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강연100도c' 남자 간호사 문광기]
저는 남자 간호사입니다.
원래 저는 간호사가 아니라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나이 28살 때 제 인생이 확 바뀌었습니다. 아니 바뀌었다기보다는 제가 바꾸었습니다.
2년 남짓 회사생활을 하다가 문득, 책상 건너편에 있는 관리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분이었는데 자기보다 늦게 출근하는 사람은 항상 인생의 낙오자 취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100%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칭찬보다는 오히려 110%의 성과를 내도록 다그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에서 그런 관리자는 정말 인정받고.. 승진하고.. 승승장구하더라구요.
저 또한 그런 회사시스템을 수용했다면 아마 계속 회사를 다녔겠지만
'아, 이건 아닌데..' 하는 거부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던 차에 휴가로 중국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도착하자마자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습니다.
여행자숙소에서 끙끙대며 앓고 있는데 어떤 외국인 친구가 다가와서 감기약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간호를 해주었는데.. 감기가 나은 다음에 둘이 같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미국 남자 간호사였습니다.
그 친구가 했던 말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게 뭐냐 하면 그의 직업관이었어요.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이면서 생명을 다루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그리 많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간호사가 괜찮다는 거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에이, 남자가 무슨 간호사를 해~' 그런 생각이었는데
어쨌는 그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만약 내가 간호사가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어요.
그런 생각을 하자 제 가슴 속에서 뭔가 두근거림이 있고.. 약간의 떨림?
어떤 태동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비행기를 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눈물은 어떤.. 슬퍼서 나오는 눈물도 아니고 기뻐서 나오는 눈물도 아니었어요.
28년 동안 너무나 부모님 기대에 맞춰서 살았고, 사회에서 원하는 기준에 맞춰서 살았다..
그리고 28년 동안 살면서 내 스스로 결정한 게 아무것도 없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흐르는 눈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마치고 한 달 남짓 고민 끝에, 과감하게 사직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너는 무슨 뱃장으로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느냐?"
또는 "너는 인생을 더 살아봐야 한다" 그런 말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것은 제가 인생을 살면서 최초로 결정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흔들리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밀고나가서.. 간호학과 편입을 하였습니다.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간호학과 편입을 한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강력한 반대를 하셨습니다.
특히 아버님은 경상도분이라서, 제가 간호사가 되겠다고 하니까 정말로 강경하게 나오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정말 제가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면서 불행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제가 원하는 삶을 살면서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나으시겠습니까?"
결국 부모님도 오케이하셨습니다.
간호사 업무는 대부분 강도가 높습니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저는 중환자실을 선택했고.. 경력을 쌓아서 지금은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엔 시간이 주어지는 한도내에서 국내외 무료봉사도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들 중에서 저처럼 간호사가 되려는 학생들..
그리고 다른 직장에서 간호사가 되려는 사람들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나눔의 시간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게 간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중환자실에서 만난 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분은 강남의 엄청 부자이셨습니다.
그리고 자식들도 정말로 잘 키우셨던 분이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나에게 1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너는 꼭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때는 그 말씀이 확실히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이제 8년차 간호사가 되니까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있고..
아, 그때 그분이 나의 지지자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남한테 행복하게 보이기 위해서 살고 있지는 않으십니까?
남들 눈이 무서워서.. 남들 시선이 부끄러워서 원하지 않는 길을 가고 있지는 않으신지..
그렇게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한 번 쯤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세요.
왜냐 하면 누가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 스스로 살아가야 할
소중한 나의 삶이고 나의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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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여러분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 즉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러분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 하게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의 마음은 여러분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
☞ 소스라치게 좋은 일
첫댓글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아들얼굴이 어른거리는군요.. 대기업을 다니며 업무에 시달려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저 역시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해주고 싶었습니다만 망설이고만 있던 중이었지요, 확신이 서질않아서였는데.. 행복을 찾는대도 용기가 필요하군요. 고맙습니다, ()
그렇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치 중력과도 같은 관성의 법칙이랄까..
뭐 그런 힘에서 벗어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강제하차 당하기도 합니다만.. ㅎㅎ
고맙습니다 _()_
고맙습니다. ()
여러가지를 깊이 생각케하는 글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많은것을 배우고갑니다
옴 산띠.. 늘 평안하소서 _()_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옴 산띠.. 늘 평안하소서 _()_
@햇빛엽서 감사합니다. 햇빛 엽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