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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고진실, 김상진, 이예림, 이효정, 최규호, 최우림 여섯 명이 가양4복지관 스마일에서 만났습니다.
이효정 선생님께서 맛있는 차를 준비해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김상진 [국립존엄보장센터] 남유하, 원종우, 김이환, 김주영, 김창규, 서해문집
국어교사들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SF소설 다섯 편을 모은 책입니다. 표제작 ‘국립존엄보장센터’의 주인공은 생존세를 내지 못해 센터에 가게 된 할머니입니다. 센터에 도착하면 시계를 주는데 24시간 타이머가 맞춰져 있고 시간이 다 되면 안락사 하게 됩니다. 센터 직원에게 요청하면 5분 후에 죽는 선택도 가능합니다. 센터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은 에피소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단순 안락사가 아니라 중국에 장기 밀매한다는 이야기도 듣게 됩니다. 여러 감정을 느낀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됩니다.
잘하는 짓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데 보름달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704호 님,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아니요. 아무것도….
필요하신 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어정쩡한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뒤통수에 틀에 박힌 인사가 박혔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 순간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남은 시간은 절대로 즐거울 수 없다고 확신했다.
존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국립존엄보장센터에서 보장하는 존엄은 존엄한 마무리와 죽음이겠죠? 그 대상은 생존세를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입니다. 우리 사회가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예림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한강, 문학과지성사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일상을 지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긴 일에도 내 일을 해나가며 평정을 유지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일어날 일이었기에 말입니다.
이예림 [휴식은 저항이다] 트리샤 허시, 갈라파고스
오늘은 당신이 쉬었으면 좋겠다. 지친 상태가 정상적인 삶의 방식이 아님을 마음속 깊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대로 충분하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살아갈 날이 아직 남아 있기에 급히 치유하려 서두를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 천천히 가도 된다. 깊이 들어가도 된다.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
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게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휴식하고 있는지 돌아봤고, 아직까진 나름의 방식이 꽤 만족스럽다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최규호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제주 4.3을 기억하려는 태도, 그 아픔에 ‘참여’하려는 듯한 마음, 폭력의 잔혹함에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결기... 그런 것들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소년이온다>를 집필하고 난 후유증이랄까, 마치 ‘인간 한강’을 그대로 보여주는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주인공 경하는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삶과 작별하려 유서를 쓰고 있고, 악몽을 꾸며 두통, 위경련, 구토가 일상인 가운데 은둔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고 역사의 아픔과 정면으로 마주한 대가라고 해야 할지...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23쪽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앵무새에게 먹을 것을 주라는 부탁을 받고 곧장 제주로 간 경하는 (마치, 이번엔 제주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들여다보라는 주문과 초대를 받은 듯) 폭설 속을 헤매며 또다시 고통에 처합니다.
저는 이 고통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두통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내 마음은 차츰 마비되어, 그 낯선 할머니와 작별한 일이 어느 사이 멀어진다. 불안도, 구해야 할 새에 대한 생각도, 인선에 대한 마음까지도 통증이 예리하게 그어놓은 금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122쪽
고통이란 원래 이런거죠. 나와 타인(세계) 사이에 선을 긋게 하고, 더욱 자기중심적으로 만드는 것...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후퇴하지 않고, ‘죽은자의 부름’에 끝내 응답하려 합니다. 그 결과로, 비록 찰나 혹은 환상 같은 것일지 몰라도, ‘구원’이 주어지는 것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고통 끝에 구원에 이른다’기 보다는 ‘고통인 동시에 구원’인 경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르겠다, 이것이 죽음 직전에 일어나는 일인지. (중략) 아무것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 정교한 형상을 펼친 눈송이들 같은 수백 수천의 순간들이 동시에 반짝인다. (중략) 모든 고통과 기쁨, 사무치는 슬픔과 사랑이 서로에게 섞이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동시에 거대한 성운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빛나고 있었다. 137쪽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던 과정에서 내가 구해졌다면, 그건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였을 뿐이었다.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산문 <출간 후에>에서)
(글쓰기를 통해)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사람에게는 또한 일상적인 것들에서의 특별한 감각이라는 선물도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과 많이 부딪치고 아파하고 교감할수록 자기가 거느리는 정서와 감각과 지혜가 많아지는 법”(지난번 최우림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글쓰기의 최전선>중에서)이라고 했으니, 이런 면에서 작가 한강은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나아감의 좋은 예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도 한강을 읽으며 거기에 참여합니다. 감각을 공유합니다. 우리 모두가 고통과 생명에 대해 섬세한 감각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면, 학살과 해침과 혐오는 일어나지 않을 텐데요. 물론 감각을 강하게 공유할수록, 경하와 인선처럼 스스로 고통에 처하는 상황이 많아질지도 모르지만요.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 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5쪽
