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있었던 일을 주욱 나열하는 것은 오셨던 분들이나 안오셨던 분들 모두 이 행사의 헛점과 강점을 모두 보시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야 나의 후유증도 실질적으로 치료될 터이니깐...^^
1시쯤 나는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몽롱하면서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새벽까지 채팅하던 동근이좋아도 역시 뜬 눈으로 나와주었다.
마치 성지를 찾아와 기도하는 심정이랄까. 조용히 오락가락 하는 네멋폐인들 보고 있었다.
앞으로 2시간 후면 준비팀의 공식일정이 시작될 터였다.
뜻밖에 착한형아까지 나타났다. 같은 마음이었을까? 서로 손가락질하면서 웃었다.
폐인들이 그렇지 뭐어~
여기까지였다. 이 다음은 무슨 생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시간이 흘러갔다.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벌써 현장에 도착해서 문이 닫혀있다고 게시판 포스팅을 하는 자가 있다는 관촌의 연락. 급히 장소로 향했다.
PM 2:30
뤼벡 호프 앞 : 3명의 회원 이미 도착. 문제의 포스팅은 네멋과나 작품, 경기도 화성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했다는...아 폐인들(네멋과나 당신 다음에는 시간 맞춰와 좀! 대충이라도). 현장은 동근이좋아와 착한형아가 관리하기로 하고 나와 관촌은 근처에 잡은 쥔장 및 운영진과의 미팅으로.
PM 3:30
투어담당자 동바리님 이미 도착. 한눈에 나 ‘동바리요’라고 자세잡고 기다리고 있음. 대희엄마는 괜찮아의 에스코트로 천신만고 끝에 장소로 도착. 약간 늦게 후에 쥔장 도착. 나는 현장과 약속장소를 왔다갔다하며 상황점검. 생각하던 것과 흡사한 쥔장, 상황 브리핑과 함께 일정 체크. 그와 중에도 쥔장은 정모준비팀에 대한 치사와 몇가지 모임방향 자기 생각을 말했다. 넉넉한 외모보다 훨씬 치밀한 느낌. 박피디는 7시에나 오시게 되었다고. 빠르게 진행 수정 메모.
PM 4:30
현장이동. 현장은 준비팀과 도우미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중. 쥔장은 실무자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인작가 에스코트를 위해 ‘아지오’로. 진행상황 체크하고 2차 장소 잡고. 시간은 마구마구 지나가고 사람들은 뤼벡 입구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
여기서 우리의 작품 하나!
도우미 5호 우주가 입장 시간까지 이들을 즐겁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전혀 사전에 준비된 바가 아니었다.사람들은 계속 모이는데 도로를 점거하고 서로 어색하게 서있는 모양이 아무래도 보기 좋지 않아서, 내가 모이시라고 떠들었지만, 여전히 서먹. 역시 난 안돼!!
할 수 없이 ‘젊은’ 도우미를 찾아야 했는데, 내려가니 다들 장내 데코레이션 자업 중. 도우미들은 다들 힘쓰는 일. 그래서 착한형아에게 가장 힘이 약할 것 같은 5호 도우미 우주를 좀 쓰겠다고 데리고 나왔다.
그런데 입구로 올라 온 우주.
나의 간단한 설명과 부탁이 끝나자 마자...‘여러부운...모여보세여어~ 다들 처음 만나시죠.....’ 허걱 !!!
이건 유치원 선생님? 단 몇 초 만에 완전히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5호의 그 짱짱한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5호의 현란한 손동작과 눈웃음 그리고 그 놀라운 목소리는 인구에 회자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날 내가 성공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리하여 시작된 공식 정모....할 이야기가 차암 많다.
다들 눈으로 보셨을테고,나름대로 각자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을 테니....나는 내 이야기만 한다.
장내 정리 및 현장 진행 자체를 착한형아가 너무 훌륭히게 통제해주어서 나는 각 부분의 조절 및 조율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무대 뒤쪽 계단을 주요 거점으로 입구와 무대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나 역시 다른 준비팀처럼 정모의 행사자체를 즐기 못한 건 정말 아쉽다. 뭐하나 맥락을 다 소화한 것이 없다. 아까비! 담에는 꼭 그냥 참가해야지!
1. 나의 읽기능력을 의심하다.
기획과정에서 가장 무리했던 것이 바로, 질문지를 수거해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내가 정리하고 선별하는 작업이 길어야 30분도 안되어서, 무리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현장에서는 더욱 문제가 컸다. 무대 뒤에서 하나씩 읽어보는데, 계속 카운터 쪽에서 질문 들어오고 현장 진행에 대한 수정사항 결정문제 이야기, 게다가 밴드의 리허설까지 겹쳐서 집중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 읽기와 이해하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던 바인데, 너무 힘들었다. 글씨가 안들어 왔다.
