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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영어발음에 대하여
왜 dough(피자만들 때 쓰는 반죽, 발음은 /doʊ/ ≒ 도우)의 gh는 발음하지 않고 rough([ɹʌf] ≒ 러ㅍ)의 gh는 [f]로 읽는지, 왜 height(높이, 발음은 /haɪt/ ≒ 하이ㅌ)의 ei는 /aɪ/(≒아이)가 되고[19] weight(무게, 발음은 /weɪt/ ≒ 웨이ㅌ)의 ei는 /eɪ/(≒ 에이)로 말하는지 정말로 아무런 규칙도 없다.
난민을 뜻하는 단어인 Refugee는 '레푸게에' 식의 발음이 아닌 '레퓨쥐이'처럼 발음나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 독일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는 이와 다르게 외래어와 몇 가지 규칙만 이해하면 거의 쓰는 대로 읽으며, 프랑스어의 철자법도 꽤나 지저분하게 되어 있긴 하지만 의외로 규칙적이고 영어처럼 자기 맘대로 읽는 단어는 상당히 적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영어를 거의 모르는 아동들에게 영어의 철자법을 가르치는 것을 시도해보라. 배우는 사람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머리가 더 아파질 것이다.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불규칙적인 요소들이 있다.
모음
fine과 decline은 /faɪn/ (≒ 파인)과 /dɪklaɪn/ (≒ 디클라인)이라고 읽는데 왜 medicine과 determine은 /medɪsn/ (≒ 메디슨)과 /dɪt3:rmɪn/ (≒ 디터민)이라고 읽는다.[20]
dice는 /daɪs/ (≒ 다이ㅅ)라고 읽는데 practice는 /prӕktɪs/ (≒ 프랙티ㅅ)라고 읽는지도 모른다.
chrysler는 분명 ㅋ라이슬러라고 읽는데 이 회사의 산하 브랜드인 plymouth는 ㅍ리머ㅆ라고 읽는다.
pipe나 wipe 같은 ~ipe로 끝나는 단어들은 /~aɪp/ (≒ 아이ㅍ)로 발음하고 retire, release, resume처럼 어두에 붙는 re~는 /rɪ/ (≒ 리)로 발음하지만 유독 recipe는 /resəpi/ (≒ 레서피)로 끝난다.
book, cook, look, foot, good등의 oo는 /ʊ/로 발음하나 boot, choose, too, food는 /u:/로 발음한다. 더 골때리는건 hood는 /hʊd/로 발음하는데 neighborhood는 /néibərhùd/로 발음한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flood나 blood는 따로 /ʌ/로 발음한다.
survey, convey, grey, they, purvey의 ~ey는 /eɪ/로 끝나는데 journey, valley, money, key, honey의 ~ey는 /i/로 끝난다.
어말에 /əɻ, ər/로 발음하는 ar, er, ir, or ,ur는 or를 제외한 어두, 어중에서는 /3:r, 3:ɻ/로 발음하는데 (예시 : terminal, burner, further...) 어째서인지 turner/tə́:rnər/는 앞과 뒤에 /əɻ, ər/로 발음한다.
이중 or는 예외적으로 어두에서는 미국식으로 /ɔ:r, ɔ:ɻ/, 영국식으로 /ɔ:/로 발음하는데 correct는 /kərekt/로 발음한다.
ar는 bear처럼 /əɻ, ər/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고, star처럼 /ɑ:ɻ,ɑ:r/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neighbor, eight, freighter는 /ei/로 발음하는데 receiver나 perceive, sovereign는 /i:/로 발음하며 foreign은 /ə/로 발음한다. 덧붙여 상술한 height는 /aɪ/로 발음되고, /i:ðər, i:ðəɻ/로 발음하는 either는 'aɪðər, aɪðəɻ'라고도 발음한다.
자음
chrysler, christian, chrome, chemical, chaos의 ch는 /k/로 발음하는데 church, chair, chart 등의 ch는 /tʃ/로 발음한다. 단 이 ch 철자는 영어권에서 유래됬느냐 아니면 비영어권에서 유래되었느냐로(그리스어, 히브리어 등) 어원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cake, curt, coke의 c는 /k/로 발음하는데 certain, cyber, civil은 /s/로 발음한다. 단 ace, once처럼 어중의 c는 대게 /s/로 발음한다.
ex-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대게 /ɪks/ (≒ 익ㅅ)로 발음하는데, executive나 example같은 단어들은 예외적으로 /ɪgz/ (≒ 이ㄱㅿ)로 발음한다.
