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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절에서 이렇게 먹나? | ||||||||||||||||||||||||||||||||||||||||||||||||
세계화·대중화 앞서 ‘사찰음식’ 온전한 재점검 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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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고색창연한 파리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유네스코 본부 7층 연회장. 로비는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해 50여 명의 유네스코 주재 각국 대사들로 북적였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지현스님은 로비에서 환한 미소로 각국 대사를 맞았다. 만찬에 앞서 유리잔에 담긴 연잎차를 들고 예쁘게 튀겨낸 연근 부각 등 다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서양식 파티를 연상케 했다.
‘사찰음식 전문가’ 대안스님이 메인 셰프가 되어 차려진 만찬은 전채요리로는 유자청에 식초, 배즙을 더한 ‘된장소스샐러드’를 시작으로 ‘메인 디쉬’가 테이블마다 서빙됐다. ‘메인 디쉬’는 곰취장아찌 쌈밥과 잡곡밥, 버섯들깨즙탕을 중심으로 ‘사찰배추김치’, ‘매실장아찌’ ‘호두조림’ ‘호박나물’ ‘삼색연근찜’ ‘송이장아찌’ ‘버섯잡채’ ‘두부소박이’ ‘버섯잡채’ ‘버섯강정’ ‘녹두전’ ‘월과채’ ‘능이버섯무침’ ‘마구이, 송이구이, 연근구이’가 나왔다. 만찬장에서는 ‘솔차’로 건배를 하기도 했다.
각국대사 '사찰음식'에 놀라다 찬에 초대된 각국 대사들은 조계종이 내어 놓은 ‘사찰음식’의 화려함에 한 번 놀라고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의 가짓수에 한 번 더 놀랐다. 식사를 마치고 제공되는 ‘다식’ ‘약과’ ‘수정과’ 등 디저트의 아기자기한 모양과 달콤한 맛에 또 한 번 놀랐다. 사찰음식을 준비한 사찰음식 전문가 대안스님은 “한국의 사찰에서 보통 스님들은 일식삼찬의 소박한 음식을 먹지만 오늘은 정갈하고 대접받는 느낌을 받도록 한국 전통의 한상 차림으로 음식을 차렸다”고 설명했다. 대안스님은 내년 5월 프랑스 최대 백화점인 라파예트에 ‘사찰음식 전문점’을 열기로 한 것을 이번 프랑스 방문의 큰 성과로 꼽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 사찰음식을 처음 맛봤다는 엘레노라 미트로파노바 노르웨이 대사는 “굉장히 조화로운 음식이었고 맛도 있었으며, 마음까지 가득 채워주었다”면서 “기회가 되면 한국을 방문해 템플스테이도 체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정도의 감동이었다면, 노르웨이 대사가 훗날 한국에 와서 파리에서 맛본 한국의 ‘사찰음식’과 재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 땅 곳곳에 자리한 2천여 개 사찰, 어느 곳을 찾아가야 ‘그때 그 사찰음식’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물론 파리의 그 ‘사찰음식’은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서울 견지동에서 운영 중인 ‘사찰음식전문식당’인 발우공양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메뉴도 파리에서 선보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공양비는 일반인이 엄두내기는 힘들다. 10가지 음식이 나오는 ‘10바라밀상’은 2만5천원으로 그나마 저렴한 편. 12가지가 나오는 ‘12법륜지상’은 3만6천원, 15가지가 나오는 ‘15깨달음상’은 무려 5만3천원. 10퍼센트의 부가가치세는 별도로 내야한다.
이 같은 문제점이 계속 지적되자 견지동과 목동 국제선센터에 보다 대중적인 ‘발우공양 콩’과 ‘발우공양 공감’을 열었지만 가장 저렴한 메뉴가 한 줄에 4천 원짜리 ‘건강김밥’이다. 같은 곳에서 3만 원짜리 ‘송이버섯도시락’도 판매한다.
