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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슨이 상용화한 이래 전기의 상징이 된 백열 전구
전기는 우리 생활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반면 전기 관리를 조금이라도 잘못하거나 부주의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전기 안전에 대한 교육도 받지만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멀티탭’이다.
▲ 강원전자 NETmate 6구 개별접지 Safe 멀티탭
멀티탭은 콘센트 확장이 가능해 여러 개의 전기용품을 꽂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지만, 분명히 한계는 존재한다. 이 한계를 넘어섰을 때는 운이 좋을 경우 전기가 차단되는 것으로 끝나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화재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로 인한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무서운(?) 멀티탭이란 존재와 동고동락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지난 8월 14일 멀티 탭으로 인한 화재 기사
<출처 : 소방방재신문>
하지만 이런 멀티탭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단지 여러 개의 플러그를 꽂을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멀티탭을 고를 때는 무엇보다 스펙을 잘 따져가며 골라야 한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 멀티탭을 고를 때 알아두면 유용한 용어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복잡한 수식과 용어들이 난무하지만, 명심에 명심을 더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힘쓰자는 것이 목표다.
쉽지만, 어려운 허용 전류(정격전류)의 존재
▲ 멀티탭 상품리스트에서 볼 수 있는 허용(정격) 전류
멀티탭을 구매하려 상품리스트에 들어가 보면 정격전류라는 항목이 보인다. 정격 전류는 허용 전류라고도 하며 말 그대로 멀티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류량의 최대한도를 뜻한다. 문자 그대로의 뜻은 이해하기 쉬우나 깊이 들어가면 멘탈이 붕괴되기 일쑤다.
▲ 허용 전류량은 대부분 멀티 탭 뒷면에 표기되어 있다
허용 전류는 전선에 전기가 흐를 때 생기는 저항에 의해 열이 발생할 때 이를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이를 넘어가면 발열이 커지면서 화재로 이어지고 만다. 그리고 허용 전류량 이하로 사용하는 전류를 ‘안전 전류’라 부르며 멀티탭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안전 전류 범위 내에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 중인 가정용 멀티탭의 대부분은 10/15/16/20A 등의 허용 전류량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허용 전류량이 높은 멀티탭일수록 더 많은 가전 기기 또는 소비전력이 높은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멀티탭에 연결할 수 있는 가전 기기의 소비전력을 계산하려면 다음과 같은 공식을 적용하면 된다.
소비전력(W) = 전압(V) x 전류(A) * 역률
우리나라는 220V를 사용하므로 전압은 변동이 없다. 그러니 전류량만 계산하면 된다. 예를 들어 허용 전류가 10A인 멀티탭은 220V * 10A = 2,200W가 된다. 2,200W라고 하면 생각보다 크다 착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역률은 실제로 걸리는 전압과 전류의 효율 치로 최대가 1이니 최대 소비전력을 측정하는 데는 따지지 않아도 무방하다.)
이 말인즉슨 10A짜리 멀티탭은 수량에 상관없이 순간 최대 소비전력 2,200W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며 1개 제품의 소비전력이 2,200W 또는 10A라면 그 이상은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곱하기만 하면 되니 집에 있는 멀티탭을 몽땅 가져다가 확인을 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6인용 전기 밥솥의 소비전력)
또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위 사진처럼 주방에 있는 6인용 전기밥솥의 소비전력은 1,090W/5.0A이다. 따라서 10A 멀티탭에는 이런 전기밥솥 2개가 최대치라고 보면 된다. 이보다 더 많은 소비전력을 사용하는 냉장고, 에어컨, 전열기, 전기 오븐 등의 가전제품은 이 전기밥솥과 함께 멀티탭에 연결하지 않거나 허용 전류가 16A 또는 20A 수준의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모든 전기 용품에는 소비전력과 전류가 표기되어 있으니 멀티탭에 연결 전 꼭 확인해야 한다. 쉽게 넘어갈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선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 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멀티 탭 연결 사용에 대한 질문 예시
포털 사이트에 가보면 1개의 멀티탭에 여러 개의 멀티탭을 연결하면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보는 질문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위 사진과 함께 올라온 질문은 이런 상황에서 4구형 멀티탭에 추가로 밥솥, 에어컨, 휴대폰 충전기 2개를 더 연결해 사용해도 되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에어컨의 냉방 운전 전류량과 밥솥의 전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겠지만 이론상 가능은 하다. 단, 이것도 처음 6구형 멀티탭의 허용전류가 16A는 되어야 하고 4구 멀티탭도 15A 이상이 되어야만 안전하다.
