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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문욕례(繁文縟禮)
문(文)도 번거롭고 예(禮)도 번거롭다는 뜻으로, 규칙, 예절,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말이다.
繁 : 번거로울 번(糸/11)
文 : 글월 문(文/0)
縟 : 번거오울 욕(糸/10)
禮 : 예도 례(礻/13)
이 성어는 번거로운 관청 절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번문욕례(繁文縟禮)는 일반적으로 행정 사무를 지연시키고 행정비용을 증대시키며 관료 부패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의 역기능을 초래한다.
번문(繁文)은 번잡스러운 문장(文章) 즉 어렵고 난해하게 쓴 문장을 말하고 욕례(縟禮)는 형식을 갖추기 위하여 아니 형식만을 강조한 말이다.
특히 縟(화문놓을 욕)은 화문(花文), 즉 꽃무늬를 놓는다는 뜻으로, 뜻을 이어서 해석하면 번잡스롭고 어려운 말과 내용보다는 형식과 겉 모습에 치중한다는 말이다.
미국에서는 Red Tape이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번문욕례(繁文縟禮)라는 말로 해석 될 수 있다. Red Tape는 서류의 표지에 보기 좋게 하려고 붉은색 테이프로 마감 처리한데서 연유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행정학(行政學)의 근간이 미국에서 영향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행정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보기에는 내용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치중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논어(論語) 자연편(自然篇)
幽人淸事 總在自適 故 酒以不勸爲歡 棋以不爭爲勝 笛以無腔爲適 琴以無鉉爲高 會以不期約爲 眞率 客以不迎送爲坦夷 若一牽文泥迹 便落塵世苦海矣
은일(隱逸)의 청흥(淸興)은 유유자적(悠悠自適)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음으로써 기쁨을 삼고, 바둑(棋)은 다투지 않음으로써 이김을 삼으며, 젓대(笛)는 구멍 없음이 좋다하고, 거문고(琴)는 줄 없음을 높다 하며, 모임(會)은 기약 없음으로써 참되고, 객(客)은 마중과 배웅 없음으로써 편하다 한다. 만약 한번 번문욕례(繁文縟禮)에 사로잡히면 문득 진세고해(塵世苦海)에 떨어지리라.
번문욕례(繁文縟禮)
복잡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들은 다른 일이 닥쳤을 때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을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무시하거나 대충 처리한다.
서양 철인 세네카는 단순함의 중요성을 말했다. ‘모든 기교적인 것, 주의를 끄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단순만큼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하게 하는 것은 따로 없다.’
또 있다.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항상 단순하다. 왜냐하면 쓸데없는 일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다.
단순함을 찾는 사람에게 생각도 그러한데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繁文)과 꾸미기만 한 듯이 세세하게 보이는 예절(縟禮)은 더 거리감을 느낀다. 번잡스런 번문(煩文)이라 해도 같고 줄여서 번욕(繁縟), 번망(繁忙)으로도 쓴다.
금침이나 자리에 꽃무늬 놓는 것이 욕(縟)인데 역시 번잡하다. 꼭 이 말이 어디에서 처음 사용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중국 서주(西周)시대 왕의 직계 혈통과 동맹관계에 있던 제후 사이의 호혜적인 관계에 근거하여 복잡한 규정이 있었다고 본다.
사기(史記) 노주공(魯周公) 세가에 예가 있다. 주공의 아들 백금(伯禽)이 노(魯)땅의 봉토를 받은 지 삼년 만에 상황을 보고했다. 강태공2姜太公)은 제(齊)에 간 지 다섯 달 만에 보고했다.
주공은 정치가 쉽고 백성들에게 친근해야 따르게 된다며 앞으로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은 상례나 제례 등의 규정에 대해 ‘허례다, 지켜야 한다’며 논쟁을 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절차, 양식 등을 요구하는 관청에서의 사무가 형식적이고 너무 까다롭다고 말할 때 많이 쓴다.
