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
새로운 취미가 생겼습니다. 바로 홈쇼핑 티비를 보는건데요.
예전엔 당연히 안봤죠. 여자옷에 화장품에 보석에 거의 여자 물건만 팔잖아요.
가끔 굴비나 간장 게장 선전 보면서 입맛 다신 적은 있지만...
그래도 뭘 사고 싶다거나 그런적은 전혀 없었거든요.
근데 말이죠. 요즘은 보이는 것 마다 다 사고 싶어서 큰일입니다.
아! 저 옷은 우리 자기가 입으면 진짜 이쁠텐데...
어! 저 커플시계. 나랑 그녀랑 하나씩 나눠끼면 좋겠다.
어! 저 목걸이 이쁘네.
아, 그녀의 하얀목에 걸어주면 진짜 환상적일텐데... 근데 뭐 이렇게 비싸냐.
그래서 엄청난 유혹과 싸우게 되죠. 6개월 무이자할부. 하나 사버려? 좋아할까?
밤마다 침 꿀꺽 넘어가는 심야영화도 마다하고, 홈쇼핑 채널만 보고 있는 좀 웃긴 내 모습.
내가 이렇게까지 될 줄은 나도 그녀도, 홈쇼핑 관계자도 아마 몰랐을겁니다.
[♀] 그 여자...
오~ 남자 옷도 참 이쁜게 많네요.
가을치마를 한벌 사려고 쇼핑몰에 왔는데,
치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까부터 자꾸 남자 옷에만 눈이 가는거 있죠.
올해 유행이라는 줄무늬셔츠. 종류도 많고 이쁜것도 많구.
그리구 보기만해도 따뜻해지는 저기 저 베이지색 니트.
야~ 그 사람이 입으면 진짜 잘 어울리겠다. 이거봐. 감촉도 진짜좋다.
저 니트에 이 카키색 면바지를 입으면 정말 근사하겠는데.
그 사람 맨날 청바지만 입거든요. 이런거 입으면 참 편할텐데.
지금 한 벌을 살까? 허리치수는 어떻게 되나?
배가 좀 나왔으니까 한 32? 34? 설마 36?
아니다. 이럴게 아니라 언제 한번 같이 나와야겠어요.
남자 옷은 다 비슷한줄 알았는데 입혀보고 싶은 옷이 이렇게 많네.
아! 피곤해서 그만 집에 가야되겠어요.
근데 나 오늘 여기 왜 온거였지? 치마 사러온거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