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성 산우회 (마니산 심설산행 2010.1.9) 김만곤회장의 힘
TV자막엔 계속 내일이 영하16도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것이라는 예보다.
내일 군성강화도 마니산 산행준비를 위해 방한옷이며 방한장비 등을 꺼내 놓고 걱정
스레 TV자막을 바라보고 있으니 때만 기다리고 있던 작은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내일이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데!”하며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큰딸이 가만 있을소냐?
“아빠! 내일 바람도 엄청 세게 분데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는 넘을 거래”하며 거드니
여태껏 내눈치만 보고 있던 마누라가 작심한 듯
“너희 아빠 그런다고 안 갈 양반이냐? 가고 싶을 때 실컷 가시도록 놔 둬라!” 하며 불만을
토한다
일요일 아침은, 집을 나서는 시간에 관계없이 항상 너무 이르고 바쁘다. 마누라가 끓여준
동태국에 밥을 말아 후다닥 한 그릇 해치우고 큰딸이 건네주는 정액권 전철카드를 집어
들고 “조심해서 다녀 오라”는 마누라의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서니 어둑어둑한 적막에
볼 끝을 스치는 차가움이 칼날 같다.
신사역에서 만난 장석표전임회장과 출발지에 도착하니 신임 김철호회장님 언제나 생글
방글인 장향숙총무님 이하 집행부께서 반가이 맞아준다. 반갑다
출발시간이 임박하자 항상 침착한 장향숙 총무가 분주히 뒤차로 갔다 왔다 바쁘다.. 일기
예보에 겁을 먹은 동문들이 많이 불참했다면서 “버스 두대로 편하게 가는 것보다 한대로
오붓하게 갑시다 게안치 예?” 한다. 덕분(?)에 쫄깃쫄깃한 떡을 두 개씩이나 받고 김밥도
많이 남았다며 떨이를 외친다.
우리동기는 김만곤회장. 장석표 전임회장. 장재경 전임군성산우회 회장을 비롯, 김상수
변종일 정우식 허동화 그리고 나 박윤시 총 8명이다, 우리15회가 제일 많이 나왔다. 다들
하나같이 김만곤회장 아니었으면 안 나왔다며 마나님들의 강력한 제지와 엄포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만곤회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왔단다. 신임 김만곤회장의 위력이 세긴 세다.
출발이다. 언제나 어김없는 정시 출발이다. 오늘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머리를 꾸벅이는
동문이 없다. 김철호 군성산우회 회장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서재룡 산행대장의 산행
안내가 이어진다.
오늘 서울 최저기온 영하 16.7도, 몇 십 년만의 최저기온이라는 안내에서부터 시작 강풍을
동반한 서해안의 바닷바람으로 마니산 정상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체감온도가 될 것
이라며 따라서 단 몇 분도 정상에 있을 수 없다는 안내와 함께 점심은 건너 뛴다는 비보가
안내되고, 특히 정상 칼 바위 능선은 눈이 많이 쌓여 잘못 미끄러지면 5~6미터 절벽으로
그냥 떨어지니 조심하라는 안내까지 모두가 무시무시하다
“아이고 내가 왜 왔던가?” 체감온도 영하 몇 십 도의 백두대간의 함백산, 대관령, 대청봉도
마다 않았던 내 가슴이 졸아 들며 눈 앞이 캄캄해진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생고생하려고
내가 왔던가? 후회막급이다.
어쨌던 버스는 출발했고 하얗게 얼어붙은 희미한 차창 밖으로 강 건너 응봉산에 눈이 하얗고
한강이 꽁꽁 얼어 붙었다. 그래도 눈을 보면 언제나 즐겁고 얼음을 보면 항상 신난다. 어릴
적 동구 밖 좁다란 도랑에서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던 기억이며, 팽이를 치던 기억이
아스라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렇게 고르게 잘 언 한강에서라면 소나무로 만든 팽이라도
한번도 안 죽이고 여의도까지는 충분히 가겠고, 철사로 날을 만든 앉은뱅이 스케이트라도
오늘 가는 강화도까지 한번도 안 쉬고 갈수 있겠다. 귓가에 팽이 소리가 휘잉~ 휘잉~,
스케이트 내닫는 소리가 쉬잉~쉬잉~ 거린다.
