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제게 정말 꿈같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단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남은 하루 전체가 벅찬 감동으로 물들었달까요.
지인 찬스로 서울시향에서 매년 여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화창한 봄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도착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
서울시향, 국내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공연인만큼 보통 R석을 예매하려면 지갑을 꽤나 열어야 하는 부담이 있죠.
하지만 이 콘서트는 다릅니다.
시민들을 향해 문턱을 확 낮춘 가격에, 전혀 손색없는 완벽한 실력으로 무장한 그야말로 '선물'과도 같은 공연이거든요.
시민들을 위해 문턱을 낮춘 착한 가격! 기획사 할인까지 받아 R석을 무려 2만 1천 원에 관람했습니다.
1. 편견을 넘어선 해맑은 미소, 두 명의 특별한 퍼커니스트
이번 공연이 유독 특별했던 이유는 서울시향의 특별단원으로 위촉된 유용연(마림바), 박병준(비브라폰) 두 퍼커니스트의 입단 기념 협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용연 님은 2015년 전국장애인 콩쿠르 클래식 부문 대상을 받으며 리듬감과 서정성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을 받아왔고, 박병준 님은 포항 및 부산음악협회 콩쿠르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당당히 경쟁해 입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분이죠.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 지휘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며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하는 등, 이 사회의 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해 온 분입니다.
이번 공연 인터뷰에서도 그의 진심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츠베덴 감독님의 정학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는 이러했습니다.
여기 시향 단원들은 모두 하나같이 영웅들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가 만든 장벽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해주는 이 특별 단원들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제겐 더 소중합니다.
사실 저는 두 사람의 협연보다 2부에 나올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더 기대하고 왔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의 이 말씀을 듣고, 이 자리의 진정한 의미를 제가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잔뜩 긴장해 얼어있던 제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 건 다름 아닌 두 협연자였습니다.
정말 해맑고 경계 없는 미소로 총총 무대로 뛰어들어와 관객을 향해 인사하는데, 그 순수한 모습에 제 마음이 활짝 열려버렸습니다.
그 인사에 객석의 굳은 얼굴들이 환해지고, 밝은 미소와 뜨거운 박수로 화답하던 그 따뜻한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린 두 영웅, 유용연 & 박병준 퍼커니스트. 두 분의 미소에 객석도 환해졌습니다.
시종일관 츠베덴 지휘자는 두 협연자에게 세심하게 신호를 주며 호흡을 맞춰갔습니다.
두 분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타악기의 영롱한 울림도, 빠른 패시지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주었죠.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이 최고였습니다.
두 사람의 소리가 온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가 전체적인 볼륨을 낮춰주었는데, 그 소리가 마치 낮게 깔린 부드러운 융단처럼 포근하게 들렸습니다.
2. 운명을 향한 돌진,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1부 무대가 끝나고 차이콥스키 5번이 연주되었습니다.
강렬한 1악장의 사운드는 앞선 협연에서 숨죽이고 절제하던 오케스트라의 모습과 완벽한 대비를 이루며 객석을 압도했습니다.
'운명'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그 강렬함이란!
제가 가장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론 조마조마했던 부분은 2악장이었습니다.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선율이 등장하거든요.
호른 주자의 막중한 부담과 최고의 실력이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하죠.
2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금관 파트에 대한 편견과 잦은 실수(일명 삑사리)를 목격했던 경험 탓에 묘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날 수석 호른 주자는 이 선율을 무척 안정적으로 연주해 주었습니다.
특유의 금빛 찬란한 유려함에 있어서는 아주 약간의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약하고 쉽게 상처받는 인간의 내면에 점차 강한 투지가 깃드는 그 과정의 서문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해 주어 정말 좋았습니다.
츠베덴 감독님과 함께! (프로그램 북 인증샷) 교향곡 5번의 벅찬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압권은 3악장 왈츠였습니다. 츠베덴 감독님의 지휘만 봐도 사운드의 말랑거림이 시각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 오케스트라가 울렁울렁 춤추는 듯한 왈츠가 그 어느 때보다 생동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와...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죠.
4악장의 강렬한 피날레와 함께 1~4악장을 관통하는 '운명을 향한 저항'의 서사가 완성되며 저항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3. 모두가 하나 된 축제, 앙코르와 커튼콜
감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관객 모두에게 친숙한 앙코르곡이 연주되었거든요.
지휘자의 재치 있는 유도에 따라 청중들이 마치 타악기 연주자가 된 것처럼 다 함께 박수를 치며 하나가 되는 무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주는 유쾌한 선물 같았죠.
츠베덴 감독님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두 일으켜 세워 인사시킬 때면, 늘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와 연대가 느껴져 커튼콜은 언제나 제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오늘도 그 소중한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이토록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무엇보다 좋은 봄날 잊지 못할 감동의 선물을 안겨준 얍 판 츠베덴 감독님과 서울시향, 그리고 두 명의 멋진 퍼커니스트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서울시향
#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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