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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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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서커스다.
서커스를 구경하고 있다고 치자. 지금 세계 최고의 ‘시르크 뒤 솔레이유(태양의 서커스단)’에 버금가는 멋진 공중 그네 연기가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공중 3회전 묘기에 온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쯤, 우연이 공연장 바닥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당연히 있는 줄 알았는데 바닥에는 안전그물이 없다. 공중에서 묘기를 펼치고 있는 곡예사들의 바로 밑은 딱딱한 맨 바닥이다. 만약 공중에서 손을 놓쳐 떨어지기라고 한다면? 연기자들은 그대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과 만나게 된다. 그 다음은 말 안 해도 뻔한 거고...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반응은? 1. 와우! 안전장치 없이 공중 그네를? 스릴 만점인데!... 만약 당신이 1번이 아니라 2번을 선택했다면 당신은 진보 스타일! 혹은 2번을 선택한 그 누군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는 현재 ‘‘종북 좌파’ 혹은 ‘빨갱이 시키’라는 말을 들으며 살 확률이 매우 높다’ 하겠다. 아크로바트들의 ‘인권’ 혹은 ‘복지’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음으로... 다시 한 번 서커스장을 떠 올려 보자. 서커스장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그리고 그네 위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곡예사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 그들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바닥에 설치해 놓은 안전장치는 바로 ‘사회적 안전망’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이라고 하는 서커스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위험성을 안고 살아간다. 가끔은 스스로 공중 그네를 놔버리기도 하지만, 떨어지는 자들의 대부분은 실수로 그렇게 된다. 아니, 적어도 의도하지는 않는다. 바로 그 때, 다시 말해 사람들이 그네의 손잡이를 놓으려 하거나, 혹은 놓쳤을 때, 그 순간 작동하는 것이 바로 ‘안전그물’ 즉 ‘사회적 안전망’이다. ‘문명국일수록 이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고... 이젠 말하기조차 싫다. 말해도 너~무 많이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제 상식적인, 너무나 상식적인 사실이 돼버렸다(잘 주목해 주시길... 난 분명히 ‘선진국’이 아니라 ‘문명국’이라 했다).
사회적 안전망 없는 대한민국 MB정권 5년 동안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그네를 놓쳐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23명이 고귀한 목숨을 스스로 끊은 쌍용자동차의 해고 노동자들이, 업무 때문에 입은 재해로 인해 백혈병으로 죽었지만 그 어디에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 없는 삼성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재능교육 노동자들이, 노동자를 자르기 위해 회사를 폐업하고 바로 다시 근처에 회사를 차리는 사장님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힘없는 콜텍의 노동자들이, 제발 자르지만 말아달라고 파업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엄청난 손해배상 청구에 짓눌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 땅의 힘없는 정규직들이, 받은 월급이 너무 적어 굶어 죽게 생겼는데도 잘릴까봐 찍소리도 못하는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분명 직원인데, 서류상으로는 넌 사장이라며 부자 사장님들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노동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 땅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생활고에 지쳐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열심히(?) 자살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궈낸 한 때 산업화의 주역들이었던 이 땅의 어르신들이, 정리해고로 실직하고 어렵게 차린 가게마저도 대기업의 사업 다각화, 과다경쟁으로 인한 수입감소 때문에 폐업의 위기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구제역에 FTA에 절망하는 농민들이, 하우스 푸어, 에듀 푸어, 늘어나는 홈리스들이... 등록금에 비정규직에 신음하는, 너희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니까 군대도 가고 맡은바 책임을 다하라고 강요받지만, 정작 필요한 도움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88만원 세대들이, 교육이란 오로지 친구와 경쟁하는 것 밖에 받아보지 못해, 경쟁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을 인생의 루저라 생각하고 고층건물에서 뛰어 내리는, 아직 채 펴보지도 못한 이 땅의 청소년들이... 수백년 살아온 평화로운 마을을 지켜달라는 절규를 몽둥이로 다스리고 서로 이간질 시켜, 부모 자식간에도 왕래를 끊어 버린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의 순박한 아니 순박했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한 옥살이까지 감내해야 했던 용산의 철거민들이... 서민들이, 농민들이, 어민들이. 국민들이 곳곳에서 마치 늦은 가을 낙엽잎처럼 우수수, 우수수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2년 성탄절을 지나는 대한민국은...
201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25일(화) 성탄절 오후 “그토록 아픈 기다림은 평화를 낳으리니(사 57:17-21)”라는 이사야 57장의 말씀을 주제로 ‘2012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가 열렸다. 고난함께, 향린교회,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기독여민회, 정의평화기독인연대,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등이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위원장 진광수 목사)’를 구성하여 열린 이번 성탄예배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예배로 기획했다. 추운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약 6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다. 실제로는 더 넘는 것 같았는데... 600명 이상은, 더는 셀 수가 없었다는...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인파로 거리는 차고 넘쳤다. 예배는 ‘성문밖교회’ 어린 천사들의 아기자기한 노래와 율동, ‘한국기독교청년학생연합회’회원들의 파워풀한 문화공연으로 시작됐다. 홍승권 집사(향린교회)의 사회로 진행된 성탄 예배는 김수정 간사(새벽이슬)의 기도, 강정마을 강동균 회장과 쌍용차 김동욱 대외협력부장의 증언, ‘고난함께’ 진광수 목사의 설교, 성찬예식(집례 정태효 목사,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에 이어 문대골 목사(기독교평화연구소장)의 축도로 마쳤다.
