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mount and Warner Bros.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었고 그의 영화들 속 브래드 피트가 맡은 역할들도 모두 좋아했기 때문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는 꼭 챙겨봐야 할 영화였다.
영화가 훌륭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브래드 피트와 데이비드 핀처라는 이름에 아카데미 시상식의 13개 부분 후보라는 것이 겹쳐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고 보는 것이 사실이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의 어린 시절 탄생부터 청년기 시절까지의 이야기는 실감나고 흥미롭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나오는 인생과 삶에 대한 성찰은 이해하기도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영화 속의 잔재미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왜냐하면 다양한 클래식 모터사이클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언제나 어떤 차량들이 나오는지 눈여겨 보는데 로닌, 본 시리즈 그리고 이탈리안 잡에 이어서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차량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오랜만이다. 물론 자동차 액션이 유명한 영화로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시리즈 속의 잘 빠지고 화려한 차들은 최고급 시계와 이탈리아제 수트를 입고 맨스백을 들고 다니는 남자들처럼 기괴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내가 분노의 질주를 싫어하는건 아니다.
이제 영화에 등장하는 모터사이클들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참고로 등장하는 순서대로이며 모델이나 연식이 틀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리고 헬멧 쓰지 않았다고 머라고 하지 말자. 브래드 피트는 평소에 모범적인 라이딩을 즐기는 라이더이며 그의 배우자는 안젤리나 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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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영화에 나오는 모터사이클은 벤자민 버튼이 창고에서 발견하는 붉은색의 인디언 모터사이클이다. 선글라스를 쓰고 바람을 맞으면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달리는 브래드 피트는 죽은 제임스 딘도 울고 갈 정도로 멋지다.
이 붉은색 인디언은 인디언 스카우트로 예상된다. 연식은 1933년도에 출시된 스카우트로 보이는데 프론트 휀더의 형태와 연료 탱크 부분의 노란색 줄이 들어간 디자인, 1인용 싱글 시트등으로 봐서 그렇게 추측이 가능하다. 먼지가 가득한 창고에서 발견을 했기 때문에 2차 대전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온 벤자민 버튼이라는 영화 속의 설정과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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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등장하는 모델은 하늘색의 트라이엄프 모터사이클이다. 이 모델은 연식과 모델 이름을 맞추는게 정말 힘들었다. 왜냐하면 영화 속 등장 시기가 1950~60년 사이로 보이는데, 그 당시 트라이엄프 모델은 타이거로 이 모터사이클은 짧은 기간에 소소한 변경들이 많았던 복잡한 모델이기 때문이다.(현재의 트라이엄프 타이거와는 다른 모델)
T110 트라이엄프 타이거는 53, 55, 56 그리고 59년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형의 차이는 눈에 현미경을 달고 봐도 잘 안보여서 정말 난감하다. 그렇지만 추측을 해보면 56년 모델로 예상되는데, 우선 59년부터 탱크의 트라이엄프 로고가 바뀌었다. 그러므로 59년은 아니다. 53년은 엔진 헤드의 냉각핀 형태가 다르게 생겼다. 남은 모델은 55, 56년인데 트라이엄프의 메뉴얼을 찾아보니 두 모델의 차이점은 55년까지는 엔진이 아이론 캐스트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56년부터 알루미늄 알로이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타고 나오는 타이거는 엔진 헤드 부분의 색이 두 개로 나뉘어져 보인다. 이런 이유로 56년식으로 예상이 된다.
이 트라이엄프 타이거는 영화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등장한다. 타이거부터 본네빌로 이어지는 시기는 영국제 모터사이클이 많이 팔렸고 인기가 있었던 시기인데 그러한 모터사이클의 역사가 영화의 흐름과 동일하게 흘러간다. 두 연인이 다시 만나고 사랑을 나누는 내용이 미국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트라이엄프 바이크의 아름다운 곡선, 빛나는 엔진과 은색 바디가 어울리면서 아름답게 나온다.
그 다음 등장하는 모터사이클도 영국제인 로얄 엔필드이다. 말이 영국제이지 사실상 인도에서 제작되었었고 지금은 인도의 모터사이클인 로얄 엔필드는 전에 등장했던 트라이엄프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내용과 모터사이클의 역사가 잘 어울려서 나온다. 등장하는 장면은 사랑하는이들을 떠난 주인공의 여정이 펼쳐지는 부분으로 주인공이 정신적인 치유를 찾아가기 위해 도착한 인도에서 잠깐 등장한다. 이 모델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포기했는데 DVD가 나오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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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혼다의 커브로 추측되는 소형 모델과 베스파 스쿠터가 잠깐 나온다.
영화의 원작인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소설에도 모터사이클이 많이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영화에 모터사이클이 많이 나오는것이 모터사이클을 좋아하는 브래드 피트의 영향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모터사이클 애호가로 잘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대별로 각각 등장했던 모터사이클들이 영화의 흐름과 스토리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와 문화 그리고 많이 회고되는 1940년대를 대표했던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창고에서 발견되어 전쟁 이후의 도로를 달리는 것.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트라이엄프 바이크가 사랑하는 연인들의 달콤한 시절에 나오는 것이 그러하다. 이것말고도 인도에서 로얄 엔필드와 혼다의 커브같은 소형 모델이 나오는것도 모델의 역사와 배경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렇게 차량들이 영화의 흐름과 시대를 잘 맞출 수 있는 것도 사전 제작부터 섬세하게 연구를 거쳐서 차량들이 선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와 차량들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애정이 없다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작업이다. 만일 오스카상에 '영화 속 차량 헌팅과 사전 제작'이라는 분야가 있다면 벤자민 버튼이 그 상을 받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첫번째 인디언 타고 달리는 모습은 정말 후덜덜.... ;; 진짜 멋있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