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시리즈의 첫 책 <알루미늄의 역사>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알루미늄'이란 하나의 물질을 통해 역사, 사회문제, 문화, 산업,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 독일과 알루미늄의 관계도 흥미롭고, 비행기, 자동차 산업의 발달과 알루미늄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알루미늄 캔과 소비문화의 발달 그리고 환경문제 등은 우리의 미래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선진국의 제 3세계 국가 약탈과 아마존 열대림 파괴 문제도 알루미늄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나의 물질을 다룬 한 권의 책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사회현상을 들여다볼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아래 글은 녹색연합 '기후, 에너지' 담당 활동가였고, 현재 성미산학교 교사인 김명기씨가 쓴 글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와 '대안에너지'에 대해 고민해온 활동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고맙습니다!
원 글의 주소는 아래와 같습니다.(원 글에서는 몇 개의 이미지와 동영상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ickace.blog.me/150121227728
==================================================================================================
지구 온난화, 대안에너지가 답일까?
김명기 / 성미산 학교 교사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노 임팩트 맨>이나 <재앙을 위한 레시피>처럼 지구온난화에 여행을 최대한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물 아껴 쓰기 등등. 그런데 논란. 비닐은 어떻게 할 것인가? 플라스틱은? 나아가 옷은? 김치 같은 걸 비닐로 싸지 않으면 샌다. 플라스틱이 안 되면 밀폐용기도 사용하지 못할 텐데 그럼 밑반찬은 어디다 싸 오는가? 옷도 결국 석유로 만들어진 것 아닌가? 등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합의를 보기로 했지만 흔쾌하지 않다. 한편 작년 4월 교토에 갔을 땐 석유를 바이오디젤로 바꿔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확인했다. 가정에서 수거한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시내버스에 넣고 있는데, 이 양이 턱없이 부족한 것. 지금도 옥수수, 팜 등을 바이오연료로 만들면서 식량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지금 자동차에 들어가는 석유를 모두 식량을 모두 차에 넣으면 과연 사람이 먹을 것이 남아 있긴 한 걸까? 그러니까, 지구온난화에 맞서 '대안'에너지가 정말 '대안'일까?
독일의 보봉, 스웨덴 말뫼, 전북의 부안, 경남의 연대도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많은 저탄소마을은 "화석연료로부터의 독립"을 핵심 과제(혹은 슬로건)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다시 여행 얘기로 돌아가면, 내가 입고 있는 옷, 내가 사용하는 책상, 내가 읽는 책, 냉장고, 신발 등등 석유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있는가? 아니, 석유와 (아마도 원자력이 절대적일) 전기로 돌아가는 공장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있는가? 간디나 슈마허(작은 것이 아름답다)가 이야기한 마을이나 중간기술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역시 모두를 설득하기에는 다소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멀고 어렵다는 것이 의미 없고 시도할 가치가 낮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공장을 대안에너지로 돌리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의 대안과 같은 장애물이 남는다. 그렇다면 우린 한 가지 결론에 이른다. 공장을 '덜 돌리는 것'. 그러니까 물건을 최대한 오래 쓰고, 옷은 오래 입고, 필요 없어진 물건은 재사용이나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알루미늄의 역사(자연과생태)>는 알루미늄에 대한 다각적인 고찰을 통해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구호로 그치기 쉬운 '저탄소마을'이 실현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방법을 제시한다.
알루미늄은 현대 철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금속이다. 캔, 통조림을 만드는 데부터 비행기, 선박까지. 그런데 알루미늄을 원자재 보크사이트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전기분해를 해야 한다. 이 방식은 전기에너지를 매우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알루미늄 1kg 생산하는데 20kW의 직류전기를 30년 동안 사용하는 전기에너지 필요) 거대한 규모의 수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다. 브라질은 보크사이트로부터 알루미늄을 정제하는 단계부터 최종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전 단계가 이루어지는 유일한 국가이다. 이를 위해서 거대한 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수십 개 건설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이 광범위하게 벌목됐다. 브라질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10위권이며, 브라질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는 벌목에서 나온다.
