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뉴욕타임스 교육면에 별난 사진이 실렸다. 스포츠면에 나와야 할 테니스 스타, 안드레 아가시가 남자 아이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여자 어린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장소는 아가시가 자신의 고향인 라스베이거스에 2001년 문을 연 ‘대안학교’ 교정이었다.
“이 대안학교가 (미국 교육의) 모델이 되기를 아가시는 바란다”는 제목의 기사 내용은 어떻게 한 스타의 정열이 교육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지 잘 드러나 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 빈민굴에 있는 이 학교 학생은 3학년부터 7학년까지 250명이다. 학생 중 흑인이 88%를 차지하고, 백인과 아시아인은 4%씩이다. 학교가 문을 열 당시 교육부가 정한 평균 학력에 미치는 실력을 갖고 있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불과 2년이 지난 후 작년의 평가에서는 학생들 모두가 평균 학력 이상을 보여주었다. 중요한 것은 돈과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다.
아가시는 ‘아이들을 위한 그랜드 슬램’이라는 연례 모금행사를 열고, 학교 재정 기반을 다지기 위해 3000만달러 모금 운동(어드밴티지 키드)을 벌이고 있다. 그는 매년 100만 달러 이상, 자기 돈을 내놓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 아니었다는 아가시가 던진 한마디는 지극히 평범하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기대를 많이 하려면, 아이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워싱턴 주변에는 한국 교육을 탓하며, 아이들 교육만을 이유로 가족끼리 떨어져 사는 ‘기러기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엘리트층일수록 자식들에 관한 한, 한국의 교육 현실에 체념하고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교육 엑소더스(대탈출)’라고 할 만하다. 우리 사회에 아가시 같은 스타들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