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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卷
蒼茫十里舞 (강 위에는 안개가 자욱하구나)
第 一 章. 지겨운 밤이 지나면
(一)
진육, 석수, 함상은 재빨리 병기를 뽑아 들었다.
반여량이 왔다면 온 것이다. 마른하늘에 번개가 떨어질 것이라
면 반드시 떨어지고, 먹장구름이 낀 날씨라도 비가 오지 않는
다 하면 정말 오지 않는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반여량의
말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디쯤인가?"
진육은 강환 두 개를 양손에 나눠 쥐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암기는 그게 전부였다. 너무 방심했다. 대주
의 죽음이 너무 빨리 진행된 탓에 암기를 챙겨 둘 시간이 없었
다. 문도가 이백여 명이나 상주하는 청붕분타 뒷산인지라 감히
이곳까지 급습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척. 십 장쯤 떨어졌을까?"
절망. 곽가장 문도라면 누구나 다 아는 천광탄을 쏘아 올린다
해도 도움을 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급하다. 십 장 거리라면
지금 자신들의 숨소리마저 파악하고 있을 게다.
"몇 명이나 되지?"
함상이 잔뜩 긴장해서 물었다.
백부하 강변에서 반여량은 흑의인의 숫자를 정확히 알아맞히지
않았던가. 음대가 죽인 흑의인은 스물다섯 명, 그리고 갈대밭
에 길게 이어진 혈흔 한 개. 반여량이 말한 대로 스물일곱 명
이었다.
"스물한 명, 두드러지게 강한 기운은 한 개."
"두드러지게 강하다. 어느 정도인가?"
"오급산서 읽은 살기. 백부하에서 읽은 살기. 그에 버금가는
정도."
"어쩌면 좋죠?"
곽소연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싹 다가왔다.
그녀는 곽가장에서 자랐지만 서적을 좋아하여 서재에서만 지냈
는지라 이토록 다급한 지경을 만나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개
미 한 마리 죽여 본 적 없는 그녀로서는 백부하에서 받은 충격
또한 쉽게 떨칠 수 없었다.
"제길! 꼼짝없이 당했군. 그런데 이놈들은 왜 아직 공격하지
않는거야?"
석수의 중얼거림은 옳았다. 십 장 거리라면 그야말로 지척이었
다. 전례에 비추어 보면 지금쯤 싸늘한 검날이 사대요혈(四大
要穴)을 노리고 짓쳐왔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다.'
반여량은 눈을 부릅뜨고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자연이 내뿜는 기운은 감지하기 쉽다. 성질을 정확히 모르더라
도 나쁜 기운이 있는 곳에 머물면 음습하게 소름이 돋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은 피
의 순환을 빠르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그에 비하면 인간이 발산하는 기운은 읽기 어렵지만 전혀 못
읽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면 괜히 기분이 나쁘고,
또 어떤 사람을 만나면 편해지는 것. 그것이 모두 기운이다.
어둠 속에서는 육신을 재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지독한 흉기
(凶氣)가 발산되었다. 그리고 이런 기운은 으레 사람을 죽여
왔다.
"이놈의 새끼들! 아주 기회를 잘 잡았어. 그래, 우리를 죽이기
에는 이처럼 완벽한 기회가 없지. 이판사판, 산을 내려가자."
석수가 극도(戟刀)를 움켜잡으며 이를 갈았다.
원래 극도는 장수나 사용하는 병기였다. 석수는 청붕분타에 도
착하는 즉시 부러진 은창과 무게가 비슷한 병기를 찾았는데 그
게 바로 극도였다. 무게도, 길이도 손에 착 달라붙어 아쉬운
대로 쓰기에는 딱 알맞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공격할 의사가 없는 거야. 왜?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놓고 무엇을 하려고...'
"잠깐! 기다려 보는 게 좋겠소."
반여량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움직이지 않아. 사방을 에워싸고..."
"뭐야? 이건 또 무슨 뜻이야? 잡아 놓은 먹이니까 서둘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석수 역시 어둠을 응시한 채 말했다.
"만약 우리가 천광탄을 터트린다면... 아!"
함상은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적이닷! 적이 습격해 왔다."
"뭐라고! 미친 놈! 누가 감히... 헛! 으악!"