추운 날씨 덕에 강화도가 금방이다. 마니산 정수사 입구에 내리니 9시 반이다.
한겨울 바닷바람이 거짓말같이 잠잠하고, 아침햇살이 구름 사이로 보스름 비친다. 눈앞에
펑퍼짐 보이는 나지막한 산에는 눈이 반쯤이나 녹았고 질서 없이 자란 잡목이 정겨운 내
고향 경산 진량 마곡리의 앞산같이 포근하다.
금방 출발이다 정수사 1km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군성이 출발한다. 군성이 나아가는 길을
누가 막을 소냐? 눈길이 막을 소냐 혹한이 막을 소냐?
하얗게 쌓인 눈길 옆으로 잘 자란 소나무가 늘 푸르름을 자랑하고 야트막한 비탈에는 꿀밤
나무가 우뚝우뚝하다. 저 멀리 산허리에 아침햇살을 받은 잡목이 따스하다.
淨水寺다.
뒤따르던 장석표회장이
“맑은 물’이라는 절이네, 섬에 맑은 물이니 명당이네”하며 나름대로 풀이를 한다.
서재룡 산행대장의 소개에 의하면 淨水寺는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천년 사찰이라고 하며
특히 대웅보전의 꽃 창살문은 국보라고 하며 다른 사찰의 꽃창살문과 달리 통판에 새겨
만들어졌다고 한다.
와! 기통차게 아름답다. 하나의 큰 통 판에 돋을 새김을 한 문양이다. 그림이나 조각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정말 아름답다. 자세히 보니 배가 볼록하고 입이 동그랗게 나팔
꽃같이 벌어진 청자, S라인을 가진, 백청이 줄무늬로 이어진 백청자, 몸통이 통통한
황금빛 자기에, 자주빛 연꽃과 푸른 연 잎을 꽂아놓은 화분이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이다. 마니산 정상, 참성단이 1.7km다. 생각했던 것
보다 가깝다. 1.7km면 식은 죽 먹기다.
목도리 입 마개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선두로 오르려던 김상수동기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실망이나 한 듯
“1.7키로밖에 안되네 그거 밖에 안되나?” 하며 허탈하게 웃는다.
누가 먼저고 뒤랄 것도 없이 뒷동산을 오르듯 가볍게 오른다. 터득 뽀드득, 터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리듬을 타며 경쾌하다.
그래도 산은 산이고 겨울은 겨울이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호기롭던
목소리가 어느새 가쁜 숨소리로 바뀐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더디어 저 위에 고개능선이 보이고 왼편으로 더 높은 산 봉우리가 보인다. 다 왔구나
저 봉우리가 마니산이로구나! 단숨에 오르니 이정표가 보인다. 다 왔겠지, 0.7km 정도
남았겠지? 하며 보는데….아니!!?? 이건?? 첨성단 1.6km. 정수사 0.4km다 다시 봐도
참성단 1.6km 정수사 0.4km다. 아니 기를 쓰고 올라 왔는데 기껏 0.1km밖에 못 올라
왔단 말인가? 그러면 남은 1.6km는? 16km란 말인가?
변종일 사장이 기가 차는지
“그라마 우리가 얼마를 왔다는 기고?”하며 어이가 없어 하니, 그 옆에 있던 허동화 사장 왈
“산에서는 등고선을 따라 재던지, 실제 걸음걸이로 재든지 해야 하는데, 이 친구들 직선
거리로 쟀구먼!”하더니 “옛날 박통 때 말이야 산불 얼마 이상 내면 군수 모가지 내 놔야
하잖아? 그러니까 군수들 보고 어떻게 하는 줄 알아? 지도 보고 직선거리로 보고하는 거야,
그것도 줄여서….실제론 그 열배 스무배로 보면 돼!” 하며 씁쓸히 웃는다.