▲ 네이버 지식인에 나오는 전설의 멀티탭 구조도
이런 식의 구성은 허용 전류량때문에 위험하다!!!
그나마 위 질문자의 수준은 양호한 편이다. 일반 사무실에서는 벽면 콘센트 한 개에 멀티탭을 연결하고 다시 거기에서 계속 멀티탭을 연결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한다. 만약 일반 사무용 PC에 모니터 1대 정도라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으나 한겨울 개별난방을 위해 전열기를 연결한다면 십중팔구는 해당 콘센트에 연결된 모든 라인의 전기가 차단될 것이다.
▲ 에어컨용 멀티탭은 상품리스트에서 따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멀티탭에 멀티탭을 연속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기를 많이 먹는 에어컨이나 겨울철 온열기기는 가급적 단일 멀티탭에 연결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접지? 아쓰? 그라운드? GND?
▲ 낙뢰 피해를 막기 위한 피뢰침도 접지의 일종이다
다음은 접지 이야기다. 접지(earth)란 단어는 익히 들어 봤을 것이다. 전류는 전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성질이 있다. 접지는 전위가 0에 가까운 땅으로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을 말하며, 요즘 웬만한 아파트나 주택은 대부분이 접지 공사가 다 되어 있다. 접지하지 않으면 전기가 사람 몸으로 흐르면서 감전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필수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PC나 전기용품을 만졌을 때 찌릿찌릿하거나 살짝 문질렀을 때 무엇인가 ‘드드드드’’ 하는 느낌이 있다면 이는 누전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스피커에서 아무런 음원을 틀지 않았는데도 츠~ 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심하다면 이 역시 누전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보이스 채팅을 하며 게임을 하다가 누전이 심한 집 유저가 들어오면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보다 전위가 더 낮은 어딘가로 전기를 흘려보내면 되는데, 그 어딘가가 바로 ‘땅’이다. 그래서 접지를 영어로 ‘earth’라 하는 것이다. 접지를 해주려면 콘센트와 플러그 모두에 접지 핀이 있어야 한다.
▲ 접지(좌)와 무접지(우) 플러그
예를 들어 위 사진에 나오는 플러그 두 개를 살펴보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러그다. 접지형과 무접지형을 비교해 보면 딱 한 군데에서 차이가 있다. 바로 접지핀의 유무이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플러그 하단에 금속제 접지핀이 있나 없나 유무만 따지면 된다.
▲ 접지형 멀티 탭
그리고 멀티탭에도 접지형과 무접지형이 있다. 이것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접지형 멀티탭은 이렇게 양옆에 금속 판이 대칭되어 붙어 있다. 그래서 플러그를 어느 방향으로 꽂더라도 상관없이 접지된다. 요즘은 접지 기능이 없는 멀티탭 찾기가 더 힘들지만, 간혹 할인 마트 등에서는 접지 없는 제품을 싼 가격에 팔기도 하니 이런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안전을 위해서인데 돈 몇 푼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전선도 나름 중요하거든요! 케이블 옆을 유심히 보자!