"암습... 커어억!"
눈 아래 내려다보이는 청붕분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횃불
이 반장 간격으로 밝혀져 있어, 좌충우돌하는 무인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청붕분타 무인들은 비수당이 당했던 것처럼 어둠 속에서 독아
(毒牙)를 드러내는 검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쪽만 당하
는 것은 아니다. 비수당 음대와 양대 무인들은 이럴 줄 알았다
는 듯, 은폐된 곳에서 튀어나오며 반격을 개시했다. 그들의 검
광은 흑의인들 못지 않게 날카로워서 일 검에 생명 하나씩이
스러져 갔다. 그러나 정작 무공이 대주급과 비슷하다는 일심각
무인들은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다.
"세상에! 청붕분타를 급습하다니. 이놈들이 곽가장과 정면 승
부를 걸고 있군."
"어차피 싸움은 시작됐어. 자신이 없으면 길목에 숨어서 치지
도 않았겠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야, 정대를 완전히 가지고 놀았어. 그보다 더욱 무서운
점은 놈들... 놈들도 인간인데 공포가 전혀 없어. 죽는 순간까
지도 마치 뇌를 완전히 파낸 인간같이 말야."
진육과 석수는 말을 주고받을 뿐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반여량뿐만이 아니라 삼공도 흑의인들이 지척에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으스스하게 몸을 저며오는 살기.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무형의 살기가 유형의 검날로 변할 것 같
았다.
삼공은 흑의인들과 검을 맞댈 자신이 없었다.
반여량이 말한 살기가 강하다는 인간, 그는 비수당주를 만나기
전에 손속을 겨뤘던 무인과 비등한 무공을 지녔을 게다. 더군
다나 수하들까지 가세한다면... 죽음이 명확하다.
흑의인들이 공격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 그러나 공격해 오지 않는다면 굳이 이쪽에서 먼저 싸움
을 걸 필요는 없다.
지척까지 다가와 살기만 흩뿌리는 흑의인들. 이보다 더 피를
말리는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그때,
"누가 동기감응 감여가인가?"
황량한 산골짜기를 지나는 음산한 바람처럼 모골을 송연케 만
드는 음성이 어둠 속 한 귀퉁이에서 터져나왔다.
반여량은 살겁이 자행되고 있는 청붕분타에는 눈길도 주지 않
았다. 흑의인들이 나타난 순간부터 그는 뚫어지게 한 곳만 응
시했다. 바로 갈가마귀 음성이 들리는 곳을.
"나요."
"크섬! 그럴 것 같더군. 동기감응 감여가라... 안철주를 아느
냐?"
"..."
반여량은 잠시 할말을 잊었다. 사부를 알고 있다니. 반여량이
알기에 사부는 무림과 전혀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감여는
고사하고 하다못해 시신을 염하는 것조차 무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런데 무인이... 무인이 사부의 성함을 들먹이다니.
그것도 강서무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는 곽가장에 검을
들이대는 무인이.
"제자로 알고 있다만 맞는가?"
"맞소."
"다 배웠나?"
"...?"
"동기감응 말이다. 다 배웠나?"
"하하하! 동기감응은 처음도 없고, 끝도 없거늘 무엇을 다 배
운단 말이오?"
"그런가? 처음도 없고, 끝도 없다? 그렇군. 다 배우지 못했
군."
어둠은 다시 고요한 침묵을 되찾았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까
지 들릴 정도로 쥐죽은듯한 정적이 흘렀다.
"무엇을 쫓고 있는가?"
'음기.'
산귀의 생각이었다. 산귀는 안철주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부터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를 엿듣는 중이었다.
"악기(樂器)."
반여량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악기를 읽을 수 있는가?"
"없소."
"음...!"
반여량의 대답은 정녕 뜻밖이었다.
그는 분명 기를 읽을 줄 안다. 곽가장 가산에서, 오급산에서
서, 백부하에서 그는 산세의 기운만이 아니라 인간의 기까지
읽지 않았는가. 흑의인들이 급습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고,
그 중 무공이 강한 사람이 몇 명이라는 것까지 알아 냈다. 물
론 본인은 기를 읽었다고 하지만 무공을 정심하게 연마한 무인
들도 감지하지 못한 기척을 단지 눈을 감고 정신을 몰입한 것
만으로 알아 냈다는 것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를 읽을 수 없다고 한다. 왜?
