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살던 옥동에서 복산동 본가로 이사를 했다. 이삿짐을 채 정리도 하기 전에 자여로 오게 되었는데, 군대에서 말년 휴가 나온 큰들(큰 아들)이 짐 정리를 하다가 옛날 내가 등단한 기사를 보고는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대학 ‘창작’ 후배인 윤다혜가 답글을 남겼다. 나를 통한 그들의 대화가 정겨웠다.
셋.김ㅇㅇ 할머니(95세)
김00 할머니는 1920년생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95세. 그런데 아직 정정하다. 혼자 사시는데도 살림이고 뭐고 척척해내신단다. 장수하는 것. 참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에게는 많은 자손이 있다고 한다. 큰딸이 76살이라고 하고 큰아들이 70이라고 한다. 그에 딸린 자손들이 아주 많다고. 지금 손주의 손주까지 보셨다고 한다. 명절에 한번 모이면 바글바글 하다고. 정말 복이 많은 할머니다.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함께 살자고 한다는데, 감옥살이 하기 싫어 이곳에서 혼자 사신단다.
문득 우리 어머니 생각이 났다. 올해 83세. 기력이 많이 쇠하셔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신다. 그런데도 콩나물 장사를 하신다. 수레에 콩나물 통을 싣고 그것을 의지하여 걸어 시장에 가신다. 집에 계시는 것보다 운동도 되어 육체적 건강에 좋고, 시장에서 다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 말리지는 않지만 항상 걱정이다. 그래서 어머니 집으로 이사를 했는데, 갑자기 이곳 자여로 오게 되었다. 집에는 아내와 큰아들이 있다. 아내와 어머니는 사이
가 아주 좋다. 그래서 멀리 있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무엇보다 돈을 버시는 것에 즐거워하신다. 김00 할머니가 나가면서 씩 웃
으셨다. 그 웃음이 참으로 해맑다.
2014.03.22.
詩-4) 나무들의 핸드폰
나무들도 핸드폰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
에이, 거짓말
진짜야 핸드폰이 없으면 어떻게 한번에
꽃을 피우지?
그래도 말을 못하니까 핸드폰을 사용 못 할 거야.
새들이 아침마다 왜 지저귀는지 아니?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나무들의 말을 전하는 거야.
꽃을 피울 때와
이파리를 낼 때와
열매를 맺을 때를
이 나무 저 나무로 옮겨 다니며
나무들의 말을 전하는 거야
그래서 나무들은 한번에 꽃을 피우는 거야.
새들이 나무들의 핸드폰이지.
아침 자여 마을을 걸어오는데, 주택 곳곳에 목련이 피었다. 어제까지는 보지 못했는데, 오늘 약속이나 한 듯이 이집 저집 목련이 활짝 핀 거다. 나무들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여 한번에 꽃을 피울까, 말도 못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새소리가 들렸다. ‘아하 저거구나.’
2014.03.24.
자여에 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아침에 처음으로 우곡사란 절에 있는 약수터에 갔다. 생수통에 약수를 받기 위해서. 가는 길에 호수가 있었다. 계절이 봄이다 보니 쑥을 캐는 사람도 보였다. 쑥 넣고 된장국 끓이면 진짜 맛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