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3박 4일 여행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로 인식되는 나라는 바로 일본이 아닐까! 정년퇴임을 전후하여 두 차례 일본문화를 접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일본 최남단 큐슈 지방의 온천체험(2001)이었고 두 번째는 「느티나무」회원들과의 일본 고도(古都) 4개 도시 역사탐방(2007)이었다. 그런데 올 추석 집에 들른 아들이‘일본 홋카이도 3박4일짜리 여행 예약을 해놨으니 준비를 하라’고 한다. 최근 여행 마니아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는 홋카이도(북해도) 지역이라 무척 반갑다. 하지만 솔직히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미 불혹(不惑)의 나이가 된 아들이 아직도 독신으로 지내기 때문이다. 제 딴에는 취향에 맞는 일 하면서 혼자 지내니 심간이 너무 편하다고 말은 하지만 부모 심정이야 어찌 그런가! 아무튼 우리 부부는 아들과 함께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훗카이도에서 3박 4일간 일본의 새 문화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
◐첫 날/2017. 10. 17.(화)
홋카이도 여행의 중심 삿포로
일본은 4개의 큰 섬(혼슈, 큐슈, 시코큐, 홋카이도)으로 구성된 도서국가라는 사실은 이미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가 본주 혼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지만(일본 국토의 약 23%) 인구는 내가 몸담고 있는 인천보다 많은 550만(일본 전인구의 4%)에 불과하다. 따라서 홋카이도는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철에는 맑은 공기와 물이 지천이고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와서 눈 축제에다가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온천이 많아 일본인은 물론 타국의 관광객들이 항상 넘쳐나는 곳이라는 사실을 이 번 탐방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밖에도 홋카이도 원주민은 「아니누 족」이나 에도시대 이후 일본인들의 다량 유입으로 지금은 극소수 남아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홋카이도 탐방 첫날 인천국제공항을 이륙(14:20)한 아시아나 항공기는 2시간 40여분 만에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17:00) 하였다. 최근 연이은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 때문일까? 생각보다 입국심사가 철저하다. 얼굴 및 양 손 검지 확인 촬영까지 한다. 공항을 빠져나온 23명의 일행은 일본 관광버스에 승차하여 50여분 만에 홋카이도 도청 소재지로 문화, 경제, 산업,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홋카이도의 중심이 되는 도시 삿포로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우선 호텔 인근에 있는 식당에 서 이 곳 유명 메뉴인 〈게 요리 +샤브샤브〉를 맛보았다. 게는 무한 리필이나 냉장 보관한 탓인지 차고 맛이 짜다. 그리고 귀이개 같은 것으로 빼먹는데 먹기가 무척 불편하다. 오히려 얇게 켠 육류(쇠고기&돼지고기)를 야채와 더불어 뜨거운 물에 익혀먹는 샤브샤브가 입에 맞는다. 평소 반주를 즐기던 습관이 있어 일본 맥주(600엔*3)를 주문하여 마셨다.
석식 후, 삿포로 최고 번화가 스스키노에 위치한 「메르큐르 삿포로」 호텔에 입실하였다. 다다미방에 침대가 2개 놓여있어 1개를 더 추가로 요청하였다. 객실(812호) 밖으로 보이는 빌딩들의 불빛이 요란한 것으로 보아 삿포로 중심지임을 절로 느끼게 한다. 짐을 풀어 정리한 후, 호텔 밖으로 나와 중심 시내를 무작정 걸으면서 눈요기를 하였다. 때마침 비가 쏟아져 곧바로 호텔로 돌아오긴 했지만,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흡사 우리나라 수도 서울 명동거리처럼 느껴졌다.
◑둘 째 날/2017. 10. 18.(수)
구 훗카이도 청사와 오오도리 공원
메르큐르 삿포로 호텔에서 1박을 하고 호텔 4층에 있는 식당에서 뷔폐식사를 하였다. 조식을 마친 일행은 본격적인 삿포로 시내 관광에 나섰다. 구 훗카이도 청사로 가는 와중에 일본의 중요한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훗카이도 시계탑을 보았다. 이 시계탑은 삿포로농업학교(북해도대학의 전신)의 연무장으로 건설(1881)되었다고 하니 100년이 훨씬 넘는 역사를 지닌 시계탑이다. 미국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시계탑은 지금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키고 있으며 내부는 자료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구 훗카이도 청사 관광을 위해 시간 절약으로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구 훗카이도 청사는 일본정부가 북해도를 개척하려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위해 지어진 청사 건축물로서 삿포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미국 메사추세츠주 의회의사당을 모델로 약 250만개의 붉은 벽돌을 이용하여 지어진(1888) 네오바르크 양식의 건물이며 1988년 지금의 위치에 복원되어 국가가 지정한 주요문화재라고 심규열 가이드는 설명한다. 내부에는 장관과 지사의 사무실, 북해도의 역사문서를 모아놓은 북해 도립문서관 그리고 기념실이 별도로 있다. 각 실마다 낭만적인 멋이 있으며 특히 아치형 천정 등이 매우 인상적이다. 일직감치 서구 문물을 수용하여 우리나라에 이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수탈하고 끝내는 미국을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의 역사적 사실들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곳이다.