삼공, 산귀, 곽소연은 아연해진 표정으로 반여량을 바라보았
다. 그러나 반여량의 표정은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경직된
얼굴로 어둠 속을 뚫어지게 노려보는 눈길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찌르륵...! 찌륵!
풀벌레의 울음 소리가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밤이라서인지 풀
내음도 한결 깨끗하고 강했으며, 열기가 가신 밤 공기도 싱그
럽게 다가왔다.
흑의인은 답답할 만큼 조용했다.
질문을 더하려는 의사는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공격을 시작
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어둠 그늘에서 질식
할 듯한 냉기만 풍겨 냈다.
'살기가 짙어진다. 목표는 나. 모든 살기가 나에게 집중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이상했다. 정녕 이상했다. 적어도 지금까지 공격자들이 띤 살
기는 전부 곽가장 문도를 향했다. 자신에게는 일점도 뻗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 다른 사람은 모두 제쳐두고 오
직 자신만을 겨냥하고 있다. 목표는 자신. 다른 사람은 죽이지
않더라도 자신만 죽이겠다는 의도였다. 왜? 이유는 모르지만
느낌이 확실했다.
반여량은 무섭게 긴장했다.
살기와 직접 부딪히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당하
고 보니 손에 땀이 절로 나왔다. 그러고 보면 무인들은 참 대
단한 사람들이다. 이런 살기와 늘 상충(相沖)하면서도 태연히
웃고 떠들며 밥을 먹을 수 있으니.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흑의인들은 아무런 기척도 흘리지 않고 있지만 암중으로 피어
나는 살기는 무척 짙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람을 죽이기
직전, 흥분하는 것이 당연하고 지금 흑의인들의 상태가 바로
그랬다.
진육은 이들이 공포가 없다고 말했다. 마치 뇌를 파낸 인간처
럼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다. 이들도 인간이다.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 짙어지는 살기는 살인에 대한 죄책
감을 망각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며, 이런 노력은 사유할 줄
아는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행동이다.
'공격해 온다. 바로 지금!'
파아앗...!
예고도 없이 어둠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듯한 환상과 함께 시
꺼먼 인형이 튀어나왔다. 그의 신형이 얼마나 빠르던지 형체조
차 구분할 수 없었다. 단지 바람을 찢어발기는 파공음으로 공
격자의 위치를 알 수 있을 뿐.
반여량은 몸을 움직여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땅에 붙어 움직여지지 않았다. 동기감응을 배우느라고 산 속에
서 지새운 밤이 몇 날 며칠이던가, 태고적부터 인적(人跡)이라
고는 닿지 않았을 것 같은 산에서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맹수의 습격을 받으면서 단련한 건각(健脚)이 아닌가. 그러나
흑의인의 검을 피하려면 좀더 색다른 방도가 필요했다. 고절한
무공.
"타앗!"
경쾌한 일갈이 바로 옆에서 터져나왔다.
곽소연, 그녀가 신속하게 반여량의 앞을 가로막으며 회선각법
(廻旋脚法)을 펼쳐 냈다. 그녀의 실력을 가늠해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 의도는 좋지만 일초식도 막을 수 없는 반격이
요, 위험천만한 행동이지 않은가.
그에 반해 함상은 차분히 공격했다. 그는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반격이 유효 적절한지
본능으로 깨달았다.
그의 공격은 단순했다.
허공으로 솟구치며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검식, 일검낙자(一
劍落刺)라 부르는 초식이었다. 하나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결코
평범할 수 없었다. 장주가 혈조수를 죽인 일검직자라는 초식에
옥순산 전투를 치르며 깨달은 심득을 융합하여 만든 활초(活
超)이기 때문에.
말은 많이 들었다. 흑의인들은 일절 말이 없다고.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나타나서는 조용히 검을 날리는 바람들이라고. 지금
공격하는 흑의인도 그랬다.
차앙!
허공에서 검과 검이 부딪쳤다.
