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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퍼엉! 펑...!
갑자기 하늘에 귀린(鬼燐)처럼 반짝이는 빛이 터져 올랐다. 누
군가 천광탄을 터뜨린 것이다.
'철수!'
함상은 곧 천광탄이 말하는 바를 읽었다.
천광탄은 아무렇게나 쏘아 올린 것 같지만 쏘는 방법과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편린을 형성한다. 지금처럼 무리가 네 개 형성
되면 사(四). 밀마에서 사란 숫자는 무조건 철수를 의미한다.
철수에도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다.
검은 하늘에 떠 있는 편린들은 그 중에서도 최악을 말한다. 추
적하는 자를 고려하지 말고, 동료들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제 한 몸만 빼라는 밀마다.
함상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천광탄은 함상의 뒤에서 터져 나왔고, 혈향봉 조중과 천애사시
동목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던 터였다.
동목이 밀마를 터뜨렸나?
아니다. 등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순간, 함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황이 비록 나쁘기는 하지만 밀마에서 말한 대로 무조건 철수
를 할 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다. 절대고수 네 명, 그들이 문제
였다. 일행 중 무공이 최고로 강하다는 홍홍록록 윤명조차 흑
의인의 일검을 받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구릉을 향해 치
달려 오는 곱추 괴인. 그 외에는 그리 긴박하지 않았다.
흑의인들이 십방진과 화화진의 맥점을 잘 알고 파고들지만, 비
화당원 역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일대일의
비율로 죽어간다. 여기서도 역시 절대 고수가 문제된다. 도무
지 좌충우돌하는 흑의인 세 명을 감당할 고수가 없다.
어찌 보면 철수가 당연했다.
그러나 곽가장 역사상 전멸은 있을지언정 물러선 적은 없다.
유일하게 철수란 말과 익숙한 사람들은 정대 소속 무인들뿐이
었다. 그들은 정보가 우선이다. 필사적으로 싸울 까닭이 없지
않은가. 될 수 있는 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정대원의 최대
임무였다. 그래서 천광탄에 철수란 말을 집어넣었다.
누가? 누가 천광탄을 터뜨렸단 말인가?
"물러가자. 문이, 한사, 오덕. 추풍을 데리고 물러가라."
학구는 눈을 부릅떴다.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굳은 각오가 줄줄이 폭출되었다.
"대주."
"물러가라."
"대주. 대주가 안 가면 저희도 안갑니다."
"너희는 임무가 있다. 추풍을 지키는 것. 세상 그 어떤 일보다
도 중요한 일이다. 철수 명령이 떨어진 이상... 곽가장으로 돌
아가라. 그 길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저희만 갈수 없습니다. 오는 데 이백여 형제가 목숨을 버렸습
니다. 그런데 저희만 돌아가라고요? 갖은 고생 끝에 죽느니 차
라리 이자리에서 편히 죽겠습니다."
"이놈들이!"
"대주의 명을 어겼다고 해봐야 죽음밖에 더 돌아옵니까? 보아
하니 이 자리에서 살 사람은 없는 것 같은 데 빨리 죽는 것도
괜찮겠지요. 대주, 대주 혼자 여기 남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밖
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 학구. 비수당에 철수란 말은 없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
닌 것 같다.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냐. 죽더라도 진상은 알
고 죽어야 할 게 아니냐."
함상도 비수당원들과 동조했다.
천광탄은 아주 기묘한 시점에 터졌다. 그렇지 않아도 비화당주
가 죽고, 일심각주가 곤경에 처해 있어 사기가 저하되었는데
철수하라는 천광탄까지 터졌으니.
팽팽해 보이던 세력균형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비화당원들은 오합지졸(烏合之卒)처럼 산지사방으로 뿔뿔이 흩
어졌고, 흑의인들은 그물 속에 갇힌 물고기를 거둬들이듯이 느
긋하게 한명, 한명 죽여나갔다.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미 끝난 싸움이야.'
윤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여러 사람이 움직이고 어둠이 깊은 탓에 종적을 놓쳐 버
렸다. 그리고 지금은 윤명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곱추 괴
인, 그가 구릉을 향해 쏜살같이 다가서고 있지 않은가.