저 아래 김만곤회장이 자라같이 고개를 빼 내고 땅만 내려다보며 올라온다 하얀 입김을
황소같이 내뿜으며 힘겹게 올라온다.
누군가 “이제 초입입니더” 하며 앞선다. 다시 출발이다.
흐트러졌던 군성이 꿈틀거리며 다시 움직인다. 오를수록 산이 가팔라지고 바위 위에 쌓인
눈이 높아진다. 볼을 때리는 찬 기운이 매섭다. 방한복을 자크를 끝까지 올리고 덧 모자도
당겨 덮어쓴다. 앞선 군성이 저 앞에 보이고 뒤를 이은 군성이 꼬리를 문다.
참선단 1km를 지나 조그만 봉우리에 이르니 파란하늘 아래 깎아 새운듯한 칼 바위 능선이
만리장성같이 꾸불꾸불 뻗어있고 우뚝우뚝 솟은 봉우리가 저 멀리 보인다. 말로만 듣던
본격적인 칼 바위 능선이다. 서재룡 산행대장의 말이 엄포가 아니다. 능선따라 오르고
바위틈 사이를 오르고 나무계단 타고 오르고 미끄럼 타며 내리며, 군성이 내어 민 손을 잡
고 내리고 군성이 끌어주는 손을 잡고 오른다.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오른다. 바위 집고 오르고 나무잡고 내리고 ………….. .
드디어 마니산 정상이다.
군성인의 소리 없는 함성에 마니산정상의 햇살이 따스하고 서해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김만곤회장의 방한모에 하얀 김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백산 장재경회장의 하안 털모자
사이로 삐쳐 나온 백발이 마니산정상의 햐안 눈발에 휘날린다. 되돌아 보니 지나온
능선이 꾸불텅 용 등같이 휘어져 있고 잡목 사이로 저 아래 바둑판같이 반듯반듯 잘
정돈된 강화 들이 보이고 그 끝에는 얼음에 덮인 강화 바다가 하얀 눈을 덮어쓴 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반짝인다.
누군가가 여기가 정상은 정상이지만 참선당은 저 앞 능선이라며 일러준다.
잠시 폼 한번 잡아보고 아쉬운 듯 휘 한번 둘려보고 다시 참선당으로 향하니 이번에는
금방 정상이다. 울퉁불퉁한 바위 틈 사이에 마니산 472.1m란 푯말이 세워져 있다.
봉우리 건너 참선단이 보인다. 보호 중이라 못 간단다. 안내문을 보니 참선단은 단군
할아버지께서 이곳 마니산에 돌을 쌓아 하늘에 재사를 지내던 곳이라 마니산은 우리
나라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에 위치하며 서해에서 가장 놓은 산이라는 설명이다.
몇 년 전에 한 번 와 봤지만 기억이 가뭄가물 하다. 까만 돌로 쌓은 재단이 어디서 본
듯한 고구려 장군묘 같다.
그 사이 벌써 장재경회장은 막걸리를 꺼내 기울이고 누군가가 발렌타인을 내어 돌리니
변종일 사장은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다. 누군가가
“정상이 이렇게 좋은데 바람 한 점 없이 날씨도 이렇게 좋은데, 말은 못하지만 이렇게
좋은데…산행대장이 막걸리는커녕 점심도 못 가져오게 했으니 엄포도 보통엄포가
아니었어!” 하니 옆에 있던 장향숙 총무가 “난 가지고 갈수 있으면 가지고 가라고
했어” 하며 발뺌하듯 생글생글 웃는다.
오가는 술잔 속에 우정이 오가고 맞대보는 술잔에 우정이 넘친다. 장미보다 붉은 장갑에
장미보다 붉은 입 마개를 하고 장미보다 볼그스럼 예쁜 얼굴을 한 강병희여성회장이
“나도 끼입시더”하며 분위기를 잡으니 오가는 군성이 한잔씩 들이키고 가고, 지나가던
길손도 기웃거리다 한잔 들이키고 간다. 금방 막걸리가 동이 난다. 왠 지나던 마음씨
어여쁜 아가씨가 흥에 겨워 막걸리 한 병을 주고 가니 무상급주가 낯선 몇 사람에게 더
이어진다. 그 사이 변종일 사장의 라면이 다 익었다. 라면국물이 꿀맛이고 라면이
든든한 보약이다.