순간적이지만 흑의인의 눈가에 잔떨림이 일었다고 느낀 것은
착각일까? 그럴 것이다. 검이 부딪치는 탄력을 아랑곳하지 않
고 육신부터 디밀어 오는 무지막지한 공격은 제정신을 가진 인
간은 펼치지 못한다.
퍼억!
반사적으로 쳐올린 무릎이 흑의인의 복부를 강타했다.
심하게 일그러지는 얼굴. 하지만 눈빛은 더욱 섬뜩한 독기를
뿜어냈고, 목을 쳐오는 검날을 무시하고 옆구리를 베어 왔다.
동귀어진을 노리는 살포.
"헉!"
함상은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토해 냈다.
흑의인을 죽이는 것은 간단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옆구리
에 붙여오는 검날을 피할 수 없다. 물러설 수도 없다. 너무...
너무 거리가 가깝다. 그러고 보니 복부에 일격을 당한 것은 고
의적인 행동.
카아악! 쓰윽...!
검이 목 하나를 허공에 띄워 보냈다. 꽈리가 터지듯 비산하는
핏줄기가 눈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얼굴에 튀기는 따뜻한 핏
방울. 함상의 옆구리는 입을 쩍 벌리고 흑의인과 똑같은 붉은
핏물을 토해냈다.
'치잇! 정말이군. 목이 잘리면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다니.'
파앗! 파아앗...!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흑의인의
죽음이 신호라도 되는 양,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검풍(劍風)이
어둠을 조각조각 갈라 놨다.
쿠쿠쿠쿠...!
함상은 쏟아지는 폭포 아래서 수십 가닥의 물벼락을 맞는 기분
이었다. 어느 검부터 맞닥트려야 할지, 어떠한 초식을 사용해
야 할지... 일순간 그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 마냥 텅 비워졌
다.
"함상! 물러섯!"
고함을 내지른 사람은 진육. 그는 우렁찬 사자후(獅子吼)를 터
트림과 동시에 강환 두 개를 아낌없이 던졌다. 강환을 던지고
나면 육장(肉掌)으로 살귀들을 맞이해야 하지만 함상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었다.
쐐엑! 쐐에엑...!
섬전(閃電)을 능가하는 빠르기, 전개하여 한 번도 실수하지 않
은 비환술(飛環術). 더군다나 지금은 지척에서 펼쳤는지라 피
할 구석이 없었다.
흑의인 두 명이 날갯죽지 꺾인 기러기처럼 맥없이 떨어졌다.
'쿵' 하는 울림은 나중에야 터져 나왔다. 그러나 진육, 석수,
함상은 땅에 널브러진 흑의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무려 이십여 개에 달하는 검날이 일제히 쇄도
해 들었다. 이제는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벅찰 지경, 누구를
보호한다거나 위급한 모습을 보고 구원해 준다는 것은 한낱 꿈
에 불과했다.
그때였다.
"쳐랏! 한 놈도 살려 보내서는 안 된다."
흑의인들의 뒤에서 쩌렁한 일갈이 터지자, 흑의인들보다 조금
옅은 옷을 입은 무인들이 튀어나왔다.
그랬다. 어둠 속에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어둠과 동화된 새까
만 무복과 회색빛으로 보이는 무복. 한쪽은 적이요, 다른 한쪽
은 벗이었다.
까가각! 파앗...!
새로이 나타난 무인들의 무공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흑의인들
의 무공도 범상치 않았건만, 그런 그들이 추풍낙엽(秋風落葉)
처럼 떨어져 나갔다. 인원수는 조금 적었다. 하지만 서로 비슷
한 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두어 명만 남기고 몰살한 것
은 그로부터 또한 찰나간이었다.
"일심각! 홍홍록록 윤명!"
진육이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
그는 정대주 동종관에게 자진명령을 전한 사람이다. 평소에도
신계각에 보내는 눈길이 곱지 않았다. 그런데 절대절명의 순간
에 나타나 목숨을 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군. 일심각 무인들... 개개인이 대주와 버금가는 무공
을 지녔다더니만."
일심각과 비수당.
곽가장의 명예를 지키는 두 기둥.
