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안동. 많은 여행가들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안동을 꼽는다. 그 옛날 선조들의 지혜와 생활이 박물관과 책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후손들의 삶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동에 왔다면 하회마을을 제대로 즐겨라
안동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먼저 하회마을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이자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이곳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다. 와가(기와집)와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곳이다. 조선시대의 유명한 유학자인 겸암 류운룡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 이름을 ‘하회(河回)’라 한 것은 낙동강이 ‘S’ 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되었다. 하회마을은 현재에도 주민이 살고 있는 자연마을이다. 마을 내에는 총 127개 가옥이 있으며 이 중 12개 가옥이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해학과 풍자의 하회탈춤
안동에 와서 탈춤을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안동을 제대로 즐겼다고 할 수 없다. 하회마을에서는 약 500년 전부터 10년에 한 번 정월대보름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서낭신에게 별신굿을 올렸고, 서낭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탈놀이도 함께했다. 안동의 탈춤은 바로 여기서 유래되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현재까지도 하회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다. 매주 수·토·일요일 오후 2시 마을 내 상설공연장에서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열려 마을 전체가 들썩거린다. 단, 11월부터 2월까지는 공연이 없다. 탈춤 관람 후에는 마을 입구에 있는 하회탈전시장을 찾아보자. 안동 탈부터 외국의 특이한 탈까지 두루 구경할 수 있다.
문의 하회마을관광안내소 054-852-3588
부용대에서 바라본 하회마을의 절경
부용대는 안동 하회마을의 서북쪽 강 건너 광덕리 소나무숲에 있는 해발 64m 절벽이다. 부용은 연꽃을 닮은 하회마을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하회마을에서 나룻배를 타고 부용대로 갈 수도 있고 산길을 통해 오를 수도 있다.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앞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의 울창한 노송 숲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가 지는 저녁에 오르면 붉은 태양과 반짝이는 낙동강의 풍경이 어우러져 더욱 낭만적이다. 하회마을에서 바라보는 부용대의 모습 역시 절경이다.
문의 하회마을관광안내소 054-852-3588
남자의 자존심을 세우고 싶을 때 찾는 병산서원
“꼭꼭 숨은 진주처럼 낙동강가에 자리 잡고 있어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찾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여행지로 삼으면 좋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춥지 않은 계절에 병산서원 근처를 4㎞ 정도 걸어 보는 것도 운치와 낭만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걸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많기에 병산서원을 찾을 때면 기꺼이 걷는다고 말했다.”류동규(테마여행 전문 ‘여행산 테마캠프’ 대표이사, 《대한민국 감동여행 BEST 27》 저자)
보슬보슬 흙길 밟고 걷는 낙동강 퇴계 오솔길
“이곳을 거닐었을 퇴계 선생을 생각하며 퇴계의 발자국에 내발을 얹어본다. 산기슭을 돌고 고개를 오르기도 하며 물길을 옆에 끼고 걷기도 한다.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퇴계가 청량산에 있는 오산당으로 갈 때 지나다녔다고 하는데, 이 오솔길의 백미는 농암종택에서 옹달샘까지 하류로 이어지는 1.1㎞ 남짓한 강변길이다. 인근 길은 세월이 오래 흐르면서 대부분 수몰되어 사라지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게 포장되어 오솔길의 운치를 잃었지만, 이 길만은 오롯이 남아 있다.” 장태동(여행 칼럼니스트)
tip 따로 여행계획을 짜지 않았더라도 당황하지 말 것. 경상북도는 안동의 장소자원에 얽힌 이야기와 주변 관광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경상북도 이야기 여행’ 모바일 앱을 제작, 앱스토어에 등록하고 이북(e-book)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스마트폰만 있으면 관광 명소에 얽힌 이야기와 지도, 맛집 정보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양반들이 즐기던 전통 먹을거리 & 놓치면 후회할 안동의 명소 즐기기
안동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고 오랫동안 내려오는 향토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서 적어도 2박3일 코스는 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헛제삿밥, 안동식혜, 간고등어, 찜닭까지 안동의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전통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먹는 내내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관광명소 주변은 물론 안동 시내에도 1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맛집이 많다. 또 안동은 고택뿐 아니라 오래된 절이나 서원, 걷기 좋은 길도 많으니 따뜻한 봄날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유생들의 밤참, 헛제삿밥
헛제삿밥은 안동의 소문난 먹을거리 중 하나다. 제삿밥은 알겠는데 헛제삿밥은 뭘까? 밥상에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돔배기며 호박전, 동태포가 제기에 담겨 그대로 상에 오르고, 탕국도 올라온다. 비벼 먹을 수 있게 밥과 나물이 함께 나오는데 고추장은 없는 요상한 상차림이다. 제사를 지내지는 않지만, 제사음식처럼 차려 먹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밤늦게까지 글을 읽던 안동 유생들이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장난으로 제사상을 차리게 했는데, 제사는 지내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하인들이 ‘헛제사상’이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안동에는 헛제삿밥집이 꽤 많다. 특히 안동댐 근처 월영교 맞은편에 헛제삿밥 전문점이 모여 있다. 상차림은 나물, 간고등어, 녹두전, 명태찜, 두부부침을 기본 반찬으로 하고 놋그릇에 따끈한 밥을 담아 비벼 먹을 수 있게 한다. 담백한 탕국도 함께 나오며 1~2천 원 정도 추가하면 칼칼한 안동식혜도 맛볼 수 있다.
