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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꼭 들어가야 할 10가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談話)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청와대가 담화문 내용과 발표 형식을 최종 조율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사실상 담화문 발표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발표 시기만 남았다고 보면 됩니다. 내일(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한 달째인데, 청와대는 이 날을 D-Day로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막판 변수가 있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세월호 참사의 최고 정점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검찰 수사에 불응하고 있습니다. 내일 검찰 출석 통보를 받았지만 나올지는 불투명합니다. 담화문에는 대통령의 ‘단호함’이 실릴텐데, 유씨가 조사에 불응한 가운데 발표하면 김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대통령 담화를 무작정 늦출 수도 없는 노릇이니, 늦어도 20일은 넘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이번 담화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 한바탕 홍역을 치른바 있습니다. 지난 4월28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운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 대국민 사과는 심사숙고를 거듭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숙고를 한 것과 국민 공감대를 얻는 것은 별개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보는 청와대와 국민의 온도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언론 보도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번 대국민 담화에 실릴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공식 사과 △관피아 척결 △재난안전시스템 개편입니다. 물론 세 가지 모두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제2,3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대신 담화가 담화로 끝낼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 수립 이래 수도 없이 ‘대통령 담화문’이 발표됐습니다. 이 중에는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땜질식 담화’도 많았습니다. 내용이 아무리 좋다해도 실행을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게 뻔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불거졌던 문제, 세월호 실종자와 유족들의 요구,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 등을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 담화에 들어갈 10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1차 책임인 누가 뭐라해도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의 행보는 너무 형식적이었습니다. 말로는 “죄송합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사과드립니다”고는 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공감대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한번도 “내 탓이다”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며 ‘적폐’에서 원인을 찾거나, 아랫사람 탓으로 돌리는데 급급했습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대하는 현실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고개 한번 숙이지 않고 몇 마디 한 것을 사과한 것으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이번 참사를 보는 박 대통령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고, 진심이 담기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과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봐도 한참 우습게 본 것입니다. 실제 ‘국무회의 대국민사과’는 여론을 빗발치게 했고, 박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여기에다 ‘조문 연출’ 의혹까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물론 대통령도 사람입니다. 전 국민이 가슴으로 느끼는 슬픔과 아픔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부모를 비명에 잃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아픔을 겪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랬다면 이번 ‘대국민 담화’에서는 그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시작은 ‘적폐’나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 ‘내 책임’이라는 기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과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사람이 진심으로 느껴야 그게 ‘진정한 사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검찰에서 전방위 수사에 들어갔습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실 소유자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저인망식 수사로 유 전 회장의 비리를 찾았고, 고구마 줄기처럼 달려 나왔습니다. 청해진해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수년간 매달 1000만원의 월급과 연말에 4000만원의 상여금까지 타간 것으로 나왔습니다. 검찰의 수사가 계열사로 번져갈수록 “관계가 없다”던 유 전회장이 챙겨간 돈의 액수는 커졌습니다.
만약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았다면 유씨 일가의 비리가 드러났을까요? 아마 지금도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긴 채 ‘비리 사슬’을 즐기며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겠지요. 거기에다 자신을 신처럼 떠받드는 구원파 신도들까지 있으니 재벌회장이나 대통령도 부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침몰과 함께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이 소나기만 지나가길 바랄지도 모릅니다.
지금 유병언 일가는 검찰 수사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든든한 배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병언 아들과 딸들은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연락을 끊고 도주하거나 잠적한 상태입니다.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던 유병언도 어디에 있는지 확실치가 않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위치를 제대로 추적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소재 파악에 허둥대고 있습니다.
