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뉴스 318/1203]‘집’을 짓는다는 것
지난해에는 ‘옛 집’을 대대적으로 고쳐 지었지만, 어제는 ‘새 집’을 한 채 덩그러이 지었다. 집을 지었다고 하니, 놀라시는가? 그럴 것은 없다. 집 뒤안 밭자락에 ‘비닐하우스’를 지은 것이니까. 하우스house가 바로 집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것도 명색이 집이라고 건축공정이 스무 가지도 더 넘게 복잡하고 품도 많이 들었다. 전문가가 없었다면 엄두를 못낼 일이었다. 인복은 많은지라 이웃동네 선배형님이 발 벗고 나섰다. 하필이면 날이 지독히도 추운 오전 9시쯤 달려온 것이다. 데모도라 부르는 시다바리도 ‘일매(일머리)’를 알아야 편하고 능률이 오르게 마련인데, 나같은 손방은 사실 있으나마나, 아무 쓰잘데기가 없다.
그전날 무수히 ‘데꼬질’를 하여 50전(50cm) 간격으로 구멍을 50개 파고 '활 파이프' 25개를 세워놓았으니 망정이지, 하루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언 땅에 데꼬를 수십 번 해야 했으니, 손가락에 물집이 생긴 건 너무나 당연. 날은 자꾸 추워지고 바람조차 일기 시작하니, 언제 비닐을 씌울 수 있을까 시계를 자꾸 들여다봤다. 전문용어도 많이 알았다. 클립, 용수철, 스프링, 쫄대, 도르래 등등. 동네 청년 세 명이 모두 달라붙어서야 가능했다. 이것도 말하자면 울력(자원한 공동작업)이다. 5시 무렵 문짝 두 개를 세워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둑해져서 사진조차 찍지 못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알아가는 것이 참 많다. 나같은 백면서생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농촌에서는 실용적인 지식이 최고다. 실용지식이 이렇게도 없나 싶어 놀라며 창피하다. 공구 하나를 가져오라 해도 펜치와 니퍼를 구별못하니 뭣에다 쓸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피스못을 정확히 박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흉내도 못내겠다. 맨처음 이렇게이렇게 하면 안전하게 비닐집을 지은다고 안 사람은 누구일까? 그렇게 서둘렀건만 비닐이 날아가지 못하도록 바깥 천장 위를 끈으로 가로질러 묶는 작업은 하지 못했다. 맨날 인건비가 비싸다고 투덜댔는데, 일을 도와주며 보니까 하루 일당 25만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공정가격이 이유없이 생겼겠는가. 길이 12m, 폭 4.5m 비닐집 하나 짓는데 150만원이 공정가격이라고 들었다. 이 형님에게는 자재값을 포함해 얼마나 드려야할까?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안면이 있으니 좀 유도리(융통성)는 있으리라. 동네 청년들은 품앗이로 생각하면 될 터이고. 흐흐. 어쨌든 아직 2% 부족한 비닐집을 바라보니 흐뭇하다. 큰일을 해놓은 것같다. 턱없이 나의 성취감으로 다가온다.
나는 비닐집을 왜 지었는가? 밭 300여평을 방치해놓을 수는 없는 일. 이런저런 밭작물을 심어놓았더니 늙은 아버지 마음이 온통 밭에 가있다. 저물녘까지 일을 해대는 ‘꼴’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었다. 오죽하면 딸내미들이 비명을 질러댔을 것인가? 이렇게 아버지 일을 하게 하면 ‘새로 생긴 친정(어머니 돌아가신 후 없어졌다 할 친정을 오래비가 고쳐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어 만든 말이다)’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하여 조그만 비닐집 안에서 고추나 상추, 가지 등을 기르기로 한 것이다. 나머지 밭에는 감나무 30여주를 사다 심었다. 종종 퇴비와 비료를 주면서 관리할 생각이다. 그것은 할 수 있을 것같다. 해마다 11월초 ‘주렁주렁 매달린 가을’을 따는 맛을 보고자 굳이 대봉를 고집한 것이다. 2년만 지나면 열린다는 것이 아닌가. 실제 내 눈으로 꼭 보고야 말겠다. 그런 재미를 맛보며 탯자리에서 나는 늙어가리라. 같이 늙어가는 아내가 옆에만 있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농사야말로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나는 ‘오래된 미래’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형용 모순’일 수도 있는 ‘오래된 미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을 나는 비웃는 편이다.
