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거진 완성된
50대인 신수 스님이 현재 자신의 경계를 밝히라는 스승이신 5조 홍인 대사의 질문에
제자를 대표해 그 경계를 글로 벽에 밝혀 붙혀놓았으니..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 勿使惹塵埃 (물사야진애)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맑은 거울이니
그때 그때 털고 닦아 먼지 끼지 않게 하리.
몸과 맘에 먼지가 생기면 때때로 먼지를 닦아낸다는 5언절구였다.
그 절구 내용을 들은 행자승인 젊은 혜능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같은 5언절구로 벽에 붙인다.
菩提本無樹 (보리본무수) 明鏡亦非臺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무) 何處惹塵埃 (하처야진애)
보리란 나무는 본래 없고 거울 또한 있는 게 아니다
본래 아무 것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가 끼랴.
보리와 거울이 본래 있는건가 본래 아무 것도 없거늘 먼지인들 있을손가.
이렇게 두 시를 비교해 놓으니..
선이나 깨침이 무엇인지 모르는 문외한이 보아도 신수보다 혜능이 더 깊고 높은 것임을 단박에 보이니..
천재라 칭송받았던 50대 신수보다 무식한 20대 청년 혜능이 단박에 주인공이 되고 있지 아니한가.
혜능이 무식하다는 것은 그는 가난한 집의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했던 나뭇꾼이었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나와야만 사람 대접받는 21세기 대한민국 같은 나라였다면
신수같은 화려한 스팩이 없는 초딩 끈인 혜능을
6조라 칭송하며 어찌 부처님처럼 대접할 꿈이나 꿀 수 있으리요..
혜능은 학문의 끈이 짧아 무식했지만 지혜가 모지리인 무지는 아니었다.
하여 그가 선법을 가르칠 때 스팩 좋은 기라성같은 훌륭한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제자들의 풍년 속에
5조 홍인의 법을 계승받아 천재 신수 대사를 재치고 남종선 6조로, 중국 부처님으로 존경받으며 지금에 이른다.
혜능이 홀 어머니를 모시며 나뭇꾼으로 살고 있던 어느 날 객실에서 누군가 독송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보이는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에 머물지 않으며 마음을 내어라..
이란 말이 들리자 그냥 혜능 귀에 꽂혔다고..
혜능은 독송하던 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하니.. 혜능의 총명을 알아 본 그는
이것은 불교의 <금강경>으로 참 뜻을 알고 싶다면 5조 홍인이 머물고 있는 절에 가라고 간곡히 일렀다.
이제 혜능은 더 이상 배움 없어도 상대가 누구이든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든 걸림없이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보물이 생겼다.
그런데 자기와 같은 삶을 공부하고 즐기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하니..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여 큰 마음을 내어 홍인 스님이 머무는 절에 갔는데..
<금강경>대로 사는 줄로만 알았던 그곳 역시 권위와 스팩이 우선하는 사회였음에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하여 이곳을 떠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데.. 제자들 사이에서 대단한 스팩으로 존경받는 신수의 5언절구를 만났고..
그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허심탄회하게 말한 것이다.
신수 대형, 보리와 마음이 본래 없거늘 먼지인들 있겠습니까!
만일 신수를 존경하는 제자들이 저 시를 본다면 혜능의 능력을 인정하기 앞서 그를 질시하여 송충이 만난듯 제거하려 하지 않을까?.
보리수와 마음이 명경대를 이리저리 생각하던 내게 문득 '본래무일물'이란 말에 눈이 멈춘다.
우주에서 빅뱅이 일어나기 전에 무엇이 있었나?.
알 수 없지만 한 티끌에 불과한 빅뱅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고..
우리는 그 주장에 동의를 한다.
빅뱅 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곧 무일물(無一物)이다.
부모미생전 본래면목.. 부모에게 태어나기 전 본래모습은?. 무일물이다.
혜능 5언잘구에 안성마춤으로 딱. 들어맞는 저 문구를 그 당시 무식한 혜능이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당시 혜능은 글을 몰랐기에 혜능이 하고픈 말을 듣고 누군가가 5언절구로 만들어 붙여 놓았다 하니..
그 누군가는 이미 '본래무일물'이란 말과 그 뜻을 알고 있었다는 게 된다.
하여 '本來無一物' 검색을 해 보았는데.. 혜능의 5언절구 이전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만일 누군가 혜능 5언절구가 나오기 이전 '본래무일물' 기록을 알고 있으면.. 그 기록을 저에게 알려주시면 너무너무 고맙겠습니다.().
단지 여기서 나의 의문은 언어 고증이 아닌..
'본래 무일물'이란 의미의 깊이에 대한 의심이다.
사과 나무가 있으면..
나무를 사진대로 보는 자가 있고,
나무를 구조와 메커니즘으로 보려는 자가 있고,
나무를 희노애락으로 보는 자가 있다.
보이는 대로 보는 자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있다.
젊은 혜능이 보는 본래 무일물인 마음은 신수가 보는 명경대인 마음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진리에 대해 석가세존이 하신 말이 있다.
진리 인식이 있고, 진리 이해가 있으며, 진리 실천이 있다.
진리는 성스러운 분의 가르침이라 하여 진리가 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하여 진리가 되는 게 아니다.
진리라는 인식이 생기면, 진리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해가 있으면 실천하고 경험하여 틀림없음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때야 비로소 진리라 할 수 있다.
젊은 혜능이 보리나무가 본래 없음을 빅뱅 이전인 본래모습을 보고 확인했다는 건가?.
혜능이 거울인 마음을 9차제정 사마타에서 위빠사나로 확인했는가?.
본래 무일물이라면 그는 무엇으로 어떻게 확인했을까?.
일체유심조라 하는 데..
일체가 마음의 조작으로 생긴 것은 틀림없다 해도..
조작되기 전 일체의 본래 면목은 아무것도 없다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기에 우리가 아는 모습의 마음이 아닐지라도
먼지나 티끌같은 때가 묻고 생긴다.
고로 무일물이라 하나 무 무일물.. 무일물이 아니다.
혜능이 홍인 대사와 머물던 절을 떠났다 다시 세상으로 나와 어느 절에 들렀는데..
대중들이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에 대해 혜능이 "바람도 아니고 깃발도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 고 했다.
이 답이 맞다면 이때 마음은 무일물인가?.
바람이 아니고 깃발이 아닌 마음이 무일물이라면 어찌 움직일 수 있는가?.
본래무일물이라는 혜능의 5언절구를 보며 답을 한다.
몸과 마음이 본래 없는 것이라면
무엇이 있어 본래 없음[무일물]을 보고 아는가
먼지가 보이면 닦고
먼지 끼지 않는 마음을 닦을 뿐!
[덧붙임]
무명이 있으면 나무와 거울이 생긴다
무명을 멸하면 나무나 거울이 존재가 아님을 안다.
불교에서 진리는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실증해 깨쳐야만 진리가 된다 했다
혜능이 홍인 대사에게 와 공부하며
저 답변을 할 때 무일물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데.. 과연 실증하고 깨쳤을까?
보다 리얼하게 말하면 청년 혜능에게 무일물은 이해 선물이지 실증 선물은 될 수 없다.
한편 본래마음은 무일물이 아니다.
무명을 멸해도 본래마음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없는게 아니라면 티끌은 생길 수 밖에 없다
다만 티끌을 닦아내는 것은 물론
티끌이 끼지 않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석가 수행자가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님이 되셨지만..
몸과 마음은 그대로임을 보는가..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