민원인의 입장에선 전혀 필요하지 않을듯한데 요구하여 비용을 낭비하고 부패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근거가 있어야 하고 책임질 일이 있을 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는 간단하고 쉽게 행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한고조(漢高祖)가 통일한 뒤 약법삼장(約法三章)으로 민심을 잡았다. 법이 성기면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며 조밀하게 규정하면 되레 피라미들만 생활하기 불편해진다.
도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도 있는 것을 제정했다가 유명무실한 법은 또 얼마나 많을까.
번문욕례(繁文縟禮)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이라는 뜻으로, 관청의 절차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행정사무에서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비용을 증대시키고 관리의 부패가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성어는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들이며 무왕(武王)의 동생(同生)인 주공(周公)의 말에서 연유하며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주공이 풍읍에서 죽었으나, 아들 백금은 본래 봉토를 먼저 받았으니, 이 사람이 노공(魯公)이다.
周公卒, 子伯禽固已前受封, 是為魯公。
노공 백금이 노나라 땅을 봉토로 받고 삼 년이 지나고서야 주공에게 정치 상황을 처음으로 보고하자, 주공이 말했다. “어찌하여 이렇게 늦었느냐?”
魯公伯禽之初受封之魯, 三年而後報政周公, 周公曰:何遲也?
백금이 말했다. “그곳의 풍속을 바꾸고, 예제(禮制)를 고치고, 3년 상을 치르고 난 뒤 상복을 벗어 버리느라 늦었습니다.”
伯禽曰:變其俗, 革其禮, 喪三年然後除之, 故遲。
태공(太公; 강태공)도 제(齊)나라 땅에 봉토를 받았는데, 다섯 달이 되어서 주공에게 정치상황을 보고하자, 주공이 말했다. “어찌하여 이렇게 빠르시요?”
太公亦封於齊, 五月而報政周公, 周公曰:何疾也?
태공이 말했다. “저는 그 군신(君臣)간의 예절을 간소화하고, 그곳의 풍속에 따라서 했기 때문입니다.”
太公曰:吾簡其君臣禮, 從其俗為也。
나중에 백금이 정치상황을 늦게 보고한 것을 듣고는 한탄하며 말했다. “아! 노나라는 후세에 아마도 신하가 되어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다. 대개 정치란 간소하지 않고 쉽게 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친근하게 여기지 않는다. 정치가 평이하고 백성들에게 친근하면 백성은 귀의하게 되는 것이다.”
及後聞伯禽報政遲, 乃嘆曰:嗚呼, 魯後世其北面事齊矣! 夫政不簡不易, 民不有近. 平易近民, 民必歸之。
(史記/卷033 魯周公世家)
정치는 간단하고 쉽게 행해지지 않으면 일반백성들은 도저히 가까이 다가 갈 수 없다.
규칙(規則)과 예의(禮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번문욕예(繁文縟禮)의 정치, 그렇게 어려운 정치가 되어선 소수계층이외 일반백성은 도저히 따를 수가 없게 된다.
주공은 그래서 ‘정치가 평이하고 백성들에게 친근하면 백성은 귀의하게 되는 것이다.’라 한 것이다.
레드테이프(red tape)
불필요한 형식절차를 칭할 때 사용하는 영어 표현으로, 행정 분야 등에서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현상을 말한다. 17세기 영국에서 생겨난 용어로 영국의 관료제도와 행정편의주의를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말이다.
레드테이프라는 명칭은 당시 영국 관청에서 공문서 뭉치를 붉은 띠로 묶어둔 데서 유래한 것으로, 관청의 형식주의로 인한 각종 규제의 폐해를 빗댄 용어다.
영국은 2011년부터 2013년 4월까지 모든 국민이 나쁜 규제에 대한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대국민 온라인 신문고(참여형 규제개혁체계)인 레드테이프 첼린지(RTC : Red Tape Challenge)를 통해 과도한 규제들을 폐지해 왔다.
