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왜 사람을 보면 짖어 댈까?
저 북간도(중국의 만주)에 가서 돌아가신 수월 스님이라는 도인이 있었는데
내가 젊어서 평생 모시고 도를 배우다 같이 죽으려고 내가 그때 개운사 강원에 있다가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한번 갔는데 그분은 평생 40년 동안 그곳에서만 계십니다.
그 스님이 누구에게나 ‘나한테 농사지은 양식이 있으니까 탁발하지 말고 이거 먹고 공부하라’고 늘 이랬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한테는 나가라고만 하셔서 아마 일부러 시험해 보는 게 아닌가 하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나에게는 기어코 나가라고만 하시는 겁니다.
가만히 보니까 진짜로 나가라는 거 같아서 나오기로 작정한 뒤에
동냥이나 한 닷새 해서 양식이나 좀 보태 드리고 떠나야겠다고 동냥을 나섰습니다.
그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흑룡강이 나오고 한국 독립군들의 근거지인데 일본 토벌대들이
비행기를 가지고 가서 만주 사람 한국 사람 무수히 죽인 바로 그 뒤에서 무서운 개를 많이 기르고 그럽니다.
여러 사람에게 ‘수월 스님을 어떻게 아느냐?’ 이러니까 나이 많은 노장님 한 사람이
동냥이나 해 먹고 사는 분으로 알지 별사람으로 안 본다는 겁니다. 모두 수월 노장을 이렇게 모른다고 하기에
내가 우리 고국에서는 굉장한 도인으로 안다고 수월 스님에 관한 얘기를 죽 해주니까
그때에야 얘기를 듣고 보니 정말 도인인가 보다.라고 하면서 이 얘기를 합니다.
만주 개는 셰퍼드보다 더 무섭습니다.
사람을 잡아먹을 정도이고 키도 셰퍼드보다 더 큰데 그 개한테 내가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수백 리 먼 길을 가게 돼서 길을 묻고 싶어도 개가 있을까 봐. 일부러 다른 곳으로 피해서 산을 넘어 다니고 그럽니다.
그곳에 한국 사람이 한 칠백 호 살고 중국 사람이 한 삼백 호 사는데 수월 노장님이 모습이 참 기이하다는 겁니다.
옷도 다 떨어져서 빨간 것, 푸른 것, 흰 것, 모두 누덕누덕 기어 입고 짚신도 상주(喪主)들 신 모양으로 불룩하고
머리에 쓴 것도, 이상스럽게 걸레인지 모자인지 모를 정도로 이런 걸 쓰고 오는 걸 보면
그야말로 죽은 개도 기겁을 해 짖게 생겼는데도
그렇게 사나운 개들이 그 노장님 보고는 가만히 엎드려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수월 스님보고는 무서운 개도 짖지 않는다고 하는 소문이 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같이 탐진치의 삼독이 뿌리째 딱 떨어지면 호랑이와 함께 있을 수가 있고,
토끼나 노루가 그 사람 앉아 있는 곳에 뛰어 들어오고 그러는데 그렇게까지 없어져야 하는 겁니다.
그때 나는 나를 보고 자꾸 짖어대는 개를 보고 속으로 참 부끄럽고 고개를 못 들었습니다.
명색이 장삼 입고 수도하는 중이라면서 개가 짖도록 해 놨으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 해물지심(害物之心)이 남아 있어서 그럽니다.
지금도 우리가 정화한다고 이러지만 교단종풍(敎團宗風)을 바로 잡아서
앞으로 이제 무수한 도인이 나오도록 하느라고 전체를 위해 하는 짓이지만
한쪽으로는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짓을 기어코 해 놨으니, 남한테 나쁜 과보(果報)도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 시기심이 있고 해물지심이 있으면 개가 짖는 겁니다.
과거에 모두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핍박을 주어서 그 업이 남아서 그래서 짖습니다.
가령 사냥꾼이 아무리 깨끗이 하고 몸에 향수를 바르고 새 옷을 입고 다녀도
개가 틀림 없이 그 사람만 오면 문둥이 오는 것처럼 짖어댑니다.
- 청담 스님 - 금강경 강설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