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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야간알바를 시작해서 몇 일 동안 계속 비몽사몽하다가 오늘은 좀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일하다가 새벽 1시쯤되면 두통이 와서 참 골치아팠는데 이젠 몸이 적응되었는지 멀쩡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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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즘 북한의 남포에서 4000t 정도의 신형 호위함이 건조중이라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고 <밀덕당> 게시판의 게시글 2개에서 '이거 너무 과장했다. 2000t 정도에 불과하다', '진짜 이렇게 생각한다면 해군에 인재가 없다'라는 내용의 건방진 댓글 2개를 적었습니다.
https://cafe.daum.net/shogun/4rf3/22469
https://cafe.daum.net/shogun/4rf3/22470
왜냐하면 2024년 3월 1일자 북한 남포지역 위성사진 기준으론 4000t 정도의 호위함이 들어갈 수 있는 유개식 건선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3월 1일까지는 남포에 유개식 건선거는 2개만 있었으며 무엇보다 사이즈가 124m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124m는 2000t 정도의 소형 호위함(Frigate)이 꽉 들어차는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북한 신형 호위함이 4000t이란 분석은 택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00t 정도의 호위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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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만 생각했다가...
지난 토요일에 중앙일보 후속기사를 보게되었습니다. 그 기사에서는 4000t 정도라는 분석이 나온 근거가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https://v.daum.net/v/20250105050054192
// 신형 호위함 건조 조짐은 지난해부터 하나둘씩 나타났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조지프 뎀시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평안남도 남포조선소에서 지난해 5월부터 큰 기둥이 세워지더니 그물망 지붕과 가림막이 길이 170m와 폭 30m 구역을 둘렀다. 주변에선 각종 자재가 보였다. //
음... OSINT 커뮤니티에선 IISS의 조지프 뎀시라는 양반이 발견해서 발표했구나.
그래서 이 양반이 직접 쓴 본문을 찾아봤습니다.
// A row of tall pillars was erected in May 2024 on either side of a slipway at Nampo Shipyard on the West coast of North Korea. In the following months, screen walls were added and an apparent mesh netting rooftop encompassing an area approximately 170 metres long and 30 m wide. //
하하. 불과 2달정도(3월 vs 5월) 차이밖에 안나는 IMINT인데 완전히 정반대의 결론이 도출되고 말았습니다. 역시 첩보건 정보건 적시성이 가장 중요한가 봅니다.
북한이 남포에 새로운 유개식 건선거를 1개 더 조성했습니다. 뭐, 사실은 예전부터 있었던 건선거에 뚜껑만 씌워놓은 것이지만요.
이 새로운 유개식 건선거는 170m 정도이니 기존에 있었던 2개소보다 46m 정도 더 깁니다. 기존의 124m 짜리 2개소에 비해서 37% 더 커진 셈입니다.
그러므로 기존의 124m에 들어갈 수 있는 함급의 용적을 2500t으로 가정한다면, 새로운 건선거에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함급의 용적은... 2500t x 37% = 925t 증가. 그러므로 2500t + 925t = 3425t = 대략 3500t 전후.
그래서 저는 북한의 새로운 호위함은 대략 3500t 전후라고 생각합니다.
너절하지만, 다른 첩보가 없으니 너절하게 판단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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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결론은 나왔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좀 더 검증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해상도는 매우 떨어지지만 그나마 적시성을 확보할 수 있는 Sentinel-2 위성사진으로 해당 건선거의 변화추세를 가늠해봤습니다.
Sentinel-2는 기껏해야 RGB밴드 해상도가 10m라서 난감합니다. 그럼에도 대략 측정해보니 170m가 나왔습니다.
뚜껑이 없을때의 사진도 대조해보니 조지프 뎀시가 밝힌 건선거의 길이 170m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건선거의 폭은 조지프 뎀시가 밝힌 30m보다는 좁습니다. 정확히는 23.6m로 측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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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거의 실제 사이즈가 170m x 23.6m라고 치면... 그놈의 북한 신형 호위함은 사이즈가 얼마나 될까요.
이번에도 너절한 단서를 가지고 너절한 방법으로 추론해봅니다.
일단 사진 3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조지프 뎀시가 공개한 Maxar의 억소리나는 위성사진이고, 나머지 2개는 북한이 공개한 돼지뇨속의 시찰장면입니다.
- 그런데 이 위성사진. 과연 위성사진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구조물이 찍힌 각도가 매우 특이해서 그렇습니다. 위성으로 이런 각도가 나올까...?
일단 <사진 1>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있는 정보는 이 구조물의 세로길이가 170m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 세로방향 기둥의 갯수를 하나하나 세어보면 딱 20개입니다. 19칸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그러므로 1칸은... 170m ÷ 19칸 = 약 9m라는 정보를 새로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사진 2>와 <사진 3>로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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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와 <사진 3>입니다. 뭐 이것저것 훨씬 좋은 기법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요소는 바로 구조물을 지탱하는 세로기둥의 갯수입니다.
<사진 2, 3>에서 볼 수 있듯이 함체에 의해 함수와 함미쪽 세로기둥의 일부가 가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함교쪽에 작업을 하기 위해 X자 지지대로 가설해놓은 비계가 보입니다.
비계가 붙어있는 칸은 딱 두 군데입니다. 그리고 비계가 붙어있는 위에 칸에는 △자 지지대가 붙어있거나 없는 칸이 또 있습니다...
흠. 슬슬 저도 피로를 느끼고 있고 글로 설명하기도 힘드네요. 그냥 그림으로 보여드리면 이러합니다.
이젠 건선거를 덮고 있는 구조물의 세로기둥을 재구성하여 정확히 세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로기둥 16개입니다(노란색 세로막대). 칸으로 따지자면 15칸입니다.