공통
참고로 고유 명사가 껴들기 시작하면 더 개판된다. 예를 들면 미국 도시 Houston은 '휴ㅅ턴'으로 읽지만 철자가 같은 뉴욕 맨해튼의 대로인 Houston St.는 '하우ㅅ턴 ㅅㅌ릿'이라고 읽는다. 미국 지명은 그나마 낫지, 중세 영어나 켈트어 그리고 방언색이 짙은 영국 지명 발음은 완전 혼돈의 혼돈이다. Southwark소우쏽?이 써덝처럼 되질 않나… 이런 상황이니 고유명사는 자기네들끼리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른다! 왠지 옆동네 섬나라의 언어와 비슷한 듯 같은 섬나라라 그런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고유명사 철자를 원어민에게 보여줘도 나도 모르겠다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일 것이다.[21] 예를 들어 병리 용어나 지리 용어처럼 난잡한 스펠링을 갖고 있는 용어들은 원어민 아이들도 더듬더듬거리며 "이렇게 발음하는 거 맞나염?" 식으로 말 끝을 올린다.
가장 논란이 이는 기본 단어 3가지를 소개하면 data, vitamin 그리고 fire가 있는데 (이외 바나나와 토마토, 포테이토도 존재)[22] 데이터인지 다타[23]인지, 비타민인지 바이타민인지, 파이어 인지 피레 인지 구분이 모호해서 사람들마다 끌리는대로 발음한다. H는 아예 헤이취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존재해서 what 같이 h가 들어가는 단어들은 h 가 엄청 부각되서 들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what은 우리가 잘 아는 왓 이 아니라 화앝으로 발음하거나... 영어 발음의 모호성은 현지 학교의 수많은 선생님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특정 단어의 발음을 모르겠을땐 그냥 물어보자.
영국의 지명 Gloucester는 유명한 케이스라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처음 보면 십중팔구는 '글로우캐ㅅ터'나 '글로우쎄ㅅ털', '글우쎄ㅅ테ㄹ'사이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 지 고민한다. 그리고 정답은 글로ㅅ터다(…) 이 지명을 모르는 미국인들은 글로캐ㅅ터나 글로세ㅅ터라고 잘못 읽는다. 또다른 영국 지명 'Bicester'도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미국인은 바이쎄ㅅ털 또는 비쎄ㅅ테ㄹ 라고 읽을 확률이 높지만, 정답은 '비쓰터'다. 'Worcester'는 워ㄹ쎄ㅅ테ㄹ가 아니라 우ㅆ터고, 'Leicester'는 레이쎄ㅅ테ㄹ가 아니라 레ㅅ터.그러나 역시 영국 지명인 'Cirencester'는 싸이렌'쎄ㅅ터'다.
같은 잉글랜드 내의 지명이고, 사실 맨 처음 소개한 글로ㅅ터(Gloucester) 주(shire) 안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괜히 영화등에서 이름 불러줄 때 철자도 같이 불러주는 게 아니다. 아주 가끔 고유 명사의 발음법을 표기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다. 교과서에는 특이한 이름의 발음을 잘 적어주는 편이나, 일반 서적에서는 특이한 이름이라도 발음을 잘 안 적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그나마도 영어권 사용자한테만 통하는 발음법이라 라틴 문자를 공유하는 다른 언어권 사용자들이 제대로 읽을 확률은 거의 없다. 단적인 예로, 허마이오니 그레인저가 자기 이름을 가르쳐 줄 때 her my oh nee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글자 그대로 읽으면 헤ㄹ 미 오ㅎ 네에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음이 나온다. 거기다가 각 라틴 문자 사용권의 언어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정말 답이 없다.
