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요즘 시원한
여름철 별미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냉면은 단연 대표적이다.
냉면(冷麵)의 ‘냉(冷)’은 ‘차다’
‘차게 하다’ 등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자전인
『설문해자』에서 ‘冷’은
‘차갑다’의 뜻으로,
의미를 나타내는
‘仌(얼음, 고드름)’과 소리를
나타내는 ‘令(령)’이 합쳐진
것이라고 하였다.
국어에서
‘냉-’은 ‘차가운’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여러 단어와 결합하여
파생된다.
예컨대, ‘냉면(冷麵)’ ‘냉국(冷국)’
‘냉채(冷菜)’ 외에도
일상 언어에서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냉과(冷菓)’ ‘냉잡채(冷雜菜)’
‘냉주(冷酒)’ ‘냉차(冷차)’ 등과
같은 음식명이 있다.
최근에는 라면을 차갑게 만든
‘냉라면’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흥미로운 점은 시원한 음료를
표현할 때, ‘냉수(冷水)’
‘냉커피(冷coffee)’와 같이
한자어 ‘냉-’과 결합하기도 하고,
‘시원하다’ ‘차갑다’라는
고유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어에서는 얼음을
뜻하는 한자 ‘冰(빙)’으로 표현한다.
예컨대, 냉수는 ‘冰水[빙쉐이]’,
냉커피는 ‘冰咖啡[빙카페이]’,
시원한 맥주는 ‘冰镇啤酒[빙전피지우]’
등과 같다.
현대 중국어에서 ‘冷’은 주로
‘춥다’의 뜻으로 쓰이며,
‘冰’은 ‘얼음’ ‘차갑다’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冰(빙)’은 금문에서 ‘仌’으로
그렸다.
이는 고드름이 아래로 드리운
모습에서 온 것으로, 얼음이 될 때
체적이 불어나 위로 부풀어
오른 모습을 형상화했다.
이후 얼음이 물에서 만들어짐을
강조하기 위해 ‘水(물 수)’를
더해 ‘冰’의 형태로 쓰이다가
다시 획수를 줄여
‘氷’으로 축약되었다.
『설문해자』에서 ‘冰’은
‘물이 굳어짐’의 뜻으로,
‘仌(얼음, 고드름)’과 ‘水(물)’가
합쳐진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현대 중국어에서는
본자인 ‘冰’을 쓰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氷(얼음 빙)’이 정자로 쓰여
중국과 자형을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은 모두
한자 문화권이며 지리적으로도
가깝지만,
시원한 음료라는 동일한 대상에
의미는 같지만 각각 다른 글자로
표현함을 알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별미도 먹고,
‘시원하게’ 탁 트인 풍경도 바라보고,
답답했던 일도
‘시원하게’ 해결되고,
‘시원하게’ 하하 웃으며
모든 이가 건강하게
여름을 보내기 바랍니다..
..................................
중앙선데이.
2022.7.30(토요일)
[漢字의비밀]
이선희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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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冷" ( 찰 냉) 과 "氷" (얼음 빙)
손충식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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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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