비수당은 수많은 선혈을 흘렸다. 이백 명에서 삼 할밖에 안 되
는 육십삼 명만이 살아남았다. 죽은 자들 중에는 음대주, 음대
부대주, 양대 부대주도 포함되었다. 썩은 기둥. 흑의인들과 부
딪친 비수당은 썩은 기둥처럼 무너졌다. 비록 비수당 또한 흑
의인들을 참살했지만 그것은 결코 자랑이나 변명거리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일심각 무인들은... 그들은 흑의인 스물한 명을 몰살
직전에 몰아넣으면서 단 한 명도 상하지 않았다. 동귀어진 수
법도 유유히 피해 냈다. 흐르는 물처럼...
드디어 아귀다툼이 끝났다.
일심각 무인들은 흑의인들의 시신을 일일이 점검했다. 그리고
혹여 숨이라도 붙어 있으면 핏물이 뚝뚝 흐르는 검을 들어 사
정없이 심장을 후벼팠다.
'사, 사람을 죽여 본 솜씨들이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무
수히 많은 사람을... 일심각 무인... 이들이 언제 살인을 해보
았을까?'
함상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일심각 무인들은 사람을 죽이면서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으
레 들기 마련인 죄책감도 없는 듯했다. 육신을 베는 마지막 순
간에도 극히 차분했다. 어디서 살인을 해봤을까? 함상이 생각
하기에는 비수당의 혈육로와 버금가는 지옥을 거쳐온 것 같았
다.
모두가 잘못 알았다. 비수당은 이들이 살인을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멸시했다. 이제는 수정해야 한다. 일심각 무인들은 적
어도 비수당보다 한수 위에 있다.
"진육, 석수, 함상. 너희들은 내 수족이란 점을 잊지 마라. 이
번 일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그냥 넘어간다. 다음에 또...
일을 어긋나게 만들거나, 위급지경에 처해진다면 가차없이 잘
라 버린다."
윤명은 삼공을 일일이 돌아보며 비웃음을 던졌다. 그리고 이번
에는 반여량과 산귀를 쳐다보며 말을 던졌다.
"역시 감여가는 시신이 있는 곳에 항상 모습을 드러내는군. 산
귀, 반여량... 좋아. 이번 일은 묵과하지. 하지만 명심해 두는
게 좋아. 오래 살고 싶으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시신 곁에 얼
씬거리지 마."
"홍홍록록, 고맙소."
산귀가 말했다.
반여량은 아무 소리 하지 않았다. 목숨을 구함 받고도 전혀 고
맙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타다다닥...!
대황촉 불빛이 어둠을 살랐다.
반여량은 처소로 돌아와 침상에 누웠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장의와 감여를 겸하고 있기에 무수한 시신을 만져왔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사람이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백부하 강변에서 몸에 배인 피냄새가 한밤까지 이어졌으니.
'파리보다 못한 인간 목숨...'
무인들은 왜 검을 들까? 무공을 배우는 목적이 단순히 사람을
죽이고, 일신영달(一身榮達)을 꾀하는 데 있는 것일까? 그렇다
면 차라리 상인(商人)이 더 나을 텐데. 부귀와 명예는 싫증날
만큼 누릴 테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없지 않겠는가.
좋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검을 든다고 치자. 그러면 정상에 올
라서야 하지 않겠는가. 비수당원처럼, 흑의인들처럼 거친 들판
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으려면 무엇 때문에 무공을 배
운단 말인가.
"하악! 살려줘..."
"어머니... 어머니..."
밖에서는 애끓는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낮처럼 밝게
피워 놓은 관솔불 아래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쳐
들었다.
청붕분타는 돌발적인 급습에 전쟁터처럼 황폐해졌다. 청석(靑
石)을 깔아놓은 바닥에도, 담벼락에도, 전각 기둥에도 튀긴 핏
방울이 가득했고, 그 밑에는 어김없이 흑의인 아니면 청붕분타
무인들이 싸늘하게 누워 있었다.
번개처럼 들이닥쳐 살검을 휘두른 흑의인들은 철수하는 것도
신속했다. 명령도 없었다. 일 각여 동안 검을 휘두른 흑의인들
은 일제히 몸을 돌려 빠져나갔다.
성동격서(聲東擊西)의 계(計)였다.