이건 영어 화자들 대부분이 국제음성기호를 모르고, 영어 발음을 국제음성기호로 익히지 않고 그냥 부모나 교사, 친구들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방언이 그렇게 많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죽하면 국제음성기호를 처음에 제정한 계기가 영어의 철자에 대한 비일관성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했을까? 실제로 대부분의 언어를 배울 때 영어처럼 국제음성기호가 함께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내용출처: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pp.162~163)
이는 영어가 철자법 개정을 시도한 적은 있으나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언어의 발음과 표기가 변하는 과정을 보면, 세월이 지나면서 발음은 잘 변하는데 표기는 잘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영어에서 극심하게 잘 나타난다. 더군다나 이러한 현상은 대모음추이라는 기괴하고 끔찍한 현상이 한몫을 했기 때문에 괴리감이 더욱 심각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발음과 표기가 일치하는 언어라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서 발음과 표기의 일치도가 점점 낮아지게 된다. 사람들의 발음을 고칠 수는 없으므로 발음과 표기를 일치시키기 위해서는 표기를 발음에 맞춰 인위적으로 뜯어고칠 수밖에 없는데, 영어의 경우 철자법을 개정한 적이 없다. 애초에 영어에는 표준 표기법이라는 것도, 그런 걸 제정할 만한 권위가 있는 집단(한국어의 대한민국 국립국어원 같은 곳)도 없다. 한국어의 경우 1930년대에 한글 표기법을 발음에 맞춰 인위적으로 뜯어고쳤기 때문에 표기와 발음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 만약 한국어가 표기법을 한 번도 정비하지 않았다면 한국어도 영어 수준으로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게 됐을 수도 있다.
물론 현대 한국어도 발음과 철자가 100% 완전히 일치하지는 아니하다. (몬 믿껫쓰면, 이 문장가치 바름나는 대로 문장을 저거 봐라.) 이는 1930년대 이후로 가독성을 고려해 한글 표기법이 발음 중시에서 어근 중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음과 글이 달라졌으며,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좌절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며, 초등하고 입학하자마자 한동안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게 만들면서 어린이들을 고생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서는 표음성이 매우 강한 축에 속한다.
한국어에서 발음과 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연음이나 자음동화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물고기'([물꼬기])-'불고기'([불고기]) 등 몇몇 예외가 있긴 하지만 영어에 비할 바는 아니다. 대부분 실제 회화에서 외국인이 한글 글자대로 단어를 말하더라도 '의미 전달'이라는 면에서는 큰 지장이 없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앞에 예로 든 물고기를 [물꼬기]가 아니라 그냥 글자 그대로 [물고기]라고 발음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어 화자는 물고기(fish)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데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영어는 십중팔구의 영어 단어를 라틴 문자대로 읽으면 못 알아듣는다.
prepare를 'ㅍ리페어'가 아니라 'ㅍ레파레'라고 읽으면 못알아듣는다. 마찬가지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라틴 문자로 표기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해서 곤란해지는 경우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글에서도 한국어는 발음 나는 그대로 쓰더라도 대충은 알아볼 수 있다. 실제로 20세기 초반 이전까지는 발음대로 써온 역사가 있고. 그러나 영어는 발음 나는 그대로 쓰면 알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난점은 다른 언어의 난점과 비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왜냐면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간단한 영단어에 노출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beautiful'을 '베아우티풀'이라고 읽지 않고 '뷰티풀'과 비슷하게 읽는다는 것은 영어를 조금만 배우면 알 수 있다.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이 단어를 사용해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영어의 철자법의 비직관성을 고려해 본다면 영어는 다른 유럽 제어에 비교해보아서 쉬운 언어라고는 할 수 없다.
영어 단어의 발음도 나름대로 규칙이 있긴 있다. 영어의 모음은 긴 모음일 때와 짧은 모음일 때(예를 들어 kite의 /aɪ/와 kit의 /ɪ/) 그리고 강세가 걸릴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발음이 다른데, 짧은 모음에 강세가 없으면 대개 약해진다. 그리고 약해지는 모음이 a, e, o이면 거의 100% schwa까지 약해진다. 이것만 잘 파악해도 영어 발음이 매우 좋아진다. 다만 그 강세가 단어마다 다르고 또한 PHOtograph, phoTOgraphy, photoGRAPHic처럼 접미사에 따라 이동하기도 하여, 사전이 없다면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사전에는 강세를 표기한다. 음절 왼쪽 어깨 위에 흐릿한 작대기가 보인다면 그 음절에 강세를 넣으면 된다.
예) tranquility = /træŋˈkwɪlɪti/: '퀼'에 강세를 넣으면 된다. 강세가 여럿 있는 경우 주강세에 이처럼 표기하고, 나머지 부강세에는 그 음절의 왼쪽 무릎 아래에 작대기를 그린다. 이것이 국제음성기호와 맞는 표준적인 표기법이다. 영국에서 발간된 영영사전들은 이런 표준 IPA 표기법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쪽은 비표준적인 표기를 고수하는 사전도 많다. 한국의 영한사전 대부분의 경우 주강세에는 acute accent를, 부강세에는 grave accent를 표기하기도 하고, 미국 영영사전의 경우 각 사전의 고유한 표기법[24]대로 표기하는 것이 한 예이다. 일러두기를 잘 볼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책에도 발음을 바로 알아내기가 지나치게 난해한 단어가 있으면 따로 발음을 알려준다. 예)repertoire = REP-er-twahr처럼 음절 단위로 표기하고 강세가 있는 음절을 대문자나 굵은 글씨로 나타낸다.