건진국수와 누름국수의 차이
건진국수와 누름국수의 차이는 면에서 시작된다. 차갑게 먹는 건진국수용 면은 얇게, 따뜻하게 먹는 누름국수용은 굵게 썰어낸다. 건진국수는 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그릇에 담는다. 여기에 미리 차갑게 얼려둔 멸치 육수를 붓는다. 고명으로 깨소금, 달걀지단, 잘게 다져 볶은 쇠고기, 김 가루를 올리면 완성이다. 누름국수는 멸치 육수에 면을 넣고 바로 삶아낸다. 이때 봄배추, 호박, 무, 콩나물 등 채소도 함께 넣어 끓인다. 멸치 육수의 구수한 맛에 채소의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한소끔 끓여 면이 익으면 건진국수와 마찬가지로 고명을 올린다. 이렇게 완성된 누름국수가 바로 우리가 흔히 먹는 ‘안동국시’의 원형이다.
tip 놓치기 아까운 안동국시집 | 농가민박(054-853-2771), 부숙한정식(054-855-8898)
부서진 태양빛이 눈부신 맑은 호수, 안동호
사람이 만든 인공 호수지만,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산세 덕분에 옥빛으로 찰랑이는 안동호의 풍경이 제법 운치 있다. 안동호 어귀에서 시작되는 호반에는 안동민속촌, 안동시립미술관, 이육사 시비, 안동공예문화전시관, 안동호 자연휴양림, 도산서원 등 가볼 만한 여행지가 즐비하다. 안동호 위쪽에 위치한 동악골은 매운탕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들이 많다. 오래전 안동호 근처에는 낚시꾼들이 많았는데 물고기를 잡으면 인근 민가에 약간의 돈을 주고 요리를 부탁하곤 했다. 그 맛이 뛰어나 매운탕 주문이 쇄도하자 아예 전문점을 차리게 된 집이 바로 동악골 원조집이다.
문의 원조집 054-855-6365
양반네들의 고급 닭요리, 안동찜닭
“14세기쯤 왜구가 몰려들자 안동에서는 읍내를 중심으로 성곽을 쌓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성 안쪽은 ‘안동네’로 불리며 관아와 관련 있는 사람과 장사치 등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살아 부촌으로 불렸고, 바깥 동네에는 서민들이 살았다. 성 안에서는 각종 행사와 사교모임, 집안행사가 많았는데 부촌인 안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먹던 찜닭을 바깥 동네 사람들이 ‘안동네 찜닭’이라 불렀다 한다. 안동 구시장 안동찜닭 골목에 발을 들이면 훅 하고 달려드는 열기와 찜닭 볶아대는 소리에 절로 군침이 돈다.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질보다 양이었기에 당면과 감자 등 채소를 넣어 양을 늘리면서 청양고추와 말린 건고추로 매운맛을 내, 오늘날의 먹음직스러운 안동찜닭이 탄생했다. 안동찜닭을 맛있게 먹으려면 당면이 퍼지기 전에 양념을 적당히 묻혀가며 먹은 다음, 식기 전에 고기를 골라 먹는다. 그 다음에 채소를 먹고, 마지막 남은 국물양념에 밥을 넣고 슥슥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깍둑썰기 해서 절인 무와 사이다 한 병을 시원하게 곁들이면 요즘 입맛에 딱 알맞다.” 이동미(한국여행작가협회 홍보이사)
tip 그 맛이 일품인 구시장 안동찜닭집 | 현대(054-854-0137), 대가(054-856-7888), 원조(054-855-8903), 서문(054-857-0092)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봉정사의 국화차
봉정사 안에 위치한 극락전은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물로 국보 제15호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건물이 아름답고 산세도 빼어나 안동에 왔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절 텃밭에는 넓은 국화밭이 있는데 가을이면 국화를 채취해 솥에 삶고 말려 국화차를 만든다. ‘봉정사 국화축제’도 열리는데,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을 감상하고 향이 은은한 국화차도 음미할 수 있어 가을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문의 봉정사 054-853-4181
야경이 아름다운 월영교
안동시 성곡동에는 ‘달빛이 드는 다리’라는 뜻의 낭만적인 월영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교로 중간에 월영정이 있다. 다리를 건너면 드라마 촬영장으로 쓰이던 초가집과 사대부의 집이 재현되어 있고, 안동댐 아래 자리한 안동민속박물관에서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안동의 민속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월영교는 낮에도 아름답지만 은은한 조명이 있는 밤에 더욱 운치 있다.