눈 축제로 유명한 북해도 최대 시민공원인 오오도리 공원에서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삿포로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오오도리 공원은 북해도에서 가장 넓은 공원으로 북해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공원은 도시 중심부에서 길이 1,5km 폭 65-105m로 동서로 펼쳐 저 있으며 공원의 동쪽 끝에는 90m의 전망대가 있는 TV타워가 있다. 매년 2월에 눈 축제가 개최되는데 아마츄어 자가들의 눈과 얼음으로 만든 수많은 조각 작품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공원 요소요소에는 각종 기념물들이 설치되어 있으며, 특히 애연가를 위한 끽연실도 눈에 띈다.
중식이 임박하여 삿포로의 대형 쇼핑몰인 「삿포로 팩토리」를 방문하였다. 4개의 건물이 통로로 이어져 있으며 건물마다 다른 테마를 가진 쇼핑몰이다. 겨울이 길고 눈도 많이 내리기 때문에 야외를 이동하는 것보다 실내의 시설을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겨울철 삿포로에서 쇼핑을 원하는 손님이라면 이 곳 삿포로 팩도리를 추천한다고 한다.
본래는 맥주공장 자리였지만 대형 쇼핑몰로 탈바꿈한 현재는 맥주공장의 흔적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 곳에서 인솔 여행참여자 각자에게 1천 엔권 삿포로 팩토리 밀크폰이 주어졌는데, 각자 취향에 맞는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일본라면을 택했다. 국수에 육류, 해물, 야체 등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간 탓인지 제법 맛이 좋고 먹을 만 하다.
오오도리공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일본 사카키(술)을 반주삼아 먹으니 뱃속이 한결 편하다. 점심식사를 마친 여행 일행은 오후 관광을 위해 일본에서 가장 깊다는 호수를 보기위해 「시코츠호」로 이동하였다.
1시간 20여 분만에 도착한 시코츠호는 약 4만 년 전 화산분출로 형성된 호수로 둘레 40km, 수심 360m의 일본에서 두 번 째 큰 호수라고 한다. 맑고 투명한 호수 주위로 산책로가 놓여있어 호수라기보다는 바닷가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이 곳에서 북해도에서 가장 맛이 좋다는 감자튀김의 일종인‘아게이모’를 먹어 보았다.
이어서 일본인들이 가장 중요시 하는 생활패턴 3가지는 빨래방, 의원, 온천욕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노보리베츠의 상징인 지옥계곡으로 이동하였다. 지옥을 상상하면 이곳과 같을 거라고 해서 이름 지어진 지옥계곡, 넓은 화산지대에서 밤낮 가리지 않고 쉴 사이 없이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연기를 보면 누구나 그런 상상에 빠져들 것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적갈색과 황토색으로 뒤덮인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달걀 썩는 냄새와 유사한 유황냄새가 자욱한 이 곳이 바로 노보리베츠의 상징이다. 숙박과 더불어 온천욕을 위해 들어간 곳이 바로 일명 석수정(세키스이테이)호텔이다.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온천이자 북해도 3대 온천중 하나라고 가이드는 말한다. 화실(다다미방)을 배정받은 우리 가족은 이 번 방문 처음으로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걸치고 우선 온천욕부터 하였다.
◐ 셋째 날/2017. 10. 19(목)
지다이무라 연극 관람 & 도야호수 관광
식전에 석수정 호텔주변의 늪지대를 산책하였다. 산책로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족욕탕도 있다. 석수정 호텔에서 뷔폐 식 조식 후, 넓은 부지에 「에도시대(1603~1868)」 모습을 재현한 노보리베츠 지다이무라를 방문하였다. 우리나라 요인 민속촌과 비슷한 곳이다. 고증을 통해 만들어진 목조 건축물들은 상점 및 공연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도 기모노, 난자, 등의 차림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곳에서 「에도시대」닌자들의 액션 쇼를 30여 분 간 관람하고 일본 사무리이가 살던 대 저택을 둘러보았다. 주로 일본도(칼)에 대한 전시물이 많다. 이 날 중식은 지다이무라 정문 앞에 있는 식당에서 노브리베츠 시대의 명물인 도리무시 우동(일명,닭짐 우동)을 시식하였다. 국물과 국수로 이루어진 일반 우동과는 달리 나무로 만든 찜통에 닭고기와 우동, 익힌 체소를 소스에 찍어먹는 웰빙 특식이라 그런지 맛이 좋다. 점심식사 후, 1943년 우수산 화산활동(일명, 쇼오신잔 활화산)으로 유명해진 도야호수에 도착하여 유람선을 탔다. 도야호수는 홋카이도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지역으로 2007년 G8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지역으로 우수산 케이블 카, 쇼와신산, 사이로 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다.