유병언은 지금까지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며 호화생활을 했습니다. 또 상류층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배경을 만들었고, 관리해 왔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병언의 인맥을 ‘황금인맥’으로 표현합니다. 그만큼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유병언의 사진집 출판기념회에는 40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주한 미국대사 등 각국 주요 대사와 조카 사위로 알려진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유 전 회장은 정치인, 경제인, 연예인 등과 두루 친분을 맺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1984년 3월2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인천시 초도순시를 마치고 부천에 들러 유 전 회장이 운영하는 삼우트레이딩 공장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유 전 회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있고, 그날 전 대통령과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1991년 오대양 사건이 터진 후 야권은 유병언이 당시 집권 민자당의 재정위원일 뿐 아니라 6공의 핵심 조직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던 월계수회 멤버였다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지금 정치권이나 권력기관 등에서는 유 전 회장의 수사가 달갑지 않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가 언제 드러날지 몰라 안절부절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야말로 유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유씨에 대한 수사나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입니다. 또 청와대부터 국정원, 검찰, 경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곳곳에 구원파 신도들이 포진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유병언 일가 뿐만 아니라 이들을 비호하거나 불법 자금을 받은 유력인사가 있다면 ‘성역없는 수사’를 약속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것은 ‘세월호’가 아닙니다. 누가 탔던지 언젠가는 침몰할 배였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침몰하지 않고 다닌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알다시피 세월호는 ‘총체적인 부실덩어리’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이유는 과도한 화물 적재, 부실한 결박(고박), 미숙한 운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세월호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한도는 987톤인데, 사고 당일에 무려 3608톤을 실었습니다. 배가 견딜 수 있는 무게의 3배 이상 많은 양이 실린 것입니다. 평형수(배가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배 아래쪽 탱크에 넣는 물)는 기준에 크게 모자란 580톤에 그쳤습니다. 이렇다보니 배가 기울어졌을 때 원상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이 크게 떨어졌고, 균형을 잡지도 못했으며, 화물이나 차량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아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침몰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안전점검’은 무사통과였습니다. 세월호가 국내 도입 이후 침몰 전까지 무려 20여 차례의 안전점검과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그때마다 ‘통과’됐습니다. 단원고 수학여행단을 태우고 제주로 떠나기 전에 있었던 ‘출항 전 안전점검’에서도 ‘양호’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정부의 허술한 규제와 관리 감독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일명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공직에서 퇴직해 유관기관에 취업하는 관료들인데, 규제기관에 똬리를 틀고 업계와 유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될 턱이 없습니다. 박 대통령도 몇 번에 걸쳐 ‘관피아 척결’을 언급했습니다. 검찰에서도 업계와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유착관계도 뿌리 뽑겠다며 관피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례를 보면 유관기관이나 산하기관은 퇴직 공직자의 ‘보험’이나 다름없습니다. 협회장, 이사장, 전무 등의 간판을 달고 가서는 몇 년간 고액 연봉에 기사 딸린 자가용을 타고 다니며 퇴직 이후를 즐겨왔습니다. 이런 관행은 해양수산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안행부, 국토부, 법무부 등에도 있습니다. 이들이 자기 밥그릇 빼앗겠다는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여줄지 알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대통령의 말을 따르는 척 하면서 질질 끌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완전한 ‘관피아 척결’이 되려면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제도화 시켜야 합니다. 이를 통해 퇴직 관료들이 관련 협회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연결고리를 원칙적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 본인의 임기 중에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관피아’가 다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뿌리를 잘라내야 합니다. 그래야 ‘관피아’라는 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세월호가 침몰된 후 구조작업과 수습과정은 한 마디로 ‘개판’이었습니다. 정부 사고대책위원회는 탑승자의 인원파악 하나 제대로 못해 허둥지둥 했고, 구조작업을 맡았던 해경 등은 구조하러 간 것인지, 배가 침몰하는 것을 구경하러 갔는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여기에다 각종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해경은 단원고 학생의 최초 침몰신고를 받고도 ‘위도’ ‘경도’만 따지면서 4분을 흘려보냈습니다. 신고 학생의 첫 마디는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말했는데, 해경은 어이없는 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사이 10대 학생들을 포함한 승객들이 죽어갔습니다.