문의 안동민속박물관 054-821-0649
tip 유명한 헛제삿밥집 | 까치구멍집(054-821-1056), 안동민속음식의집(054-821-2944), 터주대감(054-853-7800), 양반밥상(054-855-9900)
고즈넉한 고택에서의 하룻밤을 빼놓지 말 것
안동 지방에는 그 어느 지역보다 고택 숙박지가 많다. 고택은 주기적으로 나무로 군불도 피우고 돌로 문지르며 문과 문 사이에 기름칠도 하면서 갈고 닦아야 원형 그대로를 오래도록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택에는 사람이 살지 않아 점점 퇴락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바로 여행자 숙박이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마당과 가족이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청마루, 할머니 댁에 온 것처럼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방은 고택을 찾은 사람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 고택에 따라 안동 정통 음식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있으니 확인해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고택을 선택한다. ‘안동의 고가(www.gotaek.kr)’ 사이트에는 지역별로 사진과 함께 어떤 고가가 있는지 등 고택 정보가 상세하게 게시되어 있다.
아름다운 한옥, 금포고택
금포고택은 3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택으로 높은 사랑채를 비롯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한옥이다. 이곳은 보일러 대신 군불 지피기를 고집한다. 군불을 지피면 온기가 오래 유지될 뿐 아니라 불을 피우면서 생기는 연기와 그을음이 나무 기둥이나 문 등에 살고 있는 해충들을 박멸하기 때문에 고택을 보다 오랫동안 깨끗하고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고택의 안주인 박금화 씨의 설명이다. 금포고택의 종부인 박금화 씨는 실력 있는 안동포 공예작가다. 각종 대회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그래서 금포고택에서는 숙박과 함께 안동포 향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또 다른 안주인인 할머니가 삼을 삼고 베틀을 짜는 색다른 볼거리도 제공된다. 그리고 1인당 6천 원이면 안동 향토음식으로 차려낸 종부의 아침상을 받아볼 수도 있다. 문의 blog.naver.com/kimo06
이색 체험이 가능한 안동포마을
금포고택이 자리하고 있는 금소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삼베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치는 안동포를 만들어오던 곳이다. 중국산은 본드로 삼을 삼는 반면, 안동포는 삼을 삼을 때 된장과 좁쌀로 죽을 끓여 매입한다. 품질 면에서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는 할머니들의 삼 삼는 모습과 베 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할머니들은 직접 베를 짜거나 오른쪽 무릎에 삼을 대고 네다섯 번 비빈 다음 삼을 삼는다. 수백 번의 손길을 거쳐 수작업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안동포는 더욱 귀한 진가를 발휘한다. 이렇게 완성된 안동포는 1필에 90만 원 정도로 고가지만, 수작업으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어 실질적으로는 큰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마을에서 안동포를 만들던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 안동포의 가격도 그만큼 올라간다고 한다. 안동포 정보화마을에서는 안동포 귀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상시 열고 있다. 만들어놓은 안동포 주머니에 그림을 그려 나만의 안동포 주머니를 완성하는 체험이다. 그 밖에 삼 껍질 벗기기, 삼 훑기 등의 체험도 함께할 수 있다.
문의 054-822-1112 andongpo.invil.org
퇴계의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 퇴계종택 “경상북도 기념루 제42호인 퇴계종택은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위치해 있다. 퇴계 선생의 옛 종택은 1907년 왜병의 방화로 모두 타버렸고, 현재 종택은 13대손 하정공 이충호가 1926년에서 1929년까지 지은 것이다. 비록 근대에 지어졌지만 사대부가의 공간 영역을 재현해 솟을대문과 추월한수정 등 품위와 규모를 갖춘 대종가로서 품격을 보이고 있다. 또 옛 살림살이의 풍모가 아직도 남아 있는 집이다. 꼭 한번 가볼 만한 고택이다.” 김춘희(경북도지사 부인)
자연에 몸을 맡기다, 지례예술촌
지례예술촌은 예술인들의 집필과 연수 공간이 주된 기능이지만, 청소년들의 예절교육 장소로, 또는 일반인들의 전통생활 체험 장소로도 쓰인다. 기제사와 사제를 일반에게 공개해 전통 제례를 실제로 볼 수 있어 의식 있는 어른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와 현장실습을 시키기도 한다. 지례예술촌은 안동에서도 굽이굽이 첩첩산중 호숫가에 홀로 자리해 있다. 마루 끝에 앉아 새소리와 벌레소리를 들으며 푸른 산과 호수를 감상할 수 있고, 산책과 낮잠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특히 지촌종택은 수백 년 동안 고이 보존해온 전통 고택인 만큼 그곳의 그윽한 분위기에 취해 예정보다 더 묵어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첫댓글 안동 조치요~ 어디가도 자랑할만 한...
병산서원을 못가봤는데 한번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