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때문에 충남 보령의 가을 단풍 시기가 10년 만에 12일 정도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지리학과 이승호 교수팀은 서울·부산 등 전국 14개 지역의 1989~2007년 단풍 절정 시기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가을철 단풍 절정 시기가 10년에 나흘 정도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풍나무는 평균 4.2일씩, 은행나무는 3.7일씩 늦어졌다.
지역별로는 서울·부산·울산과 태백산맥 지역에서는 단풍의 시작과 절정 시기가 10년에 8일씩, 대구와 강원도 철원, 강원도 동해안, 호남 지역은 4일씩 늦어졌다. 특히 충남 보령 지역은 12.4일씩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해안 지역과 제주도는 단풍 시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단풍 시기가 늦어지는 이유가 10월 평균기온과 관계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3.1일씩 늦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이경미 연구원은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 단풍이 늦어지는 것은 도시화에 따른 기온 상승 효과도 어느 정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보령 지역의 경우 해안 지역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으나 관측 기간이 20년 정도로 짧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풍은 기온이 낮을수록 빨리 물든다. 일반적으로 하루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물들기 시작하는데 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높게 유지된다면 그만큼 단풍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기상청은 10일 올가을 단풍이 평년(1971~2000년)보다 늦게 시작되고 색깔이 고울 것으로 예보했다.
올해 단풍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8일 정도 늦어 중부지방과 지리산에서는 다음 달 1~20일, 남부지방에서는 10월 20일∼11월 5일 시작될 전망이다.
노란 단풍과 붉은 단풍
올해는 첫 단풍 시기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1주일 가량 늦을 거란다. 20개월에 접어든 우리 아이가 얼마 전부터 빨간색 노란색 검은색처럼 차이가 명확히 나는 색깔 정도는 구분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울긋불긋한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가 무척 좋아할 것 같아 단풍 소식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좀 아쉽다.
단풍은 하루 중 최저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가야 든다. 기온이 떨어지면 나뭇잎 안에서는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클로로필)가 파괴된다. 봄 여름 내내 엽록소의 기세에 눌려 있던 색소들이 바로 이때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다. 보통 나뭇잎에는 색소가 70여 가지나 들어 있다.
우리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운 색깔 단어는 노란색이다. 곱게 물든 은행잎을 보면서도 엄마에게"노란, 노란"이라고 입을 오물거리며 얘기할지 궁금하다. 은행잎을 물들이는 색소는 잔토필(크산토필)이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카로티노이드가 공기 중의 산소를 만나면서 잔토필로 바뀌어 노란색을 내는 것이다.
단풍잎이 붉게 물드는 과정은 은행잎이 노랗게 되는 것보다 복잡하다. 단풍잎에서 붉은색을 내는 색소는 안토시아닌이다. 안토시아닌은 나뭇잎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당분이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생성된다.
올 가을에는 은행잎과 단풍잎을 따다 예쁘게 코팅해서 아이의 색깔 공부 자료로 써 볼 참이다. 사실 이런 '천연 학습 자료'는 동아시아나 북아메리카에서나 만들 수 있다. 우리 가족이 유럽에 살았다면 어려울 일이다. 유럽의 단풍잎은 대부분 노랗게 물들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의 식물학자들이 단풍잎은 원래 노랗게 물들었는데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붉은색을 띠도록 진화해 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 환경 변화는 다름 아닌 진딧물이다. 잎에서 영양분을 빨아먹는 진딧물이 특히 노란색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국 미국 캐나다는 산줄기가 대부분 남북으로 뻗어 있는 지형이다. 계절에 따라 기온이 변해도 진딧물이 남북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번성할 수 있었다. 나무가 일부러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쳐서라도 잎을 붉게 물들여야 했던 이유다.
유럽에는 많은 산줄기가 동서로 뻗어 있다. 진딧물을 포함해 산속에 사는 여러 동·식물이 기온변화에 따라 옮겨 갈 장소가 부족해 자연스럽게 줄었다는 게 연구진의 추측이다. 때문에 유럽의 단풍잎은 굳이 붉게 변하는 수고를 안 해도 됐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