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우편
일관된 생애
얼음처럼
불멸의 개
음악에게 요구할 수 있나?
아직 눈사람이 아닌
튀어나온 곳
을지로
아침들의 연결
비밀
초점
표백
2부
내 인생의 책
신발을 신는 일
전봇대 뒤의 세계
택시에 두고 내렸다
개폐
괄호처럼
필연
종말론사무소의 일상 업무
깜빡임
은행에서의 다다이즘
交叉路
야간근무자
영숙의 독심술
3부
샌드 페인팅
영원회귀
승강기
양치기의 삶
밤에는 역설
손톱 바다
이제 바닥에 긴 몸을 붙이고 잠을 자려는 욕망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존재하지 않는 개에 대하여
가면을 쓴 아이가
조용한 의자를 닮은 밤하늘
월인천강
대답하는 사람
4부
근린공원
유물론자의 거울
사려 깊은 여성들
유엔안보리
유리컵을 던질 때
식물의 그림자처럼
천국보다 낯선
박스
물질적인 생년월일
구원
위험구역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
5부
영원한 증인
동물사전
개들의 예언
영원에 가까운 삶
무간도
일치
복종하는 힘
소울 키친
밤의 부족한 것
두번째 강물
움직이는 바다
밤의 독서...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
그것이 늙은 우편배달부들의 결론,
당신이 입을 벌려 말하기 전에 내가
모든 말을 들었던 것과 같이
같은 계절이 된 식물들
외로운 지폐를 세는 은행원들
먼 고백에 중독된 연인들
그 순간
누가 구름의 초인종을 눌렀다.
뜨거운 손과 발을 배달하고 있다.
우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바로 그 계절로
단 하나의 답장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우편」중에서
그것은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어디서 구입했는지
누가 선물했는지
꿈속의 우체통에서 꺼냈는지
나는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살아갔다.
일을 했다.
드디어 외로워져서
밤마다 색인을 했다. 모든 명사들을 동사들을 부사들을 차례로 건너가서
늙어버린 당신을 만나고
오래되고 난해한 문장에 대해 긴 이야기를
우리가 이것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
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당신이 뜻하는 바가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 같은 것을 당신이라고
당신의 표정
당신의 농담... ---「밤의 독서」중에서
단 한 권의 책
아무래도 나는 어제의 옷을 다시 입고
오늘의 외출을 하는 것이었다.
거짓된 삶에 대하여 계속
무언가를 떠올렸다.
―「일관된 생애」 부분
“모든 것은 이미 배달되었다.”(「우편」) 시집 첫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살아”(「내 인생의 책」)가듯이, 우리는 “정기적으로 식사를” 하고 “같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비슷한 슬픔에 빠”지는 “일관된 생애”(「일관된 생애」)를 지속하고 있는 하나의 희미한 덩어리일지도 모른다.
그 ‘덩어리’의 세계는 이 시집에서 이를테면 영원한 “눈”이 내리는 “겨울” 같은 곳이다. 그렇다면 우리 하나하나의 삶은 “눈송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삶이 ‘접힌 페이지’처럼 드러나지 않는 이유, 그러니까 낱낱의 눈송이를 쉽게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은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인 데다 “목차가 없고/제목이 없고/결론은 사라”진 채 혼자 서가에 꽂혀 있지만, 우리에게는 “눈송이 하나가 내리다가” “딱/한 문장”에 멈추듯이(「내 인생의 책」), 덩어리에서 “불쑥” 유일해지는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서로가 있다.
“증인들은 […] 내리는 눈송이들의 궤적을 다 기억합니다.”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도착하고 떠나고 다시
도착했는데
실은 그것이 나의 모든 것
―「구원」 부분
많은 것들이 ‘명백한 척’을 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사이를 바라보며 찰나에 밑줄을 긋고 수수께끼를 충실히 겪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 “내리는 눈의 마음을./자기 자신을./단 한 글자도”(「영숙의 독심술」) 읽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덩어리인 것들, 그 “정지한 세계”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차라리 “사랑하려고 했”다면 곧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얼음처럼」) 될 것이다. 그러나 일관된 생애에 찾아드는 “한 번 몸을 돌리면 모든 게 바”뀌는 교차로(「交叉路」), “어둠이었다가/순식간에 동이 트는 세계”(「깜빡임」), “뜻밖의 곳에서/뜻밖의 것들이 튀어나”(「박스」)오는 이 모든 순간들의 “증인”이 되는 일은 너무나 신비롭다. 눈보라 속 한 송이 눈의 궤적을 포착하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