이곳의 메뉴는 밥, 시래깃국, 단무지. 특히 엄지손톱 만하게 잘라놓은 단무지는 짜기로 유명하다. 만발공양이므로 공양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관악산 연주암을 찾는 이들 역시 누구나 공양간 손맛을 볼 수 있다. 비빔밥과 된장국뿐이지만 주말이면 수많은 이들이 연주암 공양을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눈다. 양양 낙산사는 별도의 국숫집을 차렸다.낙산사를 찾아온 이라면 누구라도 무료로 국수를 맛볼 수 있다. 뜻만 있다면 국수공양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나눈 국수는 양양지역 어르신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간다. 국수를 삶아 내는 이들 역시 자원봉사자들이다. 주말이면 기도객과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 서울 북한산의 도선사 역시 만발공양으로 찾아오는 이들을 맞는다. 메뉴는 역시 소박하다. 밥, 국, 김치와 한 가지 찬을 더해 식판에 내어준다. 사실 그렇게 만나는 절밥은 모양은 물론이고 맛도 앞서 말한 ‘사찰음식’에 비한다면 형편없다. 개선이 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이들에게 공양을 내려니 어쩔 수 없이 음식이 짜지고 국은 멀게지지만 기도비나 불전을 많이 내고 ‘본전 생각’이 나는 이가 아닌 이상 그런 절밥을 먹으며 화를 내는 이는 많지 않다. 오히려 고마운 마음으로 발우공양 하듯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자신이 먹은 식기를 스스로 닦는다. 밥 먹기 전에 합장하고 오관게는 외지 않았으나 또 그렇게 부처님을 만나고 인연공덕을 맺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것을 ‘사찰음식’이라고 생각할까? 몇 해 전 동국대학교를 정년퇴임한 권기종 교수는 “불과 1백년 전만해도 고추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곳이 사찰”이라며 “지금의 사찰음식은 진짜 사찰음식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사찰음식’은 사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도 사전적인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칭타칭 ‘사찰음식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사찰음식’을 어떻게 정의할까? ‘사찰에서 수행자들이 먹는 음식으로 정적인 상태에서 마음을 닦기에 필요한 기를 보충하는 음식’(선재스님) ‘맛있다 맛없다 같은 잡념을 붙이지 않고 그저 음식을 음미하며 생각 없는 밥상’(대안스님) ‘불교를 수행하는 스님들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기 위하여 그들이 모여 사는 곳인 절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서혜경) 여러 전문가들의 정의를 모아보면 ‘불가에서 맛이나 모양이 아닌 수행을 돕기 위해 절에서 소박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 정도로 집약할 수 있다. 정의도 내려지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는 조계종의 ‘사찰음식 대중화’와 ‘사찰음식 세계화’는 결국 메뉴, 다시 말해 ‘무엇을 먹느냐’로 집중되는 기현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조계종이 내린 사찰음식의 정의는 보다 퓨전이다. 조계종 총무원이 2009년 펴낸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사찰음식 순례>에서는 “사찰음식은 스님이 먹는 수행식일 뿐만 아니라 건강을 추구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자비식이며 약선식을 새롭게 인식되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절에서 스님들이 오래도록 일상적으로 먹어온 밥이 아닌 현대인의 웰빙과 건강을 고려한 새로운 사찰음식을 이미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조계종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총무원이 발간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사찰음식순례-대전․충청편>에서는 간장도 두부도 김치도, 오이무침도 가지무침, 과일샐러드도, 카레라이스도 사찰음식이 된다.
한 사찰의 음식을 소개하면서는 “하루 공양은 보통 3회인데 들깨수재비를 자주 드신다. 밥에 콩, 좁쌀을 많이 섞고, 능이버섯국과 된장국,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자주 끓여 드신다”고 소개한 뒤 이어지는 사찰음식 레시피는 들깨수제비, 오이장아찌와 고추장아찌다. 실소가 절로 나온다. 비싸서 부담되는 능이버섯국을 제외하면 전국 어느 가정집을 가나 볼 수 있는 밥상이 아닌가. 조계종은 대전․충남지역에 이어 대구․경북지역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사찰음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명목으로 첫해 2억2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이 2014년까지 계속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소는 금세 가신다. 정작 조계종이 대중화하고 세계화해야 할 사찰음식은 ‘건강을 고려해 채식을 위주로 하되 화려하고 예쁜 음식’이 아닌 한국불교의 스님들이 밥을 짓고 먹는 정신과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발우공양이다.
발우공양은 승가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탁발한 음식을 평등하게 나누어 먹고, 남기지 않고, 자신의 그릇은 스스로 닦음으로써 낭비를 막고 청결을 유지하는 불가의 전통 식사법이다. 절집의 가장 어른인 조실·방장스님은 물론 갓 산문에 들어선 행자까지 한자리에서 똑같은 찬으로 평등하게, 남김없이 나누어 먹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발우공양은 박제가 되다시피 했다. ‘갓 출가한 학인들이나 하는 것’이거나 ‘템플스테이에서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다. 스님들은 독상을 받고 신도들은 식판을 쓰거나 비빔밥을 먹는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사찰에서 대중들이 아침마다 발우공양을 한다는 소식이 뉴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 신기하고 기특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정토회가 발우공양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살린 '빈 그릇 운동'을 전개했지만 불교 밖으로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조계종을 예방한 귀한 손님에게는 ‘사찰음식’이라며 15가지 요리와 반찬이 코스로 제공되는 ‘발우공양’을 대접한다. 불교를 모르는 이들이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한국불교가 지닌 맛과 멋, 건강과 조화에 대한 감동 뒤에 ‘한국불교는 먹는 것에 매우 신경을 쓴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오해는 이제 서울의 조계사 앞을 뛰어넘어 프랑스 파리 한복판의 백화점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제 사찰음식은 조계종의 주요한 수익사업이자 ‘한국불교 세계화’의 중요한 테마가 됐다. 그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하고 현대화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온 사찰음식전문가들의 노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또 수익의 측면에서도 현 조계종 집행부의 노력으로 ‘불교가 무슨 음식장사냐’는 말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렇기에 지금이 사찰음식에 대한 온전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짜 사찰음식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 것이며, 1700년 역사에서 사찰음식문화가 어떻게 변모해왔고 승가의 수행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국불교사에 대한 미시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스님들의 일상이었으나, 갈수록 박제화되고 의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발우공양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발우공양이 현대인들에게 부적합하다면, 의미와 정신을 살리면서 현대화할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송이버섯으로 장아찌 담가 익힐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기우겠지만, 전통의 발우공양은 사라지고 조계사 앞의 발우공양이 전국에 체인점을 확대할 때쯤에는, 사찰음식은 ‘10여 가지 요리가 코스로 제공되는 음식’이라고 정의될지도 모른다. 억지라고?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에서 ‘사찰음식’을 검색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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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좋은 글 올려주시는 평신도님~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