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룡산 동릉 남쪽 사면 도는 임도
텅 빈 산 Empty mountains :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No one to be seen.
그러나 듣는다 Yet — hear —
사람소리와 메아리를 human sounds and echoes.
―――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1930 ~ )
▶ 산행일시 : 2015년 2월 21일(토), 흐림, 함박눈
▶ 산행인원 : 10명(버들, 모닥불, 악수, 대간거사, 상고대, 해피, 해마, 자유, 도~자,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2.1㎞
▶ 산행시간 : 8시간
▶ 교 통 편 : 상봉역에서 경춘선 타고 남춘천역에서 우의정 음식점 봉고차로 고은리 들머리
와 날머리를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28 – 상봉역 출발
08 : 47 – 남춘천역
09 : 08 –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古隱里) 새버덩, 산행시작
09 : 50 – 잣나무숲 지나 주등로 진입, 이정표(고은리 1.8㎞, 대룡산 1.6㎞)
10 : 32 – 임도
10 : 42 ~ 11 : 47 – 대룡산(大龍山, △899.3m), 점심
12 : 47 – 대룡산 동릉, 776m봉
13 : 00 – 잣나무숲
13 : 40 – 727m봉, Y자 능선 분기
14 : 10 - 대룡산 동릉 남쪽 사면 도는 임도
15 : 00 – 임도 버리고 생사면 오름
15 : 45 – 주릉마루
16 : 04 – 다시 대룡산 정상
17 : 08 – 고은리 곰실 주차장, 산행종료
1. 대룡산 정상에서
오늘 산행은 설날 연휴 귀경 인파의 교통정체에 휩쓸릴라 전철로 오갈 수 있는 춘천 쪽으로 간
다. 대룡산. 그 정상이야 그간 오지산행에서만도 수차례 올랐지만 상고대 님이 하루 누빌만한
또 다른 코스를 만들어 냈다. 수일 전부터 오늘 오후께에 비 온다고 예보하였으나 일기는 우리
산행에 묘미와 정취를 돋울 양념에 불과할 뿐이다.
태풍 루사와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할 때는 모처럼 정색한 산행이었다며 전철 경춘선에서 닭병
에 걸린 듯 꾸벅꾸벅 졸면서도 그때를 회고한다. 강촌역 지나자 등산화 끈 조이며 산행 채비한
다. 남춘천역에 내리고 우의정 음식점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장님이 운전한다. 연고 없이
춘천역에서 봉고차를 대절할라치면 들머리 날머리 픽업에 8만원은 주어야 한다.
서울은 비 온다고 한다. 비가 예상보다 빠른 북상이다. 우리 태운 봉고차는 양옥들이 들어선
새버덩 마을 한복판 공터에 멈춘다. 조경석 쌓은 양옥 담 내려 밭두렁 지나고 개울을 건넌다.
검둥이 개 한 마리가 우리 산행을 안내하려고 앞장서려는데 주인이 얼른 가서 끌어안아 말린
다. 깊은 개울의 층층 빙폭을 구경하고 산비탈 오른다.
등산에도 왕도가 없는 줄 번연히 알지만 하필 등고선이 촘촘한 데를 골랐다. 엄청 가파르다.
인적 없는 생사면이다. 낙엽 밑은 얼음이라 미끄럽기까지 하다. 비틀거리며 씩씩대는 거친 숨
으로 분사하는 입김이 마치 안개가 이는 것 같다. 성긴 잡목은 고사하지 않았는지 일일이 확인
하여 붙든다. 대룡산까지 완급의 차이가 있을 뿐 줄곧 오름길이다.
오르막 가파름이 수그러드는 소나무숲 아래 이장한 공터에 이르러 숨 돌릴 겸 잠시 휴식한다.
버들 님이 어제 직접 쑤어서 만들었다는 도토리묵을 내놓는다. 식탐이 동하여 탁주를 입산주
로는 과하게 마신다. 이래저래 어렵게 가는 산이 되고 만다. 예전에 교통호였을까? 들락날락하
며 오른다. 아름드리 소나무숲 지나고 잣나무숲에 들어선다.
무수한 열주의 잣나무숲이 볼만하다. 잣의 채취보다는 경관이나 재목을 위한 숲이 아닐까 한
다. 그 낙엽이 깔린 사면 또한 푹신푹신한 게 탄력이 있어 걷기 아주 좋다. 잣나무숲 벗어나고
고은리에서 대룡산 오르는 주등로와 만난다. 대로다. 곳곳에 평벤치 놓인 쉼터가 있다. 그러거
나 말거나 오지산행의 맹장과 신예들은 설원인 좌우사면을 막 누비며 오지로 간다.
진눈깨비처럼 흩날리던 눈발이 사선 긋는 눈보라로 몰아친다. 저 아래 눈밭에서 에헤라디야
하는 연호가 들리지만 나와 몇몇은 얌전하게 주등로 따라 오른다. 샘터 갈림길에서도 다수는
샘터 위쪽 생사면을 오른다. 주등로는 빙판이라 갓길 눈밭 골라 걷는다. 긴 오르막 계단 길은
임도(군사도로)와 만나고, 임도 건너 주릉마루의 소로를 간다.
눈보라 멎을 때는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대룡산 정상에도 함박눈이 내린다. 데크전망대
에서의 전망은 다 가렸다. 한참 기다려서 희미한 금병산, 안마산, 봉의산, 명봉을 겨우 알아본
다. 후미 오기 기다리며 동고비와 수작한다. 동고비 한 마리가 우리 인기척에 날아오더니 마카
롱 과자부스러기를 놓아두자 맛보고는 곧바로 가족들을 데리고 온다.