RTC는 농업, 소매업, 환경 등 29가지 대주제로 규제를 분류한 후 2~3주 단위로 주제를 한 가지씩 선정해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곳에서 국민들이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하면 이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되, 다만 반드시 필요한 규제일 경우 각 부처 장관들이 규제를 없애서는 안 되는 타당한 이유를 3개월 이내에 제시하도록 했다.
[참고]
중국의 모든 역사는 연회장에서 이루어졌다.
중국의 연회문화는 그 번문욕례(繁文縟禮)함이 세계 최고다. 자리 배치부터 음식 순서, 누가 먼저 젓가락을 들 것이며 언제 자리를 뜰 수 있는지까지 모두 명확한 규정이 있다.
밥, 식사를 뜻하는 반(飯)자와 바둑판, 정세, 속임수라는 뜻인 국(局)자를 조합해 연회나 회식을 판쥐(飯局)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송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사와 모략이 함께 한다는 기막힌 단어의 조화다. 송대 문인의 기지가 돋보인다. 연회와 음모가 함께한 사례는 중국 역사에 부지기수다. 우선 유명한 몇가지 고사를 살펴보자.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
두 개의 복숭아가 세 명의 용사를 죽였다는 말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명재상 안영이 경공을 모시고 있었다. 경공에게는 근심이 있었다. 진나라에 포위된 주군을 철퇴 하나로 구해낸 공손접(公孫接), 임금을 모시고 황하를 건널 때 이무기를 칼로 베어 버린 고야자(古冶子), 경공이 사냥할 때 덤벼든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전개강(田開疆), 이 세 무장들의 위세 때문이었다.
경공은 안영의 계획대로 이 삼총사 제거를 위해 성대한 연회를 베푼다. 경공은 정원에서 가장 좋은 복숭아 다섯 개를 따오게 한다.
경공과 마침 제를 방문한 초나라 왕이 하나씩 먹는다. 초나라와의 외교를 성공시킨 안영도 하나를 먹는다. 남은 복숭아는 두 개. 전개강이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며 복숭아 하나를 집었다. 고야자도 이무기를 무찌른 공을 내세워 복숭아를 차지했다.
졸지에 복숭아를 놓친 공손접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자살하고 만다. 나머 두 용사도 복숭아에 눈이 어두워졌다며 자살하고 만다. 복숭아 두 개로 세 명의 용사를 죽인 것. 이 고사의 무대는 왕이 베푼 연회장, 즉 판쥐였다.
홍문연(鴻門宴)
천하를 걸고 자웅을 겨루던 항우가 산시성 홍문에서 유방을 위해 베푼 잔치다. 음모와 살기가 가득찬 연회를 의미한다.
유방이 진(秦)을 멸하고 함곡관(函谷關)에 병사를 주둔시켰을 때의 일이다. 항우도 대군을 이끌고 홍문(鴻門)으로 진격해 왔다. 그때 항우의 진영에 유방의 부하가 찾아와 유방이 스스로를 '관중왕(關中王)'이라 칭하고 있다고 밀고했다.
이를 들은 항우는 화를 내며 유방을 치기로 결정하고 전군 총공격을 명령했다. 이때 항우 진영의 항백(項佰)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유방이 큰 그릇임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이 사실을 유방에게 알려 주고 내일 아침 일찍 항우를 찾아가 사죄하라고 일러 주었다.
항백의 충고를 들은 유방은 항우를 찾아가 그의 오해와 노여움을 가라앉혔다. 이에 기분이 좋아진 항우는 홍문에서 주연을 베풀어 유방을 위로해 주었다.
이때 항우의 책사인 범증(范增)도 함께 있었는데 그는 이 기회에 유방을 죽이지 않으면 후한이 있을 것을 걱정하여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라고 간언했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과시하던 항우는 유방과의 이야기에서 유방이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빈약한 존재라고 믿어버리고 유방을 죽일 마음이 없어졌다.
마음이 초조해진 범증은 장수 '항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왕은 지금 유방의 말장난에 넘어가고 있다. 그대가 검무를 추다 기회를 봐서 유방을 찔러 죽여야 하느니라.'