"학구 같이 가자."
"크윽!"
학구는 검을 내팽개치며 통곡을 토해냈다.
비수당원 이백 명이 죽은 끝에 철수라니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
하고 말이다.
"가자, 울음은 나중에 터트려도 된다. 내 심정도 너에 못지 않
게 서글프다. 이대로 돌아가면 진육, 석수의 인생은 무엇으로
보상해 준단 말이냐."
'감상일 뿐이야.'
함상은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도 쉽지 않으려니와 정대원의 죽음을 애달파 한다
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정대원은 언제 어느 곳
에서 죽을지 모르고, 자신들은 그 길에 기꺼이 운명을 맡겼으
니까.
* * *
천애사시 동목은 하늘에 떠오른 천광탄을 보는 순간 아차 싶었
다.
아적이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양쪽 장문혈을 손상당하고
화합혈까지 베인 사람치고는 오래 산 셈이다. 그 찰나의 순간,
아적의 운명을 지켜본 찰나의 순간에 상황은 벼랑끝으로 내몰
렸다.
"이런!"
동목은 황급히 아적의 눈을 쓸어내리고, 땅바닥에 눕혔다. 이
것이 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이제 아적에게 신경
쓸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가 막 신법을 펼치려는 순간,
쉬익!
바람을 찢는 파공음과 함께 검은 인형이 불쑥 면전에 드러났
다.
"흠! 끝내 갔는가?"
"네. 천광탄이 터졌던데...?"
"놈들이다. 놈들이 천광탄을 터뜨렸어."
"네에? 그렇다면?"
"우리 밀마를 모두 알고 있다. 천광탄이야 어디서 구했다 할지
라도 밀마를 알지 못하면 그렇게 정확히 터뜨릴 수 없어."
혈향봉 조중이었다.
그는 아적을 동목에게 맡기고 일행의 뒤를 밟았다. 그가 일행
에 합류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일찍이 수
하들이 혈함망의 손에 죽어갈 때 그런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
다. 비수당과 비화당, 그리고 일심각 전원이 온전한 세력으로
친다면 모를까. 그래도 남는 문제가 있다. 곱추 괴인과 혈함망
그리고 혈함망과 무공이 엇비슷한 다른 두 흑의인. 그들을 상
대할 사람이 없었다. 조중 자신은 물론이고 윤명, 정진결...
그 누구도 상대가 안 된다.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냉엄한 현실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화당이 사지로 달려가는 것을 빤히 지켜
본 것은 이미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물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
기 때문이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이 악물고 참으면서.
"역시 그렇군요. 천광탄은 제조각에서 만듭니다. 관리를 철저
히 하죠. 그런 물건이 새나간 것도 그렇지만 밀마까지 알다
니."
"도기룡도 펼쳤다. 윤명과 싸우면서."
"일심각주님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죽음은 모면했다. 자, 가자.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늦
지 않아. 이대로 놔두면 한 명도 빠져 나오지 못한다. 빠져나
갈 구멍이 없어. 혈함망이라는 자, 용의주도한 놈이야. 그는
모든 것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계산하고 있어. 한치의 실수도
없는 계획. 그물을 빠져 나갈 수 없어."
"후훗! 그래도 우리는 빠져 나왔습니다. 당주님, 힘을 내십시
오."
"힘? 내야겠지. 힘을 내야겠지. 힘을..."
* * *
백부하에서 발견된 혈흔은 깊은 산속으로 이어졌다.
점점이 흘러나온 핏방울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것으로 보아 경
상(輕傷)은 아닌 것 같았다.
"방금 흘린 피군요. 조금만 따라가면 잡을수 있을것 같습니
다."
동목이 자신있게 말했다.
비수당 음대가 추적, 암살에 독특한 훈련을 쌓았지만 험한 강
호에서 십 년 간이나 가시밭길을 헤쳐온 동목의 안목에는 비길
바가 아니었다. 그것이 동목을 데려 온 목적이었다.
