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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20
1. 씬. 중환자실 앞.(밤)
호태, 동주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2. 씬. 중환자실.(밤)
차연, 의식 없는 두리의 손 잡고 서있는. 그 옆에 정민.
정민 : (암담한 표정으로) 두리 엄마?
차연 : ....
정민 : 두리.....이 상태론 오래 못버텨요.
차연 : (눈을 감는)
정민 : 마음에 준비를......
차연 : 두리야? 두리야? 우리 두리......엄마 두고 가지 않을 거지?
3. 씬. 중환자실 앞.(밤)
정민, 나오는. 호태, 동주 다가서는.
호태 : 의식은 돌아왔나요?
정민 : .....지금 상태론.....며칠을 버틸 수 있을지.....
호태 : 선생님, 안됩니다. 우리 두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선생님. 두리 잘못 되면 차연이도 죽습니다. 차연이도 죽는다구요.
선생님, 제발....제발..... (걸어가는 정민을 따라가며 울며 애원하는)
동주 : (어두운 표정으로 중환자실을 돌아보는)
4. 씬. 중환자실.(밤)
두리, 의식 없고, 차연, 두리의 손을 잡고 있는.
차연 : 두리야? 엄마 정말 무서워. 엄마 무서워서...... 그러니까 두리야, 엄마 좀 안아줘. 눈 뜨고 엄마 좀 안아줘, 두리야.
5. 씬. 중환자실 앞.(밤)
호태, 동주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동주의 울리는 핸드폰.
동주 : 여보세요? (영어로) 어, 그래, 나야. (벌떡 일어나며) 뭐? 일본?
수혁, 급하게 뛰어오는.
호태 : (일어나서 동주를 보는)
동주 : (영어로) 틀림없는 거지? 일본으로 간 거 확실한 거지? 알았다, 고마워.
호태 : 왜? 무슨 일이야?
동주 : 일본에 있단다.
수혁 : 나도 지금 출입국 관리소에서 연락 받고 오는 중이야. 일본으로 출국한 거 틀림 없어.
동주 : 일본에 있다면....
수혁 : (메모지 주며) 오면서 나카타 회장 별장 전화 번호 알아냈다. 지금 별장에서 휴가 중이야.
호태 : 누가? 두리 삼촌?
동주 : (급하게 핸드폰 버튼 누르는, 일어로)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JS 신동주입니다. 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이렇게 무례하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사장님의 방송 라인을 좀 써야 할 일어서.....
호태 : (긴장해서 보고 있는)
동주 : (일어로) 현재 방송중인 모든 프로에 자막을 좀 넣어주셨으면 하는데.... (걸어가며 통화를 하는) 7살짜리 꼬마의 생명이
달린 일입니다. 무리라는 건 알지만 도와주십쇼.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호태 : (그런 동주를 바라보는)
6. 씬. 중환자실.(밤)
두리 옆에 앉아있는 차연. 간호사 다가오는.
간호사 : 이젠 정말 나가셔야 해요. 계속 여기 계시면 정말 안되거든요.
차연 : 조, 조금만 더.....
7. 씬. 중환자실 앞.(밤)
차연,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나오는. 호태, 서있다가 급하게 다가서는.
호태 : 두리는?
차연 : .....
호태 : 차연아. 두리한테 삼촌이 있단다.
차연 : (보고)
호태 : 신동주가 지금 찾고 있는 중이야. 일본에 있대.
차연 : .....
8. 씬. 길.(아침)
수혁 운전하고, 동주 뒤에 앉아 통화중.
동주 : (일어로) 고맙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이번에 사장님께 진 신세는 정말 잊지 않을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9. 씬. 공항. (아침)
동주, 수혁 차에서 내려 뛰어가는.
10. 씬. 공항 내.(아침)
동주, 수혁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동주 : 비행기에 탄 거 확실한 거지?
수혁 : 확실해.
11. 씬. 중환자실 앞.(아침)
호태, 차연 서있는.
호태 :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차연아.
차연 : ......
12. 씬. 공항 내.(아침)
인규, 입국장으로 나오면. 동주, 손을 드는. 수혁 그 옆에.
동주 : 인규야?
인규 : (다가오는) 형?
동주 : (인규를 끌어안는)
인규 : 정말이예요? 우리 형 아이가 있다는 게?
동주 : (끄덕이는)
13. 씬. 중환자실 앞.(아침)
차연, 호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면. 승혜 급하게 걸어오는.
승혜 : 두리는요?
차연 : 어떻게?
승혜 : 방송 스케줄 때문에 김비서님이 병원으로 연락을 하셨었어요. 두리 지금은 어떤 거예요?
차연 : .....
승혜 : (암담하고)
동주, 수혁, 인규 급하게 걸어오는.
동주 : 인규야? 인사해라. 두리 엄마시다.
인규 : (복잡한 시선으로 차연을 보는. 승혜도 보고)
승혜 : (인사하는)
차연 : (인사하는)
인규 : 아이는?
정민, 풍수, 간호사들 걸어오는.
풍수 : (인규 보고) 이분이신가?
14. 씬. 병원 복도.(낮)
조직검사실 앞. 호태, 차연, 동주, 승혜, 수혁 초조한 심정으로 서있는.
정민, 검사실에서 나오는. 모두 다가서면.
정민 : (차연에게) 수술 들어갈 거예요.
차연 : (손으로 입을 가리는)
15. 씬. 수술실 앞.(낮)
풍수, 정민 수술복 입고 스텝들과 걸어오는. 호태, 차연, 동주, 승혜, 수혁 서있는.
호태 : 선생님? 잘 좀.....
차연 : 꼭 살려주세요, 선생님.
풍수 : 최선을 다 할 겁니다. (풍수, 정민 스텝들 수술실로 들어가면)
인규, 카트에 실려오는. 간호사 스텝 그 옆에.
차연 : 저, 저기요.
간호사, 스텝 멈추면.
차연 : (인규에게) 고맙습니다.
인규 : 고맙습니다. 형 아이.....낳아주셔서....
차연 : (울먹하고)
간호사, 스텝들 카트 밀고 수술실로 들어가는.
동주 : (그런 차연 옆으로 다가서는데)
차연 : (자신도 모르게 호태의 손을 찾아 잡는)
동주 : (순간, 서늘한 표정으로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차연과 호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채 수술실만 바라보고 있는.
동주 : (당황하는 느낌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승혜 : (차연과 호태를 바라보다 동주를 보고)
동주, 승혜 어색한 느낌으로 서로의 시선을 피하는데.
차연 : (더 힘껏 호태의 손을 잡는)
호태 : (차연의 손을 꼭 잡는)
16. 씬. 수술실.
풍수, 긴장한 표정으로 수술 집도하는. 그 옆에 정민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의식 없는 두리와 인규. 풍수의 이마에서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
17. 씬. 수술실 앞.(낮)
동주, 승혜 서 있고, 호태, 차연 서로에게 기대 수술실 앞에 꼼짝도 안하고 서있는. 대통, 수혁 한켠에 서있는.
동현, 걸어오는.
대통 : 누나? 이리 좀 와서.....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지만 진짜 대단들 하네. 어떻게 저렇게 꼼짝도 안하고 .....
