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금들은 전쟁과 미국 경제의 회복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금리가 높은 지역으로 방향을 돌려 금리 스프레드를 이용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의 단적인 예가 바로 캐나다를 비롯하여 호주달러, 그리고 유로화의 강세이다.
특히 캐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투자가들이 미국에 대한 대안으로 경기가 안정적인 캐나다로 몰리고 있는데 있다.
7일 미국연방준비위원회( 연준리) 회의에서 그 수장인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은 금리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발언했던 그린스펀이 금리인하의 효과가 6개월 후부터 나온다는 경제 이론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지금 금리를 동결한다면 그것은 고령으로 인해 그의 판단력이 흐려졌거나 아니면 다른 효과를 얻고자 하는 고단수의 계산일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경제 사정이 다시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좋지 않냐는 인식의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더욱 더디게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그리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금리를 인하하려면 기본적으로 경기가 침체국면에 있어야 하고 물가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미국 경제 성장률(GDP)이 지난해 4분기 1.4% 성장에 이어 이번에도 1.6% 성장에 그친 것으로 발표되었고, 소비자지출은 199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폭으로 증가하였다. 또 기업에서는 지난 4월에만 48,000의 직원을 해고했고 지난 3개월 동안 525,000명을 해고함으로써 실업률도 지난 1994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6%에 도달해 있다.
반면에 물가는 식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물가가 지난 1년 동안 1.7% 증가에 그쳐 지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가 안정적인 이유는 경기 악화와 이라크전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올라 기업들이 물가인상을 단행할 충분한 이유는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나마 이어지던 소비심리의 싹을 아예 잘라버릴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기하였듯이 금리인하의 조건은 이미 충족되었다. 그러나 이번 연준리 회의에서 그린스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금리가 1.25%로 41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그 동안 10번이 넘게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경기부양 효과가 전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숨긴채 그린스펀 의장은 이라크전으로 인한 효과가 제대로 반영된 경제 지표들이 없기 때문에 좀 더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바 있다.
오늘 연준리 회의에서는 그래서 금리인하보다는 인플레가 약세기조(weak bias)에 있다는 것만 발표하고 6월쯤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만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블룸버그가 실시한 서베이에서도 71명의 이코노미스트 중 69명이 금리동결을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은 금리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인데 그린스펀이 그럼에도 금리를 동결한다면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그것은 달러의 약세를 이용한 경기부양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최근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달러의 약세가 초래되었다.
해외 자금들은 전쟁과 미국 경제의 회복이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금리가 높은 지역으로 방향을 돌려 금리 스프레드를 이용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것의 단적인 예가 바로 유로와 호주달러의 강세이다. 최근 캐나다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은 투자가들이 미국에 대한 대안으로 경기가 안정적인 캐나다로 몰리고 있는데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2002년 4분기에 1369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것을 메우려면 하루 15억 달러의 해외 자금들이 유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자금들이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폭이 더욱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달러 약세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어차피 그전처럼 높은 금리로 해외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고 또 조만간에 경기가 회복되어 해외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약달러를 이용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를 이용한 경기부양은 자금을 시중에 풀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장려하고 결국 소비심리를 회복시켜 경기를 살린다는 정책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어차피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면 약달러를 용인하여 수출을 장려하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수출 여건이 호전된다면 기업의 수입이 증가되고 이것이 기업의 투자를 증가시켜 결국 소비증가로 이어져 경기를 살릴 수 있게 된다. 또 약달러는 기업의 해외자금 유치에도 도움이 되어 경기부양에 일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만약 오늘 그린스펀이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금리인하를 이용한 경기부양책을 포기하고 대신 약달러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산에서 일 것이다.
반면에 유럽중앙은행도 오는 8일 금리(2.5%)를 현행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역시 경기가 침체되어 있고 물가 상승이 소폭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이다.
또 달러 약세로 인해 유로 통화가 달러대비 1.3 달러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에 수출 부진으로 유로존 경제 전체가 더욱 침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로존이 금리인하를 하지않는다면 그것은 미국과는 대조적으로 금리 스프레드로 해외 자금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에서이다.
금리가 3.5%인 호주로 자금이 유입되어 호주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상황에서 굳이 유럽이 먼저 나서서 금리를 인하해 금리 스프레드를 좁힐 이유가 없다.
물론 유로의 강세로 수출은 어렵지만 해외 자금 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폭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유럽중앙은행도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듯하다.
오늘 연준리의 금리동결은 확실시 되고 있다. 유럽 역시 현행의 미국과의 금리스프레드를 좁힐 이유가 없다.
그러나 연준리에서 금리를 인하해도 달러의 약세는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낮은 금리로 주식시장은 상승을 하겠지만 유럽과의 금리 스프레드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그렇다고 경기부양도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준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달러의 약세가 대세이므로 당분간 유로의 강세를 인정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조치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