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루엘라’를 감상하고
에스텔라는 특별한 아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는 조금 달랐다. 누군가는 그를 믿고 지원해준 엄마 덕택일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에스텔라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였다. 특별하고, 특이하고, 남들과는 다른. 어쩌면 에스텔라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은 것도, 괴롭힘에 두 배로 갚아줬다는 것도, 그래서 퇴학을 당했다는 것도 이미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에스텔라는 조금 머리가 커졌을 때쯤 런던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그의 엄마는 어차피 이제 갈 곳도 런던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에스텔라는 패션 디자이너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번째 기회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에스텔라는 런던으로 향하는 길에서, 이제 자신의 인생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 자신의 엄마가 돌연사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못 했다. 엄마가 절벽에서 떨어지고 난 후, 그는 고아가 되었다. 갈 곳도 없어 길거리에서 만난 아이들과 소매치기를 하며 지냈지만 디자이너의 꿈을 놓은 적은 없었다. 그 간절함 덕택인지, 에스텔라는 남작부인의 패션 디자이너로서 일하게 된다. 에스텔라는 정말 행복했다. 어쨌든 그 남작부인이 자신의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크루엘라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크루엘라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다고 느꼈던 것은, 에스텔라가 억누르던 자신의 본모습인 크루엘라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에스텔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늘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했다. 그런데 결국 복수심에 불타올라 크루엘라가 되었을 때, 오히려 더 매력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물론 크루엘라의 복수가 무조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크루엘라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복수를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처음에는 주변인들과의 갈등도 존재했지만 점점 더 자신만의 모습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에 당당해졌다. 우리는 사회에서 우리의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갈 때가 많은데, 크루엘라가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 부러워졌다. 크루엘라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제멋대로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자신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결말로 이야기를 채워나가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는 것. 크루엘라만의 엔딩이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