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등 176개 공공기관의 이전 계획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관의 사옥부지 활용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땅 대부분은 활용가치가 높은 관심지역이다. 특히 발 빠른 업체들은 벌써부터 해당 부지 매입에 대한 사전조사 등 물밑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당 부지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부동산시장에 또 한 차례 태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전 부지들, 부동산 활용가치 ‘최고’=먼저 광주광역시로의 이전이 확정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건너편의 한국전력 부지. 대지면적이 2만4000평에 달하는 이 땅의 미래가치는 천문학적이다. 가장 비싼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인근 삼성동 I-PARK(9700여평) 대지면적의 2.5배인 이 땅은 개별 공시지가만도 총 6500억원(㎡당 820만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한국전력 부지가 매물로 나올 경우 매입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서울시 뚝섬상업용지 4구역(5700여평)의 경우 올해 1월1일 고시한 공시지가가 총 854억원(㎡당 450만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이보다 5배가 넘는 4440억원이었다.
더군다나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는 용도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과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뚝섬 상업용지보다 활용가치가 높다.
경일감정평가법인 이인우 이사는 “한국전력 부지의 경우 서울 강남에선 보기드문 넓은 부지인 데다 개발여지가 많은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인식한 개발업체들이 매수에 적극 나설 경우 실제 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인근에 있는 한국감정원(대구광역시 이전 확정)도 넓이는 3300여평이지만 이 땅 역시 중·고층의 공동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3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이 땅의 ㎡당 공시지가는 한국전력 부지보다 250만원 저렴한 570만원이다.
현재 저층으로 이뤄진 여의도의 대한지적공사 본사 부지도 노른자 터로 꼽힌다. 대지면적이 1400여평에 이르는 지적공사 터의 경우도 일반상업지역으로 분류, 고층빌딩 건립이 가능하다. 개별공시지가 총액은 현재 279억원(㎡당 590만원) 정도다.
실제 지하 8층, 지상25층 규모인 지적공사 바로 옆 알리안츠생명빌딩의 경우 부지 면적은 지적공사 터의 절반이 약간 넘는 773평. 업계에선 알리안츠빌딩이 매물로 나온다면 약 8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할 예정인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토지공사(1만2000평)와 주택공사(1만1494평) 부지도 일반상업지역이어서 향후 활용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지의 개별공시지가 총액은 현재 각각 992억원과 2553억원이다.
이외에도 마포 상암동 택지지구 인근의 은평구 수색동 국방대학(9만7000여평), 판교신도시 인근의 성남 금토동 한국도로공사(5만여평) 부지 등도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공개경쟁입찰→미래가치→고가낙찰→시장과열=정부는 2012년까지 완료 예정인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비용은 가급적 해당 부지 매각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투명성 등을 위해 이들 부지는 수의계약보다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해 부지 매각은 해당 기관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며 “특히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엔 토지공사에서 감정가로 일괄 매입하는 등의 방법을 검토하고 있어 이전비용을 충분하게 마련하기 위해선 기관들이 자체 매각에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지를 매입, 개발하려는 부동산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돼 또 다시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시행사인 더피앤디코리아 곽성택 이사는 “일부에선 벌써부터 사전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땅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노른자위 땅이 시장에 나올 경우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