하지만 홀소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볼 수 있으며, 닿소리는 강세와 그다지 연관성이 없음에도 그냥 개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와 C와 th. 고대 영어 시기 때부터 개판이었다고 하며(…) 자음 앞에서 [ɡ]로 발음된다는 점만 빼면 어떠한 문법적인 설명이 없다. GIF의 설계자가 '기ㅍ'처럼 읽는 것을 틀렸다고 깠지만, 정작 왜 틀렸는 지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영어 닿소리의 문제점. 더 찾아보면 G 말고도 도대체 어쩌라고 소리가 나올 자음의 요상한 발음방법이 적지 않다. c는 ㅋ인지 ㅅ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본다면 Th. [tʰ], [θ], [ð]의 셋 발음으로 갈리는데 어디서 어떤 발음이 나오는 지 문법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단적인 예를들어 throne, thrill, think, through의 th는 /θ/로 발음하는데 (영문법에 많이 볼 수 있는) the와 then this though는 /ð/로 읽는다. 더 골때리는건 though에서 파생된 명사 thought는 /θ/로 발음한다.(...) 단 어말에 끝나는 -th는 거의 /θ/로 발음한다.
심지어는 철자상으로 안 나타나 있는 음소가 갑툭튀하는 단어(one의 /w/, tough의 /f/, to의 /u/ 등)도 있어서 피꺼솟을 유발하곤 한다(…).
그러나 일본어의 한자읽기(특히 DQN네임에서 통상적인 한자의 독법을 무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어떤 언어도 '책상'이라는 표기를 보고 /의자/라고 발음하는 식의 표기법·발음법을 쓰지 않는다. 단지 표기와 발음의 일치도가 높으냐 낮으냐의 문제이다. 그래서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들은 처음 보는 단어도 올바른 발음으로 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그냥 계속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하다 보면 "이 단어는 이렇게 읽을 것이다."라는 감이 오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 감이 언제 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게 문제지. 영어가 왜 어려운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영어를 잘 하게 되면 문제가 아니라고? 더군다나 아무리 감이 온다하더라도 원어민들도 처음보는 단어는 발음을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영어는 방언이 아주 많다. 한국에서 점점 관심을 받고 있는 영국식 영어만 해도 같은 영국 내에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로 종류가 갈리는데 단어 하나하나마다 발음이 다르다고 봐도 거의 무방하다. 위에서 설명하였듯이 언어 학습 능력이 좀 뛰어난 학생들은 영단어 발음에서 나름의 패턴을 체득해서 모르는 단어의 발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 그것도 대개 자신이 익힌 방언을 따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식 영어를 중점적으로 배웠거나 특히 파닉스까지 익힌 학생이라면 나중에 영국식 영어를 익히려고 해도 문법이나 어휘 등은 외울 수 있을망정 용인발음의 패턴을 파악하기란 아주 힘들어진다. 결국 특정 방언의 발음을 익히기 위해 따로 학습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영국식 영어는 철자법부터가…
특히 미국 배우들은 영국식 발음을 정말 못 소화해낸다. 예외는 기네스 펠트로와 메릴 스트립 정도다. 캐나다 배우들은 그럭저럭 잘 하는 편. 드라마 <튜더스>의 경우 캐나다와 아일랜드 출신 배우들이 꽤 많았는데 이들의 영국식 억양은 영국인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셜록 홈즈>에서도 셜록 홈즈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입을 열자 미국인 관객들은 "우와! 영국식 발음 잘 소화해냈다!"하는 반면 영국인 관객들은 그저 웃었다(…). 기괴한 점은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배우들은 미국식 억양을 잘 소화해낸다. 지방사람들이 표준어 따라하는거라 카더라 그래도 알아 들을 수는 있다. 좀 어색할 뿐