한편 동목은 나름대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
대주 동종관은 동목에게 흑의인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지금은 비록 죽고 없지만 대주의 마지막 엄명은 반드
시 지킬 생각이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되어버린 유언.
이번 기회는 흑의인의 정체를 파악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놈은 뜻밖에도 동귀어진을 택하지 않았다. 그만큼 무공이 고절
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로잡기만 하면 입을 열게 할 자신이
있었다.
"당주, 놈을 사로잡을 생각이십니까?"
"될 수 있으면..."
혈향봉 조중은 침중하게 대답했다.
동목은 상대를 잘모르기에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게다.
비수당의 임무가 무엇인가? 제일은 반여량을 보호하는 것이요,
제이는 일심각 무인들을 지키는 것이다. 비수당은 지금 그럴
여력이 없다. 이대로 계속 기습을 당한다면 목적지에 당도하기
도 전에 전멸하고 말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공십자에게 모
든 것을 일임하고 나선 데는 상대의 무공이 그만큼 고절하기
때문이다. 동목은 그것을 모른다.
"놈을 잡기만 하면 입을 열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저에게 걸려서 입을 열지 않은 놈은 없죠."
동목은 손가락 관절을 우두둑 소리나게 꺾었다.
"이놈! 배를 탔군."
흑의인들은 산으로 가지 않았다.
조금 상류로 올라가자 모래톱에 뱃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
다. 그리고 혈흔은 거기서 그쳤다.
"근처를 샅샅이 수색해라. 조그만 단서도 놓치지 마라."
조중이 굳이 부언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음대원들은 암격을
전문으로 수련한 무인들답게 개미 한 마리 기어가는 것조차 놓
치지 않았다. 풀숲을 더듬고, 백사장 모래톱을 샅샅이 훑었다.
혹여 수초가 우거진 곳은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살펴보기까지
했다.
"없습니다. 확실히 배를 탔습니다."
보고가 들어온 것은 반각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놓쳤단 말인가..."
조중은 장탄식을 불어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혈흔에서 따뜻한 온기를 만지지 않았던가.
손에 잡히는 미끈한 감촉은 놈들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라니.
"놈들은 쌍계(雙溪)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목이 추적의 물꼬를 터주었다.
"응?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자신있는 대답이었다.
"흐르는 강에서는 배를 바로 대지 못합니다. 비스듬히 앞머리
부터 들어오죠. 모래톱에 얽힌 자국은... 쌍계에서 강을 타고
왔다는 말이 됩니다."
수로(水路)는 둘 중 하나였다. 동목의 말대로 쌍계에서 내려왔
거나, 아니면 파양호에서 거슬러 올라왔거나.
"배를 알아봐라."
조중은 품속에서 천광탄을 꺼내 들었다.
반여량은 청붕성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쌍계로 간다
면 정반대로 가는 셈이다. 또한 수로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추적의 실마리가 전혀 없었다. 정대마저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
아닌가, 끝까지 간다해도 문제였다. 수로가 끝나면 도원산(挑
源山)으로 해서 구궁산으로 빠지는 길과 모죽산(毛竹山)을 넘
어 호광성(湖廣省)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밖에도 잔갈래 길
까지 합친다면 어떻게 추적하겠는가.
장주에게 보고할 사안이었다.
반여량이 청붕성에서 흑의인들의 기습을 받은 날, 조중은 선상
에서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반여량이 악마적 기운에
이끌려 구궁산으로 방향을 정했을 때, 그는 정안성(靖安城)에
도착하여 정안분타주와 마주 앉아 있었다.
"장주님의 전갈은 없었는가?"
조중은 다짜고짜 소식부터 물어보았다. 이틀 동안 목적 없이
배를 몰아가는 것처럼 따분한 일은 없었던 까닭이다.
정안분타주는 마치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전서(傳書) 한 장
을 들이밀었다.
"오늘 낮에 도착한 전서입니다."
"전서? 천광탄이 아니고?"
"네. 천광탄으로는 어제 연락을 받았죠. 자세한 내용은 전서에
담겨있을 겁니다."
조중은 정안분타주를 흘끔 쳐다보고 전서를 받아들었다.
