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디바 부인

아름다운 여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하얀 말을 타고 가는 그림이 있다. 1898년 존 콜리어의 걸작인 ‘레이디 고디바’. 고디바는 11세기 중엽 영국 코번트리의 영주인 레오프릭 백작의 아내였다. 당시 칠십 노인인 레오프릭은 농노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매겼다. 꽃다운 열여섯 살의 고디바는 남편에게 세금을 내려달라고 매달렸다. 매정한 백작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그렇게 하겠다”며 코웃음쳤다. 고디바는 정말 그렇게 했다. 주민들은 그날 창문과 커튼을 닫고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세금은 내려갔다. 고디바의 누드에는 아름다운 마음과 고결함이 느껴진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국립미술관 입구 벽면에 걸린 루벤스의 ‘시몬과 페로’. 얼핏 보면 춘화나 다름없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관람객들도 적잖다. 백발의 늙은 죄수가 젊고 아름다운 여인의 가슴을 빠는 장면이다. 그러나 고대 로마 역사가인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전하는 사연을 들으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늙은 죄수는 감옥에 갇혀 굶어 죽는 형벌을 받게 된 아버지 시몬. 그의 외동딸 페로는 면회 갔다가 굶주린 아버지를 보고는 자신의 가슴을 열어 젖을 물린다. 그녀의 사랑에 감동한 로마 당국은 시몬을 석방했다는 이야기다. 선정적인 그림이 숭고한 명화로 바뀌는 순간이다.
고디바 초컬릿


감동적인 전설은 끝없이 새끼를 친다. 세계 최고의 명품 초콜릿인 ‘고디바’. 지금도 이 초콜릿을 먹으면서 1000년 전 고디바를 떠올린다. 영어로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peeping Tom’도 여기서 유래했다. 고디바 백작부인의 알몸을 혼자 몰래 훔쳐보다 눈이 먼 재단사의 이름이 톰이다. 시몬과 페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수없이 가지를 뻗었다. 16세기 이후 가장 많은 화가들이 다룬 소재가 ‘로마의 자비’. 배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시몬과 페로의 전설을 담은 작품이다.
[퍼온글]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새롭게 흥미있게 배우고 갑니다. 좋은글 소개 감사 합니다^^
많은충만을,,,,,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