영어의 요상한 철자법을 나타내는 유명한 낱말이 바로 Ghoti다. 언뜻 보면 'ㄱ호티' 정도로 소리 날 것 같은 이 단어는 gh가 tough의 /f/, o가 women의 /ɪ/, ti가 nation의 /ʃ/ 발음이 나서 /fɪʃ/발음이 된다. 즉 영어 단어 fish(물고기)와 같은 소리가 된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단어는 아니고 실제로는 영어 철자의 비일관성을 비판하기 위해 fish의 스펠링을 바꿔 쓴 것. 따지고 보면 영어 조금 배워 보면 알수 있는데 맨 앞에 오는 gh는 /f/ 소리가 나지 아니하며, 단어 끝에 오는 ti는 /ʃ/ 발음이 나지 않는다.[25]
사실 굳이 ghoti 같은 낱말을 만들지 않더라도 영어 사전 잘만 뒤져보면 어이없는 단어들은 많이 나온다. '섬'을 뜻하는 단어 island만 봐도 발음은 '이슬란ㄷ'(…)가 아닌 '아일랜ㄷ'다. "Island is land."라는 문장만 읽어 봐도, 'Island'와 'is land'의 발음이 판이함을 알 수 있다. "onerous one"[26]의 밑줄 친 부분도 발음이 생판 다르다.오네 로우ㅅ 오네 통로를 뜻하는 영어 단어 'aisle'의 발음은 대충 '아이ㅅ레'로 소리날 것 같지만 실제 소리는 '아일'이다. 또한 철은 뜻하는 iron은 엉뚱하게도 '아이언'이라고 읽는다. '만날 약속'을 뜻하는 rendezvous는 '란데ㅅ보우ㅅ'와 비슷하게 소리날 것 같지만 사실은 랑데부(RAn-de-vu) 이고, '실례, 무례'를 뜻하는 faux pas는 '파욳 파ㅅ'처럼 소리날 것 같지만 포우 파(fou-pa)라고 발음한다.[27] 여기서 뒤의 두 단어의 발음은 프랑스식이다. 영어에는 프랑스 낱말이 꽤 있으며, 어떤 것은 프랑스식 소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어떤 것은 또 영어식으로 변형해서 발음한다. 결국 혼돈의 혼돈.
사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어 학습자를 울게 만드는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사전이다. 그래도 정확한 발음을 제대로 공부해보겠다고 꽤 권위있다는 영어 발음 사전을 비싼 돈 주고 사는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발음이 헷갈리는 단어를 찾으면? 웬만한 단어는 서로 다른 여러개의 발음이 여러개가 적혀 있다. 뭘 외워야 하는지 모른다!! 개중에는 자기가 예상했던 발음이 껴있기도 해서 더 헷갈리게 만든다. 더 황당한 건 분명 사전대로 발음을 했는데도 이상하게 여겨지는 발음도 있다. Finance는 파이넌ㅆ나 피난ㅆ로 발음된다. 하지만 피난ㅆ로 발음하면 "굳이 그렇게 거만한 발음 쓸 이유 있냐"고 반응하는 현지인도 있는데 이럴 땐 사전을 들고 와서 '피난ㅆ로 발음해도 된다잖아!'라고 반박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글자데로 '피난쎄'하면 못알아듣는다.[28] 또한 학사과정 이상의 유학생들은 전문 용어를 영어로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 용어도 발음이 여러 개인 경우가 있다. 답이 없다. 결국 교수의 발음을 따라가게 된다(…).
철자와 발음 사이의 비일관성과 한 단어의 발음이 여러 가지라는 점은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이 잘 준수되지 않는 결과까지 불러왔다. 외래어 표기법 중 영어 표기법은 IPA를 기준으로 하는데, 일단 발음에 대한 정보(IPA 등등)가 쉽사리 접할 수 있는 정보도 아니고 IPA를 찾았다 해도 음성학에 소양이 있지 않고서야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또한 IPA가 없을 경우 원어민들의 발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원어민들조차도 당연히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발음이 제각각이다. 심한 경우 일반 명사조차도 사전에 실린 것과 달리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자기들끼리는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일반 명사도 이럴진대 고유 명사는 더할 것이다.
다시 말해 텍스트(철자에 대한 정보)에 비해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이 한계는 꽤 심각해서 외래어 표기법이 준수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온다. 우리에게 익숙한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칼렛 요한슨 등)이 얼마나 외래어 표기법과 상이하게 쓰였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외면한다기보다는,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IPA를 공부하고, 사전 찾아보고, 검색해 보고, 현지인과 대화해 봐야 하는 등)이 필요하고 또 그만한 노력을 들일 만한 가치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