진광수 목사는 눅 2:8-14절 말씀을 본문으로 ‘그토록 아픈 기다림은 평화를 낳으리니’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아기 예수의 나심을 가장 먼저 들은 별 볼일 없는 목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본문으로 감동이 있고 은혜가 넘치는 설교였다. 설교의 감동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추위를 잊게는 못했지만, 추위와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믿음을 준 설교’ 되겠다. 진목사는 설교를 통해 ‘들에서 밤을 세던 별 볼일 없는 목동들에게 하나님의 천사가 찾아와 그들에게 제일 먼저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면서 ‘함께 살기 위해 차가운 거리에서 지내고 있는 노동자들과 거리의 예배자들에게 주님의 기쁜 소식이 임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성찬의 예식에 참여했으며 오늘 예배 중에 걷힌 헌금은 전액 농성중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뒷바라지에 쓰여진다.
예배를 마치고
평택 쌍용차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사무국장과 식사를 하다 이야기가 나왔다. 유럽(어느 나란지는 기억을 못하셨음)의 기자가 인터뷰를 왔다. 하는 말이 ‘왜 한국의 노동자들은 해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가?(자기 나라는 정리해고가 참 쉽다고...)’라고 물었단다. 왜 한국의 노동자들은 유럽의 노동자들에 비해 해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유럽과 한국의 ‘사회적 안전망’의 차이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해고는 곧 죽음이다. 회사에서 잘리면 금방 재취업이 되거나, 혹은 전직을 위한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활이 보장되거나... 하는 장치들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한국의 노동자들은 그렇게 해고에 민감한 것이다. 빨갱이 이기 때문이 아니라 말이다.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등록금, 실업급여, 비정규직 철폐, 국가 정책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협의 같은 것들이 바로 이 사회를 떠 받치고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적 안전그물’이 얼마나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지가 그 사회의 문명화 지수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는 거다. 몇일 전 다음 아고라에서 '노인복지폐지 청원'의 글이 논란이 되었다. 요지는 주로 새누리당에 투표한 노년층이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이고 공산당정책이라고 비판하니, 노인들에게 선별적 복지를 적용해 가령 모든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던 지하철 무임승차를 폐지하고 정말 가난한 노인들에게만 선별적으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것. 정서적으로는 매우 거북했지만, 논리적으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 되겠다.(분명하게 말하지만 난 정서적으로는 매우 거북하다고 말했다. 분명히...)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것. 바로 그게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거다. 국가로부터, 타인이 낸 세금으로부터 삶의 존엄성(교통, 의료, 에너지, 교육, 상하수도 등)을 보장받는 것. 그거 있어야 된다는 것이고, 또 그거 주장하는 사람들 절대 '종북좌파'가 아니라, 남들보다 심성이 더 착하니까 그러는 거다. 조사해봐라. 내 말이 사실이다. 노인들도 지하철 공짜로 타고, 대학생들도 등록금 반만 내고, 고등학교까지 학교에서 무상으로 밥먹고... 회사에서 안짤리고, 짤려도 금방 재취업되고... 그러자는데 '종북 좌파'란 소릴 들으니 하도 억울해서 하는 소리일게다. 제발 손가락 말고 달을 보시길... 성탄과 세밑이다. 대한민국의 별 볼일 없는 이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이란 과연 뭘까? 열심히 일해 최소한 먹고 살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구원의 기쁜 소식이라고... 난 그렇게 믿는다. 엄청나게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마음만은 뜨겁게 달구었던 ‘2012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진광수 목사의 설교 말씀처럼 더 이상 이런 거리의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는 제대로 기쁜 성탄절을 기다려본다. P. S. 1. 같은 대한민국에 살면서도 이렇게도 사람들이 이웃의 고통에 대하여 무감각한 이유는 자신은 무대위의 서커스를 펼치는 곡예사가 아니라 편안한 객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는 '먹고 살만한 관객'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허위의식(social false consciousness)되겠다. 그런데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남들이 뭘 하는 걸 구경만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1%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우리는 모두 지금 열심히 공중 3회전 돌기를 하고 있는 중이란 거... 그러므로 추락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2.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박근혜 당선인이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수석 대변인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야당 후보자들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극우논객이다.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들이 일제히 박 당선자의 인선을 두고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그럴 꺼’라고 예상 못했던 바도 아니고, 또 인사야 대통령 당선인의 고유권한이니 못 마땅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그걸 꼭 크리스마스 이브에 발표했었어야 했나.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가 탄생하신 날 말이다. 성탄절에 하던 전쟁까지 멈췄다는 영국과 독일의 이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발표만이라도 성탄절 이후로 미루는 '종교적 문화 감수성'. 난 그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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