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기원전 8세기 부터 기원전 3세기 까지를 동서양에서 인류의 정신적 발전 비상이 일어났다고 하여
그 때를 '축의 시대(Axial age)'라고 이름했다.
그 전까지는 신 중심 사회였는데 축의 시대 이후 인간 중심 사회로 변모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인간을 포함한 일체는 신의 피조물로 알았는데..
신에 대해 의심이 생겼고..
결국 일체는 신의 창조물이 아닌 몇 가지 근본 원소의 결합과 화합에 의해 생겼다는 유물론이 그 시기에 나온다.
누구는 그렇게 된 이유를 경제와 연결해 밝히는데.. 철기 시대가 열리면서 생산물이 풍부해져 삶에 여유가 생기니
인간 스스로에 대한 사유가 일반화 될 수 있으니..
지적 공감대가 늘어났기 때문이라 한다.
암튼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면 물질에서 생겼다는 것이 되는데..
유물론이 동서양에서 비슷한 시기에 주장되는데 내용으로 들어가면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
서양 정신의 원천인 지중해를 중심으로 페르시아를 포함한 그리스 로마에서 일체란 존재인 근본원소의 결합과 화합에 촛점을 맞춘 반면에
동양은 근본 인자의 다이나믹한 흐름인 태극과 오행의 순리와 역리의 핵심.. 곧 에너지(기) 흐름에 중점을 두었다.
그 결과 일체는 신의 선물이라는 창조설과 그것을 부정하며 일체는 근본원소에 의해 생겼다는 과학적인 유물론이
축의 시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 그것을 간단히 종교와 과학의 대립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은 알다시피
일체를 관찰할 수 있는 대상[존재]으로.. 관찰자인 우리는 대상인 세계를 마주하고 있는 게 된다.
그와 같은 일반적 흐름과 전혀 다른 주장이 새롭게 나왔으니..
바로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그는 일체란 관찰 대상이 아닌 관찰 대상과 관찰자가 만나서 생기는 것이라 했다.
세상은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여기는 반면에
석가모니는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후험적으로 생긴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체는 관찰 대상과 관찰자의 합이 아니라,
관찰자와 관찰 대상이 접촉하여 일체는 생긴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도 일체는 관찰자와 관찰 대상의 합으로 알고 있으니.. 그것을 존재 세계라 하며
석가모니는 자기가 가르키는 세계는 12처 세계이고, 일반인이 아는 세계를 6근6경 세계라 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듣고 이렇게 알고 있다.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되어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우주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세기에 있다고..
한편에서는 삼라만상은 창조주가 만들었으면 인간은 창조주의 피조물로 행복을 원한다면 창조주 뜻대로 살면 된다고..
저와같은 과학적 사고와 창조론은 나의 외부에 나가 아닌 세계가 존재하고, 나는 그것을 알 수 있다는 경험에서 생긴 것으로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기에 그것으로 불편이 없다고 안다.
1307. 적마경(赤馬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얼굴이 아주 잘생긴 하늘 신 적마[赤馬天子]가 새벽에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 있었는데,
그의 몸에서 나오는 광명은 기수급고독원을 두루 비추었다.
그 때 그 적마 천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혹 세계의 끝을 지나가면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 그런 곳에 이를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적마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계의 끝을 지나간다 해도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 그런 곳은 없느니라."
적마 천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그 이치를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서,
이 세계 끝을 지나간다 하더라도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 그런 곳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저는 전생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이름은 적마였고, 신통을 얻고 모든 애욕을 다 여읜 외도의 신선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런 빠른 신족(神足)을 가졌다. 건장한 사내가 날랜 화살을 쏘아 다라(多羅)나무 그림자를 지나가는 것 같은 짧은 시간에 수미산 하나를 오르고, 한 수미산에 이르러서는 발로 동해를 밟고 넘어 서해에 이른다.'
저는 그 때 또 이렇게 생각하였었습니다.
'나는 지금 이렇게 빠른 신통력을 성취하였다. 오늘은 세계의 끝을 찾아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출발하였습니다. 오직 밥 먹고 대소변을 보는 동안만 제외하고는 잠을 자는 것까지도 아껴가면서 끊임없이 달려 백 년 동안을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거기에서 목숨을 마쳤으나
그때까지도 세계의 끝을 지나,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죽지도 않는 그런 곳에는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적마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한 길[尋] 밖에 안 되는 몸으로, 세계와 세계의 발생과 세계의 소멸과 세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설명하리라.
적마 천자여, 어떤 것이 세간(世間)인가? 5취온을 말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색취온·수취온·상취온·행취온·식취온이니, 이것을 세간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이 색의 발생[色集]인가? 이른바
미래의 존재에 대한 애착·탐욕·기쁨을 함께 가지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것을 세간의 발생[世間集]이라고 하느니라. ..
