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법유식(萬法唯識)이라고 하여, 일체 모든 것이 전부 다 분별심이 만들어 낸 환영일 뿐이라고 설한다. 괴롭다고 할 때, 실재 그 현실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 (분별)했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이다. 똑같은 재산을 가진 두 사람도 한 사람은 스스로 부자라고 분별하고, 다른 사람은 가난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실제 현실이 행복하거나 괴롭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행복하거나 괴로울 뿐 이다. 모든 것이 분별의 소산이다. 심지어 몸의 통증이나 상처 같은 실질적으로 몸이 괴롭다고 느껴지는 그것들조차 사실은 몸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마음, 분별심 때문에 괴로 운 것이다. 몸에 상처가 나거나, 칼로 잘렸을 때 우리는 마음과는 상관없이 몸 그 자체가 아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 또한 분별심이 개입되어 아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전쟁이 일어날 때는 자신의 몸이 아파도 아픈 줄을 모르고, 심지어 손발이 잘려나가는 등의 큰 사고가 있더라도 그 혼돈 속에서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예도 있다고 한다.
필자가 어릴 때 태권도 시합을 나갔을 때도 생각해 보면, 시합하는 도중에는 아무리 맞아도 그렇게 크게 아픈 것을 몰랐다. 시합이 끝난 뒤에 아픔이 몰려온다. 친구들과 싸울 때도 비슷했다. 또 한 번은 풀을 베려고 낫질을 친구와 둘이 하다가 피가 크게 났는데, 그것도 모르고 둘이 신나게 낫을 휘둘렀던 기억도 있다. 한참 뒤에서야 둘이 서로 마주 보며 누구 피냐고 묻다가, 친구가 자신의 팔뚝을 보자 마자 그제야 고통을 호소했다.
이처럼 직접적인 몸의 통증이 분명해 보이는 것조차, 사실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식할 때, 분별할 때, 생각할 때 그 아픔을 느끼게 된다. 또 똑같은 아픔이나 고통이라고 할지라도, 나보다 더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여기거나, 안 아프다고 여기기도 한다. 모든 것은 이처럼 마음이 만들어낸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