동현 : (손잡고 서있는 차연과 호태를 보다가 동주를 보는)
동주 : (무심한 척하면서 미소 짓는)
풍수, 정민 나오는.
차연 : (다가서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선생님?
호태 : 어떻게 됐습니까? 우리 두리?
풍수 : 수술은 성공적입니다.
차연 : (와락 울음이 복받치고, 호태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
호태 : (차연 감싸 안으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정민 : 거부반응이 보일테니까 경과는 좀 더 두고봐야 해요. 오랫동안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거에요.
18. 씬. 중환자실 앞.
차연, 두리 옆에 서있는. 두리 아직은 의식 없는.
차연 : 우리 두리 참 씩씩하다. 엄마 아들 다워. 엄마, 우리 아들 믿어. 알지?
19. 씬. 중환자실 앞.(낮)
호태, 승혜 앉아있는.
승혜 : 그냥.....우정인거죠? 두 사람?
호태 : .....
승혜 : 두린 아직 의식 없는데 이런 거 묻는 나 정말 못됐죠?
호태 : .....
승혜 : 근데.....정말 궁금하네요.
호태 : .....
20. 씬. 병원 내 일각.(낮)
동주, 커피 마시며 서있는. 차연과 호태 손을 잡고 있던 모습이 스치고.
동현, 뒤에서 다가오는.
동현 : 진차연씨, 이호태씨, 두리.....꼭 가족같아.
동주 : 가족처럼 살아왔으니까.
동현 : 형이....또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동주 : 안놓칠 거다.
21. 씬. 중환자실.(낮)
차연, 두리의 손을 잡고 있는, 인규 옆에 누워있고.
인규 : 입매가 형하고 똑같아요.
차연 : (미소 지으며) 배꼽 옆에 점 있는 것도 똑같아요.
인규 : (미소 짓고)
두리, 천천히 눈 뜨는.
차연 : 두리야?
두리 : ......
차연 : 두리야, 엄마야, 엄마?
두리 : 엄.....마.
차연 : (눈물을 흘리는) 우리 아들 정말 장하다. 우리 아들 정말 너무 너무 장해. (두리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미소 짓는)
그런 차연의 얼굴에서 F.O
22. 씬. 공항 내.(낮)
인규, 동주, 수혁 서있는.
동주 : (인규와 악수하는)
인규 : 우리 형도 동주형한테 고마워 할 거예요. 그러니까 알죠 형?
동주 : .....(미소 짓는)
인규 : 우리 두리 부탁해요, 형.
동주 : (끄덕이고, 인규를 끌어안는)
인규 : 갈게요, 형.
수혁 : 자주 연락 하자.
인규 : 네. (수혁과 끌어안고, 출국 게이트로 나가는)
23. 씬. · 공항 내. (낮)
동주, 수혁 걸어오는. 풍수, 은우, 동현 걸어오는.
동주 : .....
동현 : .....
동주 : (풍수에게 인사하고, 은우 앞에 서는) 이 녀석 잘 좀 부탁합니다.
은우 : .....(뭐라고 말도 못하고)
동주 : 어디로 갈 거냐?
동현 : 은우씨가 따뜻한데로 가자네.
동주 : (끄덕이고, 동현을 한번 안았다 놓는)
동현 : 갈게, 형.
동주 : (끄덕이는)
동현, 은우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동주, 수혁, 풍수.
24.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챠트 들고 들어오면서. 간호사에게.
정민 : 검사실에 연락해서 결과 빨리 달라고 해요.
간호사 : 네, 선생님. (나가면)
풍수, 책상 앞에 걸터 서있는.
정민 : 간만에 오픈데 왜 나왔어?
풍수 : 정민아?
정민 : 병원에선 이름 좀 부르지 말라니까.
풍수 : 은우 갔다.
정민 : (굳어져서 보는)
풍수 : 동현이 놈이랑 오늘 떠났어.
정민 : .....
풍수 : 내가 은우 그 놈한테 데려다줬다.
정민 : 당신 미쳤어?
풍수 : 너도 보내고 싶었잖아. 은우 그 놈한테.....
정민 : .....
풍수 : (정민 어깨 잡고) 다 큰 자식은 품에서 풀어줘야 하는 거야. 제 짝 찾아간다잖냐?
정민 : ......(눈물을 흘리며 풍수의 가슴에 기대는)
풍수 : (다독이는)
25. 씬. 병원 복도.(낮)
대통, 휠체어에 탄 두리 밀고 달려가는.
대통 : 재밌지? 두리야?
두리 : 네.
수정, 보숙 스테이션에서.
수정 : 두리 아직 회복 단곈데 그러시면 안된다니까요.
대통 :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구요, 두리가 이제 휠체어도 얼마 못탄다구 자꾸 해보자구 그래서요.
보숙 : 핑계가 좋으시네요. 제가 보기엔 아저씨가 휠체어 가지고 놀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 같거든요.
두리야? 엄마는 오늘도 방송 출연 많으시니?
두리 : 네, 오늘은 생방송도 있구요, 라디오도 있구요.
대통 : 참, 이번주에 우리 누나 사랑의 불씨 전통 가요 부문에서 1등 하신 거 아실라나 모르겠네요?
26. 씬. 방송국 로비.(낮)
호태, 전화중.
호태 : 네, 네, 단풍 축제요? 행사가 워낙 많이 잡혀 있어서. (수첩 보면서) 어쩌죠, 그날은 좀 곤란하겠는데요.
죄송합니다, 그날은 행사가 세 개나 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동주, 수혁 걸어오는.
호태 : (전화 끊는데, 다시 울리고, 받고) 네, 진차연씨 매니저 이호태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아, 네. 아이구 아무리 바빠도
김P.D 님이 출연 해달라고 하시면 해야죠. 염려 마십쇼. 무조건 시간 빼겠습니다. 네, 네, 들어가세요.
(전화 끊으며) 아이구, 정신 없네.
동주 : 바쁘다?
호태 : (돌아보고) 어? 왠일이냐?
동주 : 이 바닥도 내가 노는 바닥이거든.
호태 : (웃고)
동주 : 진차연씨 다음 스케줄 어떻게 되냐?
호태 : .....
27. 씬. 방송국 앞.(낮)
차연, 서있는.
차연 : 나와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어디 간거야?
앞에 와서 멈추는 동주의 차.
동주 : 차비 있으십니까?
차연 : .....
28. 씬. 의상실 앞.(낮)
동주, 차에서 내려 보조석에 앉아있는 차연 손 잡아 끌고 내리는.
차연 : 왜 이래요?
동주 : 왜요?
차연 :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요?
동주 : 제가 언제요? 아주머니 혼자 마음대로 밀고 나가시면 곤란하죠.
차연 : 신동주씨.
동주 : (차연 등 밀면서) 들어가시죠, 아주머니.
차연 : 이봐요, 이봐요.
29. 씬. 의상실 내.(낮)
동주, 차연 손 잡아끄는.
차연 : 저기요, 이보세요.
동주 : (직원에게) 준비 됐죠?
직원 : 네.
차연 : 뭐하는 거예요?
동주 : 저 아주머니 옷 골라주는 게 취미인 사람이잖아요?
차연 : 정말....이러지.....