곽가장 무인들을 청붕분타에 묶어두고 뒷산에 운집한 반여량
일행을 확실히 제거할 심산이었다. 만약 일심각 무인들이 제때
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흑의인들의 생각대로 되었을 것이다.
반여량은 다른 점을 생각했다.
이번 경우도 그렇지만 비수당이 당한 경우도 비슷했다.
수많은 인원으로 단번에 공격을 가해왔다면? 일심각 무인들을
차치하고 생각한다면 비수당 무인들은 몰살했으리라. 자신과
정대원들도 혈해(血海)에 잠겨 있으리라.
흑의인들은 그만한 실력이 충분했다.
죽여도 죽여도 또다시 나타나는 흑의인, 그들은 곽가장보다 더
많은 무인을 양성했으면 했지 모자라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희생이 많은 소규모 파상공세를 일삼다니.
곽가장과 정면으로 싸울 요량이면 치고 빠지는 전략은 필요 없
지 않은가.
모든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가장 신경 쓰
이는 것은 뒷산에서 만난 흑의인이었다.
다시 그를 만난다면? 반드시 알아볼 수 있다. 그는 일심각 무
인들 손에 죽지 않았다. 윤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때, 그는
가볍게 몸을 빼서 어둠 속으로 유영(遊泳)해 갔다.
머리털이 쭈볏 곤두서는 대살기(大殺氣)와 대살기의 스쳐지나
감.
흑의인은 윤명과 부딪치지 않았다. 슬쩍 비켜서 사라졌다. 틀
림없다. 그는 싸우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자신을 죽이려던 자가 사라졌다 해서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
다. 염사(念寫), 마음의 그림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급산에서, 백부하에서 그리고 뒷산에서 흑의인들의 출현을
알게 된 것은 마음의 그림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그랬다. 유독
기가 강한 사람은 존재만 느낄 수 있을 뿐, 형상을 그려내지
못했다.
벽(壁).
커다랗고 두꺼운 벽이 사이를 가로막았고, 여간해서는 무너뜨
릴수 없었다. 아니, 무너뜨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기감응을
익힌 이래 이런 경우는 사부를 제외하고는 처음. 그럼 흑의인
의 뇌력이 더 강하다는 말인가.
"허억! 너무 아파. 내가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방문 밖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같은 시각, 명희루(明嬉樓).
명희루는 청붕에서 손꼽히는 일급(一級) 청루(靑樓)였다.
기녀(妓女)들은 모두 재색이 뛰어났으며, 시서가무(詩書歌舞)
에 능통하여 고관대작(高官大爵)이 아니면 상대하지 않는다 했
다.
진육은 명희루에 상방(上房)을 빌려놓고 자양(滋養), 강장(强
壯)에 좋다는 석척주( 酒:도마뱀술)를 음미하듯 자작했다.
"이제 올 때가 되었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이극(李極)이 불안
한 듯 쥐눈을 희번덕거리며 들어섰다.
"어서 오너라."
"어, 어쩐 일로 부르셨는지...?"
진육은 눈가에 낯선 기광(奇光)을 떠올렸다.
대주가 죽은 것은 오늘 초저녁. 아직 신임 정대주라는 사실이
공표되지 않았다해도 국주(局主)가 대원을 부르는 데 꼭 이유
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눈빛은 너무 찰나간에 떠
올랐다 사라져 눈치빠르기가 여우 같은 이극도 알아차리지 못
했다.
"우선 앉아라. 술이나 한 잔 하면서 담론(談論)이나 즐기자.
그렇게 긴장해서야 어디 농(弄)이나 제대로 하겠나? 하하! 청
붕에 들렀기에 그 동안의 노고도 위로할 겸 겸사겸사 불렀다."
진육은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담뿍 머금었다.
"그, 그렇습니까? 그래도 제 신분이 발각되면..."
이극은 몹시 불안한 듯 눈알을 데룩이며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
다.
당연했다. 정대원의 신분은 하늘도 몰라야 한다. 동생이 형의
비밀을 탐지해 보고할 수도 있고, 딸이 아버지의 비밀을 캐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전혀 세상에 노출될 것 같지 않은 비밀이
속속 들어났고, 또한 신분이 발각되면 여지없이 죽어야만 했
다.
