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제 식민지 역사의 피해자, 사할린 동포의 한(恨)과 귀향 (무등일보)

[이국언]

코리안 디아스포라(이산민족), 세계 소통 현장을 가다28.

일제 식민지 역사의 피해자, 사할린 동포의 한(恨)과 귀향

입력시간 : 2011. 08.04. 00:00

강제·이중징용 아픔 속 정신·물질적 고통 감내

탄광·벌목장 등에 투입…중노동 시달려

생활고에 의료전담기관 태부족 등 난제

일본 정부에 보상 촉구하는 외교 '절실'

사할린은 러시아의 연해주 동쪽과 일본의 홋카이도(北海島) 북쪽에 위치한 섬으로 현재는 러시아 영토다. 사할린의 면적은 7만8천100㎢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작고, 쿠릴 열도의 대군도(30개 섬)과 소군도(6개 섬)을 합쳐 러시아에서 유일하게 섬으로 이루어진 사할린주(州)를 구성하고 있다. 2010년 현재 인구는 약 51만명으로 대부분이 러시아인(84%)이며, 한인은 약 3만명으로 그 다음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도시로는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 시와 코르사코프 시, 홈스크 시 등이 있다.

사할린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3국 사이에 소유권 분쟁이 치열하게 진행돼 온 지역이다. 사할린은 원나라 이래 청나라때까지 중국이 통치해오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에 러시아와 일본이 이 지역의 장악을 위해 경쟁했다. 187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조약으로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일본에 주는 대신 사할린 섬을 장악했다. 1904~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1905년 포츠머스 조약으로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남사할린)을 할양받아 식민지로 건설했다가 1945년 소련의 대일참전 결과로 다시 소련의 영토가 됐다.



일제 식민지 전쟁과 강제연행

러일전쟁 승리로 남사할린을 차지한 일본은 사할린의 석탄과 목재자원의 가치를 인식하고 1910년대 초부터 일반 일본인을 대상으로 자유 이주를 권장하다가 1920년대 중반부터는 본토인 중심으로 집단이주를 실시했다. 그러다가 1930년대 말 태평양전쟁 준비로 노동력과 자원이 부족해지자 조선인으로 대체했다.

1939년부터 본격화된 조선인의 강제연행은 일본 본토 뿐만 아니라 사할린의 30여개 탄광과 벌목장, 비행장, 도로 및 철도 건설 현장에 투입됐으며, 가혹한 중노동에 시달려야만 했다.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수는 적게는 6만명에서 최대 1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일본이 아직도 그 명부 등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숫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할린으로의 강제징용된 사람들은 주로 경기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지역의 출신자들이 많았다.



이중징용, 또 다른 비극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후반부에 연합군이 태평양에서의 제공권을 장악한 이후로 일본의 수송선이 피해를 많이 입게 되면서 일본 본토로의 석탄수송이 중단됐다. 1944년 8월부터 9월사이에 일본은 남사할린의 탄광노무자들을 본토의 후쿠오카, 후쿠시마, 이바라키, 나가사키 탄광 등에 전환배치해 전쟁을 수행하고자 했다. 이것이 소위 ‘이중징용’이라고 불린다. 이중징용 이후 이들은 대부분 일본과 남사할린의 가족간의 연락이 두절됐으며, 특히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사할린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할린에 남은 가족들은 이산의 아픔과 함께 가장을 잃고 난 후의 생활고와 민족적 차별, 가정의 해체 등으로 인한 후유증 등과 같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식민지 조국의 엄연한 현실이었다.



60년만의 귀향, 그러나 또 다른 이산의 시작

1985년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소련의 교류가 진척되면서 소련의 태도가 완화되고, 1989년 한일 적십자사간 ‘사할린거주 한인지원 공동사업체 협정서’가 체결됐다. 한·일양국은 일시 모국방문과 귀국 및 정착비용은 일본이, 귀국 후 생계 및 의료비용은 한국정부가 부담하기로 합의해 사할린 동포의 본격적인 영주귀국 사업이 진행됐다.

1990년 개별적인 영주귀국이 시작됐고, 집단적 이주는 1992년 강원도 춘천 사랑의 집을 시작으로 경북 고령군의 대창양로원, 인천의 사할린동포복지회관, 안산의 고향마을 등 꿈에 그리던 고국에서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청원, 아산, 화성, 원주, 부산, 김포, 양산, 음성, 오산, 파주, 천안, 제천, 서천, 남양주 등 전국 각지에 정착했으며, 2011년 6월 현재 3천908명이 영주귀국했다.

그러나 영주귀국 사업은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사할린으로 이주 또는 사할린에서 출생한 자에 한해서만 귀국 대상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자녀들과 생이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산의 아픔을 겪고 있다. 또한 사할린 현지의 동포들 중 일부는 자녀들과의 새로운 이산가족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아 영주귀국을 포기하고 있다. 사할린 한인 단체들은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자녀동반의 영주귀국법과 가족상봉을 위한 왕복여비, 모국방문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국에서의 삶, 소외와 관심 부족

영주귀국한 사할린동포들은 정부로부터 시세보다 30~80% 저렴하게 국민임대 아파트를 제공받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거 수급권자로 지정돼 생계비를 지급받고 있고, 아파트 임대료 및 관리비 보전 명목으로 특별생계비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사할린동포들은 월 70여만원을 받아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내고 나면 40여만원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거의 여유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영주귀국자들이 고령이기 때문에 의료부분의 지원이 가장 중요한데, 아직까지 전담기관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으며, 비현실적인 의료지원정책으로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못가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사할린 한인 1세대 대다수는 오랜 세월동안 사할린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우리말이 서툴러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이웃들과 교류가 적어 낮선 환경에서 더더욱 애처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 지원 확대 필요

2005년 17대 국회에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상정됐으나 이 법안은 17대 국회가 끝나도록 해결되지 않아 결국 폐기됐다. 현재 18대 국회에서도 김영진·이윤성·이화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특별법안이 상정돼 있으나, 내년 4월 18대 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법안 제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할린동포의 대부분은 일제 식민지 역사의 피해자로, 일제에 의해 강제로 타국에 끌려가 고초를 겪게 돼 정부는 이들과 그 가족의 귀국 및 사회적응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신체적 피해와 강제저축금, 미지급 임금 등 재산적 피해를 입었는데, 그 일차적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역사·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보상 촉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글=선봉규 전남대 세계한상문화연구단 연구교수

정리=김옥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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