얼마동안의 자유시간을 갖은 일행은 이 번 여행의 마지막 숙박을 위해 죠우잔케이 온천이 위치하고 있는 하나모이지 호텔로 이동하여 짐을 풀었다. 이 호텔에는 두 곳에서 온천욕을 즐길 스 있는데, 한 곳은 남·녀가 사용하는 날이 별도로 정해 있어 아쉽게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호텔에서 두 번 온천욕을 즐겼다.
◑네 째 날/2017./ 10. 20(금)
오타루 운하와 공방거리 탐방
하나모이지 호텔 주변에도 죠잔케이 료칸의 온천마을 산책로가 있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가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 호텔에서 조식 후, 마지막 관광도시 「오타루」로 가는 와중에 (주)하나관광에서 직영하는 연세점에서 쇼핑을 하였다. 두 외손자(하경 & 선우)선물 그리고 딸네 요리용 칼을 구입하느라 남은 엔화를 거의 소진하였다.
「오타루」에 도착하여 스시 전문식당에서 이른 점심식사부터 하였다. 스시는 흰색 생선부터 먹고 붉은색의 생선으로 만든 스시는 나중에 먹는 다는 사실을 이 곳에서 처음 알았다.
오타루 운하는 1914년에 착공되어 9년 걸려 완공한 운하로 오타루의 상징 되는 장소이다.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 때문인지 운하 한편으로는 지금도 인천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의 창고들이 눈에 띈다. 오타루의 특산품으로는 유리제품이라 한다. 유리제품의 공정과정과 크리스탈로 이뤄지는 제품을 취급하는 많은 상점을 볼 수 있다. 오타루 시가의 동쪽 끝에는 가장 큰 규모의 오르골 전시장이 있다. 건물 앞에는 캐나다의 시계 직공이 손수 제작하였다는 증기 시계가 있다. 이 시계는 1시간 마다 시각을 알리면서 컴퓨터 조작에 의해 증기를 내보낸다. 아울러 15분마다 5음계의 멜로디를 연주하기도 한다.
오타루를 대표하는 오미야케 상점거리에는 커피를 주문하면 잔을 그냥 주는 곳이 있다하여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커피 잔을 챙겼다. 그리고 곧바로 일행은 귀국을 위해 신치토세 공항으로 이동했다. 18:10 삿포르 신치토센 공항을 이륙한 아시아나 항공기는 21:10 인천공항에 무사히 착륙하였다. 역시 고국 대한민국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린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이 임박하였다.
이번 홋카이도 3박4일 탐방을 통해 그동안 일본에 대해 잘 몰랐던 몇 가지 사실을 반추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행 시기가 마침 일본 중의원 선거기간이다. 특정 건물에 후보자 사진만 부착되어 있을 뿐 너무나 조용하다.
둘째, 일본 음식점에서는 반찬(김치, 양념)은 리플이 안 된다.(음식 쓰레기 절감 때문)
셋째 일본인들은 우리보다 소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차량 들 대부분이 경차이다.
넷째, 일본 주부들은 자녀교육에 있어 기본 생활 준칙 중 친절교육에 가장 신경을 쓴다.
*신조어 -‘오아시스’(가이드 소개)
오: 오하이요고자이마스(아침인사)
아: 아리카도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시: 시레이츠시마스(실례했습니다)
스: 스미마센(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
다섯, 일본 어느 곳(길, 공원, 화장실)을 가던지 너무나 청결하다.(위반 시 벌과금이 엄청남)
여섯, 일본은 국내와 달리 전압이 100v이다.(전자제품 이용 시 반드시 100v용 플러그 지참 요)
일곱 번 째, 대부분의 일본 온천은 남·녀탕이 구분되어 있으므로 온천욕 시 별도 수영복이 필요 없다. 또 입욕 전에는 반드시 샤워기로 몸을 적시고 들어가야 한다.
여덟 번 째, 일본에서도 대형버스 탑승 시 탑승객 전원의 안전벨트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끝으로, 어디를 가든지 중국 요우커들이 많다. (우리나라를 찿던 요우커들이 사드 파동으로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