고진실 [지원주택과 의료] 백재중, 건강미디어협동조합
안전 손잡이나 미끄럼 방지 타일을 필요에 맞게 부착했다. 요양보호사가 주 2~3회 방문하여 가사 지원, 말벗 서비스, 병원 내원 등도 돕는다. 스마트 토이봇(효순)을 제공하여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게 하고 투약 모니터링도 가능하도록 했다. (…)
사회복지사가 매일 입주민의 건강을 확인하고 물리치료사 한의사 약사의 방문의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시락 배달과 세탁물 처리, 문화 활동 등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42쪽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자립생활의 어려움이 줄어들면 지원 서비스나 지원주택에 대한 필요는 줄어들 수 있다. 또 자립생활과 관련된 기존 지역사회 서비스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지원 서비스가 도입되어도 지원주택에 대한 필요는 감소할 것이다. 99쪽
지원주택에서 생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주자의 생활 방식이나 태도가 달라지곤 한다. 실질적으로 스스로 생활에 대해 선택하면서 생기는 변화고, 자립생활의 경험이 만들어내는 분명한 차이다. 그것이 때로는 위태롭거나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사자 스스로 그런 선택권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3쪽
최우림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해냄출판사
작년 마지막 책이자 올해 첫 책, 공지영 작가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공지영의 요르단, 예루살렘 성지순례기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 다행히(?) 나는 십 년 넘게 가톨릭 기관에서 근무 중인 덕에 큰 어려움 없이, 거부감 없이 작가의 걸음을 따라 걸을 수 있었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고통, 고독, 외로움, 슬픔, 죽음. 그리고 작가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작가처럼 고통, 고독, 외로움, 슬픔 앞에서도 조금은 당당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죽음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디선가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너는 택해야 한다, 그 고독을. 그것이 참된 것이라면......아득하고 슬픈 바람이 미지근하게 불어왔고 계속해서 불어왔다.
그러므로 고통이 오면 우리는 이 고통이 내게 원하는 바를 묻고, 반드시 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틀이 이제 작아지고 맞지 않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우리가 한낱 미물이라 여기는 매미도 허물을 벗어야 더 큰 성충이 된다. 매미는 그 허물을 벗기 전 제 껍질을 키우면서 그것을 벗어던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겨우겨우 얻은 먹이로 그 껍질을 키웠을 것이다. 그래도 매미는 그걸 버린다. 잠시지만 엄청나게 연약한 피부로 모든 위험에 노출된 채로 새로운 껍데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모든 성장은 위험하다. 성장은 일종의 변형이고 변형은 딱딱하고 강한 것에서가 아니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것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센병 균이 우리 몸에 하는 일은 고통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고통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 대개 이런 것이 우리의 소원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고통이 없어지고 나면 인간의 손과 발이 뭉개지고 코가 뭉개지며 종국에는 눈도 먼다. 조금도 주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을 닫다가 손을 찧어도, 발 위로 무거운 돌이 떨어져도 피하지 않는다.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눈은 왜 멀게 되냐면, 눈을 계속 뜨고 있어도 아프지 않기 때문에 깜박이지 않게 되고 깜박이지 않으니까 심한 안구 건조증이 오고, 그리하여 각막이 상한다는 것이다.
(···)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 이것은 죽음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참으로 중대하고 두려운 일이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우습다.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10년 전만 해도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차라리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삶을 택하겠어요. 이 고통이, 이 지경이 저는 지긋지긋합니다." 그러나 이제 와 돌아보면 그렇지 않다. 나는 이제 적어도 지나온 내 삶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예언이 있다 한들 듣고 난 뒤 우리가 온전할 수 있는 것도 그 불확실의 힘이다. 그것이 나쁜 것이든 설사 좋은 것이라 해도. 그러니 불확실성에도 이점은 있다.
김승철 [원씽(The One Thing)]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구세희 역, 비즈니스북스
2025년 한 해, 내가 지켜가고 싶은 나의 '원씽(한가지)'을 생각하며 더 나은 삶, 현장 실천을 상상하자는 마음에서 선정했습니다. (1월 이니까 '원'씽 ^^)
나누고 싶은 구절
평소 우리는 삶과 일터에서 여러 일들을 마주하며 바쁘게 살지만, 그럼에도 이거 하나만은 꼭 붙잡고 꾸준히 축적하며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해거나 필요없게 만들 단 하나, 그것이 무엇일지를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올해의 저는 사회사업가로서 재도약' 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것을 원씽으로 생각해보실지 궁금해집니다.
2025년 2월 서울 책사넷 모임 안내
일시 : 2월 27일(수)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1층 가람작은도서관
참여자 : 참여를 원하는 당신!
준비물 :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1~2권
신청 : 기존 참여자 외에 참여를 원하는 분은
비밀 댓글 혹은 연락책에게 문자 남겨주세요.
연락책 : 김상진 사회복지사 (010-7308-2433)
첫댓글 다른 책들도 다 좋은데
이효정님의 책 안내글이 와 닿습니다.
왜 당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는가 ?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느낌
몰입과 단순함이 주는 명쾌함
고맙습니다.
김상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매번 이렇게 모으고 정리해 주셔서 한 번 더 훑게 됩니다.
각자 선택한 책이 다르듯이 소개하는 스타일도 참 다른데, 그게 참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더 귀 기울여 듣게 되는 것 같아요.
2월 모임에 이야기보따리 들고 건강하게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