- 반여량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혈단(血團)의 본거지는 구궁
산. 비수당주가 쫓는 혈함망은 구궁산으로 향했다. 반여량은
건창에서 배를 타고 무녕성(武寧城)까지 간 다음 구궁산으로
향할 터, 즉시 합류하여 차질이 없도록 하라.
조중은 너무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잊어 버렸다.
혈단이라니. 장주는 모든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지 않은가. 그
것이 무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이제서야 말해준단 말인가.
혈함망이라... 피를 머금은 구렁이.
"동국주, 정대가 이번 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
나?"
"절반이라 생각합니다."
"근거는?"
"청붕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환제갈은 우리들만의 밀마를 만
들었지요. 천광탄이 연계되지만 무슨 내용인지는 저희들만이
압니다."
"그런데?"
"장주는 저희들의 수족을 끊었습니다. 함상, 석수... 그들의
수족이 일심각 무인들에게 죽었습니다. 당주, 이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곽가장에서 형제를 죽이다니요?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여간해서는 흥분하지 않는 동목이지만 이때만은 자제력을 잃어
버렸다. 국주에게 대원들은 자신의 생명 이상이었다. 그들 개
개인은 정대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사연을 가졌고,
그 일은 오로지 국주와 죽은 동종관만 알았다. 사공... 그들
또한 피맺힌 이야기를 가슴속에 묻어 두고 있지 않은가. 동병
상련(同病相憐)의 애뜻한 정은 집단을 뛰어넘어 끈끈한 형제애
(兄弟愛)로 이어졌다.
"흥분하지 마라. 절대... 이건 명령이다."
그 날 밤, 조중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처
럼 답답하고 절박한 심정 때문에. 이유를 알면 속이나 시원하
련만.
조중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구궁산에 도착했다. 순조로운
하루였다. 태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글거렸고, 텁텁한
풀내음과 후덥지근한 공기가 숨통을 막아오는 것도 똑같았다.
'구궁산... 여기에 혈단이 있다? 혈단...'
장주가 익히 아는 집단이라면 그만한 대책이 세워져 있으리라.
적을 아는 데 무슨 걱정이랴. 그런데 비수당이 기습받은 일은
무엇이며, 흑의인의 작호까지 알고 있는 장주가 본거지를 모른
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당주, 개울이 있습니다. 목이나 축이죠."
조중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흑의인들이 혈조수의 비기를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커억!"
선뜩한 비명이 들렸을 때에야 조중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전복(田福)!"
음대원 한 명이 속절없이 생을 마쳤다.
갈증이 심하니 물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무서운 암수를 숨겨두는 것이 살수들. 갑작스럽게 물 속
에서 튀어나온 검날은 전복의 동자료를 갈라버렸다.
"이놈!"
조중은 정신없이 신법을 펼쳤다.
목봉은 둔탁하게 공기를 흩트렸고, 봉 끝은 이미 암습자의 가
슴을 쳐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쉬익!
솔개가 병아리를 채 가듯이 섬광처럼 번뜩인 검날이 목봉 중간
을 갈라 버렸다. 목봉은 재질이 나무다. 그래서 흔히들 목봉을
든 사람을 보면 가볍게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만약 무인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싸울 필요조차 없다. 십팔반무예(十八般武
藝)를 모른대서야 어찌 무인이랄 수 있을까? 특히 조중같이 전
문적으로 봉법을 성명 무예로 내세우는 사람은 아무리 날카로
운 칼날에서도 목봉이 잘려지는 경우는 없었다.
나무에는 결이 있다. 아무리 날이 둔한 병기라도 결을 따라 치
면 여지없이 잘려지고 만다. 또한 아무리 정교하게 결을 숨겨
도 나무가 지닌 속성상 수많은 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에 목봉 수련은 극히 어렵다. 무공을 안다 하는 무인일
지라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아무리 단단한 나무라도 검과 부딪치면 무쪽처럼 잘리고 만다.