"하하! 나도 십 년이나 무림을 떠돌아서 자네의 고충을 잘 알
지. 염려하지 말게. 충분히 조심했으니까."
진육은 쉽게 본론을 꺼내지 못했다.
그의 직감이 이건 아니라고 말한다. 국주의 지위를 차지한 네
명이 누구던가. 험악한 강호(江湖)에서 십 년이나 종횡무진하
고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닌가. 어련히 조심했
을라고.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정대원은 사공을 의심해서
는 안 된다. 그들의 경륜을 인정하고 예로 맞이해야 한다.
"기녀는 부르지 않았네. 시간이 촉급해서 말야.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는 말게. 셈은 해놨으니, 내가 가고 난 다음에 실컷
즐기게."
"예, 예."
이극은 무안한 안색을 숨기려는 듯 따라 주는 석척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이내 거센 기침을 토해 냈다.
클럭! 클럭...!
거센 기침이 터져나왔다.
석척주는 순도가 높은 술이다. 특히 명희루에서 내놓는 석척주
는 담근 지 십 년이 지난 것들로 독하기로는 섬서성(陝西省)의
서봉주(西鳳酒)와 버금간다. 그런 술을 단숨에 들이켰으니 모
르는 사람이 이극의 하는 양을 봤다면 촌놈 무지렁이라고 비웃
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중원에 존재하는 모든 술을 맞본 사람.
가식적인 행동이었다.
그가 지금 위장하고 있는 신분은 주사(廚師:요리사), 주사가
석척주같은 고급술을 마실 기회는 드물다. 습관적인 행동이었
다.
진육은 의미 깊은 표정으로 빈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하하하! 천천히 마시게. 그렇게 마시다가는 취해서 어디 계집
이나 껴안겠는가?"
"예, 예. 헤헤..."
"그건 그렇고.. 청붕분타주 금사일살 유백언이 보이지 않던데.
어디 갔나?"
진육은 지나가는 말처럼 본론을 끄집어 냈다.
"컥!"
이극은 사레가 들린 듯 다시 거센 기침을 토해 냈다. 이것 역
시 가식이었다. 무엇인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그러
나 대답은 화급을 요할 때 사용하라고 일러준 방법이었다.
그는 진육이 익히 아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겠
지만 습관이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당황? 무슨 일인가? 하하하! 내 앞에서 당황하다니. 자네답지
않아. 내가 누군가? 바로 자네 국주 아닌가? 하하하! 무슨 일
인지 모르지만 속 시원히 끄집어 내보게."
"당황하기는요. 갑자기 사레가 들리는 바람에..."
이극은 정말 사레가 들린 듯 얼버무렸다.
'뭔가 있는데... 그게 무엇인가...?'
"분타주가 보이지 않다니 이상합니다. 일심각주님이 들어섰을
때, 분명 마중 나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보이지 않다뇨? 도
무지 무슨 말씀인지...?"
"흑의인들이 급습해 왔을 때, 전면에 나서야 할 금사일살이 모
습을 보이지 않았어."
"그런가요? 그것 참..."
"몰랐던 일인가?"
"몰랐죠. 알면 벌써 알아봤죠."
이극의 겉모습은 많이 안정되었다. 용건을 알았기 때문일 게
다. 장주의 행방에 관한 물음. 이제 대답할 말이 많을 게다.
진육은 이극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런가! 흠...! 자네가 몰랐다면... 흠, 개인적인 일인가? 아
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심각주가 분타를 방문했는데 자리를 비
워? 뭔가 이상하지 않나?"
"사실은..."
"사실은?"
진육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는 이극을 보며 눈을 빛냈
다.
"분타주께서는 요즘 바쁘시죠. 낄낄!"
"왜?"
"애희(愛姬)가 생겼걸랑요. 낄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관계죠. 이미 청붕성 내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
일걸요."
"그런가? 그런데 자네는 왜 입이 마르나?"
진육은 하얀 웃음을 머금었다.
금사일살 유백언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그 역시 정대의 일원,
하지만 정대원들끼리도 신분노출을 극비로 하기 때문에 이극이
몰랐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게다.