게다가 리허설이 길어지면서 순서가 밀려서 더욱 힘들었다. 간신히 3가지 질문들 중 각각 10개 남짓을 얼추 추려냈는데, 열심히 써주신 많은 분들의 의견이 많이 묵살된 것 같아 미안하다.
좀 더 여유있게 정리할 수 있어야 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그리고 정상대로 라면 게시판을 통해 질문을 먼저 받고 정리해서 당일 질문했어야 맞는 것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길어져서 손들고 직접 질문하실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하여튼 막 시작될 즈음, 그 무대 뒤에 쭈그리고 앉아 이것들 정리하던 시간이 나한테는 제일 애가 탔다.
2. 박피디 거리에서 잡아오다.
박피디가 오기로 한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버터플라이 공연부터 시작했다. 착한형아와 바로 협의해서 결정 내버렸다. 공연 끝내고 박피디 질문하자고... 참 내가 보아도 카운터부터 도우미까지, 그날 처음 보거나 처음 일하는 팀치고는 너무 잘 돌아갔다. 다들 자기가 해야 할 일과 상의해서 결정해야 할 일들을 빠르게 판단했고 즉각즉각 진행했다.
공연은 시작되었고, 이거라도 즐겨볼까 했는데..제길 2차 방석집 체크를 까묵었다. 200명쯤 되니 최소한 50명은 2차를 가리라!(결국 이것도 나의 오해였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지만) 방석집에는 40석을 예약해 놓은 상태. 흑흑거리며 밖으로 나가서 방석집 자리를 최대한 넓혀달라고 요청하고, 자리 개수 세고, 돌아오는데 길거리에서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오옷! 박피디다! 왔네!
나는 인사를 하고 마치 친한 친구처럼 팔장을 콱 끼고 데리고 들어왔다. 에궁 반가운 나머지 그런데 그렇게 끌고 가다보니까 미안했다. 내가 언제 봤다고 이렇게 친한 척하면서 팔을 붙들고 난리란 말인가?
갑자기 쫌 미안해져서 '죄송하다, 오셔서 넘 기뻐서 그렇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길에서 지나가다 탤런트를 만나면 그냥 인사를 하는 넘인걸. 물론 처음보지만, 익숙하니까 무의식 중에 그런다. 그렇게해서 나도 되받은 인사가 꽤 된다. ^^ 하여간 와 준 박피디가 고마웠다.
3. 질의응답 중 나에게 들린 두 가지
왔다갔다 하고, 진행 상의 하느라고 대부분 박피디와 인작가의 질의 응답을 제대로 못들었다. 아깝다. 하지만 몇가지는 들었다.
우선 박 피디.
경과 복수가 진짜 잔 거냐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경이가 푹자고 있고,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면서 복수가 자기 몸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하는 거 보면 모르냐? 그렇게 다 이야기 해줘도 그런 질문이 나오냐는 기조의 대답을 했을 때.
내가 이전 시리즈 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이 사람들이 똑같이 매우 정상적인 섹스에 대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해서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노희경 표민수처럼 두 사람도 앞으로 같이 할 것이냐 라는 질문에 인작가가 휘청휘청 걸어 나와서 하는 말이
‘ 우리 좀 그냥 냅둬요’
하하.....인작가의 모든 면이 농축된 말처럼 들렸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알 것만 같았다. 그녀의 성품과 원하는 것, 심리상태!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여자야!
4. 화제 집중 팀은 어떻게 나타났는가?
막 일정 시작할 즈음에 화제집중에서 뤼벡으로 전화가 왔다. 결국 내가 받았는데, 정모 자체를 취재하겠다고 했다. 나는 완강히 거부했다. 이미 작가 피디가 원치 않았고, 쥔장도 인터뷰 같은 거 절대 안한다고 했다. 아직 이 까페가 정체성 있게 자리 잡은 것도 아니어서 이번에는 오픈하지 않기로 했으니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 화제집중 작가 입장은 ‘이해 못하겠다. 뭐 그럴 필요 있나?’라는 것이었고, 네 멋 신드롬에 대한 취재이기 때문에 정모 화면이 필수적이라는 것.
열라 인작가와 쥔장이 밥을 먹고 있는 ‘아지오’로 뛰어갔다. 5분 거리. 대희엄마와 괜찮아가 같이 인작가랑 있었고 인작가는 열심히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쥔장, 인작가와 상의해서 정모행사는 오픈하지않고 우리끼리 한다. 그 이후는 투어부터는 취재에 협조해 준다로 결정.
아무래도 1차 행사에 들어오게 하면 행사 분위기 산만해질 듯하다는 판단. 화제집중 작가랑 전화를 한 10 통화 한 것 같다.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한다. 그래두 한 컷은 잡아야 한다구. 그래서 클로즈업은 금지하구 전체 모인 자리 찍으라고 허락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카메라가 들어온 것이었다. 열라 까다롭게 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인작가만 빼구 피디두 쥔장두 다 인터뷰 했더만.