점심 먹을 장소로는 눈 가릴 데크전망대 아래가 명당이다. 널찍하거니와 널이 깔렸다. 이만한
명당이 또 없겠다 싶어 이른 점심밥 먹는다. 밖은 함박눈이 내린다. 이런 때 라면과 식후 커피
는 산중 정취에 썩 잘 어울린다.
2. 들머리인 새버덩에서 바라본 금병산
3. 개울 건너 산속으로, 첫걸음부터 가파르다
4.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진 틈을 타서 탁주 입산주 마심, 안주는 버들 님이 어제 직접 쑨 도토
리묵이다
5. 잣나무숲 오름길, 낙엽송 낙엽이 푹신푹신한 탄력을 느껴 걷기 좋다
6. 잣나무숲 오름길
7. 눈발 날리는 주등로 쉼터에서 잠시 휴식
8. 고은리에서 대룡산 오르는 주등로
9. 대룡산 정상은 아직 멀었다, 모닥불 님
11. 대룡산 정상 가는 길, 대룡산 정상은 저 봉우리 너머에 있다
12. 대룡산 정상에서, 상고대 님
산행궤적(1)
대룡산 동릉은 대룡산 정상에서 약간 북진한 헬기장(899m)인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
다. 내리막은 눈길이거나 빙판이다. 등로 벗어나 사면으로 가면 더 잘 미끄러진다. 제동하려고
갑자기 붙드는 나뭇가지가 놀라 부러지기 일쑤다. 알바한 건 순전히 전도 가린 눈보라 탓이다.
방향을 일찍 틀었다. 주릉에 복귀하기에는 너무 내려왔다.
바위 아래 가파른 설사면을 오금 저리며 대 트래버스 한다. 서로 조심하시라는 주문(注文)이
주문(呪文)이다. 주릉마루에 들고 뚝뚝 떨어진다. 내리막에서는 넘어지고 오르막에서는 엎어
진다. 776m봉이 당찬 암봉이다. 왼쪽 사면으로 크게 돌아 오른다. 776m봉 정상은 우뚝 솟은
바위라서 대룡산의 드문 경점이겠는데 오늘은 눈보라에 가렸다.
776m봉 동쪽 내림 길은 바윗길이다. 짧은 바위 슬랩을 살짝 트래버스 하여 지나고 날등을 살
금살금 기어간다. 산행표지기가 안내하지만 눈이 덮여 있어 조심스럽다. 뚝 떨어져 내린 안부
는 잣나무숲이다. 잣나무숲에 들어 눈보라 피했다가 나지막한 봉봉을 오르고 내린다. 오늘처
럼 푹한 날은 장갑이 문제다. 잡목이라도 잡으면 눈 녹은 물이 줄줄 흘러 바로 젖어버린다. 장
갑이 몇 개라도 당해낼 수가 없다. 장갑을 벗으면 넘어지거나 엎어질 때 짚는 손바닥이 다친
다. 장갑을 물 짜내고 다시 끼곤 한다.
Y자 능선이 분기하는 727m봉에서 오른쪽 지능선을 쏟아져 내린다. 어린 잣나무숲이 눈물이
흥건하여 가시덤불숲 헤치기보다 더 까다롭다. 그리고 임도. 함박눈이 그야말로 펄펄 내린다.
가경이다. 대룡산 동릉 산허리 도는 임도가 싫지만은 않다. 임도는 녹두봉 자락 내내 보며 열
두 굽이도 더 돈다. 임도를 2.5㎞ 정도는 갔을까? 마침내 내리막을 향하는 임도 버리고 대룡산
주릉을 향한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빙벽으로 변한 생사면을 오른다. 이따금 흙이 드러나 녹
은 듯하지만 거죽만 그럴 뿐 밟으면 여지없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발판 만들어 오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된 고역이다. 이런 데서는 아이젠이 아무 소용없다. 그저 기는 것이 상책이다. 저기
가 주릉일까? 힘이 드니 헛것이 보이는가? 공제선이 뒤로 물러나기 수차례다.
아까 우리가 지나온 길은 눈으로 지워졌다. 새 길을 간다. 안개 자욱하고 바람 일어 춥다. 나뭇
가지마다 추워야 피는 꽃인 상고대 꽃망울이 움튼다. 대룡산 데크전망대 아래서 서성이다 간
다. 아이젠 찬다. 아이젠 차지 않은 사람은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라도 해야 내 보람이 날 텐데
그들이 오히려 더 잘 간다. 줄달음한다.
주등로 따라 고은리로 내린다. 주등로로 오토바이도 오가는 모양이다. 오토바이는 오지 말라
고 팻말을 달아놓았다. 안개가 여백인 대폭 묵화 감상한다. 참나무숲, 낙엽송숲, 잣나무숲, 소
나무숲을 차례로 지난다. 고은리. 봄비가 촉촉하니 내린다.
13. 우리가 준 마카롱 과자부스러기를 입에 문 동고비, 곧 가족들을 데리고 왔다. 대룡산 정상
데크 전망대에서
14. 왼쪽은 봉의산, 오른쪽 끝은 명봉
15. 가운데가 매봉
16. 대룡산 동릉, 한바탕 알바하고 트래버스 하여 주릉에 진입하였다
17. 암봉인 776m봉에서 전망
18. 암봉인 776m봉
19. 등로
20. 대룡산은 안개 속 눈보라가 몰아쳤다
21. 함박눈 내리는 임도에서 잠시 휴식
22. 녹두봉 자락
23. 하산 길
24. 하산 길
산행궤적(2)
첫댓글 함께 동행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번 산행의 사진들 모두 눅눅한 날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하산시 몽환의 숲길을 걸었지요..
최고!
저는 많이 넘어졌는데요^^,,,눈과 비와 몽환적 분위기 좋았습니다..
하산 풍경을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