방법은 오직 하나, 직각(直角)으로 막는 것. 실전에서 비스듬
히 쳐오는 검의 방향을 정확히 판단하고 직각으로 막아낸다는
것은 조중같이 절정에 이른 무공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조중은 아무리 무의식중에 펼치는 봉법일지라도 직각으로 받아
치게끔 수련해왔다. 그런데,
가각!
전혀 생소한 소리가 들리며 목봉 중간이 싹둑 잘려나갔다. 목
봉뿐 아니라 그의 무복 앞자락도 싱겁게 벌어지고 가는 혈흔이
내비쳤다.
흑의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짝 따라붙었다. 이번에는 옆구
리... 조중은 물러서는 가운데 간신히 몸을 비틀어 일검을 흘
려버렸다. 그러나 짓쳐나간 듯하던 검광이 돌연 뚝 멈춰서더니
그대로 하강해 날아왔다.
'이건 아예 상대가 안 된다. 왜?'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광창조가의 가전봉법을 완벽히 익혔
고, 거기에 심득을 가미해 자신만의 봉법을 만들지 않았는가.
그런데 흑의인에게는 일초지적(一招之適)도 안되다니.
써걱...!
왼팔이 잘라지는줄 알았다. 가볍게 스쳐간 검날은 머리털이 쭈
뼛 곤두서는 전율을 안겨 주었다.
"네 이놈! 목숨을 내놔!"
"감히 암습을... 이놈!"
비수당 음대 무인들은 공격할 때 절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것이 암격의 특징이다. 기척 없이 상대가 눈치를 채지 못하도
록. 지금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 것은 흑의인을 죽이고자 함이
아니었다. 당주의 상황이 워낙 촉급하여 소리부터 내지른 것이
다.
"하하하! 내 작호는 혈함망이다. 기억해라. 혈함망!"
흑의인은 비수당 무인을 조롱하며 숲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
다.
"당주님. 한 말씀 드릴까요?"
동목이 말했다.
듣고 싶지 않았다. 흑의인을 빤히 지켜보면서 잡지 못한 무능
한 당주. 뿐인가! 자칫했으면 목숨까지 잃을 뻔하지 않았는가.
상대가 강하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워낙 무기력했다.
"때로는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정확한 법입니다. 당주님, 이상
하지 않습니까? 혈함망이라는 자는 당주님의 초식을 낱낱이 알
고 있어요. 저는 그게 이상한데...?"
"뭐, 뭐라고! 내 초식을 알고 있었다고?"
"사형제간끼리 비무를 해도 그보다는 못할 것 같았습니다."
"무슨 소리? 내 봉법은 조가봉법이야?"
"그렇죠. 조가봉법이죠. 이로써 한 가지 확증이 더해졌습니다.
놈들은 삼혼검법에 이어 조가봉법까지 철저히 연구한 모양입니
다."
"으음!"
조중은 장탄식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혈함
망은 시도 때도 없이 암습을 가해왔고, 그 때마다 비수당 무인
서너 명이 죽어갔다. 사대요혈... 그곳은 삼혼검법의 치명적인
조문이자 조가봉법의 조문이기도 했다.
"으음...!"
일심각 무인들의 시신, 그리고 밤에도 잠을 자지 못해 눈동자
가 벌겋게 충혈된 수하들. 조중은 자신이 너무 깊숙이 들어왔
다는 것을 깨달았다.
혈함망은 기습을 전개하고는 곧 몸을 빼 사라졌다.
그 신법이 너무도 빠르고 영활하여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던
비수당원들도 뒤를 쫓지 못했다. 아니, 쫓고는 있다. 풀잎에
진하게 배인 혈흔을 꾸준히 따라왔다. 마치 귀신에 홀린 사람
처럼 아무 생각없이 따라왔고, 빈번한 기습을 당했다.
그런데 지금 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어 있는 사람들은... 일심
각 무인들. 그들마저 당하고 말았단 말인가.
"이건 이상합니다. 혈단이란 놈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도 추측할 수 없는 무서운 놈들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놈에게 우롱당하고 있어요. 당연히 우
리는 놈을 잡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지금 공격을 당하면 우리
는 전멸합니다. 물러서야 겠어요."
"으음...!"
