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고양이를 부탁해
기사입력 2021.06.03. 오후 7:07 최종수정 2021.06.03. 오후 7:08
문화부 부장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 <냐옹이>의 한 장면. 소년이 "냐옹아"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름 없던 길고양이와의 특별한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 시공주니어 제공
‘멍멍이파’입니다. 새침한 고양이보다는 발랄한 강아지가 더 좋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부산일보>에서 동고동락하는 ‘편집국 고양이’를 보며 야옹이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중입니다. 잠을 많이 자는 ‘하양이’ 부루, 은근 슬쩍 기어오르는 ‘무릎냥’ 우주는 불법 번식농장에서 구조한 고양이들입니다.
<수요일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독일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 이야기를 다룹니다. 박현숙·엄정원 작가는 티어하임에 들어온 고양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수요일에 버려진 고양이.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고양이의 생각과 달리 주인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쁜 날’이 되어버린 수요일에 한국에서 온 민호라는 아이가 고양이를 찾아옵니다. 상처받은 고양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거랍니다.
처음엔 심드렁했던 고양이는 점점 민호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고양이는 생각합니다. ‘책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다음 수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고양이뿐 아니라 민호도 달라집니다. 수요일마다 고양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낯선 나라에 적응할 힘을 키웁니다. 민호가 학교에 가면서 티어하임에 못 오게 됐지만 고양이는 수요일이 좋아집니다. ‘어쩌면 수요일에 새로운 가족을 만날지도 몰라.’ 참! 이 고양이의 이름은 미미입니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 존재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거든요. 노석미 작가의 <냐옹이>에는 길에서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빗자루로 쫓아내고, 고양이도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싫습니다. 고양이는 짓궂은 아이들도, 헥헥 대는 강아지도, 심지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도 마음에 안 듭니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 <냐옹이>의 한 장면. 소년이 자신에게 우산을 양보하자 길고양이가 깜짝 놀라고 있다. 시공주니어 제공
“안녕, 냐옹아!” 한 소년이 고양이를 부릅니다. 고양이는 ‘귀찮다’고 생각합니다. 비오는 날 공원 의자 아래서 비를 피하는 고양이에게 소년이 또 말을 겁니다. ‘쳇!’하고 생각하던 고양이의 눈이 깜짝 놀라 커다랗게 변합니다. 소년이 자신의 우산을 고양이에게 씌워주고 갔기 때문입니다.
‘길냥이’는 소년이 궁금해졌습니다. 소년을 기다리고 소년의 집 앞을 찾아갑니다. 소년은 “냐옹아” 이름을 부르고, 고양이는 소년을 바라봅니다. 이름 없던 고양이와 소년의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최근 길에서 위기에 처한 아기 길냥이를 구조한 사람이 말하더군요. “세상에 생명을 구하는 일만큼 급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맞습니다. 불법 번식농장에서, 길 위에서 고통받는 냥이도 다 소중한 생명입니다. 초록 눈동자를 가진 편집국 고양이 우주를 대신해서 말하고 싶네요. “고양이를 부탁해.”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