그러므로 15칸 x 9m = 최소 전장 135m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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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종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한의 신형 호위함은 배수량 약 3500t에 최소 전장 135m이다.
배수량과 사이즈로만 따지면 중국의 Type 054 호위함(3900t에 전장 134m)과 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안에 들어가는 장비의 실제 성능과 특성이 진정으로 그 배의 특성을 좌우하는 요소지만 말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ype_054_frigate
이미 해도 떠버렸겠다 내친김에 작업 하나만 더 하고 자볼까 합니다.
한번 구글어스 프로를 이용해 북한 신형 호위함이 어떻게 건선거에 들어앉아 있는지 그려볼까 합니다.
일단 길이는 최소 135m인걸 알아냈으니 남은건 폭입니다. 3900t인 Type 054의 폭이 16m이니까 3500t으로 추정되는 북한 신형 호위함은 15m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가정한 값에 따라서 이리저리 사이즈를 맞춰보니, 2016년 6월 5일에 들어앉아있는 북한 초계함의 함교 가로선과 로미오급 함미까지의 사이즈와 얼추 들이맞습니다.
그래서 그려보면 짜잔.
지금 현재 북한 신형 호위함은 노란색으로 표시한 정도의 면적을 잡아먹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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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재밌게 보셨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아침에 퇴근하고 자기전에 참 재밌게 논 기분입니다. 그것도 간만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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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일단 자고 일어나서 재검증해보시지요 ㅎㅎㅎㅎㅎ
방금 수정하고 보니 최소전장 1m 차이였네요. 이런. ㅋㅋ
상당히 흥미롭군요 저게 호위함이 아니라 구축함급일수도 있겠군요
어느정도 분류는 되고 있지만 요즘 군함들은 경계가 그렇게 철저하진 않습니다. 막가자면 그냥 지들 꼴리는대로 분류하면 됩니다. 일본 해자대의 헬기탑재형 구축함(DDH)이지만 실제론 F-35B를 탑재하는 경항모인 이즈모급처럼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구축함이라 부르고 싶으면 구축함으로 불릴수도 있습니다. 북한에는 저것이 호위할 더 큰 전투용 수상함이 없다보니 그냥 유도탄 구축함(DDG)으로 부를지도요.
어쨌든 4천톤급이면 북한이 만든 가장 큰 체급의 군함이죠. 배수량으로 치면 우리나라의 광개토대왕급과 유사한 수준이고요. 함급보다 중요한 건 무기체계와 탐지체계이고, 저게 예상대로 중국 혹은 러시아의 기술이 다수 도입된 거라면 우리 해군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천 앞바다에 최소 이순신급이 상시주둔해야 할 텐데, 지금도 할일이 너무 많은 이순신급이...
@_Arondite_ 저는 다소 이견이 있습니다. 덩치가 커지면 도리어 추적당하기도 쉬워집니다. 심지어 다른 수상함들이 저것보다 훨씬 작은 상황속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저 신형 함급이 투입된다 하여도 우리해군의 우위는 여전합니다. 흑해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였음에도 대함 미사일에 격침당한 Slava급 Moskva함의 사례도 있고요. 그래서 함대함 상황은 딱히 걱정되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은 잠수함, 저수지, TEL, 갱도 및 열차 플랫폼, 핵어뢰 등 요격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핵투발 수단을 다양화하고 있으므로 신형 호위함도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운용하는 또다른 플랫폼으로 활용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인 호위함 내지 구축함의 역할로 상정하기보다는, '아스널 쉽' 개념으로 바라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cjs5x5 제가 말하는 해군의 부담은 저 배가 위협적이라거나 해서가 아니라, 저 배 때문에 우리 해군이 보유한 자원이 묶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아스널쉽 개념이든, 해군 총기함 개념이든, 독자작전하는 구축함 개념이든 저 배 때문에 우리 해군도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배를 서해상에 묶어놔야 한다는 거죠. 말씀하신 대로 순항미사일 플랫폼이라면 이순신급이 아니라 세종대왕급이 배치되어야 합니다. 이순신급의 탐지체계로는 함대지 순항미사일을 확실하게 추적한다고 장담 못하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 해군의 부담이 커지죠.
@_Arondite_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정말 말씀하신대로의 문제가 발생할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의 처음 생각보다 이 문제가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혹시 앞전의 댓글로 인해 마음상하셨다면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대만 혹은 남중국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시, 북한도 저 배를 같이 동조시켜 움직인다면 우리측 7기동전단의 구축함 전력들을 어디에 집중시킬지 딜레마가 생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그러한 이유로 서해에 우리측 구축함을 가져다 놓으면 그건 그것대로 중국 혹은 북한의 대함미사일에 넓은 방위로 고스란히 노출시켜버리는 꼴이 되버리니. 흠...
@cjs5x5 괜찮습니다. 이정도는 토론중에 흔히 들으니까요 ㅎㅎㅎ
사실 아스널쉽으로의 운용은 제가 미처 생각 못해본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순신급으로 맞상대한다고 생각한 거였습니다. 광개토급은 너무 오래되어서, 아무리 북한 배라도 동급의 신예함인 만큼 광개토급으로는 상대하기 쉽지 않을 테니까요.
마지막 부분 말씀하신 대로 유사시 서해는 대형함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아스널쉽으로 상정하면 거기에 세종대왕급을 밀어넣어야 하니 더욱 부담이 클 수밖에 없겠네요. 하여튼 저 부칸노무시키들...하나도 도움이 안돼요...흐...
@_Arondite_ 그러게나 말입니다. 남 빡치게 만드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는 나라같네요.