"당주, 이제 겨우 열 명 남았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당주
의 무공으로는 혈함망을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그자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
조중은 동귀어진을 떠올렸다.
다시 한 번 검을 부딪치면 혈함망이라는 작자는 틀림없이 사대
요혈을 베어올 것이다. 좋다, 내주자. 혈도를 내주고 놈도 죽
이는 거야. 설마 지척에서 어느 한 군데 베지 못할까.
"동목... 자네 설마 일심각주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습니다. 일심각주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혼검법과 조
가봉법의 조문이 노출된 이상 놈들을 저지할 수 있는 무공은
신창윤가의 창법..."
"..."
조중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문을 닫아 버렸다.
조문이란 안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조문을
명확히 알아도 그에 버금가는 무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화중
지병(畵中之餠)에 불과하다. 놈들은 아니다. 그만한 무공이 있
고, 오랜 세월 조문을 치기 위해 수련을 거듭한 흔적이 엿보인
다.
"좋다. 일단 물러갔다가 윤명과 합류하여 다시 온다."
그때였다.
"당주님! 여기!"
비수당 무인 중 한 명이 소스라치게 놀라 고함을 질렀다.
쉬익!
조중의 신형은 번개보다 빨랐다. 혈함망이 언제 기습해올지 모
르기 때문에 방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니 이건!"
"닭...?"
목젖이 갈라진 닭 한마리, 이미 목숨이 다해 버린 닭에는 지네
들이 새까맣게 몰려들어 살을 뜯어먹었다. 혈흔이 끝나는 지
점... 혈함망은 부상을 당한 게 아니다. 그는 닭을 이용해서
일행을 유인했다.
"함정!"
"당주!"
동목과 조중의 눈이 마주쳤다.
조중은 입술을 깨물었다. 철저하게 농락 당한 것이다. 혈함망
이라는 자에게...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일성을 내질렀
다.
"생사잠복(生死潛伏)을 펼친다."
생사잠복은 음대원이 가장 싫어하는 마지막 방책이었다.
가장 밑바탕이 되는 비술(秘術)은 지둔술(地遁術)이었다. 땅
속에 몸을 숨기고 하루고, 이틀이고... 보름이 지날지라도 움
직이지 않는다. 적이 완전히 물러갈 때까지, 아니면 목표로 한
적이 방심할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땅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다.
혈함망과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의 습격을 받았다
면 이제부터는 음대원이 습격할 차례다.
닭과 지네.
닭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지네다. 닭에게 포착된 지네는 살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뾰족한 부리에 덥석 물리면 촌각도 지
나지 않아 뱃속으로 넘어간다.
지네 또한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닭이다. 살아 움직이는 닭에
게는 꼼짝없이 당하지만 죽어 널브러진 닭은 가장 맛있는 음식
이다.
혈함망과 비수당은 닭과 지네의 관계였다.
하루가 지루하게 흘렀다.
비수당원은 땅 속에서 흙을 먹으며 생존한다. 황토(黃土)를 만
지다 보면 특히 말랑거리는 흙이 만져진다. 황토심. 그것이 먹
을 수 있는 흙이다.
소리는 일체 내지 않는다. 호흡 소리마저도 숨겨 버린다. 생사
잠복을 펼치면 나 이외에 모든 사람이 적이다. 만약 호흡을 흘
린다면? 혈함망이 아니라 같은 비수당원의 칼날을 받을지도 모
른다.
또 하루가 지나고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하하하! 혈향봉, 이제 끝장을 내자. 나, 여기 있으니 공격해
보지 그래? 하하하! 생사잠복이라... 시시껄렁한 잔재주는 그
만 부리지."
'혈함망이다. 노오옴! 생사잠복까지 알고 있다니...'
파앗! 써걱! 커어억!
누군가 급습을 가한 것 같았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
려 당했다. 공격한 당원은 필살의 기회를 잡았으리라. 암습을
전문적으로 수련했으니, 그만한 기회 탐지쯤 못 한다면 말이
안 된다. 그런데도 당했다.
'이놈! 죽인다!'