범증의 지시를 받은 항장은 연회에 참석하여 유방에게 술을 따른 후 정중하게 말했다. '진중(군부대 내)이라 변변한 대접을 못해 드려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칼춤을 추어 흥을 돋우도록 하겠습니다.'
항장은 바로 칼을 빼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를 본 항백은 유방의 목숨이 위급하다고 여겨 자신도 칼을 빼어 유방을 감싸면서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유방의 목숨이 풍전등화(風前燈火)임을 안 유방의 참모 장량(張良)은 얼른 밖으로 나가 장수 '번쾌'에게 말했다. '사태가 위급하다. 항장의 검무는 속임수다. 속마음은 패공을 죽이려는 것이다.'
번쾌는 이 말을 듣자마자 경비병을 물리치고 술자리에 뛰어들어갔다. 기세에 압도된 항우가 번쾌에 술을 따라주는 사이, 유방은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죽음의 문에서 탈출했다.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뒤쫓을 것을 간하였으나 항우는 이를 무시하였고 결국은 훗날 유방의 손에 항우가 죽는 결과를 가져왔다.
청매자주논영웅(靑梅煮酒論英雄)
삼국지연의 유비와 조조의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천하의 인물들이 담소를 하거나 시국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조조는 유비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조조는 매실이 잘 익어 유비와 한 잔 하고 싶어 불렀다며, 정자로 안내했다.
후원의 넓은 뜰에서 조조는 유비에게 술을 몇 차례 권한 뒤 물었다. “유공은 지금 이 시대의 영웅이 누구라고 생각하시오?”
유비는 애써 답을 피하려다 마지못해 원술과 원소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조조는 “대저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뱃속에 좋은 계책이 있으며, 우주의 기미를 싸 감추고, 천지의 뜻을 삼키거나 뱉는 사람이오”라며 원술, 원소 등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그들은 결코 영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현재의 영웅은 자신 조조와 유비라고 말했다. 그때 마침 비가 쏟아지며 천둥소리가 크게 일었다. 바로 그 순간 유비는 들고 있던 젓가락을 던지고는 귀를 막은 채 자리에 엎드려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초리로 유비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던 조조 또한 유비를 자기보다 못한 인물로 판단하고 유쾌하게 웃었다. 이 술자리 이야기는 이후 ‘푸른 매실로 담근 술을 마시며 영웅을 논하는 술자리’라는 고사가 됐다.
배주석병권(杯酒釋兵權)
술잔으로 병권을 박탈한다는 말이다.
송나라를 세운 태조 조광윤은 후주(後周) 정권에서 절도사로 있다가 제위에 올랐다. 즉위 후 절도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이들을 진압한 이후 조광윤은 다른 무장들을 자주 궁에 불러 주연을 베풀며 넌지시 병권을 내려놓고 은퇴할 것을 이렇게 권했다. “인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법, 진정한 즐거움은 자손들과 평생 잘 먹고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니겠소. 이제 시골로 내려가 좋은 집을 산 다음 무희들의 품에 안겨 손자들의 재롱을 보며 여생을 보내는 게 어떻겠소.”
조광윤은 그 대신 높은 관직과 후한 봉록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장수들은 모두 병을 핑계로 군대의 요직을 내놓았다. 이후 배주석병권이란 말은 정치투쟁의 현장에서 윈윈을 통한 협상술을 일컫는 말이 됐다.
화소경공루(火燒慶功樓)
명태조 주원장(朱元璋)이 개국공신들을 축하한다는 누각을 만들어 공신들을 모아놓고 불질러 죽였다는 설화다.
주원장은 황제에 오른 후 개국 공신들이 자신의 권좌를 빼앗을 까 노심초사 끝에 한가기 계책을 세우고 경공루(慶功樓)의 건축을 명한다. 경공루가 준공되던 날 성대한 연회를 열어 문무공신들을 초청했다.
