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0장 15절
(잘못 번역된 본문 고쳐 읽기)
사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결코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개정개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고”
한글 번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받들다’는 부분이다. 국어사전에서 ‘받들다’는 동사는 세 가지 뜻을 가진다.
① 부모님을 받들다: 공경하여 모시다, 또는 소중히 여기다.
② 교리를 받들다: 가르침이나 명령, 의도 따위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속으로 따르다.
③ 잔을 받들다: 물건의 밑을 받쳐 올려 들다.
아마도 이 셋 중 ②번이 본문에 가깝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상한 것이 하나님의 나라는 가르침이나 명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헬라어 원문에서 ‘받들다’에 해당하는 단어는 데코마이(δεχομαι; receive, accept, take)이다. 그래서 다른 한글이나 영어 번역본은 대부분 이를 ‘받아들이다’로 번역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도대체 ‘나라’ (kingdom)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나라’에 대한 헬라어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나라를 영토(territory)와 같은 장소적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나 헬라어에서 나라에 해당하는 바실레이아(βασιλεια; kingdom, kingship, royal power or rule)는 영토 외에 통치와 지배의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누가복음 19장 12절이다: “이르시되, 어떤 귀인이 왕위를 받아가지고 오려고 먼 나라로 갈 때에.” 여기서 왕위(王位)가 바로 바실레이아이다. 이것을 장소적 개념으로 이해하면 문장이 난해해진다. 이처럼 바실레이아가 영토적 개념이 아닌 용도가 쓰인 경우는 신약성경에서 허다하다.
오늘 본문 마가복음 10장 15절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 혹은 왕국을 ‘받들다’가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혹은 통치를 ‘받아들이다’는 뜻으로 번역해야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게 되는 것이다.
나라(바실레이아)를 하나님의 주권 및 통치로 이해할 때, 하나님의 나라는 꼭 죽어서 가는 저 세상이 아니라, 이미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초림과 함께 시작된 것이다(마 12:28; 눅 11 20; 17:20-21; 참고, 마 6:10, “[당신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하나님의 나라는 천상적이며 동시에 지상적인 것이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오늘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 오늘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살면서, 그리스도께서 오심으로 말미암아 이미 이 땅에 시작된 하나님의 나라를 마음껏 향유(享有)하시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바실레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