직원 : (커튼을 열면) 마음에 드실 거예요.
웨딩드레스 나타나는.
차연 : (멍한 표정으로 보는)
동주 : (차연 뒤에 서서 차연 어깨 잡고) 저도 제 마음대로 하기로 했거든요, 아주머니.
차연 : ......
동주 : 입어만 보는 것도 힘드세요?
차연 : .....
차연, 웨딩드레서 입고 서있는.
동주 :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차연 : (웨딩드레스 입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어색한)
동주 : (손을 내미는)
차연 : (망설이다가 손을 잡는)
30. 씬. 병원 일각.(낮)
호태, 두리 앉아있는. 둘이 소리내 웃으면서.
호태 : 야, 야, 두리야. 그때 그때 말이야. 느네 엄마가 바나나 앞에 두고 포크로 이렇게 콱 내리 꽂았을 때...
두리 : 전요, 정말 엄마가 아저씨 찌르는 줄 알았어요.
호태 : 너만 그랬냐. 난 그때 간이 콩알만 해져가지곤.... (하다가, 서있는 동주와 차연을 보는)
두리 : 엄마?
차연 : (다가오며) 여기 나와 있었어?
두리 : 엄마, 나 오늘 걷는 연습도 했다.
차연 : 그랬어.
두리 : 다음주부터는 휠체어 안타고 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어.
차연 : 그랬구나.
동주 : (다가서며) 진두리?
두리 : 안녕하세요?
동주 : (손 내밀며) 우리 정식으로 인사하자.
두리 : (망설이다가 손 잡는) 아저씨랑 저랑 잘 알잖아요.
동주 : 음, 그게 말이야. 오늘부터는 약간의 관계 개선이 있거든. 무슨 관계 개선이냐 하면 말이지,
오늘부로 이 아저씨가 두리 아빠 후보로 정식으로 입후보 했거든.
두리 : (차연을 보는)
차연 : (어색하기만 하고)
호태 : 그게 두리야. 이 아저씨가 엄마랑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야.
두리 : 아저씨.....우리 아빠 친구잖아요?
동주 : (당황하고)
차연 : ......
두리 : 엄마? 그래도 되는 거야? 아빠 친구랑 결혼 해도?
차연 : .....
호태 : (어색함 무마 시키려고) 아, 우리 두리 지 엄마 닮아서 무지하게 따져요. 두리야, 그거 괜찮은 거야.
아빠는 돌아가셨고, 이 아저씨는 엄마를 무지하게 좋아하거든.
두리 : (호태에게) 아저씨? 나 들어갈래요.
호태 : 어, 그럴래.
차연 : 엄마랑 같이 들어가자.
두리 : 아저씨? (호태를 보는)
호태 : (휠체어 밀고 가는)
동주, 차연 어색한 느낌으로 두리와 호태를 보고 있는.
31. 씬. 병실.(낮)
호태, 두리를 눕히는. 핸드폰 울리고.
호태 : 여보세요?
32. 씬. 한강 둔치.(낮)
승혜, 호태 앉아있는.
승혜 : 내일부터 호태씨, 이한이 전담 매니저로 발령 낼 거예요.
호태 : (보는) 그럼 차연인?
승혜 : 다른 전담 매니저가 담당할 거예요. 차연씨와 호태씨 우정은 알지만, 난 좀 더 호태씨가 큰 무대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다음달부터 이한이 일본 투어 들어가요.
호태 : 전 그냥....
승혜 : 그런 생각 안해봤어요? 호태씨 때문에 차연씨가 동주씨한테 더 가까이 못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호태 : .....
승혜 : 나도 그렇구요.
33. 씬. 길.(낮)
걸어가며 생각에 잠겨있는 호태. 그 위로 겹쳐지는.
# 욕실 샤워기에서 물이 시원하게 나오고 있다. 호태, 기분 좋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샤워를 하고 있는.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차연이 들어선다.
호태 : (놀란) 엇!!!
차연 : (놀란) 엇!!!
호태 : (중요부위를 가리며) 진차연, 너 당장 나가지 못해?
차연 : (눈 가리는 척 하며 볼건 다 본다) 그, 그러게 욕실문 진작에 좀 고치라니까.
호태 : 빨리 나가!! 빨리!!!
차연 : 야, 더 있으래도 안 있어. (쓰윽 음흉하게 보곤) 짜식 많이 컸네. 예전엔 번데기만하더니. (나간다)
호태 : (분하다) 이... 이... (문으로 바가지를 집어 던지고)
차연 : (다시 욕실문 빼꼼이 열곤) 거 물 좀 아껴써. 물은 땅 파서 나오냐? (씨익 웃곤 문 닫는다)
호태 : (허탈하다) 이게 사는 거야? 이게 사는 거냐구. 아이고, 하느님, 부처니임...
호태, 길가에 멈춰서서 허전하게 웃는.
34. 씬. 병실.(낮)
두리, 앉아있고, 동주 그 앞에 장난감 상자 서너개 내놓으며. 그 옆에 차연 서있고.
차연 : 이게 다 뭐예요?
동주 : 미안하다, 두리야. 아저씨가 두리한테 점수 따야 하는데 너무 성의가 없었지? 이거 자동찬데....(상자 뜯으며)
이 리모콘으로 조정도 할 수 있어.
두리 : .....
차연 : 두리야, 고맙습니다, 해야지.
두리 : 고맙습니다.
동주 : 그리고 이건.....
두리 : 엄마, 호태 아저씨는 언제 와?
동주 : (굳어지고)
차연 : 올 때 되면 오겠지 뭐.
두리 : 둘리 만화책 빌려오겠다고 했는데.....
동주 : .....
차연 : .....
35. 씬. 병원 복도.(낮)
동주, 차연 병실에서 나오는.
차연 : 애가 좀 당황했나봐요.
동주 : 내가 서둘렀나?
차연 : .....
동주 : (차연의 손을 잡아끄는)
차연 : 왜요? 또?
36. 씬. 병실.(낮)
할머니 앉아있고, 동주, 차연 들어오는.
할머니 : 진가야?
차연 : 할머니?
할머니 : 어젠 왜 안왔어?
차연 : 어젠요, 제가 스케줄이 많았거든요.
할머니 : 너 떴냐?
차연 : 네, 떴어요.
동주 : 할머니. 날은 언제가 좋을까요?
할머니 : 날?
동주 : 혼인 해야죠.
할머니 : 아, 그 날. 날은 상관 없어, 얼른 얼른 해버려.
동주 : 아, 할머니 생각도 그러시구나. 제 생각도 그런데.
할머니 : 아이고, 이 놈, 요즘은 입이 아예 귀에 걸렸네.
37. 씬. 병원 일각.(낮)
승혜, 앉아있는. 차연 걸어오는.
차연 : 오셨으면 들어오시지 않구요?
승혜 : .....
차연 : (보면)
승혜 : 내일 호태씨 이한이 전담 매니저로 발령 날 거예요.
차연 : .....
승혜 : 전 호태씨한테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호태씨가 좀 더 높이 좀 더 멀리 날아봤으면 좋겠어요.
차연 : 그래야죠. 제 옆에 붙어서 우리 두리 약값 버느라 사는 것처럼 살아본 적도 없는데.....