한편 사람을 파견 누각 지하에 대량의 화약과 땔나무를 놓아 누각과 함께 공신들을 태워버려 후환을 없애려 했다. 주원장은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으나 당시의 재사 유백온(劉佰溫)은 낌새를 알아차렸다.
연회석상에서 유백온은 주원장의 옆자리에 앉아 황제의 곤룡포의 끝자락을 자신의 의자로 살짝 눌러 놓았다. 연회가 무르익어 참석자들이 모두 취하자 주원장이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의자가 움직여 낌새를 알아차린 유백온도 황제의 뒤를 이어 누각을 내려왔다. 과연 주원장이 떠난 직후 공신루는 불길에 휩싸였고 공신들은 모두 화마의 객이 됐다.
▶️ 繁(번성할 번, 뱃대끈 반, 흴 파, 날렵할 민)은 ❶형성문자로 緐(번)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敏(민, 번)으로 이루어졌다. 말의 갈기에 붙이는 장식(裝飾), 장식(裝飾)이 많다는 뜻에서, 전(轉)하여 많다, 성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繁자는 ‘많다’나 ‘번거롭다’, ‘복잡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繁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敏(민첩할 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繁자를 보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금문에서는 每(매양 매)자와 糸자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여자가 큰 실타래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繁자는 실타래가 매우 많고 무성하다는 의미에서 ‘무성하다’나 ‘많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해서에서는 每자가 敏자로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繁(번, 반, 파, 민)은 ①번성(繁盛)하다 ②많다, 무성(茂盛)하다 ③번거롭다, 복잡(複雜)하다 ④잦다(잇따라 자주 있다) ⑤뒤섞이다 ⑥바쁘다 ⑦대개(大槪: 대부분) ⑧풀의 이름, 그리고 ⓐ뱃대끈(마소의 배에 걸쳐 조르는 끈)(반) ⓑ말갈기(말의 목덜미에서 등까지 나는 긴 털)의 장식(裝飾)(반) 그리고 ㉠희다(파) ㉡성(姓)의 하나(파) 그리고 ㊀날렵하다(민) ㊁올빼미(올빼밋과의 새)(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무성할 무(茂)이다. 용례로는 번성하고 영화롭게 됨을 번영(繁榮), 붇고 늘어서 많이 퍼지는 것을 번식(繁殖), 일이 한창 잘 되어 발전함을 번창(繁昌), 번창하고 화려함 또는 얼굴이 높고 귀하게 될 빛이 있고 환함을 번화(繁華), 많이 일어나 퍼짐을 번무(繁茂), 몹시 바쁜 일을 번무(繁務), 번거롭고 자질구레 함을 번세(繁細), 번거로운 말을 번언(繁言), 무성한 잎을 번엽(繁葉), 많이 피어 있는 꽃을 번영(繁英), 무성한 나무 그늘을 번음(繁陰), 번거로이 바쁨과 한가함을 번한(繁閑), 번성한 형편을 번황(繁況), 많아지고 줄어짐을 번모(繁耗), 번거롭고 자질구레 함을 번용(繁氄), 번거롭게 거듭함을 번중(繁重), 무성한 나뭇가지를 번가(繁柯), 법 따위가 너무 복잡하고 엄함을 번가(繁苛), 일이 매우 잦음을 빈번(頻繁), 풀이나 나무가 무성함을 자번(滋繁), 농사일이 바쁨을 농번(農繁), 몹시 바쁨을 극번(劇繁), 넓고 크며 번거롭고 많음을 호번(浩繁), 초목이 무성함을 무번(蕪繁), 많은 것이 가지런하게 늘어 놓여 있음을 즐번(櫛繁), 문도 번거롭고 예도 번거롭다는 뜻으로 규칙과 예절과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을 번문욕례(繁文縟禮), 번성하고 화려함이 가득하다는 말을 번화성만(繁華盛滿), 번거로운 것을 버리고 간편한 것을 취한다는 말을 거번취간(去繁取簡) 등에 쓰인다.
