말이다. 한 줄로 된 것은 일심(一心)을 상징하는 것으로, 일심으로 부처나 진리를 생각하며 문을 들어서라는 의미가 아닐까.
<통도사일주문>
일주문에는 또 모든 것을 부처님의 품안으로 포용한다는 의미에서 문턱 이 없다. 일주문 편액(扁額)의 「靈鷲山 通度寺」는 대원군(大院君)의 글씨이다.
일주문 옆에는 억겁(億劫)의 세월을 보내고 수명을 다한 느티나무 뿌리 가 고생으로 얼룩진 고향집 어머니 손등처럼 거친 모습을 내밀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전나무 사이로 반듯한 돌길을 따라 천왕문 앞에 이르면 사람들의 발길에 닳아 반들반들해진 문턱을 만난다.
천왕문을 비켜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극락전 후면에 「피안의 세계로 간다」는 빛바랜 벽화 반야용선이다.
<반야용선도>
극락전 옆에는 소리로써 불음(佛音)을 전파 한다는 대종(大鐘) 홍고(弘鼓) 운판(雲版) 목어(木魚)가 있는 범종각이 만세루와 영산전 삼층석탑을 옆에 두고 서 있다.
절집 답사에서 아름다움으로 꼽히는 것은 새벽 3시와 저녁 6시30분 삼라 만상을 깨우는 듯한 예불 전에 시작하는 범종각 사물(四物)의 장엄하고 웅장한 소리를 감상해 보는 것이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일법진리(一法眞理)로 통하는 제3의문 불이문 (不二門)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문안으로 눈길을 보내면 취서산 자락과 기와 지붕 끝을 살짝 들어올린 대웅전 처마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한폭의 산수화가 되어 불이문 안으로 들어온다.
/심재근(옛그늘 문화유산답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