혈향봉은 부러진 목봉 대신 임자 잃은 검을 곧추세웠다. 원래
의 검 임자는 준조(浚繰), 혈함망의 일검에 목숨을 잃고 말았
다.
"하하하! 내가 제일 먼저 죽인 놈이 누군지 아나? 양대 부대주
야. 그 다음은 음대 부대주, 음대주 파가자 황보청은 제일 나
중에 죽였지. 자, 피가 끓지 않나? 곽가장이 언제부터 두더지
처럼 숨어서 암습 기회만 노렸지? 하하하! 세상 사람들아! 여
기 혈향봉 조중이 두더지처럼 숨어 나올 생각을 못하고 있다!
하하하!"
쉬익! 퍼억! 큭!
두개골이 으깨지는 소리... 기습을 가한 비수당 무인은 미처
검을 날리지도 못했다. 땅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 순
식간에 내리쳐진 일장(一掌)에 머리통이 터져 버렸다. 이건...
매복 장소를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
조중은 다급했다.
매복 장소가 드러났다면 남은 것은 일방적인 도살이다. 그런
생각은 그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음대 무인들은 동물적인 본능
으로 위기가 닥쳤음을 깨달았다.
파앗! 파아악...!
혈함망은 비웃음을 터트리며 일행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으랴! 음대 무인들은 일제히 뛰쳐나와
혈함망을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나,
"헉!"
땅 속에서 뛰쳐나온 비수당인은 너나 할 것 없이 헛바람을 들
이키고 말았다.
나무 위에 박쥐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흑의인들, 그들 눈
에는 번뜩이는 살광이 어른거리고 있지 않은가. 포위당했다.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꼼짝없이 걸려들었다.
혈향봉 조중은 절망적인 탄식을 불어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혈함망의 잔꾀에 놀아나다 결국은...
동목도 같은 심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정대만 원활히 활동했
더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두 눈을
가리고 싸움판에 뛰어들었으니 당할 수밖에.
혈함망은 주도면밀했다.
동목은 그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산발적인 공격, 어찌 보면 미련스럽게 보이지만 희생을 최소화
하는 공격법이었다. 산발적인 공격의 기장 무서운 점은 상대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혈함망은 분산책(分散策)에 성공했다.
비수당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빈번한 기습에 조금씩, 조금씩
강대한 힘이 무너졌다. 그러면서도 끝내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
다.
장주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그야말로 눈뜬 장님이
다. 뛰어난 정보력을 갖춘 정대가 있으면서도 전혀 활용 못한
셈이다. 만약 알았다면? 미끼다. 비수당과 일심각은 미끼로 내
던져졌다. 그렇기에 빈번한 기습을 당하는 줄 뻔히 알면서 강
행군을 지속시키는 게다. 분명히 후자다. 장주는 이들 집단 이
름이 혈단이라는 것, 그리고 혈함망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지
않은가.
정대를 개입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개입하면 죽음을 보면서 걸어가는 사공에게 연락을 취
하지 않을 리 없다. 사공은 당연히 삶을 모색할 테고...하하
하! 비수당과 일심각까지 미끼로 내던졌는데 대원 몇 죽은 것
을 가지고 그렇게 흥분했다니.
정대원을 죽인 무인은 일심각 무인들이다. 그렇다면 그들 또한
장주의 심계를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들 역시 미끼로 던
져졌는데 자신들만 밀명을 받은 줄 알고 정대원을 제거했다.
죽일 놈들! 자신들만 살면 그만이란 말인가. 이것이 정도인으
로서 행할 수 있는 행동이란 말인가.
비수당과 일심각을 미끼로 내던져 얻는 소득은 무엇일까? 혈단
의 등장이다. 암흑 속에 숨어 있는 그들을 끌어내려는 게다.
그만큼 비중 있는 미끼가 아니면 안 되었겠지.
구궁산! 여기서 모두들 죽어야 한다. 그것이 장주의 심계(心
計)다.
혈단을 처리하는 문제는 따로 예정되어 있을 터이다. 장주는
순순히 두 손 내밀고 죽기를 바랐을까? 아니다. 한 명이라도
죽이고 죽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기에 비수당주와 일심각주에
게 '너희들은 미끼다'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분노에 치를 떨
며 최후의 일검을 날리게 하기 위해서.
