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간의 세태는 소통 부재의 나날,
『이명』은 그런 고통을 대칭하는 메타포의 언어다.
더 밝아질 우리의 내일을 기원하며
이 시조집을
세상에 내보낸다.
- <시인의 말> 전문
************
귀/ 이우걸
들으려 하지 않는 귀,
들을 수도 없는 귀,
이미 편 갈린 귀,
서로 닫아 버린 귀,
마음이 길을 잃어서
오래전에 병든 귀
**********
자매들/ 이우걸
쟁반에 담긴 소란이 몇 차례나 들락거려도
거실의 불빛은 꺼질 줄을 모른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강물은 하염없다
막내가 장난삼아 돌팔매를 던지면
언니들도 덩달아 돌팔매를 던져서
파문은 웃음이 되고 또 때로는 울음이 되고
얘기가 잦아들 무렵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빗소리는 추억들을 다시 불러내지만
새벽이 닿을 때쯤엔 엉킨 채 잠이 든다
*************
이명 2/ 이우걸
생의 언덕바지엔 목 쉰 파도가 산다
파도는 사연 많은 생채기의 울음들이다
그 소리 다 읽고 싶어
귀는 늘 잠이 없었다
*************
나의 노트북 시대/ 이우걸
몇 번이고 주저했던 노트북을 구입한 뒤로
내 작품의 수공업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그 많은 파지를 먹던 휴지통도 한가하다
마감에 쫓기며, 비재(非才)를 원망하며
밤새도록 썼다 지우던 추억도 사라지고
요즘은 나도 모르는 시어들이 튀어나온다
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과연 효율일까
눈에 익기도 전에 보내 버린 작품들을
화면에 다시 띄워 놓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
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이우걸 시집/ 이명/ 천년의시작/ 2023
바보공주
추천 0
조회 20
23.03.17 10:5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