▶️ 文(글월 문)은 ❶상형문자로 攵(문)의 본자(本字)이다. 사람 몸에 ×모양이나 心(심)자 꼴의 문신(文身)을 한 모양이다. 살갗에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물감 등으로 글씨나 그림이나 무늬를 들이는 것을 문신이라 하고, 형벌로서 하는 수도 있지만 축하(祝賀)하는 표로도 하였다. 나중에 무늬, 글자, 학문, 문화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文자는 ‘글’이나 ‘문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文자는 양팔을 크게 벌린 사람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文자의 갑골문을 보면 팔을 벌리고 있는 사람의 가슴에 어떠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몸에 새긴 ‘문신’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文자의 본래 의미는 ‘몸에 새기다’였다. 그러나 文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문서’나 ‘서적’과 같이 글을 새겨 넣은 것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文자가 이렇게 글자나 서적과 관계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糸(실 사)자를 더한 紋(무늬 문)자가 ‘무늬’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文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그래서 文(문)은 (1)문장(文章) (2)무(武)에 대하여 학문, 학예, 문학, 예술 등을 이르는 말 (3)어떤 명사 아래에 쓰이어 문서, 문장(글)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4)신발의 치수의 단위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글월, 문장(文章) ②어구(語句; 말의 마디나 구절), 글 ③글자 ④문서(文書) ⑤서적(書籍), 책 ⑥문체(文體)의 한 가지 ⑦채색(彩色), 빛깔 ⑧무늬 ⑨학문(學問)이나 예술(藝術) ⑩법도(法道), 예의(禮義) ⑪조리(條理) ⑫현상(現狀) ⑬산문(散文) ⑭결, 나뭇결 ⑮얼룩, 반점(半點) ⑯돈의 한 가지, 그 돈의 개수를 나타내는 말 ⑰신발의 치수의 단위 ⑱아름다운 외관(外觀) ⑲주문왕의 약칭(略稱) ⑳빛나다, 화려하다 ㉑아름답다, 선미(鮮美)하다 ㉒몸에 새기다 ㉓꾸미다 ㉔입묵(入墨)하다, 자자(刺字)하다 ㉕어지러워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책 책(冊), 글 서(書), 글 장(章), 문서 적(籍),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호반 무(武), 말씀 언(言)이다. 용례로는 생각이나 느낌이나 사상 등을 글로 표현한 것을 문장(文章), 글자나 숫자 따위로 일정한 뜻을 나타낸 것을 문서(文書), 공적인 성격을 띤 문서나 서류를 문건(文件), 좋은 글을 가려서 뽑음을 문선(文選), 옛날의 제도나 문물을 아는 데에 증거로 되는 기록이나 서적을 문헌(文獻), 글의 성분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를 문맥(文脈), 글의 구절을 문구(文句), 글을 짜고 꾸미는 법칙을 문법(文法), 글을 볼 줄도 쓸 줄도 모름을 문맹(文盲), 살갗을 바늘로 찔러 먹물이나 다른 물색을 넣음 또는 그렇게 만든 몸을 문신(文身), 한 사람의 시문을 모아서 엮은 책을 문집(文集), 서재에 꼭 있어야 할 네 벗 즉 종이, 붓, 벼루, 먹을 말함을 문방사우(文房四友), 전문식과 무략을 다 갖추고 있음을 문무겸(文武兼全), 문화의 모든 산물이 서로 오고 감을 문물교류(文物交流), 남의 글이나 저술을 베껴 마치 제가 지은 것처럼 써먹는 사람을 문필도적(文筆盜賊) 등에 쓰인다.
▶️ 縟(꾸밀 욕)은 형성문자로 缛(욕)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辱(욕)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縟(욕)은 ①꾸미다 ②화문(花紋) 놓다 ③가늘다 ④번다(繁多)하다(번거롭게 많다) ⑤무늬 ⑥채색(彩色)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화려한 의식을 욕의(縟儀), 번거로운 예법이나 예절을 욕례(縟禮), 임금의 은택이 아주 후하게 내림을 악욕(渥縟), 화려하게 꾸며 만든 요를 번욕(蕃縟), 문도 번거롭고 예도 번거롭다는 뜻으로 규칙과 예절과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을 번문욕례(繁文縟禮) 등에 쓰인다.
