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月出山)
2 2017. 4. 13(목)
장봉화
월출산에 올랐다. 천황봉까지 가지는 못하고 구름다리까지만 가기로 했다. 리더인 춘렬 친구의 독려로 기남, 규연 친구와 함께 하였다. 4개월간의 투병 기간 누어지내다가 산행을 하게 되니 아내가 아주 좋아했다.
춘렬 친구가 각자의 집근처까지 와서 승차시켰다. 월출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시 2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벚꽃이 지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휘날리는 눈꽃송이처럼, 사뿐히 춤을 추며 날아 내린다. 골짜기로 들어갈수록 기온이 낮아 이곳의 벚꽃은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개나리도 샛노랗게 자태를 자랑했다. 느티나무 어린잎이 내밀기 시작한다.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질 것이다.
월출산(月出山)은 태백산맥에서 분기한 소백산맥의 한 줄기가 한반도 서남해안 인근 평지에 우뚝 돌출된 급경사의 바위산이다. 전라남도 영암군과 강진군 사이의 산이다.
달밤에 바라본 월출산의 형체가 아름답다고 하여 신라시대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 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는 달을 제일먼저 맞이한다고 하여 월출산(月出山)이로 불렀다고 한다. 1973년에 도립공원으로, 198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황봉(809m)이고 구정봉, 사자봉, 도갑봉, 주거봉 등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다. 면적은 56.1㎢에 암석 노출지와 급경사 계곡이 많아 생태계가 풍부하게 유지되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식물 약 700종, 동물 약 800종이 서식하고 있고, 오랜 세월 암석 지형에 적응해 온 생태적인 독특성과 난대림과 온대림이 혼재하고 있다.
가는 길에 천황사에 들렀다. 사자봉 아래 잇는 천황사는 푸른 나무가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월출산을 품에 인고 있는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대웅전에 올라가 부처님께 인사하였다. 돌로 된 부처님은 엄숙하나 인자한 모습으로 맞아주었다. 산 중턱에서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네모지게 정리된 논 주위에 밭이 둘러싸고 옹기종기 집들이 누워서 마을을 이루었다. 정답고 귀여운 모습이다. 하늘은 티끌하나 없고, 파란 바탕에 햇님이 방긋 웃는다. 푸른 보리밭에 노랑 유채꽃이 사이좋게 어울렸다. 사심도 없고 질투도 없고 분심도 없다. 청청한 하늘처럼 우리 마음 또한 온기로 가득 차있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다. 주요당의 5명의 후보가 난타전이다. 다섯 명이 치고받으니 무엇이 옳고 누가 더 나은지 분별하기 어렵다. 사전에 제공한 질문에 앵무새처럼 답변하는 것을 보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연상된다. 가족에 대하여 부정적 폭로전이 도를 넘었다. 정책 중심이 토론과 능력 검증을 주로 하는 선거가 되면 좋겠다. 2강 3약이 윤곽을 나타냈다. 미국처럼 양대 후보가 원고 없이 맞장 토론을 해야 확실한 검증이 되지 않을까.
월출산의 다른 매력은 매봉과 사자봉을 이어주는 구름다리이다. 1978년에 만들어졌으며 2006년에 다시 세워졌다. 길이 54미터, 폭 60센티미터, 폭1미터로서, 해발고도 50미터 지상고 120미터에 걸려 있었다. 구름이 자욱이 끼어 있을 때면 산신령이 구름 위를 거든 기분이 든다고 하여 구름다리라고 부른다. 우리는 산신령이 되었다. 의상이라도 갖추어 입어야 실감이 날 것 같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위를 쳐다보니 깎아지른 바위에 사다리가 세워졌고 천황봉은 보이지 않았다. 의욕은 있지만 더는 못 오를 것 같다. 내려다보니 바위에 나무가 붙어 있고 계단이 걸려 있다. 여기까지 오른 것도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구림면 쪽에는 월출산의 대표 사찰인 도감사가 있다. 작년 6월에 아내와 함께 ‘남도한바퀴’ 버스로 여행한 적이 있다.
도갑사는 신라의 4대 고승 가운데 한 분인 도선국사가 신라 헌강왕 6년에 창건했다. 고려시대에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지만 조선 초 세조 때 고승인 수미대사가 1456년에 중창했다고 한다. 조선 효종 4년(1653년)에는 도선수미비 그리고 월출산도갑사석교 중창비 등이 세워졌다.
국보 제50호인 해탈문과 마애여래좌상, 석조여래좌상, 문수 보현동자가 올라 탄 사자코끼리상, 5층 석탑, 그리고 대형석조 등 수많은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국립공원이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아주 적었다. 구름다리에 논산에서 여행 온 20여 명의 단체와 내려오는 길에 만난 몇 팀의 가족뿐이었다. 무등산이나 내장산처럼 더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면 좋겠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한 철제계단이나 돌층계에 안전장치를 덧붙여 놓았다. 오르는 길보다 수월하기는 했으나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왔다. 오르기 전에 심난했으나 다녀와 보니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2시간 정도 걸렸다.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베네치아’라는 고급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차량봉사와 이끌어 준 춘렬 친구의 공이 크다. 기남 친구와 규연 친구와 함께하여 즐겁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