승혜 : 호태씨 날게 해줄 거죠? 차연씨?
차연 : .....
38. 씬. 병원 로비.(밤)
차연,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 바닷가 차연, 호태, 두리.. 바닷가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장난치는 모습.
39. 씬. 포장마차.(밤)
동주, 호태 앉아있는.
호태 : 넌 이런데서 술 마셔 본 적도 없지?
동주 : 너 사람 너무 함부로 본다.
호태 : (씩 웃고) 곧 죽어도 잘난 척은.
동주 : 내가 그걸로 먹어주는 편이거든.
호태 : (웃고, 술을 따라주는)
동주 : 너 두리한테 점수 무지하게 따놨더라.
호태 : 왜 샘나냐?
동주 : 그래, 샘난다, 샘나서 배 아파 죽을 지경이다.
호태 : 자식 치사하긴.
동주 : 나 안다. 내가 어떻게 해도 두리한테서 네 자리는 못 뺐을 거란 거. 그래서 네 자리 욕심 안내.
그냥 천천히 내 자리를 만들어 갈 생각이다.
호태 : 그래, 머리 좋은 놈은 뭐가 틀려도 틀리구나. 야, 신동주?
동주 : 왜? 이호태?
호태 : 딱 한가지만 부탁하자.
동주 : 말해봐라, 들어줄만 하면 들어주고.
호태 : 차연이보다 제발 일찍 죽지만 마라.
동주 : (멍해져서 보는)
호태 : 네 친구 놈처럼 그러지는 말라구.
동주 : .....
호태 : 그것만 들어주면 된다. 하루라도 차연이보다 길게만 살아라. 안그러면 너 지옥까지 따라가서라도 내가 가만 안둘거다.
동주 :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호태 : (술을 마시며) 사람 목숨을 내가 어떻게 하겠냔 말 같은 건 하지마라. 너 무조건 약속하는 거야. 진차연보다 오래 살겠다,
사는 동안 진차연 옆에 붙어있겠다. 딴데 눈 절대 안돌리고 진차연만 보고 살다가 진차연 죽은 다음에 죽겠다.
그래줄 수 있지? 신동주?
동주 : (깊은 시선으로 보는)
호태 : 믿는다, 신동주.
동주 : .....
40. 씬. 병원 로비.(밤)
차연, 앉아있는. 호태, 술에 취해 걸어오는.
호태 : 어, 너 왜 여기 있냐?
차연 : 너 술 마셨냐?
호태 : 그래, 마셨다, 왜?
차연 : 이한이 전담 매니저 된다니까 좋아죽겠냐?
호태 : 그래, 이 지지배야, 좋아서 미치고 팔짝 뛰겠다.
차연 : 이호태 출세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잘나가는 매니저씩이나 되고.
호태 : 차연아.
차연 : 왜?
호태 : 나 이사 나간다.
차연 : 뭐?
호태 : 이제 우리 그만 찢어져서 살자. 이제 두리도 나았는데 너랑 나랑 뭐하러 붙어사냐?
차연 : .....
호태 : 너랑 붙어사는 거, 승혜씨 눈치도 보이고.....
차연 : 결혼....할 거냐?
호태 : 야, 그럼 넌 신동주랑 결혼하는데, 나라고 못하냐? 넌 재벌집 사모님 되고, 난 재벌 마누라 얻고 공평 한 거 아니냐?
차연 : .....
호태 : 우리 둘 인생에 이런 황금기가 올 줄 누가 알았냐? 그러니까 너 신동주 꽉 잡아. 괜히 잘난 척하고 그러지 말구.
그 자식, 사내인 내가 봐도 근사해.
차연 : 승혜씨.....네가 알아왔던 여자들하곤 다르지?
호태 : 야, 야, 다르기만 하냐. 맨날 너한테 얻어터지고만 살다가 승혜씨 같은 천사를 보니까 딴 세상이다, 딴 세상.
차연 : 이호태. 축하한다.
호태 : (보고)
차연 : 그동안 고생 많았다. 두리 때문에..... 이제 너 날개 달고 훨훨 날아봐.
호태 : ......
41. 씬. 옥탑방.(밤)
대통, 잠들어 있는. 뒤척이다가, 눈 뜨는.
42. 씬. 옥상.(밤)
대통, 나오면, 호태 핸드폰으로 차연의 노래 들으며 소주를 마시고 있는.
대통 : 뭐야? 동생? 마시고 들어온 거 같던데, 또 마셔?
호태 : 그냥요, 기분이 너무 좋아서요.
대통 : 울어? 동생?
호태 : (눈가 문지르며) 울긴 내가 왜 울어요. 오늘 웬수같은 차연이 지지배한테서 해방 된 감격적인 날인데....
대통 : 해방?
호태 : 네, 저요. 내일 이사 가요.
대통 : 어디로?
호태 : 좋은 데로요. 이런 구질구질한데하곤 차원부터 다른데로요.
대통 : 그 여사장하고 잘 된 거야?
호태 : (씩 웃으며) 네, 잘됐어요. 저만 잘하면 결혼도 할 수 있을 거 같구요.
대통 : 모두 잘 풀리는구나. 누난 신동주 사장하고 결혼하고, 동생은 여사장하고 결혼하구.
호태 : 네, 너무 너무 잘됐죠 뭐.
대통 : 근데 왜 자꾸 울어?
호태 : .....(고개 숙이고 우는)
대통 : 동생?
호태 : 난요.....나한테는요, 두리하고 차연이가 가족이거든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가져본 내 식구거든요.
맨날 딴 짓하고, 뭐 횡재수 없을까 기웃거리며 살았지만.... 단 한번도 차연이랑 두리랑 떨어져서 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보지 못했거든요, 꿈에서도 못해봤거든요.
대통 : 그 마음 나도 안다 뭐. 나도 누나랑 동생이랑 두리랑 살면서 나중에 헤어지면 어쩌나 얼마나 겁나는데.....
호태 : 나.....겁 나요. 진짜 무지막지하게 겁이 나요. 좋은 옷 입고, 좋은 거 먹고, 좋은 차 타고,
고상하고 똑똑하고 이쁜 마누라 옆에서 세상 부러울 거 없이 살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겁이 나요. 아침마다 이호태하고 커튼 젖히는 차연이 못보고 사는 게 어떤 건지.....진짜 진짜 겁이 나요.
대통 : 왜그래? 동생? 누나 두리 아빠랑 연애 한 적도 있었으면서? 그때도 다 봤을 거 아냐?
그때도 이젠 헤어지는구나 했을 거 아니냐구?
호태 : 그땐....그땐....딱 사흘이었거든요. 어 저 지지배가 연애도 하네, 저 지지배도 여자였네, 뭐 그러다
사흘이 후딱 흘러가버렸고, 그 자식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몰랐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나 안심이 됐었나봐요.
차연이랑 헤어져 살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 자식이 영원히 안돌아왔으면 좋겠다....
대통 : (호태 어깨 두드리며) 어쩌냐? 동생? 누나 마음은 이미 신동주 사장한테 간 거 같던데?
호태 : .....(고개 숙이고 우는)
그 모습에서 F.O
43. 씬. 연습실.(낮)
명태, 호태 악수하고 있는. 차연 그 옆에 서있는.