▶️ 禮(예도 례/예)는 ❶형성문자로 豊(례)가 고자(古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신에게 바치기 위해 그릇 위에 제사 음식을 가득 담은 모양의 뜻을 가진 豊(풍, 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제사를 풍성하게 차려 놓고 예의를 다하였다 하여 예도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禮자는 ‘예절’이나 ‘예물’, ‘의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禮자는 示(보일 시)자와 豊(예도 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豊자는 그릇에 곡식이 가득 담겨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예도’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도’라는 뜻은 豊자가 먼저 쓰였었다. 고대에는 추수가 끝나면 신에게 감사하는 제사를 지냈다. 이때 수확한 곡식을 그릇에 가득 담아 올렸는데, 豊자는 바로 그러한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후에 豊자가 ‘풍성하다’나 ‘풍부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示자를 더한 禮자가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禮(례)는 ①예도(禮度) ②예절(禮節) ③절(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몸을 굽혀 하는 인사) ④인사 ⑤예물(禮物) ⑥의식(儀式) ⑦책의 이름(=예기禮記) ⑧경전(經典)의 이름 ⑨단술(=감주), 감주(甘酒: 엿기름을 우린 물에 밥알을 넣어 식혜처럼 삭혀서 끓인 음식) ⑩예우(禮遇)하다 ⑪신을 공경(恭敬)하다 ⑫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예의에 관한 모든 질서나 절차를 예절(禮節), 사회 생활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공손하며 삼가는 말과 몸가짐을 예의(禮儀), 예로써 정중히 맞음을 예우(禮遇), 예법에 관한 글을 예문(禮文), 예로써 인사차 방문함을 예방(禮訪), 존경하여 찬탄함을 예찬(禮讚), 예법과 음악을 예악(禮樂), 예법을 자세히 알고 그대로 지키는 사람 또는 그러한 집안을 예가(禮家), 사례의 뜻으로 주는 물건을 예물(禮物), 예법을 따라 베푸는 식으로 결혼의 예를 올리는 의식을 예식(禮式), 예로써 정중히 맞음을 예대(禮待), 예법으로써 그릇된 행동을 막음을 예방(禮防), 예절과 의리를 예의(禮義), 혼인의 의례를 혼례(婚禮), 스무살이 되어 남자는 갓을 쓰고 여자는 쪽을 찌고 어른이 되던 예식을 관례(冠禮), 예의에 벗어나는 짓을 함을 결례(缺禮), 볼품없는 예물이란 뜻으로 사례로 주는 약간의 돈이나 물품을 박례(薄禮), 장사지내는 예절을 장례(葬禮), 예법에 따라 조심성 있게 몸가짐을 바로함을 약례(約禮), 예의가 없음을 무례(無禮), 아내를 맞는 예를 취례(娶禮), 언행이나 금품으로써 상대방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사례(謝禮), 공경의 뜻을 나타내는 인사를 경례(敬禮), 말이나 동작 또는 물건으로 남에게서 받은 예를 다시 되갚는 일을 답례(答禮),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 하는 태도를 예의염치(禮義廉恥), 예의와 음악이 깨지고 무너졌다는 뜻으로 세상이 어지러움을 이르는 말을 예괴악붕(禮壞樂崩), 예의가 지나치면 도리어 사이가 멀어짐을 예승즉이(禮勝則離), 예의를 숭상하며 잘 지키는 나라를 예의지국(禮儀之國), 예의가 너무 까다로우면 오히려 혼란하게 됨을 예번즉란(禮煩則亂), 예의는 서로 왕래하며 교제하는 것을 중히 여김을 예상왕래(禮尙往來), 어느 때나 어느 장소에서나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 말을 예불가폐(禮不可廢)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