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 - 시, 낭송 김춘경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씻어 줄 무엇이 그리도 많은지
바닥에 구멍이라도 낼 듯
세차게 같은 곳만 내리 꽂고 있다
지나간 흔적을 씻어 낸다면
버리고 싶은 모든 걸
씻을 수 있다면
차라리 이 비를 맞으리라
인간 오욕의 치부를
모두 씻어 줄 수 있다면
인간사 탐욕의 정점에서
조금은 멀리 떠나 올 텐데
오늘만큼은 두 눈을 꼭 감고
거만해진 살덩이에 구멍이 나도록
소리 없는 무욕의 세상에 서서
굵은 장대비를 맞고 싶다
작은 흐느낌도 없이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