유백언, 그는 사공들과 마찬가지로 곽가장보다는 정대에 더욱
애착을 가진 인물이다. 서재에서 발견한 각주의 서신도 그가
숨겨 놓은 것이다. 그는 각주와 사공을 이어주는 끈. 대주의
시신을 파묻고 돌아오는 길로 그의 침소를 방문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의 부인도, 두 아들과 세 딸도... 그들은 마치 땅
속으로 숨은 듯 종적이 묘연했다.
"헤헤! 술이 워낙 독해서요. 그리고 이런 데 와 본 기억이 가
물거려서... 헤헤! 이곳에 배인 지분(脂粉) 냄새를 맡고 있자
니 몸이 근질거리잖아요. 안 그래요?"
이극은 엉덩이까지 들썩이며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쯧쯧! 정대에서 배운 것은 다 잊어 버린 게로군. 이럴 때는
이실직고를 하든가 아니면 신속하게 도망쳐야 한다고 가르쳤는
데. 안 그런가? 내 눈빛이 날카롭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그게 무슨 말씀..."
"유백언은 분타주라는 직위보다 정대원이 되는 것을 더 좋아했
지. 무슨 말인 줄 아는?! 나보다 직위가 높은 사람이지만 내
국(局)의 일원이란 말일세. 그런데 사라졌어. 정대원이 실종되
었다면... 죽은 게지. 그래서 자네를 불렀어. 각주님과 연락할
일이 있어서 말야. 워낙 시간을 재촉하는 일인지라... 그런데
자네 행동은 이게 뭔가?"
이극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술잔에 가득 담신 술이 바람에 흔
들리는 물결처럼 찰랑거렸다. 몹시 놀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타주가 정대원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다. 직
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의 밑으로 자청해서 들어갔다니 말
이 되는가. 세상에 그런 미친 인간이 있을 줄이야.
"정대에서는 변절자(變節者)를 가만두지 않아. 어떤 대가를 치
러야 하는지 잘 알지 않는가? 말해 보게. 무엇이 자네를 변하
게 만들었나?"
이극은 잘돌아가는 머리를 재빨리 굴렸다. 그리고,
파앗!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들고 있던 술잔을 홱 던졌다. 일상 생
활용품에 내력을 가미하여 운용하는 암기술. 정대에서 배운 무
공, 바로 그 암기술이었다. 화려함을 일체 배제하고 빠름만을
추구한 표홀한 무공. 동시에 그는 손을 품속에 찔러 넣었다.
안에는 우모침 한무더기가 들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쉬익!
"악!"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자마자 단말마가 터져나왔다.
이극은 많은 공격을 하지 못했다. 암기술이라면 신계각을 통틀
어 가장 정통한 사람이 진육이지 않은가. 그가 품속에서 우모
침 한 무더기를 꺼내드는 순간 어느새 이마 한가운데 틀어박힌
유엽도 한 자루가 모든 의식을 동여매 버렸다.
"이거야말로 미칠 노릇이군. 대주님에게 자진 명령이 내리지를
않나, 충실하던 이극이 변절을 하지 않나. 그래, 손발을 자르
는 거야. 장주님이야. 장주님이 손발을 자르고 있어. 이극이
정대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와 대주님, 그리고 각주님
과 장주님 단 네 사람 뿐."
진육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털어 넣었다.
정대에 가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많다. 평범하게 살기를 싫
어하는 사람, 너무 빈곤한 가정에 태어나 변신을 꾀하는 사람,
죄를 짓고 도망 다니는 사람, 몸 담고 있던 문파가 멸문(滅門)
을 당해 갈 곳이 없는 사람...
그들 중 정대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먼저 천애고아는 안 된다. 가족이 있어야 활동이 활발하고 생
(生)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또한 변심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극은 변했다.
금사일살 유백언의 실종과 이극은 서로 연관이 있을 게다. 그
런 행동은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않은 행위이기에 쉽게 결단
내릴 수 없다. 가족의 안위... 장주다. 장주만이 그들의 생사
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다.
답답했다. 이제는 무엇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대주... 당신은 정말 우리의 목숨을 원했구려.'
진육은 다시 술 한 잔을 따라 마셨다. 그때까지 이극은 자신의
죽음이 믿어지지 않는 듯 두 눈을 부릅뜬 채 서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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