명태 : 정말 가는 거예요? 형?
호태 : 다음달부터 일본 투언데 가서 준비해야지.
명태 : 에이, 정 드니까....(울면서 나가는)
호태 : 아, 쟤 디게 감성적이네.
차연 : .....
호태 : (손 내미는)
차연 : .....
호태 : 악수 한번 하자, 진차연.
차연 : (악수하고) 잘해.
호태 : 너두. (와락 끌어안고) 너 진짜 잘하고 살아야 한다.
차연 : (울먹해져서) 너도 잘하고 살아. 제발 허튼 짓 좀 하지 말구.
호태 : (웃으며, 차연 머리 헝클면서) 아, 시원해 죽겠다, 이젠 돌대가리 소리 안듣고 살게 되서.
차연 : 언제 오냐?
호태 : 일본 투어 끝내고 바로 미국으로 갈 거니까 한 1년 걸리지 않겠냐?
차연 : 그렇게 오래?
호태 : 네 결혼식엔 애석하게도 참석 못하겠다.
차연 : 호태야?
호태 : 왜?
차연 : 우리 두리.....너 때문에 산 거야. 나 그거 알아.
호태 : 나 때문에 날린 돈이 얼만데....
차연 : 너 아니었으면 우리 두리.....고맙다.
호태 : (끌어안고) 잘 살아야 한다, 진짜 진짜 잘 살아야 한다. 나 두리 안보고 간다. 그 놈하곤 인사 못하겠어.
(돌아서서 뛰어나가는)
차연 : (울면서 보는)
44. 씬. 공항 내.(낮)
승혜, 호태 서있는.
승혜 : 저도 곧 일본으로 갈 거예요.
호태 : .....
승혜 : 그럼 우리 같이 보내는 시간도 많아 질거구.
호태 : 승혜씨?
승혜 : (보면)
호태 : 고마워요, 나같이 별 볼일 없는 놈한테 그런 마음 가져줘서....
승혜 : 왜 그런 말을?
호태 : 나....일본 안가요.
승혜 : 호태씨?
호태 : 못가겠어요. 승혜씨 나한테 과분한 사람인 것도 알고, 이제 정말 폼 잡고 살아볼 수 있다는 것도 아는데.....안되겠어요.
그건 승혜씨한테 거짓말 하며 사는 거니까. 그런 건 사내 놈이 해선 안되는 짓이잖아요?
승혜 : ......역시 그런 건가요?
호태 : ......
승혜 : 제발 아니길 바랬는데.....역시 그런 거군요. 그럼 차연씨한테....
호태 : 나중에.....그 지지배 신동주하고 결혼한 다음에 얘기해주세요.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구.
결혼 하려고 했는데 제가 섹시한 흑인 미녀한테 미쳐서 헤어졌다구.
승혜 : ......
호태 : 들어줄 수 있죠?
승혜 : (끄덕이는)
45. 씬.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
46. 씬. 웨딩샵(낮)
차연, 웨딩드레스 입고 서있는, 그 옆에 두리 양복 입고 서있는.
차연 : 우리 두리 진짜 멋있다.
두리 : .....
차연 : 왜? 양복이 마음에 안들어?
두리 : 엄마?
차연 : 응?
두리 : 우리 이제 호태 아저씨랑 안사는 거지?
차연 : .....
두리 : 그럼. 엄마 심심해서 어떡해? 아저씨랑 매일 싸우지 않으면.....
차연 : 두리....호태 아저씨 없으면 심심할 거 같니?
두리 : 엄마, 난.....호태아저씨랑 우리 셋이서 옛날처럼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근데 안되지? 엄만 그 사장 아저씨 사랑하니까?
차연 : .....(끌어안는)
커튼 밖에서 듣고 있는 동주, 서늘한 표정으로.
차연E : 이젠 그렇게 못살아, 두리야. 호태 아저씨한테는 진짜 멋있는 아줌마가 생겼거든. 호태아저씨는 그 아줌마 사랑하거든.
두리E : 난 엄마....호태 아저씨랑 살았으면 좋겠어. 자꾸 호태 아저씨랑 살던 때만 생각나.
차연E : 엄마도 그래. 두리야.
두리E : 근데 왜 사장 아저씨랑 결혼하려고 그래?
동주 : (커튼을 잡고 있는 손이 떨리는. 돌아서는)
47. 씬. 병실.(낮)
두리, 침대에 눕는. 수정, 보숙 옆에서 링거 놓고.
수정 : 두리 외출 했다 왔는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니?
보숙 : 피곤해?
두리 : 아니요. (눈 감는)
수정 : (차연에게) 두리가 컨디션이 안좋은가봐요?
차연 : 네, 좀 그렇네요.
수정 : 다음주에 퇴원 해야 하는데, 컨디션이 안좋으면 어쩌니.
48. 씬. 야외 일각.(낮)
동주, 차연 차에서 내리는.
동주 : 여긴 왜?
차연 : 그냥 와보고 싶어서요.
동주 : .....
차연 : 그날 나.....행복했어요, 여기서 동주씨랑..... 내 인생에도 이런 날이 있구나. 그랬어요.
동주 : 앞으로 그런 날 많이 만들어줄게.
차연 : 근데요. 동주씨. 그런 날.....없을 거 같아요.
동주 : (굳어지는)
차연 : 나 바본가봐요.
동주 : .....
차연 : 몰랐어요. 호태가 나한테 뭔지..... 다른 사람한테 가고 나서야.....
동주 : 가자. 우리 준비할 거 많아. 결혼식 하객 명단도 만들어야 하고. 아, 그래 축하곡 불러줄 가수도....
차연 : 동주씨?
동주 : 그리고 또 뭐 있드라. 아, 그래. 신혼 여행 예약도 해야한다. 두리도 데려가야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하냐, 지금 당연한 걸 가지구.
차연 : (동주 손 잡으며) 동주씨.
동주 : 네 마음에 누가 있든 나 상관 안해.
차연 : 동주씨.
동주 : 그럼 된 거잖아? 나 이해해. 너랑 이호태, 그래, 당연한 거야. 그렇게 오래 한 집에서 울고 웃으며 같이 살았는데
네가 그런 마음인 거 당연해. 나 네 그런 마음까지 뭐라고 안 한다구.
차연 : 나도 욕심이 있어요. 그래요, 동주씨하고 같이 살면 누리고 싶은 거 마음 껏 누리며 살 수 있다는 거 알아요. 그런데....
동주 : (자르며) 그러면 그것만 생각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누리게 해줄 거야. 나 그렇게 해줄 수 있어.
차연 : 그런데 아침마다 눈 뜨면서 이호태, 안일어나 하고 소리 지르고 싶어질 거 같아요.
동주 : .....
차연 : 그러다, 아, 난 이 사람 와이프지. 그래, 이젠 이 사람 와이프니까 이 사람 와이프 노릇 잘하고 살자. 스스로 다독이며 살다가.
문득 문득 난 어디로 갔지. 이게 진차연 맞아, 그래질 거 같아요.
동주 : .....
차연 : 나 그러면 안되잖아요. 동주씨 옆에서 그러고 살면 안되는 거잖아요?