쥔장 머야 이거!! 그넘들 끈질긴 건 익히 알지만.....
나는 그 넘의 작가랑 죽어라 싸웠구만 인터뷰를 해주면 어케.....에유.
우리 쥔장은 입장이 분명해서 절대 인터뷰 안한다 인 엄두도 내지말구 일반 회원들 컷이나 따라구 지랄했구만.
에궁 쪽팔려!
5. 단 한분 공식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신 분
이 분의 아뒤 및 성함은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카운터 쪽에서 찾아서 미짱74가 날 찾는다는 소식. 후다닥 또 카운터로~ 흑! 가기 전에 들으니, 늦게 오신 분이 안주서브를 못 받았던 듯 하다. 사실 그 뤼벡 주방의 조리장이 프랑스 사람인데,(아마도 보셨을 듯, 외국인하나 어슬렁거리는 것) 중국인 못지 않게 만만디였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사과드리는데 2만원에 걸맞는 음식을 시간에 맞춰 서브하지 못했던 점 말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나중에 오신 분들에게는 더욱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았다. 그래서 7시 40분 쯤 뱃찌도 떨어지고 스탠딩할 자리도 없는 시점에서는 무료입장을 하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도우미들이 이동하는 사이 그냥 들어오신 분들이 돈을 안받으니까 수재 의연금 함에 돈을 넣으신 분들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시 불만이 터지신 30대로 보이는 여자 분은 조금 심했다.
‘ 짐짝 취급이다’ ‘정모면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하고 그래야지 무슨 놀자판이냐’ ‘난 버플도 모른다’ ‘무슨 돈벌자는 수작이냐’ ‘사람을 제한 했어야 한다’ ‘인터넷에 쫙 써 올릴꺼다’
하여튼 막무가내였다. 내가 가서야 간신히 현장에서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냥 놔두면 행사장에서 깽판을 놓을 참이었다. 울고 있었다.
미짱74와 나는 무조건적인 사과를 하고 회비를 돌려드렸다. 우리 실수다. 용서하시고 불만사항은 우리가 책임질테니 게시물로 올리셔도 좋다. 그러니 일단 회비는 돌려받으시고 화를 좀 풀어달라, 우리의 미숙 때문이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고 준비기간도 짧아서 그러니 용서해 달라 등등 한 10분간 빌었지만, 돌려드린 돈을 찢으려 하는 등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는 일단 여기까지 최대한 설득하고, 요지부동 자기 주장만 하고 있어 포기했다.
뭐 그렇다면 우리는 할 수 있는 말씀 다 드렸고 사과드렸다, 회비도 돌려받지 않으시니 뜻대로 하시라. '그러마'하고 갔다.
나는 일단 다들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 별일 아니니깐 그냥 하던대로 일하라고.
그런데 뒤에 보니 다시 돌아와서 1층에서 주인장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음냐! 착한형아 말을 들어보니 다시 와서 난리치며 주인장을 찾아 할수 없이 만났으며 잘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인장이 폐회 선언을 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가지 이 과정에서 불만스러운 것은 그 회원분이 이 정모 자체에 대해 부정하는 것을 긍정했다는 점. 시끄럽고 놀자판이고 원래 까페 분위기는 이것 아니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분위기인데 이게 뭐냐는 식의 주장에 대해 쥔장이 긍정했다는 것. 쥔장도 이렇게 시끄러운 걸 원하지 않으며 원래 초심대로 까페를 운영할 것이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것. 나는 착한형아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약간 섭섭했다. 물론 화난 회원을 달래려는 쥔장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행사 자체의 성격을 부정하는 사람에게 행사 진행자 옆에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누누이 장소의 비좁음과 불편할 것임, 그리고 스탠딩이 필연이라고 밝힌 바 있고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준비팀 친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수세적인 것은 나로서 충분히 기분이 상할 일이었다.
하여튼 그날의 가장 힘든 일이었고 기분이 나빴던 사태였다.
에피소드들은 끝났다.
이제 재미있는 2차 이야기인데 2차 이야기는 8부로 넘어가야겠다.
협소한 자리에서 원활하게 돈을 내신만큼 서브해드리지 못한 점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다. 모두 다 자리에 앉아서 편하게 음식을 드시면서 공연도 보고 대화도 하고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다. 준비팀의 한계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것과 상관없이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자리를 이해하고 즐겨려고 노력해주신 회원 여러분들이 고맙다.
무대 뒷 계단에서 보면 참가자 여러분들의 눈빛이 다 보인다.
거기서 알게된 것은 우리가 진짜로 그 눈빛들을 만나려고, 바로 그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행사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작가나 피디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을 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서로를 만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나는 순간 순간 빛나고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그 눈빛들만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건 정말 아주 오래 동안 잊고 있던 눈빛이었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