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에 태어난 반려견~"
시월이와 세진이
지은이: 용훈, 그림: 딸내미
"아훔, 잘 잤다."
근데 이상하다. 이 시간이면 지지배배거릴 이 집 딸내미 목소리가 안 들린다.
평소 같으면 내 축 늘어진 귀를 잡아 당기며 아침 인사를 하던 친구인데.
이 집 부부는 맞벌이 하느라 일찍 출근하고, 혼자 인기척 없는 내 단짝 친구
세진이 방문을 살짝 밀었다.
"세진이 아직 자?"
세진이를 부르며 침대 위로 펄쩍 뛰어올라가서 보니, 세진이가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고 잠자고 있었다. 세진이가 아픈 거 같다.
"어디 아파?"
난 아직 눈을 못 뜨는 세진이 뺨을 혀로 살짝 핥았다.
"삼신할머니 잘못했어요!"
세진이가 갑자기 이렇게 외치며 눈을 번쩍 떴다.
"왜 그래? 괜찮니?"
"응? 시월이구나, 삼신할머니는 어디 갔어?"
"삼신할머니? 인간세계에서 아기를 낳게 해준다는 그 할머니?"
"응, 그 할머니가 나 이제 하루밖에 못 산대."
세진이는 울상이 되어 일어나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하루밖에 못 산다니? 그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어?"
"응, 나 이제 어떡하지?"
"그냥 꿈이야, 꿈은 반대일 수도 있으니 세진이는 아주 오래 살 거야."
"아냐, 나 몸이 아파. 삼신할머니 말이 맞나 봐."
"왜 그 할머니가 그런 말을 했니?"
"사실은 내가 잘못한 일이 있어서 벌을 내리는 거래."
"세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엄마한테 동생 낳지 말라고 떼를 썼거든."
"하하, 세진이는 동생 생기는 게 싫어?"
"응, 동생이 생기면 엄마 아빠는 동생만 이뻐할 거 같아서."
"그래서 삼신할머니가 그런 벌을 내렸구나. 그 할머니는 아기를 낳게 하는
일을 하는데 세진이가 그걸 못하게 하니 화가 난 거지."
"시월아, 나 점점 더 몸이 아파, 정말 하루밖에 못 사나 봐."
"너 정말 식은땀이 계속 나고 얼굴 빛이 창백한 게 이상해."
"나 죽으면 엄마 아빤 슬퍼하겠지, 하지만 동생 낳으면 날 금방 잊을거야."
"안 되겠다, 너 엄마 전화번호 알지? 어서 전화해서 아프다고 말해."
"아냐, 하루밖에 못 사는데 전화해선 뭘 해."
"그래도 병원에 가 봐야지, 그러다 진짜 죽겠다."
"내가 벌 받을 짓을 했는 걸, 그냥 시월이랑 있을래."
"아휴, 내가 미쳐!"
난 세진이 엄마가 일하는 동네 마트를 향해 달렸다. 세진이랑 한 번 가본 적
있었지만, 이런 일로 급히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다. 난 타고난 후각 능력에
의존해 마트를 찾아서 달려갔다.
잠시 후, 마트에 들어서자 매장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이 개가 어딜 들어와!"
소리치며 내쫓는다.
"월 월 월~!"
나는 내 특유의 목소리를 세진이 엄마가 알아 듣기만 바라면서 짖어댔다.
"시월이 아냐?"
다행히 세진엄마가 내 목소리를 알아 듣고 일하다가 나왔다. 난 세진엄마
바지를 물고 급하다는 시늉을 하면서 앞장서서 달렸다.
"왜, 세진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니?"
세진엄마가 눈치를 채고 따라왔다. 집에 도착하자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세진아! 너 왜 그래?"
세진엄마는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세진이를 보고 놀란다.
"엄마, 미안해요. 나 죽으면 동생 낳아서 행복하게 사세요."
"죽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몸에 열이 있구나, 어서 병원에 가보자."
그날 저녁 온 가족이 모였다. 가족이래야 이 집 부부와 세진이랑 나랑
넷 뿐이지만.
"우리 시월이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세진이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그럼요, 시월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홍역이라서 빨리 병원에
가서 면역 주사를 맞아서 다행이에요. 몸에 열도 많이 내려갔어요."
"엄마, 나 하루만 사는 거 아니었어?"
"하루만 살다니? 우리 세진이는 아주 오래오래 이 엄마가 할머니가 될 때
까지 살아야지."
"엄마도 할머니가 돼? 근데 삼신할머니처럼 무서운 할머니는 되지 마."
"하하하, 우리 세진이가 삼신할머니한테 무척 혼났나 보구나."
"그러니 이제 동생 낳지 말란 말 하지 마, 알았지?"
"응, 하지만 동생 생기면 동생만 이뻐하면 안 돼."
"알았어, 하하하."
"시월아, 우리 세진이 언제 철 들지?"
"아빠, 자꾸 그러면 나 화낼 테야!"
"하하하, 여보 이젠 그만 해요."
그날 밤 달님은 창가를 비추면서 빙그레 웃었다. ~ 完 ~
첫댓글 오랜만에 들어왔네요. 짧지만 긴장도 있고 재미도 있고. 우리 아이의 순수한 마음도 살짝 엿보고 갑니다. 항상 좋은 글 부탁드려요^^
아! 바람꽃님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셨어요? 이곳에 동화 올려도 글 남겨주는 분이 없어 서운했는데,
이렇게 공감하는 글 남겨 주시니 감사합니다. 올해 마지막 날이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용훈 저도 꽤 오랜만인데 만나서 반갑네요^^ 용훈님도 새해 복 많이 받고 더 멋진 2019년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