동주 : .....이호태, 정승혜한테 갔어.
차연 : .....
동주 : 그거 알잖아?
차연 : 그렇다고.....동주씨를 속일 수는 없잖아요? 날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런 짓은 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동주 : 속아줄게, 속아준다구. 문득 문득 그 놈 생각하는 거 모른척 해줄게. 그럼 되잖아?
차연 : 그러기 싫어요. 동주씨.....내가 그래선 안될만큼.....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동주 : (돌아서서 걸어가는) 나 네가 오늘 한 말 못들었어.
차연 : 동주씨.
동주 : 그러니까 다시는 하지마.
차연 : 나....동주씨한테 나쁜 여자 되는 건.....정말 하기 싫어요.
동주 : (차에 올라타는)
차연 : ......
49. 씬. 병원 복도.(밤)
동주, 차연 걸어오는.
동주 : 할머니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보고 두리한테 갈게.
차연 : .....
동주 : (병실로 들어가는)
차연 : .....
50. 씬. 병실.(밤)
할머니, 잠들어 있는, 동주 그 옆에 앉는.
동주 : (할머니 손 잡는) 할머니? 그 여자가요. 그 여자가요, 할머니. 제 옆에서 살면.....문득 문득 이건 진차연이 아닌데....
그렇게 될 거 같다네요. 할머니.....전 어떡하죠? (고개 숙이며 눈물을 삼키는)
51. 씬. 병실.(밤)
두리, 잠들어 있고, 그 옆에 대통 서있는, 차연 그 옆에.
대통 : 동생한테 전화도 없죠?
차연 : 바쁜가보죠.
대통 : 저기요. 누나.
차연 : (보면)
대통 : 전요, 왠지.....동생이.....그 여사장이랑 결혼 할 거 같지가 않아요.
차연 : 무슨 말씀이세요? 둘이 같이 일본에 있을텐데....
대통 : 그건 아는데요. 이사 나가기 전날요, 동생이 술 먹고 울면서 하는 얘기 들으니까....
차연 : 무슨 얘길 했는데요.
대통 : 겁이 난다구요. 누나랑 두리랑 같이 안사는 게 어떤 건지 몰라서 겁이 난다구.....
차연 : .....
52. 씬. 병원 일각.(밤)
차연, 앉아있는, 동주 걸어오는.
동주 : (웃 옷을 벗어서 차연 어깨에 걸쳐주는)
차연 : .....
동주 : 두리는 잘 자고 있던데.
차연 : 그걸 잊고 있었어요.
동주 : .....
차연 : 우리 두리였다는 거..... 호태하고 나한테 두리는 우리 두리였다는 거......
동주 : .....
차연 : (일어나서 동주의 웃 옷을 동주의 옆에 놓는) 너무 가까이 있어서 몰랐어요. 없으면 안된다는 걸.....
동주 : .....
차연 : 미안해요. 동주씨 놓치기 싫은 사람이지만..... 잡아선 안된다는 사람인 걸.....이제서야 알아서.....
미안해요. 또 마음 아프게 해서.....또 외롭게 해서..... (돌아서서 걸어가는)
동주 : (일어나서 급하게 다가와 뒤에서 차연을 안는)
차연 : .....(눈물이 맺히고) 가게 해줘요.
동주 : 널 그 놈보다 덜 사랑해서가 아니야.
차연 : .....
동주 : 네가 그 놈을 사랑해서도 아니야.
차연 : .....
동주 : 네가....내 옆에서....네가 아닐까봐..... 네가 아닌 너로 사는 걸 볼 수 없을 거 같아서..... 그래서 보내주는 거야.
차연 : (울면서 끄덕이는)
동주 : 지금 보내줘야.....너인채로 내 가슴에 남을 거 같아서..... 그래서야.
차연 : 고마워요.
동주 : (차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오래도록 숨죽여 우는)
차연 : (천천히 동주에게서 떨어져서 걸어가는)
동주 : (고개를 숙인채 울다가, 고개를 들어 걸어가는 차연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53. 씬. 빌라 앞.(낮)
차연, 대통, 두리, 형호, 검정들 열심히 이삿짐 나르고 있는.
형호 : 이 형씨보단 우리 애들 중에서 운전기사를 쓰시는게.
대통 : 아니, 진짜 왜그러세요? 누나가 절 운전기사로 쓰고 싶으시다는데.
형호 : 전 왠지 형씨가 안심이 안되서 그렇거든요.
차연 : (웃으며) 저도 안심은 안되는데, 정이라는 게 무서운 거잖아요.
대통 : 그렇죠, 누나, 정이라는 게 정말 무서운 거죠.
김비서, 운전하는 차 다가오는. 차 멈추고, 뒤에서 내리는 승혜.
차연 : 오셨어요?
승혜 : 집은 마음에 드세요?
차연 : 그럼요. 대출금 갚으려면 허리가 휘겠지만.
승혜 : 지금같이만 하시면 금방 갚으실 수 있을 거 같은데요 뭘.
대통 : 우리 동생은 일본에 잘 있죠?
승혜 : 네.
대통 : 저 결혼은 진짜 하시나요?
승혜 : (어색하게 웃는)
54. 씬. 집 앞 길.(낮)
차연, 승혜 서있는.
차연 : 집이 어수선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승혜 : 집들이 하실 거죠?
차연 : 그럼요. 근데 결혼은?
승혜 : 차연씨는요?
차연 : .....
승혜 : (보면)
차연 : (어색하게 미소 짓는)
승혜 : ......
차연 : 신동주씨랑 저 안됐어요.
승혜 : .....
차연 : 호태한테는 아무 말씀 마세요. 그 주책 또 무슨 짓이냐고 거품 물테니까.
승혜 : .....
차연 : 그럼 안녕히....
승혜 : 두 사람.....등뼈가 붙은 쌍둥이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차연 : .....
승혜 : 그래서 결코 마주 안을 수는 없을 거라구.....생각했었는데..... 내가 틀렸군요.
차연 : ......
55. 씬. 두리의 방.(밤)
어린아이 방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는. 작은 침대에 두리, 차연 끌어안고 누워있는.
차연 : 방 마음에 들어?
두리 : 응. 진짜 좋아.
차연 : 여기 호태 아저씨만 있으면 더 좋겠지?
두리 : ....
차연 : 왜?
두리 : 호태 아저씨 얘기 하지마. 엄마.
차연 : 호태 아저씨 얘기 하면 마음 아파?
두리 : .....
차연 : 그럼 안되겠네. 호태 아저씨 찾아다 놔야지.
두리 : (벌떡 일어나 앉는) 엄마?
차연 : 아이구, 우리 아들 엄마 닮아서 눈치도 빠르지.
56. 씬. 사이판 국립 병원 앞.(낮)
동현, 가운을 벗으며 병원에서 나오고 있는. 현지인, 의사와 간호사 걸어오면서.
의사 : (영어로) 점심은?
동현 : (영어로) 지금 먹으러 가야지.
의사 : (영어로) 오늘도 예쁜 와이프랑?
동현 : (웃으며 영어로) 다른 여자랑 먹으면 히스테리가 심해서. (자전거에 올라타고 달려가는)
57. 씬. 시장.(낮)
은우, 악세사리 점포에서 열심히 서툰 영어로 손님들에게 물건을 설명하고 있다.
