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서 우리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안전이란 단어가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얼마 전엔 마산 도심 복판에서 배관공사 중 도시가스가 두 시간 가까이 누출되는 아슬아슬한 사고가 터졌다. 당일 가스가 누출되면서 서마산 일대 주변 도로는 원인도 모른 채 혼잡을 빚었고, 인근 주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만에 하나 불똥이라도 튀었더라면 시내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터졌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일상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경남본부와 경남에너지에서는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와 굴착기 기사가 주의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책임을 미뤄 빈축을 사고 있다. 원칙적으로 도시가스 배관은 아이 키만큼 깊숙이 파묻어야 하지만 암반이나 지하매설물의 상태에 따라 얕게 묻기도 하며 그럴 때에는 이중으로 배관을 감싸왔으니 결국 굴착기 기사가 잘못 건드린 탓이란 주장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모습은 그렇지만도 않다. 처음부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오래전에 배관 공사를 했을 경우 그 뒤 도로공사를 새로 하면서 깊이가 유지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굴착 공사를 하게 되면 공사계획을 사전에 신고하고, 도면을 충분히 확인하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도면이 맞지 않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기사만의 잘못으로 돌리기 어려운 사정이라 하겠다. 공사를 하다 보면 개인의 실수도 있겠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배관 보수공사를 할 때 지침이나 유의 사항이 없다는 사실은 놀랍기 짝이 없다. 안전 기준이 없으니 임의로 공사를 해왔을 것이 뻔하다. 기준이 확립되어 있어야 수시로 점검을 하고 사전 예방책도 세울 수 있을 터이니 당장 마련해야 함에도 경각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도면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는 일도 이번 기회에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사판을 벌이는 마당에 지하에 안전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데이터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언제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모를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경시하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