해경은 사고당일 세월호가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 해상에 진입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해경 당직함은 신고가 접수된 시각으로부터 22분이 지나서야 출동했고, 해경 특공대가 사고 해역에 도착한 것은 침몰을 시작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오전 11시15분쯤입니다. 해경은 또 사고해역에 처음으로 도착한 123정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사고 발생 13일 만에 공개하고, 선장 이준석을 피의자로 전환하고도 해경 직원의 집에서 재우는 이상한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은 1분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배에 산소를 공급한다고 했다가 말을 네 번이나 바꾸면서 거짓말 행진을 계속했습니다. 잠수인력이 여객선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해 선내 수색작업이 곧 이뤄질 것처럼 하다가 말을 바꾼 적도 있습니다.
조류의 흐름이 느린 소조기 때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잠수부 750명을 동원하고, 함정, 군함 등 모든 장비를 총동원해서 24시간 수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오전에는 바지선 작업하느라 구조작업을 못했고, 하루 종일 투입된 잠수부는 13명이 불과했습니다. 여기에다 승객 구조와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던 해경 정보수사국장은 세모그룹에서 근무했던 ‘유병언 장학생’이란 의혹을 샀고, 10년간 구원파의 신도였습니다.
해경은 또 구난업체 언딘과의 유착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경이 언딘 잠수사의 우선 잠수를 위해 현장 접근을 통제했고, 이로인해 해군 잠수요원들이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해경 정보관은 검찰의 압수수색 정보를 한국선급에 유출한 것이 드러나 구속됐습니다.
이미 드러난 것만 봐도 해경은 총체적인 부실덩어리나 다름없습니다. 감사원은 14일부터 해경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해경의 대응·구조과정이 적정하고 체계적이었는지, 연안여객선 안전과 관련한 관리·감독과정에 업무태만이나 비위행위 등이 있었는지 점검하고 있습니다. 검찰도 조만간 해경에 대한 수사팀을 꾸려 본격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경과 공동수사를 맡았던 검찰이 얼마나 칼끝을 제대로 겨눌지는 미지수입니다.
세월호 침몰 후에 드러난 해경의 문제점은 관리감독 부실이나 업무태만의 범위를 넘었습니다. 심지어 살릴 수 있는 승객까지 죽음으로 몰았다는 비난을 듣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해경의 비리나 비리연루사실이 드러나면 청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엄중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희생양을 내세워서 적당히 꼬리자르기 하면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을 보면 정부의 ‘컨트롤 타워’ 기능은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사고 초기 선박 탑승인원과 구조인원 하나 제대로 파악 못해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혼선을 빚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만 하루째인 17일 박 대통령은 진주 실내체육관을 방문했고,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모든 지원을 하겠다”며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방문 하루 뒤 박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진 건 체육관 연단에 설치한 120인치 TV가 전부였습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겠다”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를 만든다고 한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금 있는 정부기구의 기능들이 마비되고, 모두 곪을 대로 곪고, 썩을대로 썩어있는데 그 위에 새로운 기구하나 만들면 하루아침에 곪고 썩은 환부가 치료된단 말일까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지금 우리 공직자들은 재난위기가 닥치면 서로 몸을 사리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당장 문제가 돼도 ‘소청심사’ 등을 통해 슬그머니 공직사회에 복귀하는 게 관행처럼 굳혀졌습니다. 공직사회의 잘못된 기강을 먼저 바로잡지 않고는 유사시 재난안전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게 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각의 혁신적인 인적 개각도 뒤따라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우리 국민은 심각한 불안과 우울의 트라우마에 빠져있습니다. 배를 타는 것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심지어 지하철을 타는 것도 불안해 합니다. 필자의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전불감증이 만든 후유증입니다. 이런 불안증세를 없애려면 국가재난 안전시스템 구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핵심기구는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해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담긴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단순히 ‘매뉴얼’을 만들어서는 세월호와 같은 사고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부처별 위기매뉴얼 정비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부문별 안전대책이 수립돼야 합니다. 유사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정쩡하게 기구만 만들어놓고, 자리에 사람만 앉혀봤자 ‘옥상옥’이 될 게 뻔합니다.