현지인 여자(뚱뚱하고 성질 좀 있어보이는 아줌마) 다가와서
여자 : (영어로, 목걸이 은우 코 앞에 드밀면서) 이거 어제 너한테 사간 거 맞지?
은우 : (목걸이를 들여다보는데)
여자 : (영어로) 이거 하자마자 툭하고 끊어졌어. 어떻게 이런 물건을 돈 받고 팔 수 있니?
은우 : (영어로) 죄송합니다.
여자 : (영어로) 죄송하다면 다야?
은우 : (영어로) 다른 걸로 바꿔드릴게요.
여자 : (영어로) 싫어, 다른 물건들도 다 마찬가지로 엉망일 거 아냐? 돈으로 물어내.
은우 : (영어로) 알았습니다. (허리에 차고 있는 가방에서 돈을 꺼내서 내미는데)
여자 : (영어로) 이게 뭐야?
은우 : (영어로) 돈 달라고 하셔서....
여자 : (영어로) 물건 값만 내주면 다야? 이거 다시 바꾸러 오느라 들어간 차비는? 오늘 하고 나가려고 했다가 못해서
내가 얼마나 기분이 상했는지 아니? 내 정신적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할 건데? (마구 떠들어대는)
은우 : (눈에 비친 여자의 빠르게 움직이는 입, 공포에 질리는 은우의 표정)
여자 : (영어로) 그건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묻는데 왜 아무 말이 없어? (다시 떠들어대는 여자의 입)
은우 :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갑자기 물건들을 다 여자 손에 쥐어주는)
여자 : (당황해서 영어로) 너 뭐하는 거야? 왜 이래?
은우 : (울면서 소리치는 한국말) 다 가져, 다 가져.
여자 : (영어로 ) 이 여자 미친 거 아냐?
은우 : (좌판까지 여자에게 들이밀면서) 다 가져. 다 가져.
여자 : (주위 사람들에게) 이 여자 정말 미친 거 아냐?
다가오는 동현.
동현 : (울면서 좌판과 물건들을 여자에게 내밀면서 너, 다 가져라고 외치는 은우를 보고 놀란다. 급하게 뛰어오는) 은우야. 은우야.
은우 : (동현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겁에 질리고 흥분한 얼굴로) 나 안미쳤어. 나 안미쳤어.
동현 : (은우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은우야. 나 여기 있어. 은우야. 은우야, 나 봐, 나 봐, 은우야.
은우 : (그제서야 멍한 눈으로 동현을 보는)
동현 : 괜찮아, 괜찮아.
여자 : (영어로) 뭐 이런 미친 여자가 다 있어.
동현 : (영어로) 당신 조용히 좀 해. (하면서 은우의 머리를 감싸안고 고개를 돌리는데. 저만치서 보고 있는 차연)
차연 : (안쓰러운 눈길로 동현을 바라보는)
동현 : ......
58. 씬. 야외 장소.(낮)
은우, 아이들과 놀고 있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동현과 차연.
동현 : 어쩌면 오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차연 : 웃기죠? 나?
동현 : (보고)
차연 : 동주씨같은 사람 내 주제에 어떻게 만날 거라구.....
동현 : (미소 지으며) 형 주제에 형수님같은 사람 또 어떻게 만날지 모르겠네요.
차연 : 와, 동현씨. 나한테 점수 너무 후하게 주신다.
동현 : 형이 많이 힘들어하겠네요.
차연 : 시끄러운 여자 없어져서 속이 후련할 걸요.
동현 : (미소 지으며 보는)
차연 : (은우를 보는) 좋아보여요. 은우씨.
동현 : 늘 조마조마하긴 하지만.....그래도 여긴 편안해요.
차연 : 가보세요. 은우씨 기다리겠다.
동현 : 그 분.....만나러 오신 거죠?
차연 :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동현 : 찾으면 이번엔 놓치지 마세요.
차연 : (웃으며) 동현씨두요. 은우씨 손 꼭 잡고 있어요.
동현 : 네. 그럼 갈게요, 형수님.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거 마지막이겠네요.
차연 : 잘 사세요, 도련님.
동현 : (웃으며 보다가 걸어가는)
동현, 은우 곁으로 다가가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뛰어노는.
차연 : (그 모습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59. 씬. 야외 칵테일 바.(낮)
동철, 칵테일 만들다가 걸어오는 차연을 보고 놀라는.
동철 : 누나?
차연 : 너무 반갑지?
동철 : 뭐야? 어떻게 된거야? 누나 결혼 한다면서?
차연 : 할 뻔 했는데.....호태 자식 인생이 불쌍해서 그만 뒀다.
60. 씬. 야외 장소 일각.(낮)
동철, 차연 얘기하며 서있는.
동철 : 여기 오자마자 그날부터 술만 마셔대드라구.
차연 : 하여간 그 자식은 나만 없으면 인생 엉망으로 살지?
동철 : 저러다 인간 하나 골로 가는구나 싶어서 나 좀 걱정되드라구.
차연 : 어딨니? 이 인간?
동철 : 몰라, 매일 어디를 헤매고 다니는지. 어디서 또 술이나 푸고 있겠지 뭐.
차연 : 그동안 매가 부족했지, 그 인간이.....
동철 : (씩 웃으며, 차연 팔로 툭툭 치며) 내가 댁들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니까.
그래서 내가 호태형한테 누나 자빠뜨려버리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차연 : (주먹으로 동철 머리 갈기면서) 너도 매가 좀 부족했다.
61. 씬. 사이판 여러 장소들.(낮)
차연, 호태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호태와 어긋나서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도 들어가고.
62. 씬. 사이판 장소.(낮)
호태, 바다를 보며 맥주병 들고 앉아있는.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차연.
차연 : (복잡한 시선으로 호태를 바라보는)
호태 : (흥얼거리는 느낌으로)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있겠지. 있을까....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할 밑천인데....
내가 젊기는 한 건가.... (그 위로)
차연E : 음정 박자 무시하지 말라고 했지.
호태 :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이게 알콜 중독 초기 증세라는데....
차연E : 논다.
호태 : (눈을 꿈뻑이다가 천천히 돌아보는)
차연 : (바라보는)
호태 : (꿈인가 생신가 믿기지 않아서 눈을 꿈뻑이다가 일어서는) 너....왜..... 신혼 여행 왔냐?
차연 : 신혼 여행 왔으면 너 같은 놈 찾아다니겠냐?
호태 : .....
차연 : 어딜 그렇게 빨빨대고 돌아다니냐? 다리 아파 죽겠네. (맥주병 뺏어 들고) 아주 여러 가지 한다, 너.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냐?
호태 : 미쳤냐? 내가 보고 싶어할 사람이 없어서 널.... 진짜 너 과대망상 심하다.
차연 : 나 보고 싶어서 매일 술로 산다며?
호태 : 누가 그래? 동철이 그 자식이? 걔가 뭘 아냐? 승혜씨 두고 온 게 두고 두고 서운해서,
내가 왜 그랬나? 뭘 잘 못먹어서 그런 짓을 했나, 한심해서 술 좀 마신 걸 가지고....