막걸리를 들이키던 정석표회장이 술잔을 내려 놓으며
“와! 오늘 김만곤회장한테 전화 한고 안 오려고 했는데….마누라가 하도 못 가게 해서
말이야…. 안 왔으면 후회 할뻔했어”하며 김회장을 쳐다보니 김회장 대꾸 왈
“니 뭐라카노 나도 장석표 니 한테 전화만하고 안 올라켔다. 책임 때문에 왔다 아이가!”
하며 퀄퀄 괄괄 함박웃음이 귀밑까지 찢어진다.
역시 산이라면 백산아닌가
“오늘 얼마나 좋노! 날씨 좋겠다 바람 없겠다 하얀 눈 밟으며.. 말 그대로 심설 산행 아이가!”
하며 산신령다운 말로 싱긋 벙긋 웃으며 결론을 내리니 그 옆에 있던 허동화 사장이
“우식아! 좋제?” 하며 좋다 싫다 말이 없는 정우식사장에게 동의를 구하니 기침으로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와! 아이래! 정말 좋다!”며 감동한다.
나무 아쉽다. 고개를 돌려 한번 더 정상을 보고 참성단을 비켜 돌아드니 어디선가 짹짹
애처로운 새 울음소리가 난다.
“짹짹! 짹짹!밥 좀 주세요! 짹짹! 밥 좀 주세요! 짹짹! 밥 좀 주세요!” 마치 내게 호소하는
듯한 애처롭다. 꼬리가 키만큼이나 긴 이름 모를 잿빛 새 한 마리가 눈 덮인 마니산정상에서
먹을 것이 없는지 소나무 가지 속에서 바르르 떨며 짹짹 거린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날아가지
않고 꼬리만 까닥인다. 무엇이라도 주려고 뒤져봐도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도움도 못된
내가 안타깝다.
내려오는 길은 급 경사 내리막이다. 아직도 ‘이 정도는 괜찮다’며 아이젠을 하지 않은
변종일 사장이 스키를 타듯 내려오다 공중으로 날았다 엉덩방아로 멋진 착지를 하고는
언제 넘어졌느냐는듯 벌떡 일어선다. “안 괜찮나? 는 친구들의 염려에 왈
“괜찮다. 이게 다 고등학교 유도시간에 배운 낙법 실력 아이가!” 하며 컬컬 컬컬 웃는다
식당으로 들어서니 구수한 찌게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벌써 군성인의 우정이 무르익는다.
한잔 두잔 주고받는 우정 속에 분위기가 고조된다. 먹음직한 홍어찜이 추가되고 동동주가
추가로 배달된다
이자리 저자리 보살피며 바쁘게 오가던 장향숙 총무가 불그레한 얼굴로 한미디 한다
“오늘 기분 참 좋십데이… 이 추운 날씨에 이렇게 많이 와 주시고, 얼마나 좋습니꺼,,,
그래서 계획에 없던 홍어찜 한번 쐈심더! 많이 잡숫고요…? 그라고 동동주는 얼마든지
리필되니까… 돈 드는 막걸리 찾지 마시고요….” 하더니 갑자기 술잔을 높이 들고는
“자 군성! 다 같이 술잔을 높이 들고 따라 하이소!” 하고는 선장을 한다
“이기 뭐꼬?.....술이가? ” 군성 따라서 “이기 뭐꼬?...... 술이가? ”
“아입니더!” “아입니더!”
“그럼 뭐꼬?” “그럼 뭐꼬?”
“정입니더!” “정입니더!”
정말 멋진 구호다
오늘도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장향숙 총무님 20회 회장기수님들 산행대장님들 준비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육태균 총장님도 고생 많았고요 선배님들 정말 멋졌고요 후배님들 정말 수고 많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