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고무찰흙처럼 뻑뻑한 파운데이션과 사하라 사막처럼 건조해지는 립스틱, 가루가 폴폴 날리는 아이섀도만으로도 메이크업이 충분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날이 발달하는 과학 기술과 숨가쁘게 변화하는 트렌드, 노처녀 사감선생처럼 깐깐해지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끊임없이 새로운 뷰티 아이템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
특히 매 시즌마다 새로운 컨셉트와 룩을 선보여야 하는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할 듯. 이름만 들어서는 그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아이템이 홍수를 이루는 메이크업 시장. 현재 그 흐름의 최전선에 있는 아이템이라면 단연 메이크업 프라이머를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몇몇 해외 메이크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출시되던 메이크업 프라이머는 이제 열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워질 만큼 다양한 브랜드에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는 파운데이션 전에 바르는 프라이머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아이 메이크업이나 립 메이크업 전용 프라이머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혹 메이크업 프라이머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들어본 적이 없다면? 걱정하지 마시라. 이제부터 <얼루어>가 메이크업 프라이머의 모든 것을 낱낱이 공개할 터이니.
프라이머, 그것이 알고 싶다 영어로는 primer. 프라이머라는 단어는 ‘입문서’라는 뜻과 그림이나 벽에 색을 입히기 전에 바르는 ‘애벌칠 재료’ 등 동시에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무엇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단계를 일컫는 단어라 할 수 있다. 사실 메이크업 프라이머도 단어의 정의 그대로 메이크업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피부 손질을 해주는 뷰티 아이템을 뜻한다. 색을 곱게 내려면 바탕이 곱고 균일해야 하듯이 메이크업을 할 때도 피부결이 곱고 부드러우면 그 위에 바르는 메이크업 제품이 상승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당연지사. 따라서 메이크업 프라이머는 영양 성분과 보습 성분으로 거칠고 불안정한 피부를 촉촉하고 매끈하게 만들어 화장이 쏙쏙 스며들도록 도와주는 부스터(그 다음 단계에 바를 제품의 효과를 상승시켜주는 제품을 뜻한다)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이오페의 브랜드 매니저인 신동영 씨의 설명.
하지만 몇 가지 작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피부를 매끄럽게 정돈해주는 아이템들을 메이크업 프라이머라 한다면 피부를 부드럽게 정돈해주는 모든 스킨케어 제품도 프라이머라 불러야 하는 것일까. 물론 넓은 의미로 본다면 모두 프라이머로 볼 수 있겠지만 통칭 ‘메이크업 프라이머’라 불리는 제품들은 단순히 스킨케어적인 역할뿐 아니라 후에 바르는 메이크업 제품이 피부에 잘 밀착되도록 균일하고 얇은 막을 형성하는 제품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특정 성분이나 빛의 반사를 이용해 피부 결점이 보완된 화사한 메이크업을 도와주는 ‘마술’을 부리기도 하고. 그렇다면 여기서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피부색을 잡아준다는 기존의 메이크업 베이스와 메이크업 프라이머는 또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걸까.
메이크업 베이스 vs 메이크업 프라이머 그린색은 여드름이 많거나 피부 잡티를 효과적으로 가려주며 보랏빛은 피부가 노란 사람이, 흰색은 피부를 뽀얗게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다. 메이크업 베이스를 사용하면서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서 공통적인 사항이라면 바로 피부색을 잡아준다는 점.
메이크업 베이스는 파운데이션 밑에 다른 색을 입혀 자신이 가진 원래 피부색을 보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메이크업 제품이다. 본연의 피부색을 최대한 눌러주어야 하기 때문에 베이스 컬러가 두껍게 표현되며 바르고 나면 피부에서 메이크업 베이스 컬러가 살짝 보이는 것이 특징. 반면 메이크업 프라이머는 파운데이션 전에 바르는 제품이기는 하나 피부 컬러를 보정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피부에 색이 남지 않고 때로는 제품 자체가 투명한 경우도 있다.
물론 에스티 로더의 프라임 FX 컬러 뉴트럴라이징 프라이머나 피에르 가르뎅의 바즈 수플림 등은 여러 가지 컬러가 있어 피부를 보정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기는 하지만 메이크업 프라이머의 기본은 피부를 부드럽게 정돈한 다음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 그 위에 색조가 고르게 발리도록 하는 일종의 촉진제. 따라서 메이크업 베이스와는 별도로 사용하는 제품이며 추가로 피부색을 커버하고 싶다면 프라이머를 바른 다음 메이크업 베이스를 발라주어도 된다. 또 메이크업 베이스와 달리 메이크업 프라이머에는 잔주름과 피부 결점을 고르게 메워주는 실리콘이나 왁스 성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보습을 위한 스킨 트리트먼트 성분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또 빛을 반사하면 피부가 더 매끄럽고 윤기 있어 보인다는 데서 착안, 아주 얇고 미세한 펄 입자가 들어 있는 제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프라이머와 찰떡 궁합을 찾아라 그렇다면 메이크업 프라이머를 바르고 최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해야 할까. 프라이머를 사용한 다음 메이크업 베이스를 바르든 파운데이션을 바르든 그것도 아니면 곧바로 파우더 퍼프로 꾹꾹 눌러주든 개인의 자유. 하지만 최상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프라이머를 바른 다음 반드시 파운데이션을 발라주라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대부분의 프라이머에는 파운데이션이 피부에 더 얇고 가볍게 밀착되도록 도와주는 성분들이 들어 있으며 미세한 펄 입자가 파운데이션과 함께 미묘한 음영을 주기 때문에 얼굴이 훨씬 화사하고 입체적으로 보인다. 또 기왕이면 두껍게 발리는 크림 타입 파운데이션이나 피부가 매트하게 표현되는 파우더 파운데이션보다는 촉촉한 느낌의 리퀴드 타입이나 무스 타입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메이크업 프라이머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 비법.
프라이머도 부위가 있다? 아직까지 메이크업 프라이머는 피부 표현을 위한 제품을 지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포인트 메이크업을 위한 아이섀도 프라이머나 마스카라 프라이머, 립 프라이머 등도 서서히 출시되어 메이크업 프라이머 시장의 세분화를 알리고 있다. 물론 이미 활성화된 파운데이션 프라이머에 비하면 아기 걸음마 단계이지만 피부 표현만큼이나 포인트 메이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뷰티 구루들을 중심으로 아이 프라이머나 립 프라이머도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
특히 립 프라이머의 경우 립밤을 바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각종 영양 성분이 듬뿍 들어 있고 입술을 도톰하게 해주는 플럼핑 효과도 갖추고 있어 립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그러니 이제 조금 더 정교하고 섬세한 메이크업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다면 ‘프라이머’라는 새로운 메이크업 단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 물론 메이크업 단계가 더 복잡해진다면서 툴툴거린대도 할 말은 없겠지만 단 1분의 투자로 10시간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