차연 : 그만하지, 이호태.
호태 : (멍하니 보는)
차연 : 내가 큰 맘 한번 먹었다.
호태 : .....
차연 : 나 없으면 너 폐인 될 거 분명한데, 내가 내 한몸 희생해서 불쌍한 네 인생 구제하기로 했다.
호태 : (멍하니.....)
차연 : 그럼 뭐 감사의 인사라도 한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웬수야?
호태 : 바보 같은 지지배.
차연 : 넌 그게 감사의 인사냐?
호태 : 복을 차요. 신동주가 너한테 가당키나 한 상대냐? 그런 놈이 좋다고 매달리면.....
차연 : (주먹으로 호태의 턱을 갈기는)
호태 : (돌아갔던 얼굴 돌려서 차연을 보는)
차연 : 그만 하라고 했지.
호태 : (멍하니 보다가 와락 차연을 끌어안는)
차연 : 그냥....보자마자 이랬으면 좀 좋냐? 꼭 매를 벌어요.
호태 : 바보 같은 지지배.
차연 : 우리 다 천치 같은 건 매일반인데 뭘 그러냐?
호태 : 복도 지지리 없는 지지배..... 내가 뭐라구?
차연 : 심심해서 안되겠드라구. 주먹도 근질거리고.
호태 : (차연을 꼭 끌어안고) 다 좋은데 후라이판으로만 때리지 마라. 나 정말 후라이판은 좀 무섭다.
63. 씬. 묘지 앞.(낮)
동주, 서있는.
동주 : 나 잘 한거지? 잘했다고 해주라. 근데 사는 게 참 심심할 거 같긴 하다. 뭐? 너만큼 심심하기야 하겠냐구?
나쁜 자식. 그래도 너하고 그 여자 사이엔 두리라도 있잖냐? (웃으며 보는) 그래, 임마, 시샘하는 거다, 됐냐?
웃으며, 고개 돌리는데, 서있는 승혜.
동주 : .....
승혜 : (다가오는, 꽃을 내려놓고)
동주 : 여기....묻힌 거 알고 있었나?
승혜 : 그 사람 가고 나서 딱 한번 와봤어요.
동주 : .....
승혜 :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은 그냥 와보고 싶어서요.
동주 : .....
승혜 : 이젠.....편안한 마음으로 기억해줄 수 있을 거 같아서.....
64. 씬. 묘지 앞 길.(낮)
동주, 승혜 걸어오는, 각자의 차 앞으로 걸어가는.
동주 : 저기?
승혜 : (보면)
동주 :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승혜 : .....
동주 : 우리....같이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 아닌가요?
승혜 : (미소 짓는) 그렇겠군요.
동주 : 우리같이 괜찮은 사람들 차고 떠난 인간들 욕이나 실컷 해봅시다.
승혜 :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동주 : 아는 욕 많아요?
승혜 : 제법이요.
동주 : 그럼 차 대신 술을 마셔야겠군.
승혜 : 그러게요.
동주 : (미소 짓는)
65. 씬. 길.(낮)
동철, 차 본넷 열고 호태와 둘이서 들여다보고 있는.
호태 : 자식아, 그러니까 차 좀 점검하라니까.
동철 : 점검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오늘 내일 폐차 일보직전인 애를.....
호태 : 너는 유비무환의 정신이 없어, 유비무환의....
동철 : 안되겠는데, 택시 불러야지.
차연 : 공항이 바로 저긴데 무슨 택시를 부르냐? 돈이 밑에서 숨을 못쉬냐? (트렁크에서 가방 두 개 꺼내는) 뭐하냐? 이호태?
호태 : 뭘?
차연 : 안 들어?
호태 : 여, 여기서부터 걸어가자구. 그러지 말고, 차연아, 우리 택시 부르자.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거기다 짐까지 들고 걸어가면
우리 일사병으로 두리도 보기 전에 저승으로 뜰 수 있거든.
차연 : 조용히 말 할 때 들지.
동철 : (호태를 안쓰럽게 보면서) 들지 그래, 형.
66. 씬. 길.(낮)
호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방 두개 끌고 걸어가는.
차연 : (양산까지 쓰고 사뿐 사뿐 앞서 걸어가는)
호태 : 독한 년.
차연 : (노래 부르면서 걸어가는)
호태 : 그래, 너는 노래도 나오겠지.
차연 : (기분 좋게 노래 부르면서 걸어가는)
호태 : 아주 유람을 나왔네, 유람을.
차연 : 호태야. 조용히 따라와라. 나 지금 기분 너무 좋거든.
호태 : (입 삐쭉거리며) 바퀴 달린 가방이 얼마나 한다구. 너도 이거 들어봐라. 기분이 좋아지는지.
차연 : 호태야?
호태 : (버럭) 왜?
차연 : 사는 게 너무 재밌지 않니?
호태 : 그러셔? 너도 이 가방들 들고 살아봐라. 재밌는지....
차연 : 호태야?
호태 : 왜 자꾸 불러? 말할 기운도 없는데....
차연 : 사랑한다, 호태야.
호태 : (멍하니 보는)
차연 : 사랑한다구, 이 웬수 자식아.
호태 : (입 서서히 벌이지면서) 차연아, 업어줄까? 걷기 힘들지 않니?
차연 : (돌아보고 미소 짓는) 그러든지....
67. 씬. 길.(낮)
호태, 가방 두개 들고 차연까지 엎고 걸어가는.
차연 : 힘들면 내릴게.
호태 : (죽을 맛으로) 힘들긴. 나 힘 하난 좋은 거 너도 알잖아?
차연 : 내가 양산 씌워주니까 한결 시원하지?
호태 : (입 삐쭉이며) 응. 너무 시원해서 추워.
차연 : 넌 너무 오버하드라.
호태 : 차연아?
차연 : 왜?
호태 : 사랑한다.
차연 : 당연하지 않냐? 내가 널 사랑하는 건 불가사의지만. 네가 날 사랑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 아니냐구?
호태 : 아, 이 지지배. (차연 털썩 내려놓으면서) 우리도 무드 좀 갖자 무드 좀.
차연 : 너 나 지금 내 팽겨쳤냐?
호태 : 다쳤냐?
차연 : 그래, 사이판 떠나기 전에 몸 한번 풀자.
호태 : (차연의 눈빛 보며 겁에 질리는) 왜....왜 그러냐? 차연아. 나.....나 네가 사랑하는 그 웬수거든.
차연 : 사랑하는 놈일수록 초장에 버릇을 잘 들여야 하는 법이다. (주먹 날리려고 하는데)
호태 : (잽싸게 피하면서 가방 내려놓고 달려가는)
차연 : 이 호태?
호태 : 네 눈빛이 너무 살벌하잖아?
차연 :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라니까.
호태 : (달려가면서) 싫어. 폭력은 나쁜 거야.
차연 : (달려가면서) 뽀뽀 해줄지도 모르는데....
호태 : (멈춰서다가) 아냐, 아냐, 속지말자, 이호태. (달려가는데)
차연 : (달려와서 호태의 목 비틀어 잡고) 뽀뽀 해준다니까.
차연, 호태의 뺨에 뽀뽀를 하는데, 호태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표정에서 스톱 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