지난 4월15일 오후 9시 476명의 승객을 태운 세월호는 제주를 향해 출항했고, 다음날인 16일 오전 8시30분 진도 앞바다를 지나다 좌초됐습니다. 사고발생 31일째인 오늘 오후 3시 현재 사망자는 282명, 아직 시신도 찾지 못한 실종자는 22명입니다. 실종자 중 구조된 사람은 ‘0명’입니다. 이제 생존자가 있을 확률은 기적을 뛰어넘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시신이 수습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사고 해역에서는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파도가 센 지역이라서 수색이 순조롭지 못합니다. 선체수색도 웬만큼 한데다 배가 침몰한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수색을 더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선체 곳곳에서는 붕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렸던 실종자 가족들은 애간장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았습니다. 블로그에도 달고, 페이스북에도 달고, 트위터에도 달았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까지 생존자를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였지만, 지금은 마지막 한 명의 시신이라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달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실종자 가족들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한 사람의 실종자가 남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서 구조작업에 나서야 합니다.
담화에는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배상 문제도 명시해야 합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억만금을 준다한들 배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배상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도 없습니다. 배상의 주체는 ‘유병언 일가’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원과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초기대처 미숙으로 인해 살릴 수 있는 희생자를 살리지 못했다면 정부도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 활동 중인 교수․학자 1074명도 정부의 책임을 물으면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유병언 일가에 대한 책임은 엄중하게 물어야 합니다. 정부도 유씨 일가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희생자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 재산은 2400억원 안팎. 여기에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 부동산과 계열사를 통해 숨겨둔 재산이 더 해지면 실제는 그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유 전 회장으로부터 얼마의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검찰의 수사역량에 달려있습니다. 유씨 일가가 스스로 털어놓지 않는 한 배상금을 받아내는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받아낸 것처럼 검찰 수사로 일가를 압박해 스스로 사재를 털어 내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를 양보했거나, 갑판에 나왔다가 다시 친구를, 제자를 구하려고 객실로 들어갔던 의인들이 슬픔에 싸인 국민들에게 따뜻함을 가져다 줬습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사자로 지정된 사람은 3명입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탑승자들을 구한 고 박지영(22·여), 김기웅(28), 정현선씨(28·여)가 그들입니다.
안산시는 단원고 희생자 5명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산시는 최덕하군과 정차웅군, 양 아무개양, 김 아무개양, 최 아무개 교사 등 5명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군은 최초로 신고해 탑승객 172명의 목숨을 살렸고, 정군은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했으며, 양양과 김양은 갑판까지 나왔다가 선실 내 친구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구하러 들어갔다가 구조되지 못했습니다. 또 최 교사는 선실 안에서 학생들을 먼저 내보낸 뒤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단원고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사자 지정을 위해선 단원고 생존 학생의 진술이 불가피하나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할 때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안산시는 이들 5명의 '의로운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지 못해 관련 서류를 경기도에 제출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수색활동을 벌이다 목숨을 잃은 민간잠수사 고 이광욱 씨에 대해서는 관련 서류 미비로, 다음번 의사상자심의위원회에서 의사자 지정 여부가 논의됩니다. 의사자 지정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유족 신청을 받아 광역 지자체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신청하면 최장 60일간 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의사자로 인정되면 유족에게 2억여 원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의료급여와 교육보호 등의 예우도 행해집니다. 또 유족이 원할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도 가능합니다. 이들 외에도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의로운 행위’가 있었던 희생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사자로 지정해서 숭고한 뜻을 기려야 한다고 봅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려면 검찰 수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를 하되, 특검이나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야당은 특검이나 청문회를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야 공동 국정조사 요구’에 합의한 상태입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여야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게 뻔합니다. 특검이나 청문회가 안 된다면 국정조사라도 제대로 실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우를 보면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그나마 기댈 곳이 ‘국정조사’이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더 이상 국민들을 우롱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박 대통령도 여야가 국정조사를 합의한 만큼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게 지금의 ‘민심’입니다.
출처 : 행복과 건강생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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