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바논에 정착한 어린 난민 소녀들이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미소 짓고 있다. |
지중해 연안과 맞닿은 중동의 작은 나라 레바논. 그러나 이곳은 전 국토가 ‘난민 캠프’가 돼버린 지 오래다.
대한민국 면적의 10분의 1 크기의 레바논 인구는 약 600만 명. 이 가운데 난민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인접국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지역이 오랜 내전과 이슬람 극단 무장단체(IS)의 위협으로 국가 기능을 상실했고,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난민이 레바논으로 몰리고 있다. 레바논 전역에는 ‘불법 난민촌’ 1700여 곳이 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내륙으로 30여㎞ 떨어진 세헤일리 지역에도 ‘난민 정착촌’이 있다. 나무와 천으로 덕지덕지 만든 임시 주거지에는 수도와 전기도 없이 난민 가족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세헤일리 난민 캠프에 ‘주님의 빛’이 드리워졌으니, 1975년 착한목자수녀회가 설립한 ‘착한 목자 쉼터’다. 매춘과 차별, 학대에 노출돼있는 레바논과 난민 청소년 여성 보호소다.
‘착한 목자 쉼터’에는 6~18세 난민 소녀 15명과 레바논 소녀 30명이 거주 중이다. 어린 나이에 전쟁의 불안을 경험한 난민 소녀들, 부모에게 폭력을 당했거나 버려진 고아들이다. 이들 중엔 난민 캠프 무슬림들의 배척을 피해 쉼터를 찾은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있다.
쉼터 수녀 7명과 봉사자들은 소녀들의 엄마가 돼주고 있다. 폭력과 전쟁 때 입은 상처를 치유해주고, 학업을 지속하도록 돕고 있다.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 소녀들의 미래를 지켜주기 위해서다.
쉼터를 담당하는 안토이네트 아사프 수녀는 “레바논은 알코올 중독, 범죄, 매춘과 인종차별 등 사회적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여성들은 쉽게 학대의 대상이 되고, 특히 난민 여성들은 전쟁과 차별, 가난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한국지부가 이곳 여성들의 유일한 희망 지킴이가 돼주고 있는 ‘착한 목자 쉼터’의 낡은 시설 보수와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우선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소녀들을 위한 ‘전문 심리상담사’ 충원이 시급하다. 또 40년 넘은 낡은 쉼터의 난방 및 전기 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40여 명의 쉼터 식구들은 낡은 부엌에서 겨우 숙식을 해결 중이다. 방과 후 교육 등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기금도 절실하다.
12년간 정든 쉼터를 떠나 대학에 진학하는 나탈리양은 “수녀님들이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에게도 계속 사랑을 베풀어주실 것”이라고 했다. 시리아 내전을 피해 쉼터에서 지내다 3년 전 암 투병하던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마야(15)양은 “엄마,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이 수녀님들을 내 앞길에 보내주셨어요”라고 기도했다. 전쟁과 폭력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해서는 보편 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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