"당주, 끝인가 봅니다."
그의 음색은 평온을 되찾았다. 여느 때처럼 귓속말을 하듯이
사근거리는 음성이었다.
"그래 끝이야."
"당주, 이대로 최후를 맞이할 생각이십니까?"
"후후후! 나는 피를 싫어한다. 하지만 비수당주로서 검을 든
이상 물러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의문을 풀었어요. 하지만 아직 남은 두 가지... 일심각
과 비수당이 모조리 전멸하고 난 상황에서 누가 이들을 칠 것
인가? 비화당? 비금당? 비목당? 곽가장 전력을 기울인다면 이
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곽가장도 재기 불능의 타격을 받습니
다."
"분타가 있다. 곽가장은 다시 일어서. 그런데 뭐? 일심각과 비
수당이 전멸?"
"장주의 복안입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씀드리고... 두 번
째 의문. 어떻게 삼혼검법과 조가봉법을 그렇게 잘 아느냐 하
는 것인데. 아시다시피 삼혼검법은 문도에게 공개된 절학입니
다. 하지만 오의를 깨달은 문도는 손에 꼽을 지경. 익히는 사
람이 그런데 파해법(破解法)이야 오죽..."
동목은 조가봉법에 대한 말은 애써 회피했다. 조가봉법은 삼혼
검법과의 비무에서 패한후 사양길로 들어서지 않았는가.
"한 놈이다. 혈함망 저놈만 파해법을 익혔다. 나머지는 파해법
을 몰라. 그래서 사대요혈만 공격하도록 수련 받은 거지."
"과연 그럴까요? 이놈들이 일심각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보면
알겠죠. 죽음은 그 다음이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생각은 있어도 길이 없다."
"길은 있습니다."
동목은 씩 웃으며 천광탄을 꺼내들었다.
"이놈이면 혈함망을 죽이지는 못해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는 있
죠."
극히 짧은 순간에 주고받은 말이었다.
퍼엉! 펑...!
천광탄이 터지며 검은 묵린(墨鱗)이 퍼져 나갔다. 방향은 하늘
이 아닌 나무와 사람. 순식간에 쏘아져 나간 검은 구름은 한낮
의 밝음을 검게 지워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묵린에 직접적으
로 맞은 흑의인들은 마치 새빨갛게 달궈진 인두에 살결이 닿은
듯 팔짝 뛰어올랐다. 검이 심장을 관통해도 신음소리 한마디
없던 흑의인들이지만 몸을 태우는 화염(火焰)에는 어쩔 도리가
없나 보다.
"천광탄에 이런 묘용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후훗! 묵린은 완전히 소멸될 때까지 타들어 갑니다. 물 속에
뛰어들어도 소용없어요. 제조각주가 어디서 기막힌 물건을 찾
았죠."
"그럼 죽는 방법밖에 없겠군."
"아닙니다. 묵린이 닿은 부의를 칼로 도려내면 되죠."
"하하! 그말이 그말 아닌가."
조중과 동목은 빠르게 전장을 돌며 수하들을 챙겼다. 검은 구
름은 오래기지 않는다. 그 동안 몸을 빼서 포위망을 탈출해야
한다. 생각 같아서는 살금살금 기어가 혈함망의 등에다 천광탄
한무더기를 선사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남은 천광탄이 없었다.
"공격하라! 놈들을 놓치지 마라!"
혈함망의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
* * *
포위망을 빠져나온 사람은 단 세 명뿐이었다. 그 중에 아적이
기어이 세상을 등졌다.
"가자! 한 명이라도 구해내야지. 지금 이 상황이라면 장주가
의도한 대로 미끼 역할은 충분히 했어. 더 이상의 죽음은 개죽
음이야."
"그렇겠죠."
동목이 대부(大斧)를 챙겨들고 일어섰다. 그렇지 않아도 충격
을 잔뜩 받은 터에 진육이 죽고, 석수의 반신이 잘렸다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감내할 수 없을 만큼.
첫댓글 즐~~~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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