멀티탭을 사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전제품의 짧은 전원 케이블 길이를 늘여 쓰기 위함도 있다. 콘센트와의 거리가 멀어 중간 매개체로 사용하려는 목적이 많은데 주로 사무실이나 상가 등에서 이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전선’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전선은 전기가 흐르는 통로이다. 그리고 전기가 흐르는 곳은 ‘저항’이 발생하고 저항이 발생한다는 것은 곧 ‘발열’과 ‘손실’을 뜻한다. 전기 저항은 전선의 재질, 길이, 두께(단면적), 온도, 모양, 주파수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도선의 저항치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다.
저항값(Ω)= 비저항 * (길이(m))/(단면적(seq))
여기에서 비저항은 재질, 온도에 따른 고유 저항값으로, 일반적인 구리 동선의 고유 저항값은 0.0178 μΩㆍm(0도 기준)이다. 그리고 단면적과 길이를 넣고 계산하면 저항값을 계산할 수 있다. 이 공식에 따르면 저항은 전선의 길이가 길어지면 커지고 단면적이 커지면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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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의 단면적은 위와 같은 형태로 표기되어 있다
위 사진과 같이 똑같은 길이에 단면적이 1.0㎟과 1.5㎟인 두 전선의 저항값 차이는 1.5㎟ 전선이 약 3분의 2 수준으로 더 낮다. 따라서 전선 길이에 따른 저항값 상승은 단면적, 즉 굵기로 상쇄해야 하므로 "길이가 긴 케이블의 저항값을 유지하려면 굵기도 따라서 굵어져야 한다"는 명제에 도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멀티 탭을 고를 때 전선의 스펙도 봐야 하는데,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길이와 단면적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판매 중인 가정/사무용 멀티 탭의 전선 단면적은 1.0㎟ 또는 1.5㎟가 많으므로 전류량이 큰 제품을 사야 한다면 단면적도 1.5㎟ 이상으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너스! 과부하 차단 여부를 체크하자!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항상 사고는 나기 마련이다. 요즘 멀티탭은 최소 내부에 유리관 퓨즈를 사용해 과부하가 걸릴 경우 이를 차단해 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퓨즈 내장형 제품은 교체하기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요즘은 과부하 차단 스위치를 제공하는 제품이 많다.
▲ 과부하 차단 스위치가 있으면 안전하고 편리하다
이런 과부하 차단 스위치도 멀티 탭 전체 전원을 차단하는 것과 개별 콘센트 별로 차단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런 차단 스위치가 있다고 해서 모든 멀티 탭이 과부하 차단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부하 차단 기능 없이 스위치가 있는 것은 단순히 대기전력을 차단하기 위한 스위치일 뿐 과부하 시 전력을 끊어주는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과부하 차단 기능 유무를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하자. 별것 아닌 기능처럼 보이지만 몇 천원 때문에 엄청난 재산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전기는 조심하면 조심할수록 좋다! 멀티탭도 전기용품이다!
멀티탭은 전기용품이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안전성과 각종 규격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급적 좋은 것으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돈 주고 사기엔 아까워하는데 오히려 일반 가전제품보다 더 신경 써서 골라야 하는 것이 바로 멀티탭이다.
멀티탭을 구매할 때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딱 3가지만 보면 된다.
1. 허용전류는 얼마나 되는가?
2. 과부하 차단 기능은 있는가?
3. 접지 기능이 있는가?
그리고 하나의 멀티탭에 또 다른 멀티탭을 문어발처럼 연결해 사용하지 말것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기는 단독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PC도 마찬가지이다. 가급적 PC 본체 + 모니터 + 스피커 정도만 하나의 멀티탭에 사용하고 기타 에어컨, 전열기 등은 따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이 만수무강에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몇 구짜리 멀티탭인지만 보고 샀다면 이제부터는 연결할 가전 기기의 허용 전류량이나 과부하 차단 기능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입하기 바란다.
기획, 편집 / 정도일 doil@danawa.com
글, 사진 / 유민우 news@danawa.com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3&listSeq=3437412&page=1#csidx51ef36f388c413bab512f69398d6a9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