<잡. 1307. 적마경>에서 하늘 신 적마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돌아다녔지만 천국이나 천당은 발견할 수 없다 하고..
부처님은 그럴 필요없이 자신의 몸과 정신인 5취온이 대상을 만나 일체인 삼라만상이 생기는 것으로 천국이나 천당 또한 우주가 아닌 5취온을 통해 생긴 세계 안에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체가.. 적마 신이 말하듯 세계가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아는 자에게
2법6쌍 12처의 접촉으로 세계가 생긴다는 석가모니 가르침은 그저 불편하다.
사실 그런 헷갈림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 석가모니는 6근6경이란 말 대신에 12처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그것으로 생기는 세계를 법 세계라 하여 일반인들이 의지하고 있는 세계관인 존재 세계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법 세계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계가 아니다.
6근과 6경이 아닌 12처가 접촉하여 생기는 세계이며 그로 인해 기억되는 세계이다.
이 말이 이해가 되면..
세계는 하나로 우리는 그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가 만든 세계 속에 살고 있을 뿐이므로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삼천대천 세계라 해도 부족하다.
(삼천대천 세계란 우주에 그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만들고 있는 세계를 가리킨다)
문학에는 옴니버스라 하여 하나의 버스 안에 탄 손님들이 눈 앞에 펼쳐진 사건을 접촉해 각자 다르게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을 모아논 게 있는데.. 석가모니는 그게 바로 우리 현실이요 세계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조건에서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랐으므로 비슷한 생각과 견해와 상식을 같고 있다는 믿음이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살아온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자기가 접촉한 것으로 인해 만든 세계가 치밀해 지고 그런만큼 남과 섞이기가 어려워진다.
해서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6근이라고 여기는 나와 6경이라고 여기는 대상이 만나 생기는 세계와 세계관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같은 세계로 착각하고 있기에..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고디언 나트처럼 결코 풀리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우리는 이런 경험을 갖고 있다.
평소 둘이 함께 있으면 부딪히는데..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놀랍게도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런데 다시 만나면 갈등이 또 시작되고.. 이유는
사랑과는 관계없이 나와 너의 다른 세계가 부딪히기 때문이다.
12연기법에서 유전문이란..
우리 각자가 하나의 공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각자의 공간과 시간 속에 살게 된 이유를
무명이 있기 때문이라 하여..
무명이 있으면 나와 세상이 어떻게 열리는지 보여주며
핵심 주제로 우리가 갖고 있는 괴로움과 갈등이 어떻게 생겨 머물고 있는지를 한편의 영화처럼 보여주고 있는 법이다.
만일 12연기법이 이것 뿐이라면..
석가모니는 당대 성현으로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었을 지언정 한반도에 까지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석가모니가 세상의 빛이 되는 이유는 12연기법에 나오는 환멸문을 전함에 있다.
무명을 멸하면 너와 세계가 멸하고.. 괴로움과 번뇌가 멸한다.
그 내용은 무명을 멸하면 너나 구별없이 괴로움과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그것이 참인지 아닌지는 '여기에 와서' 나[여래, 무아]를 보라고 한다.
그와같은 환멸문이 있기에 원효 선배님이 환호하셨고, 지눌 스님이 추천하고, 성철 스님이 권장하는게 아닌가..
어떤 것이 세간의 소멸[世間滅]인가? 만일
그가 미래의 존재에 대해 애착과 탐욕과 기쁨을 함께 가지고 거기에 집착하는 것을 남김없이 끊어 버리고 모두 여의어서, 욕심이 없어지고 완전히 소멸해버리면,
그것을 세간의 소멸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世間滅道跡]인가? 8정도(正道)인 정견(正見)·정사유[正志]·정어(正語)·정업(正業)·정명(正命)·정정진[正方便]·정념(正念)·정정(正定)을 일컫는 말이다.
적마여, 세간의 괴로움을 분명하게 알아 세간의 괴로움을 끊고, 세간의 발생을 분명하게 알아 세간의 발생을 끊고, 세간의 소멸을 분명하게 알아 세간의 소멸을 증명하고, 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분명하게 알아 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닦아야 한다.
적마여, 만일 비구가 세간의 괴로움을 알아 끊고, 세간의 발생을 알아 끊으며, 세간의 소멸을 알아 증명하고, 세간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알아 닦으면
적마여, 이것을 세계의 끝을 얻는 것이요 세간의 애욕을 벗어나는 것이라 하느니라.
12연기법의 환멸문을 이해하는 것은 세계를 6근6경으로 알아도 충분하다.
그러나 무명을 멸하고 무아를 깨치려면 6근6경으로 알면 아니되고 반드시 2법6쌍인 12처를 이해하고 깨쳐야만 가능한다.().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