아무튼, 연이어 집 두 채를 지어본 결론은 다시는 ‘이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집을 지은 것을 ‘성주成主한다’고 하는데, 시쳇말로 집 한 채 지으면 사람이 늙는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에 내방한 전직장 친구는 모악산 자락에 번듯한 집을 세 채나 지었다는데 멀쩡한 것을 보고 놀랐다. 내가 지은 것도 아닌 비닐집 하나 놓고 별스런 호들갑이다고 비웃지 마시라. 푸성귀 기르는 것도 성가시면 잡동사니 허드렛 물건 들여놓는 창고로라도 쓸 생각이다. 모처럼 초저녁부터 단잠을 잤다. 8시도 안돼 누웠는데 눈을 뜨니 자정(12시)도 안됐다. 내처 눈을 붙이자 늦잠(새벽4시 38분)까지 잤다. 이웃에서 동창친구의 동생 일이라고 달려온 전문가 선배형님과 울력에 나서준 나의 팁선생과 이장님과 선배,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하여, 그 소회를 남긴다.
첫댓글 우리 아이들 어릴적 덕진 방죽옆 주택에 살았었다.
그 시절엔 분재에 한동안 미쳐서 마당구석에 커다란 비닐하우스를 짓고 깊은 산속을 다니며 채취한 나무를 다듬고 철사로 얽어매고 한동안 분재에 심취해 있었다.
산속을 다니다보면 개구리도 잡았는데 하우스에서 아이들 개구리 구워주고 컵라면 끓여먹고ㆍㆍ삼십여년이 흐른 지금 사십이 다 돼가는 두 아들
옛날일을 잊지않고 기억한다.
참 그때가 재미있었는데요.
지금은 그렇게 할때가 없어요.
그 마음이 가득 남아 지금도 유튜브 생존프로나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본다.남자들은 추억도 추억이지만 독립된 공간을 창조하는 재미를 가졌나보다
호텔보다는 그옛날 칸막이 넘어로 소리나는 여인숙의 추억이 더 묘미가 있지않은가?
지난 추석부터 직업이 염박사(소금장수.장례봉사)인데 자인들의 부탁으로 아파트 다섯채를 리모델링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골치아파 그만 ㆍ
한옥마을 담장 정원공사하느라 가을 단풍도 못보고 지나갔다
한옥마을 남천교를 지나걸랑 담장이 가장 멋진집을 찾아봐라
내 작품이다.
아니, 따르릉님 요즘 새벽 뭐하시남,왜이리 댓글이 늦는기여...
@우포 장준상 따르릉님, 그 비닐하우스를 추억박스에서 광속으로 뽑아내네. 역시, 능력자. 어느순간 한옥마을 담벽리모델링 달인이 되었난. 이 또한 역시... 날 제자로 제발 받아 주시옵소서.
우천님, 정말 인복이 많소이다. 집을 두채나 짓다니 진짜 사나이입니다.
우천은 어제나 오늘이나 오로지 책,책,책뿐인데, 9학년4반 학생에 대한 효심으로, 살맛거리를 드리기 위해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팁샘도 여전하시네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감기조심!
* 요즘, 신종 코 500명 이쪽저쪽이네요. 모임 2개를 어쩔 수 없이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저돌적인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국민대상으로 신종 코 검사해야 됩니다. 그래야 정밀한 방역대책이 나오고, 경제계획도 나옵니다. 전국민 5000만명 × 검사비 50만원 = 25조 정도 드네요. N차 감염 공포로 내수 마비로 들어가는 단계, 한번 추진하면 어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