그러나 알루미늄은 철 등에 비해 재활용하기가 쉽다. 기존 알루미늄을 재활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보크사이트에서 순수한 알루미늄을 정제해낼 때 필요한 에너지의 1/3에 불과하다. 지하철을 알루미늄으로 만들면 철로 그것을 만들 때보다 에너지는 더 많이 들지만 3년만 운행하면 모두 상쇄한다. 이렇게 알루미늄으로 만든 지하철은 평균 35년 운행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에서도 창문과 문, 전면장식, 벽, 지붕을 알루미늄으로 시공하면 수명도 길고 실용적이며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알루미늄 용기는 재활용이 매우 쉽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알루미늄의 가벼움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바탕하여 습관을 바꾸며, 오래 써야 한다는 것. 현대의 자동차는 알루미늄 차체 사용으로 자동차 무게를 줄여 이전보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그러나 각종 편의시설과 안전장비를 장착하면서 되려 철로 만든 자동차보다 무거워졌고, 에너지도 더 많이 쓰게 됐다. 알루미늄이 포장재나 음료수 캔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평균 수명이 6개월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알루미늄이 갖는 긍정적 효과는 사라진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은 2007년부터 저탄소마을을 고민하고 있다. 마을 지도도 만들고 태양광발전시설의 설치를 추진해보기도 하고 어떤 에너지가 좋을 지 고민했다. 그런데 어떤 '대안'에너지도 서울이란 메트로폴리스 한 복판에 자리 잡은 성미산마을엔 딱 들어맞지 않았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는 큰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했고 바람은 4계절 내내 평균 4m/s 를 넘지 않았다. 아스팔트로 덮인 도로와 집들이 빼곡이 자리 잡은 곳에서 농사는 커녕 작은 텃밭을 일굴 공간도 찾기 힘들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열과 전기를 만든다? 당장 주민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80%가 도시인 한국의 거의 모든 마을이 지구온난화 대응 모델을 고민하면서 맞닥뜨리는 공통 장애물이다. 그러나 오래 쓰고 재활용, 재사용률을 높이는 것은 모든 곳에서 가능하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지구온난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오히려 개인적으로 지역 먹을거리를 먹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지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뛰어넘을 수 있다.
다만 여기엔 정교한 전략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린 '아껴 쓴다'는 행위, 재활용, 재사용이란 단어에서 어떤 궁상맞음, 귀찮음을 떠올린다. 갖고 다니는 가방,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곧 그 사람이 보여준다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오래된 물건을 사용한다는 것은 곧 '능력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재사용, 재활용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알루미늄이 주류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알루미늄에 대한 이미지 만들기가 성공한 덕분이었다. 반짝반짝하는 표면에 새롭다, 신선하다, 세련됐다는 문화적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의 알루미늄에 대한 수용성을 높였다. 마치 명품백, 자동차가 그 사람을 대표하듯. 실제 나치는 알루미늄을 마그네슘, 아연과 함께 독일의 금속이라 명명하며 독일의 알루미늄 기술자들에게는 아리안족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특별한 재능과 타고난 천재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분위기는 좋다. 지금 21세기에는 환경이 it item, hot item 으로 떠오르고 있다.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2010 헐리웃 배우 수입 1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원한 섹시남 브래드 피트, 정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맷 데이먼 그리고 공효진 등등 셀레브리티들이 환경을 보호하자며 적극적으로 말을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 환경을 보호하자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입는 브랜드의 옷이 유행하는 것처럼 그들의 행위는 환경 보호라는 관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이를 이용해 재사용, 재활용에 '멋지다(cool)'란 이미지를 씌운다면 사람들의 재활용, 재사용률을 높이고 도시들의 기후변화대응 모델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부가 재사용, 재활용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 역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는 또 다른 관점에서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국내 아이폰이 등장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09년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2천3백만 명에 달할 정도로 스마트폰이 당연한 것이 되었지만 지금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등장은 국내 시장을 얼마나 흔들어 놓았나. 무선 인터넷망이 개방된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케이스 장사, QR코드 제작자 등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또 사라졌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만큼 훨씬 더 크고 다양하고 복잡하고 거대한 변화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알루미늄이 20세기 중반에야 중요한 물질로 떠올랐다는 사실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루미늄은 19세기에 발견되었지만 100년 가까이 관심 밖에 있었다. 만드는 데 비용도 많이 들고 필요성도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 가격이 상승하고 자원이 고갈될 수록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곧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버리는 물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언젠가 중요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곧, 재활용, 재사용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